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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7:27

루이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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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드






루이나드

제 1장.  만남 (1)
인간의 삶.
그 시작은 만남.
어머니의 만남, 이 세계와의 만남, 인간들과의 만남.
이제 여기서 중요한 만남이 시작될지어니.
그의 만남은...

"저놈의 자식! 저 자식 잡아! 빌어먹을 도둑놈! 헥헥헥."
무언가를 잡기위해 뛰어가는 뚱뚱한 상인.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고...
"헤헷! 아저씨! 사과가 잘 익었어요! 잘먹을게요! 하하하."
"헥헥헥..."
"어휴 저놈의 뚱보 아저씨. 사과 하나 얻어 먹기 되게 힘드네. 헥헥헥. 아 오늘은 두 개지?
히히."
자신의 한쪽 두둑한 주머니를 만지고서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하는 가난한 소년. 하지만
전혀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년. 아니 아직 부끄러움을 모르는 나이일지도... 그
의 이름은 세페우스. 10살의 꼬마.
으슥한 골목길.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는 길.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지만 그의 코는 이미 그
냄새를 기억하고는 친근하게 받아들여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어이, 버크."
"이놈이 몇살인데 어른한테 반말이냐!"
"머, 어때요?"
"그래도 이놈이! 내가 살아도 니 나이의 10배는 더 살았어."
"그럼 100살인가요? 여태껏 안죽고 뭐했어요? 헤헷, 이거나 먹어요."
"으응? 왠 사과냐?"
"폰이 줬어요."
"이놈이 또 훔쳐왔구나?"
"할아범은 먹기나 해요.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은데 때깔이라도 좋아야지요."
"흐응... 네 이놈... 내가 참는다."
아그작.
땟국물이 쩔어서 검게 물든 손이, 햇살을 받아 빛나는 빨간 사과를 쥐었다. 그리고는 손마냥
더러운 얼굴의 입이 다가와서, 어쩔수 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과. 그 누런 살에서 스
며나오는 즙은 자신의 당도를 마음껏 자랑하듯 달콤했다.
아그작. 와득와득.
"에엥? 할아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까지는..."
와득와득.
"으윽... 할아범... 그만..."
와득와득.
"어억... 꼭지까지..."
버크의 사과쇼는 사과의 모든것이 다할때까지 계속됐다.
해가 넘어가고 밤이 찾아왔다. 겨울이 다가오기에 일찍 해가 지는 덕분이었다.
"할아범, 오늘은 코 좀 골지마. 그리고 껴안지도 말구."
"이놈이! 잠자리를 제공하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줄은 모르고 고작 사과하나로 때우려고
해? 오늘은 너 없이 편히 자볼련다. 일없다, 이놈아. 딴데가서 알아봐. 그리고 할아범이 뭐
냐? 할아버지나 할아버님 같은 좋은 말도 많잖아?"
"아이, 알았어요."
좁은 골목의 그래도 조금은 깨끗한 구석. 거지나 부랑아들로 가득찬 이 곳에는 거적때기나
천조각등을 깐 것으로 잠자리를 해결하는게 고작이었다. 가끔씩 부자 거지(?) 들이나 겨우
이불이라 부를수 있는 것들을 덮고 자는 것뿐이다. 더구나 조금 있으면 겨울이 나가오는 그
들에게 이불이란 물건은 희소성이 아주높은 것이기에 가끔씩 따뜻하게 덮고 자던 이불이 사
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죽했으면 이불에 끈을 묵어 발가락에 껴놨을까. 그 경우가 바
로 버크의 경우였다. 어제까지 벌써 여섯 번이 넘게 이불을 지켜온 버크는 오늘도 냄새나는
발가락에 끈을 묶었다.
"윽! 때, 봐."
끈을 집어넣을 때 일어난 마찰로 때가 벗겨지는 것을 시력 2.0의 눈으로 본 세페우스는 격
렬한 거부감을 일으켰다.
딱!
"이놈이! 어디 네 잘난 발한번 봐보자, 이놈아!"
"허어억!"
어찌나 쎄게 내리 갈겼던지 골이 띵할정도였다.
"이 할아범이! 에라!"
우두둑.
"어, 어라? 할아범?"
세페우스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 발로 버크의 허리를 홱 밀어버렸다. 순간 허리가 팍 꺽이면
서 뼈마디는 고통을 내질렀고 그 충격에 버크는 숨도 못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허... 으... 윽... 커억... 켁!"
"하, 할아범! 왜그래?"
버크는 한쪽 허리에 손을 대고 허리를 쫙 펴고는 머리를 하늘에 치켜세우며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 자세는 1분이 지나도록 유지됐다.
"할아범! 숨도 안쉬고 그래? 어어?"
"풀썩."
"으잉? 버크! 어어! 할아범!"
쓰러진 할아범은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엑? 주, 죽은거야? 서, 설마! 으으으..."
세페우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골목 밖으로 시급히 뛰쳐나갔다. 그의 몸은 다리가 마치
공중에 뜬 것처럼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도주였다.
"말도 안돼! 뭐야!"
'허허허. 이놈이.'
세페우스의 머리에 버크 할아범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지나갔다.
'허... 윽... 으윽... 커억... 켁'
그리고 허리의 고통에 숨을 못쉬고 세상은 뜬 장면도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왜 그래야 되는데!"
워낙 뼈가 굵은 할아범에기에 무심코 걷어찬 발에 숨이 넘어갈줄은 몰랐던 세페우스는 어이
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죄책감이 몰려왔고 아무생각도 없이 달리던 다리는 멈추었다.
"흐으윽, 흑, 흑, 흐흐흐윽..."
눈물이 스며들었다. 그의 머리에는 대혼란이 일었다. 곧 진정되기는 했지만 눈물만은 그치지
않았다.
"그래. 그냥 할아범이 때가 되서 간거야. 그냥 잠자리나 같이 하던 조금 아던 할아범이니까
나랑은 상관없어. 그냥 모른척하고 평소하던대로 하면 되는거야. 만약 조금이라도 낌새가 생
기면 사라지면 되는거지, 뭐. 히히, 별 것 아니군."
악독한 놈! 세페우스는 평소 생각이 없는 놈이라 철을 모르는 놈이었다. 하긴 10살밖에 안
되는 꼬마놈이 사람을 죽여봤자 얼마나 큰 죄책감이라도 갖겠는가.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자신도 모르게 뛰던 사이 거미줄같이 역여있는 골목 깊숙이 들어온 세페우스는 기억을 더듬
었다. 어려서부터 뛰어 놀던 골목이라 금세 이 장소가 어딘지 기억이 난 세페우스는 평소
재미있는 누나들이 가득있는 곧으로 가기로 했다. 한참을 걷던 세페우스는 곧 자신이 원하
는 곳을 찾았다.
시끌벅적.
"어? 이게 누구야? 세... 뭐더라?"
"세페우스요. 이름좀 기억해주면 덧나요?
"아, 세페우스. 호호호 우리 꼬마 손님이 왔네?"
"네. 오늘은 잘 되나요?"
"니가 상관할바 아니지만... 아까 방금전에 손님이 어찌나 정력이 좋던지... 어휴 죽을뻔 했지
뭐야... 그래서 오늘은 쉬려는데. 아, 마침 잘됐다. 너도 누나들이랑 놀래?"
"예? 진짜요? 같이 놀아도 돼요?"
"으응. 기다려. 좀있으면 다른 누나들도 일 끝나니까 그때 놀자."
세페우스는 10살의 애띤 꼬마애이지만 다른 꼬마들보다 잘생긴 뭔가가 있었다. 귀엽기는 깨
물어 씹어먹을 정도였고 잘생기기까지 해서 누나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세페우스였따.
"네에. 그런데 정력이 뭐예요?"
"으응? 그거야... 니가 알바 아니지만 남자의 힘이지. 허리 힘. 너도 허리 조심해. 허리 다치
면 영원히 끝이야."
"뭐가 그리 어려워요?"
세페우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얏!"
찌푸렸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뒤에서 누군가가 꼬집었기 때문이다.
"어이, 요즘에는 뜸하더니 오늘 온거야? 어유 우리 어린 왕자님!"
"아퍼요! 어? 이야! 오늘은 화장했나? 예쁘네."
"어머, 호호. 얘가 사람 볼 줄 아네? 호호호."
"흥, 아부야. 꼬마 애가 뭘 볼줄 알겠어?"
질투심인지는 모르지만 맨처음 꼬마를 알아본 여자가 볼을 꼬집은 여자에게 말했다.
"뭐야? 이게!"
"뭐야? 또 싸우냐?"
또다른 여자가 다가왔다.
"어? 세페우스 왔네? 야, 반갑다. 얼마만이니?"
"히히. 제 이름도 기억하네요?"
"당연하지. 내가 크면 결혼할 남자인데 당연한거 아냐?"
"결혼요? 저랑?"
"그으래."
"아, 아야."
살짝 볼을 꼬집은 여자는 싸우던 여자둘을 바라봤다.
"오늘은 빨리 끝났네? 난 내가 제일 빨리 끝나 기다릴거 걱정했는데."
"있잖아, 오늘 어찌나 정력 넘치는 놈을 만났는지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어머? 좋았겠네."
"얘는!"
"호호호."
"어? 누나. 또, 와요."
세페우스가 나머지 한명인 여자를 보고는 세명에게 말했다. 그 여자는 곧 세페우스를 알아
보고는 손부터 뻗었다.
"으아아악!"
세페우스의 고함. 그것은 볼이 고통받는 소리였다.
"여전히 귀엽네."
"아, 아파요, 아파! 씨."
"그래, 미안. 하지만 너무 귀여운걸. 부비부비."
가벼운 몸을 지닌 세페우스를 번쩍 든 여자는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얘! 세페우스 죽겠다."
"얼마나 볼이 부드러운데. 귀엽잖아. 호호호."
"그래 뭐 좀 먹어야 겠지? 뭐 먹으러 갈래? 술은 세페우스... 때메 안돼고..."
"술 먹어요! 한번 먹어보고 싶거든요."
"어린게! 벌써부터 어른들 하는 것 따라하려고 해?"
"에이, 냅둬. 그래. 우리 왕자님 말대로 술먹으러 가자."
항상 세페우스한테 왕자님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세페우스의 손을 잡고 끌고 갔다. 세페우스
가 누나들중에 제일 좋아하는 여자였다.
시끌벅적.
밤이 깊은 시간. 술집은 하루중 가장 손님이 많은 황금기를 맞이하듯이 사람이 가득했다. 세
페우스와 여자 네명은 다행히 자리를 잡고는 맥주를 시켰다. 맥주는 특별히 세페우스것까지
다섯잔이었다.
"호호호, 세페우스 왕자님. 언제 목욕하고 않했어?"
"저기... 그게... 일주일전?"
"하하하. 그럼 술마시고 우리 다 목욕하러 갈까?"
"오케이!"
"좋아!"
"호호호. 남자랑 목욕해? 어머! 창피하게..."
"우리 왕자님, 오늘은 때빼고 광나겠네?"
"응? 으응..."
"호호호."
엄청난 수다쟁이 여자들이라 생각한 세페우스는 곧 나온 맥주잔에 고개를 돌렸다.
"자, 마셔. 우리 왕자님도."
짠. 짜장.
맥주잔이 부딪혔다. 새로운 세계로의 도입에 흥분한 세페우스는 조심히 한모금을 들이켰다.
"으엑? 이게 뭐야? 씁쓸하고 달짝지근하고 미슥거리고 쓰고, 쓰고, 쓰고... 넘어올 것 같아..."
"호호호호"
웃었다. 긴 감탄사도 있었지만 세페우스의 표정이 예술 그 자체였다. 마치 전위예술의 모든
것을 보는 듯 했다.
"그럼 맥주는 그만 두고 머 먹을까?"
"으음... 난 과일 쥬우스. 에엑... 속이 미슥거려."
"그래. 그럼 세페우스는 과일 주스. 누나들은 밥을 못 먹었으니까... 닭 통구이 어때? 두 마
리 정도 시키면 되겠지?"
"조오치!"
"얼른 시켜."
"야! 고만 껴안고 나좀 주라."
"시러. 나 춥단 말야."
"너만 춥냐? 나는 더 추워. 봐. 이 바지 좀."
"그래도 시러. 아, 알았어. 그럼 1분만. 부비부비."
"윽... 아야... 깨물지는 마욧! 간지럽단 말예요."
"호호호, 귀여워라."
세페우스도 사람을 가리는지 버크에게는 반말을 줄줄 내뱉더니 누나들에게는 벌써 자세부터
가 달라졌다. 하긴 더러운 거지보다야 향기로운 여자가 더 좋은 법이긴 하지만.
아무튼 귀를 깨물려 닭살이 뽀득뽀득 돋아난 세페우스는 누나를 꼭 껴안았다. 감촉이 좋은
덕분도 있지만 엄마 품 처럼 따뜻했다.
세페우스는 어려서부터 어떻게 자랐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그저 다섯 살때부터 돌아다
니며 구걸한 것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세페우스의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것은 오직 세페우
스의 생각나지 않는 깊은 머리 속이었다.
"호호호, 얘는 내가 제일 좋은가봐. 안떨어지려고 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계속 안고 있을게.
호호호."
"에리, 너 1분 지났어. 나 슬슬 화난다!"
"힉! 왜 눈을 부라려?"
"춥단말야. 으드드드."
"칫. 받아."
마치 물건이 된 세페우스였다.
술집 안은 전혀 춥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아기살결을 유지하고 있는 세페우스를 보듬을 명
분이 있어야 하기에 연극을 하는것이다.
"이아스, 나 맥주 한잔 더 시켜주라."
"엑? 르우, 다 마셨어? 통닭구이 나오면 안주랑 먹지."
"조금 목이 말라서 술이 받는다. 닭이랑 같이 주문 좀 해줘."
"어렵지 않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오늘 일어난 일에 수다를 떨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 세페
우스는 그저 과일이나 집어먹고 있는 것 뿐이었다.
"아, 나왔다!"
김이 펄펄나는 잘 구워진 노릇노릇한 닭이 드디어 다섯이 앉아 있던 테이블로 옮겨졌다.
"훌쩍. 쩝쩝쩝."
"맛있네. 호호호, 세페우스. 천천히 좀 먹어."
"아, 알았어요."
"이잉, 나만 닭다리가 없잖아! 치사하군, 치사해. 지들끼리만 다리 뜯고... 히잉."
"넌 날개나 먹어, 세르. 키킥."
"칫! 칫! 칫! 두고 보자고요. 으와아앗!"
부욱! 쩝쩝쩝, 꿀꺽, 쩝쩝쩝.
표현하자면 광속의 속도 그러니까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타키온(빛보다 3배 더 빠르다는
가상의 물질)의 속도였다.
"오오!"
옆 테이블에서 예쁘장한 미녀가 게걸스럽게 뜯는 장면을 보고 군침을 흘리던 남자들이 환호
성을 질렀다. 세르의 모습을 보고 그런지는 알수 없지만 세르의 귓가에는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았다.
씹지는 않고 입에 넣어 놓다가 가득 모이자 세르는 더욱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르의 얼굴색이 세 번 바뀌고 제대로 돌아왔다. 세페우스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당연하다.
자신의 미래의 결혼 상대의 모습이 저것이라면... 고려해봐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호호호호."
애써 넘긴 세르는 세페우스를 포함한 다른 여자들의 시선에 애써 웃었다. 애써 넘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넷은 애써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참은 그 웃음도 결국은 터지고야
말았다.
"킥킥킥, 푸하하하, 히히히히히."
"푸키키킥."
"하하하하."
세 번의 얼굴색은 이러했다. 맨처음은 시뻘개지더니 점점 허얘지고 시퍼래지더니 흙빛을 띠
다가 빠른 속도로 활색으로 돌아왔다. 인간의 신비는 카멜레온을 능가한다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실험이었다.
"여기 술 한잔 더주세요!"
세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큰소리로 맥주를 시켰다. 진정이 된 테이블에는 세페우스의
한마디에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나... 혹시 출생이 거지였어? 손으로 그것고 더럽게 집어먹게?"
세페우스의 실망담긴 목소리에 세르는 손을 내저었다. 겨우 꼬마의 말에 당황한 이유를 모
르겠지만 아무튼 세르는 꽤나 당황한 것 같았다.
"저기 그게 아니라... 갑자기 배가 고프니까... 그래서 술을 마셨는데... 그게 서레 걸려 너무
독해서... 그러니까 닭고기가 막 넘어가서, 숨이 막혔더니..."
"킥킥킥...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는 다섯은 여관방으로 갔다. 여관은 보통의 여관으로 각방에 두명씩
지내고 있다.
주점에서 먹은 것이 모자랐는지 과일이나 고기등 간식거리를 사가지고는 그래도 조금은 깨
끗한 에리와 세르의 방으로 몰려들어갔다.
"어휴... 답답하네. 창문 좀 열어봐. 숨막힌다."
"으응."
창문은 미닫이 식으로 꽤 큰 쪽으로 속했다. 그냥 보통 평원에 있는 도시라 바닷가나 산은
구경할 수 없었지만 탁트인 평원이 보이는 곳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하야, 이제 겨울이 되가는 거야? 쓸쓸한 계절이여... 아무튼 얼른 우리 세페우스가 커야 나
랑 같이 사는데 말이지... 더 이상 못기다리겠단 말야?"
"으득. 쩝쩝쩝. 그러다가 진짜인줄 알겠다. 이제 그만 작작해. 세르."
"어? 호호, 진짜야. 넌 내가 이제까지 장난하는 줄 알았어? 난 진짜로 커서 세페우스랑 결혼
할거다. 그치 세페우스?"
"네? 아... 세르누나..."
"뭐야? 대답해. 싫어?"
"아니... 예... 하지만 닭고기 먹는 것은 싫은데..."
아직은 10살이라 정리가 안된말이었지만 대충 이해한 세르는 즉각 대답했다.
"아까는 그게 술을 마시다가 서레가 걸려서 써 죽는줄 알아서 닭고기를 씹었는데... 그게 닭
고기가 길쭉한 것이 목에 걸려서 숨이 막혀셔 잠시 안넘어갔던 거야. 세페우스가 이해해야
지. 안그래?"
"아, 그래요."
잠시 이해가 안가는 긴 말이었지만 대충 알아들은 세페우스는 사과를 집었다. 아까 먹은 사
과가 생각나고 버크 할아범이 생각났다.
"버크!"

루이나드

제 1장.  만남 (2)

"뭐야? 세페우스."
"왜그래?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는? 버크는 또 누군데? 숨겨논 애인이야? 버크는 남자이름이
니까 그럴리는 없고."
"아, 잠깐 누나들. 이따가 올께요. 더워서 바람 좀 쐬고요."
"호오?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심각하게 말하니까 허락은 하는데 그대신 일찍 와야해? 니가
없으면 누나들이 추워서 얼어 죽을거야."
"예? 진짜요?"
"아니, 아냐. 갖다와."
이 상황에도 이아스와 르우는 잡담을 떠들고 있었다.
"응? 어디가 세페우스?"
"잠시 좀..."
"잘 갖다와. 있잖아, 어저께 저녁에 돈 없이 들어 온 놈때메 주인 언니가 막 싸웠는데 갑자
기 사내 자식이 주인 언니 얼굴을 쫙 갈기는 거야, 세상에. 그래서 나랑 다른 애들이랑 달려
들어서 그 사내자식을 밟아 버렸지. 참고로 난 거시기를 하이힐로 꾸욱..."
딸칵.
세페우스는 자신의 목까지 오는 문 손잡이를 돌려 열어 젖혀서 나오고는 한 사람의 이름을
쓸쓸히 불렀다.
"버어크..."
천천히 걸어갔다. 차가운 바람만이 지나가는 골목에 어린 소년이 걸었다. 꽤 추운지 두팔을
품에 껴안고 걸어가고 있었다.
"흐음... 혹시 잠시 기절한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확신이 들자 확신하기 위한 소년은 발이 안개처럼 흐리게
보이도록 발을 놀렸다.
"하, 할아범! 으음?"
세페우스는 놀리던 발을 급히 멈추고는 소매로 코를 틀어막았다.
생전 처음 껴보는 비릿한 냄새. 소름이 끼치도록 진득한 냄새.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더욱 질리는 그것. 바로 피.
"으악!"
거지들과 부랑아들이 모두 쓰러져있었다. 허리나 머리가 떨어져 나간것도 있었고 배가 갈려
내장이 터져 나온 사람도 있었다. 살벌한 도륙 현장이었다. 생전 처음 사람 죽은걸 구경한
세페우스로서는 경악을 넘어선 혼돈이었다.
"으, 으악!"
세페우스는 그 살육 현장 가운데 서있었다가 버크 할아범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버크를 확인했다. 그 역시 가슴에서 다리까지 선혈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시력 2.0의 눈으로 확인한 세페우스는 피가 묻는 것도 염려치 않고
버크를 안아 들었다.
"버, 버크 할아범. 살아 있어?"
"으으으... 세페... 니놈이냐?"
"그래, 할아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으... 컥..."
입에서 피를 머금은 버크는 부르르 떨리는 손을 세페우스 뒤로 가리킨 체 쓰러져 버렸다.
죽음이었다.
"으응? 뭐, 뭐야? 뒤, 뒤에 뭐가 있길래... 흐익!"
검은 물체. 온통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이 서있었다.
"누, 누구세요?"
"죽어라."
"자, 잠깐! 잠깐만요."
검은 옷의 사람은 달빛에 번쩍이는 검을 들여올렸다.
"뭐냐. 난 니놈의 하찮은 유언을 들어줄 시간은 없다. 죽어라!"
"저기, 사, 살려주세요."
"흐잉? 뭐냐 니놈은."
"저기... 억울해요. 왜 제가 죽어야 해요?"
"흥. 머냐. 에잇, 그냥 죽어!"
"잠깐!"
"이씨! 이놈이. 그냥 죽으라면 죽지. 자꾸 잠깐만이래! 귀찮게시리."
"그냥 귀, 귀찮으니까 살려주시면... 안돼나요? 자, 잘생긴... 아저씨."
"웃긴놈이네? 넌 내가 잘생긴 줄 어떻게 알았지? 난 복면을 쓰고 있는데?"
"아, 그건... 그건... 제가 투시 능력이 있기 때문이예요!"
대충 얼버무리기 위해 외친 세페우스였지만 그 말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모르는 세페우스였다.
"하하, 투시? 그럼 이놈아. 내 바지 주머니에 뭐가 들었냐?"
"주, 주머니요?..."
세페우스는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삼킬수는 없는법. 문득 뒤로 넘
긴 손으로 이상한 물건이 잡혔다.
"사... 사과..."
잡힌 물건은 사과였다. 아까 세페우스가 먹다가 버크의 사과쇼에 놀라 떨어트린 사과였다.
교모하게 버크의 이불속에 들어가 있었는지 들쳐진 이불안에 사과가 있었다. 물론 손에 잡
은 물건을 얼떨결에 말한 세페우스였다.
"엉? 사과? 아, 아닛!"
검은 옷의 사내는 확인하듯 주머니에서 물건을 집어 꺼냈다.
"사과... 이놈 진짜 투시 능력이 있는거냐?"
"그게..."
"으악!"
"허억!"
"뭐, 뭐야!"
다른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거친 비명소리였다. 아마도 지나치다가 살육현장을
발견했는지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명이 아니라 꽤 여러명인 것 같았다.
"흐음... 재미는 없지만 짜증나는 놈이군. 읏챠."
검은 옷의 사내는 세페우스를 들쳐없었다.
"너는 나랑 같이 간다. 아직 어려서 진짜로 죽일생각은 없지. 하지만 입은 막아야 하니까 일
단은 같이 간다."
"시, 싫어요! 내려주세요."
세페우스는 몸을 바둥거리면서 반항을 했다. 발로 검은 옷의 등을 걷어찬 세페우스는 동작
을 멈춰야만 했다. 검은 옷의 사내의 몸이 멈칫 한 것이다.
"이 자식이!"
딱.
"응? 으으음..."


"으으음..."
벌떡.
"일어났냐?"
"저... 누구세요?"
"기억 안나냐?"
"그, 살인자!"
"그래, 그래."
"저기... 거기 있었던 사람들... 다 죽인건가요?"
"그래. 이 사회에 필요없는 쓰레기들이지. 가차 없이 버렸다."
잠깐 이해가 안간 세페우스는 금방 이해하고는 얼른 물었다.
"왜 죽였죠?"
꽤나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거기서 살아온 세페우스는 주위의 사람 모두 알고지내던 사람
들이기에 죽인 이유라도 알고자 했던 것이다.
"말했듯이 쓰레기라서... 아 내가 죽인게 아니라 시장의 부탁으로 죽여준 것이다. 시장은 겁
쟁이라서 병사들을 시켜서 죽일수 있는 배짱이 없지. 괜히 이 일 때문에 왕궁에 불려가는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대신 내가 죽여준 것이다.
"돈을 받고요?"
"당연하지. 내 직업은 암살을 주로하는 암살자. 돈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얼마나 받았어요?"
"흥.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군. 3천 골드."
세페우스는 골목의 사람들을 죽인일은 잃어버린 듯 했다. 버크 빼고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
다. 그냥 같은 부류의 사람들일뿐.
"3, 3천 골드요? 그렇게나 많이!!"
*참고 : 이시대에서의 1 골드면 10,000원이다.
물론 세페우스에게는 거지들의 목숨보다 3천 골드가 더욱 값어치 있는 것인줄 알고 있다.
"훗, 이것보다 더 많이 받는 것도 많다."
"최고로 많이 받은 일은 뭐고 얼만데요?"
"후훗... 3년전인가? 페론 백작을 암살하는 것이였는데... 아마 10만 골드(10억)였지?"
"10, 10만 골드요? 그렇게나... 많이... 그럼 저도 암살자를 할 수 있나요?"
"죽어라 열심히만 한다면."
"그럼 저좀 가르쳐주세요."
"뭘...? 혹시 암살자가 되겠다는거냐?"
"네."
"하하하. 말도 안된다. 이게 되고 싶다고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냐. 그만큼 힘든 직업이 이
것이라서 너같은 놈은 안돼!"
"하고 싶어요!"
"그럼, 한 10일만 버텨봐라. 가르쳐주지."
"진짜요? 야호! 마침 할 일도 없어서... 심심했는데. 진짜죠?"
"그럼 우선 1차 테스트. 네 몸의 자질을 판단하는거다. 몸치라면 가망성이 없거든. 원래 널
간단하게 마법을 써서 입만 막으려고 했지만 제자를 키운다는게 워낙 재미있을거 같아서 키
우는거야."
스릉.
검집에서 검이 뽑혀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피해봐. 잘못피하면 죽는다."
"뭐, 뭐예요! 죽는다고요?"
"죽을수도 있지. 아주 멍청하지만 않다면."
"잠깐만요! 저는 검같은거 안줘요?"
"피하기만 하면돼."
"잠깐만요!"
들어올렸던 검을 다시 멈추었다.
"듣기 싫다!"
검은 세페우스를 향해 곧바로 내리 찍혀졌다. 정확히 머리를 두쪽으로 낼 심산인지 정확히
세페우스의 머리 가운데로 향했다.
"으악!"
세페우스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굴려 옆으로 피했다. 암살자의 검은 바로 옆으로 꺾여 따라
왔다.
"히힉!"
다시 세페우스는 뒤로 굴러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세페우스의 눈은 시력이 좋기에 검의
방향을 정확히 집어내는데 탁월했다. 아무튼 세페우스는 뒤로 굴러 재빨리 일어섰다.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생각했는지 입을 나불거렸다.
"살려주세요!"
"흥!"
"으아악!"
또다시 검이 찌르기로 세페우스의 배를 향해 돌진했다. 이번에도 세페우스는 옆으로 굴러
몸을 피해냈다. 하지만 검을 그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바로 따라붙었다. 세페우스의 머리
가 검의 바람에 의해 휘날렸다. 그리고 눈이 감기면서 목으로 향하는 검이 얼핏 보였다.
루이나드

제 1장.  만남(3)

"허억!"
정확히 세페우스의 목줄기. 그곳에 날이 시퍼렇게 슨 파란 검이 자리잡고 있었다. 세페우스
는 그 차갑고 예리한 검날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따.
아슬아슬하게 목줄기의 살에 갖다댄 검은 조금만 어긋나도 목을 그을 듯 했다.
"하하하. 꽤나 빠른 몸놀림이군. 좋다. 시험은 합격이다."
검이 거두어 졌다.
"끝난건가요?"
"그렇다. 몸의 반사신경이나 검을 보는 눈은 좋은 편이야. 판단력이 조금 떨어질뿐이지. 몸
놀림도 가볍고."
'휴, 다행이다. 나는 역시 천재라니까! 후후훗. 암튼 죽을뻔 했네.'
세페우스는 도둑질이 취미이자 특기였기에 몸놀림 하나는 빨랐다. 그리고 돈 주머니를 노리
는 손과 눈은 말할것도 없이 최상이었다. 암살자의 최상 조건에 만족한 몸매를 가추었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넌 나이가?"
"네? 아, 예. 10살이요, 사부님."
"사부님? 호오... 꽤 괜찮군."
첫 제자를 받아 들이는 검은 옷의 남자였다.
"그런데 니 이름은 뭐냐?"
"세페우스라고 하는데요."
"세페우스? 내 이름은 페르나."
'페르나? 여자 이름 같아.'
"그런데 여긴 어디죠?"
"마을 정문 옆으로 세 번째 집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복면은 안벗고 옷이랑은 안 갈아입나요?"
"널 어떻게 처리할가 생각하고 있는중이었지. 네가 바로 깨어났고. 네 나이에 죽이기는 안돼
서 마법으로 그 모든 기억을 지우려고 했지. 그런데 제자가 될줄은 몰랐다. 제자도 나쁘진
않으니까. 평소에 한명 키우고 싶었거든."
"무슨 애완동물 키우듯 말하네요."
"무슨 상관. 그런데 너 목욕 언제 했냐?"
"일주일 전이요."
"저기가 샤워실이니까 씻어라. 냄새가 역겹다. 옷은 내가 하나 사올테니 나오면 입고."
"아, 지금 당장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냐? 당장 들어가!"
세페우스는 욕조안에 물을 받아 놓고 안에 들어가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까지의 일들... 그
리고 앞으로의 일.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럭저럭.
"랄랄라. 으앗 뜨거!"
온수 조절이 불량했는지 갑자기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펑펑 쏟아졌다. 다향히 데지는 않
았지만 꽤나 뜨거웠기에 얼굴이 화끈 거렸다.
*참고 : 이 시대에는 하수도 설비가 발달해서 급수 공급이 자유로운 시대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는 세페우스는 나른한 기분에 축 늘어졌다. 욕탕은 꽤 커서 세페우스
가 눕고도 많이 자리가 남아있었다.
"응? 어억! 더러운 물이 왜이리 많이 나왔지? 더러워라. 샤워기가 고장났다?"
비누칠도 안했는데 물이 뿌연해진걸 보고 세페우스가 말한 것이다. 세페우스는 샤워기에서
더러운 물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까? 전혀 아니다. 세페우스의 몸에서 우러나온
때국물과 때였다.
"랄랄라. 즐거운 목욕."
쓱싹쓱싹!
긴 타올에 비누를 잔뜩 묻히고는 몸 여러 군데를 씻었다. 타올의 마찰에 한주먹씩 때가 나
왔고 땟국물은 끈임없이 흘렀다. 아마 세페우스가 다 씻었을 즘엔 하수구가 막혀 있을 것이
다.
오! 그렇다. 하수구가 막혔다. 물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욕탕의 물이 밖으로 흐른다.
"빌어먹을! 하수구가 막혔나? 이 집 욕실은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네."
지탓은 죽어도 생각못하는 세페우스다. 아무튼 다행히 뚫렸는지 물이 빠졌고 세페우스는 무
사히 몸을 닦고 나올수 있었다. 하얀살이 뽀얗게 됐고 빛을 받아 빛나기까지 했다.
"응? 엇!"
"왜, 왜요?"
"씻으니까 괜찮게 생겼네?"
"네? 어엇! 여, 여자!"
"왜? 불만이냐?"
"아, 아니... 복면을 썼을때는 남자 목소리가..."
목소리가 바뀌어 있었다. 얼굴은 방금 봤지만 복면을 쓸때와 목소리가 다른 것이다. 복면을
쓸때는 분명 굵은 남자 목소리였다.
"몰라도 되지만 알려주지. 보이스 체인지(voice change : 목소리 바뀜)다. 마법이야."
"예? 마법이요? 그런것도 가능한가요? 그런데 왜 목소리를 바꿨나요?"
"그거야 내 정체가 탄로나면 암살자 직업을 할 수 없으니까. 너도 내가 암살자라는 것을 말
한다면 죽여줄테니까 입 다물고."
"아, 예. 알겠어요."
"늦었으니까 자자. 피곤하다."
"아, 네. 그런데 진짜 암살자 맞아요? 여자가?"
"왜? 여자는 암살자 되라는 법 없냐?"
"연약한 여자가 암살자라니..."
"여자도 단련하면 남자보다 더 근육이 나오고 근력이 늘어날수도 있어. 남자가 근골이 더
뛰어나긴 하지만. 아무튼 음... 오늘은 침대가 없으니 나랑 같이 자자."
"예? 동침이요? 그, 그런..."
"이 자식아! 무슨 생각하는거야? 응큼한 녀석. 그냥 잠만 자는 거야. 어린 것이 벌써부터 그
런거 생각하면 커서 뭐가 될려고 그래?"
"아, 네... 그럼 저는 지금부터 여기서 먹고 자고 하는 건가요?"
"당연하다. 넌 거지니까 갈때도 없고 오라는데도 없을거 아냐? 그리고 이제부터 넌 내 제자
다. 하하, 그러니까 내 집에서 자는 거야 당연한 거지."
"좋으세요?"
"당연하지.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꽤나 흥미있는 일중 하나지. 우선 10일동안 니 자질을
지켜보고 난후지만."
"네. 아웅, 졸리다. 피곤... 하지는 않지만 늦었으니까 얼른 자요."
딸칵.
마법등이 꺼졌다. 이 시대에는 전깃불이 없기에 촛불이나 등잔, 또는 랜턴이나 마법등을 사
용하는데 꽤나 부자인지 마법등을 사용하는 페르나였다. 마법등은 그 지속 시간이 계속 켜
놓아도 보통은 1년이 넘는다. 하지만 가격은 100 골드다. 꽤나 비싼 가격이다.
"혹시 방금 끈거... 마법등인가요?"
"그래."
"비싼건데... 부잔가 보죠?"
"당연하다. 돈이 안된다면 애초에 암살자가 되지도 않았다."
"으음... 그럼 의뢰는 자주 들어오나요?"
"나를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꽤 들어오긴 하지. 한달에 두건?"
"두건이요? 무슨 의뢰가 나오나요?"
"여러가지가 들어오긴 하지만... 보통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죽여달라는 거지. 음... 사람
찾아달라는 것도 있고 물건을 찾아달라는 것도 있지. 정보를 물어볼때도 많이 찾지. 난 이
세상의 일을 누구보다도 잘아는 정보원이니까."
미래의 의뢰소나 용병소, 또는 길드의 시발점이다. 지금은 마법 길드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마법 길드도 마법사들끼리만 정보를 교환하거나 수련을 하는 집단정도이다.
"그, 그렇군요.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데요?"
"그건 내 생명이지. 보통은 내가 잘 사용하는 마법사 집단을 찾지. 이 시대 최고의 마법사가
만든 길드 말야. 보통 마법 길드는 마법사들끼리 드나들며 노는데지만 그런 마법 길드가 아
니라 마법 길드의 진짜 내부를 말하는거야. 사라니안을 포함한 몇 명이지. 사라니안이 누군
지는 아냐?"
"물론이죠. 한때는 마법사를 꿈꾼적도 있지만 그것은 부잣집 아들자식놈들이나 하는 거라서
저는 꿈도 못꾸죠."
"꽤나 똑똑한 놈이군. 그 나이에 자신의 처지를 바로 알다니. 흠... 넌 내가 보기엔 괜찮은
놈이다. 앞으로 재미있어지겠어. 내일부터 수련을 할테니까 일찍 자둬. 수다는 끝이다. 내가
물론 수다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피곤하거든. 오늘만해도 수십명을 베었으니까.
너를 우선 제자로 한것도 혼자 살기 심심해서 그런데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아. 우선 10일간
만이야."
"네에."
세페우스는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신이 왜 이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하는가. 버크와 자
신이 아는 사람들을 죽인 사람과. 암살자. 꽤나 무섭기도하고 신비하기도 한 존재이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암살자가 되고 싶은걸가. 아니면 몸을 담고 기댈때가 없으니까?
이유는 많지만 아무래도 세페우스는 자신도 암살자가 되고 싶은 것일 것이다. 왜냐구? 돈을
많이 버니까.
"저기...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있는데요."
"물어봐."
꽤나 졸린 듯 목소리가 가라 앉아 있었다.
"재산이 얼마나 되요?"
"거지라 돈을 꽤나 밝히는군. 마법 길드에 맞겨논 돈이 백만 골드정도 된다."
"배, 백만 골드요?"
"그래.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이지."
"그, 그럼 왜 아직도 암살자 직업을 하는거죠? 그냥 편히 살면 될 것을..."
"흥. 삶의 가치를 모르는 너같은 어린놈은 몰라도 된다. 그냥 잠이나 퍼자."
"네에..."
오늘 세페우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페우스가 나이를 좀 더 먹었다면 적응이 어려
운 말도 안돼는 생활의 변화였지만 고작 해야 10살인 세페우스가 뭘 알겠는가.
침대에 몸을 편히 뻗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온몸에 밀려왔다. 목욕까지 한 기분에 몸이 나
른해졌다. 이렇게 생활이 바뀌기를 누까 생각했겠는가.

"야, 일어나. 야!"
"응? 누, 누구? 아! 사부님."
"사부님? 햐! 그거 명칭 좋네. 하하. 하지만 사부라는 것은 낮간지러우니까 쓰지마. 괜히 나
이들어보이구... 그래 아무튼 일어났으면 먹을거나 사와."
"예?"
"돈 줄테니까 빵이나 과일이나 맛있는 것 좀 사오라구."
"네에. 그런데 몇시예요?"
"응? 얼마 안됐어. 11시정도?"
"예? 벌써요?"
"어제 너 때문에 새벽 2시에 잤잖아, 임마."
페르나는 게으르기에 11시까지 퍼질러자는것도 일찍 일어난 것이었다. 세페우스때문인지 꽤
나 신경이 쓰였나보다.
"그런데... 요리 못해요?"
"아마, 없을걸? 어렸을 때 엄마가 스프 만들 때 저어준 것이 고작이다. 아무튼 사오기나 해,
이 자식아. 잔소리가 많아?"
"네."
페르나가 돈을 잔뜩 쥐어줬다. 익히 빵집을 알고 있는 세페우스는 맛있어 보이는 빵을 둘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산다음 과일집으로 갔다. 신선한 과일이 잔뜩 있었고 세페우스는 사과
와 오렌지를 제일 먼저 고른 다음 다음 나머지 등등을 조금씩 샀다. 그리고 마을 조금 밖에
있는 곳에 가서 신선한 우유를 샀다. 페르나가 특별히 강조해서 시킨 일이었다. 우유를 먹어
야 하루가 즐겁다나?
"다녀왔어요."
"이 자식아. 걸음이 소걸음이냐? 무슨 심부름 시켰는데 한 시간이나 걸려. 등가죽이 뱃가죽
하고 키스하겠다."
"우유 때문에... 새로 짜느라고. 다 떨어졌다고 해서요."
"아, 그래? 그럼 됐고. 먹자, 먹어. 어! 내가 사과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지? 사과를 많이
사왔군. 하하하."
으득. 와삭와삭.
페르나가 사과를 씹을 때 세페우스는 빵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생전 몇
번 먹어본적이 없는 고급 빵이었다.
"야, 너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좋은 것이라도 길가에서 주웠냐?"
물론이다. 좋아하는 빵을 열심히 먹고 있다. 페르나를 우연히 주워서 빵을 얻어 먹고 있다.
"너무 맛있어서요."
"그래? 난 질려서 별로... 난 사과하고 우유나 먹을테니까 빵이나 많이 먹어라."
"네."
세페우스는 자신의 처지가 도둑질 해서 먹는 음식에서 비싼 빵으로 옮겨진 자신의 생활을
믿지 못하면서도 실컷 빵을 입에 넣었다. 우유라는 것을 마셨을 때 약간 비릿한 맛이 느껴
졌지만 먹을수록 맛있었다. 금방 빵의 달콤함이 우유의 비릿한 맛을 없애버렸다. 딸기쨈을
처음 먹어본 세페우스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같았다.
"우유가 맛있나요?"
"그래."
"전... 별로 그렇게 맛 없는데. 그런게 뭐가 맛있다구..."
"무슨 상관이야, 이 자식아. 아무튼 다 먹었으면 나랑 같이 검이나 사러가자."
"검이요?"
"그래. 당연한 것 아냐? 사람을 죽이려면 맨손으로 때려 잡을수 없으니까 검이 있어야 할
것 아냐. 그래서 내가 좋은 거 하나 사주겠다는 거지. 내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까 따라오기
나 해."
"네."
똑똑똑.
시장의 맨 끝 한 구석진 곳. 옛날에는 무기점등을 했을듯한 흔적이 있는 곳. 하지만 지금은
자그마한 건물이 쓰러질 듯 먼지가 쌓여있었다.
"누가 안에 있긴 있나요?"
"그래. 겁쟁이 길버트하고 할아버지 한명이 있지."
"겁쟁이요?"
"으응. 저번에 길버트한테 암살 의뢰가 한번 들어왔는데 죽이기 직전에 가보인 검을 하나
주면서 살려주라고 해서 살려준 할아범이야. 그래서 지금은 마치 없는 것처럼 문을 잠그고
숨어서 살지. 키킥, 늙었으면 죽는 날이 별로 무섭지도 않을텐데 끝까지 살고 싶어서 발악인
란..."
"그, 그래요. 그 검은 어딨는데요?"
"팔아먹었어. 나에겐 쓸모 없는 거니까. 아마 1000골든가 했었지?"
"가보면 꽤 좋은 검일텐데요?"
"그게 아니더라고. 그냥 꽤 좋은 검이지 가보는 아니였어. 알고보니 검 만드는데 꽤 실력이
좋은 할아범이더라고. 팔아먹은 검은 길버트가 만든 검중 하나고. 아마 이 집 지하에 똑같은
검 몇십자루는 더 있을거야. 이 집 밑에 굴을 파고 창고를 하나 만들었거든. 두더지라니까.
하하하."
"그런데 진짜 죽은거 아녜요? 안나오는데..."
"어이, 길버트 할아범! 있는거 다 알아. 숨 붙어 있는 것도 알고. 문 안 열면 부술거야. 빨리
열어!."
...
"세페우스. 아무래도 안되겠다. 문 좀 부셔봐."
"예? 부셔요?"
"발로 몇번 때리면 부숴지게 돼있어. 어지간히 오래된 문이어야 말이지."
"자, 잠깐! 내가 잠시 졸았다가 깨서 그래. 기다려."
안에서 조금 굵은 노년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완전한 할아버지는 아니고 중년과 노년의
사이있것 같았다. 나이로 치면 50정도?
찰칵. 끼이이이.
녹이 많이 슬었는지 쇠와 쇠가 끌려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낫다.
"오, 이제야 나오시는구만, 길버트 할아범."
"니년은 잃어버릴만 하면 찾아오는군! 흥. 무슨 일로 오셨나?"
"여자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이 아이한테 검을 하나 사주려고 왔어. 좋은 검 있지? 당
연히 있겠지. 구경 좀 해도 되겠지?"
"물론. 하지만 돈은 지불해야 해."
"물론. 후하게 쳐 줄테니까 좋은 검 있음 있는대로 보여줘."
"들어와. 조금 더럽긴 하겠지만. 허허허. 오랜만의 손님이군. 그런데 딴 볼일은 없겠지? 내
목을 딴다거나..."
"시끄러운 늙은이. 곧 있으면 죽을 거면서 벌벌 기다니. 겁쟁이 길버트라는 말이 어디 가겠
어? 사람을 그렇게 보기 싫어해서리."
"흥."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문을 열고 내려갔다. 먼지가 뿌옇게 일었지만 세페우스에게 장애는
되지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검을 가져본다는 설레임이 세페우스의 몸에 가득차 있었다.
"여기다. 지금은 몸이 작으니가 작은 검 하나하고 곧 있으면 클거니까 큰 검 하나 주면 되
겠지?"
"잘 아는군. 노망은 아직인가?"
"큭... 그럼 레이피어하고 바스타드소드가 있는데 보여줄까?"
"묻지말고 알아서 보여줘. 나보다 더 잘 알거아냐, 검에서는."
길버트는 다리를 쭈그려 않더니 길다란 상자를 열어 천에 잘 싸여있는 검 한자루를 꺼냈고
그 옆 상자에서 또 검 한자루를 꺼냈다. 페르나는 얼른 천을 풀어 검을 살폈다.
"괜찮긴한데, 장난하지 말고 더 좋은 검 꺼내줘. 돈은 많이 있으니까."
세페우스 눈에는 아주 멋지고 좋은 검처럼 보였지만 페르나의 눈에는 영 아닌 듯 했다.
"흥. 그게 그래도 있는것중 괜찮은 거야."
"괜찮은 것 말고 제일 좋은 검을 달란말야! 내 첫 번째 제자인데 선물은 좋은 걸 해줘야지.
음... 1만 골드(1억원) 주겠어."
"응? 진작 말하지. 더 좋은 것이 물론 있지. 허허허. 기다리라구."
많은 상자들을 옮기더니 제일 안쪽에 있는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러더니 고급스런 천에 조
심스럽게 싸여 있는 검 두자루를 꺼냈다.
이때 세페우스는 검 두자루가 무슨 만 골드나 할까 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만 골드면 엄청
많은 돈이고 세페우스로선 평생 구경이나 해볼까 한 돈이었다.
'하지만 저 검로 나중에 암살자가 되서 돈을 벌면 되니까 그냥 검을 사자. 히히히.'
꽤 많은 돈이었기에 세페우스는 고민을 하다가 사기로 했다. 지 돈도 아니면서 무슨 고민을
할까나.
"아! 레이피어에 쓰여있는 것은 마법 스펠? 마법검이야?"
"그래. 1만 골드라니까 특별히 마법검을 주는거야."
"으음... 파이어 볼이랑 텔레포트 두가지뿐? 그리 좋은 것은 아니군."
"그래도 마법검은 그리 흔한게 아니니까 그것도 좋은거야. 바스타드는 아마 내가 만든것중
두 번째로 좋은 걸거야."
"응? 더 좋은 검이 있단말야?"
"그건 이미 팔았어. 내가 본 최고의 기사에게. 후후."
"칫. 그 자식 누군지 괜히 약오르네."
"그런데 마법검이 뭐예요?"
세페우스는 당연히 모르는 것이었기에 페르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친절히도 설명해주는 것은 길버트였다.
"마법검은 검에 마법 스펠을 새겨서 마법 주문만 외우면 마법을 모르는 기사라도 마법을 쓸
수 있지. 하지만 기사라도 마나가 없으면 못쓰니까 마나라는 게 있어야 돼. 알겠냐?"
"으음... 마법 스펠은 뭐고... 마나는 뭐예요?"
"으음... 나중에 저년에게 물어봐라. 아무튼 좋은 검이다라고 알고 있으면 되는거야."
페르나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숙녀에게 무슨 말버릇이야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다가
들어간 것 같았다
"네에."
"1만 골드는?"
"나중에 사람을 시켜서 갖다주지. 꽤 많은 돈이니까."
"그럼 약속 꼭 지키고 가봐. 니 얼굴은 보기 지켜우니까."
"흥. 좀 있으면 내 얼굴 기억도 못할 늙은이가. 아무튼 고맙다. 노망이나 들지 마라."
"재수없는 년."
먼지가 머리에 쌓였는지 빨간 페르나의 머리에 흰 것이 쌓여있었다. 물론 세페우스의 파란
머리에도 쌓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둘은 머리를 털고는 집으로 향했다. 일을 다 봤으니까
집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저기... 1만 골드나 써서 검을 사줘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내 제잔데. 뭐 버려도 안 아까운게 돈인데 그까짓 1만 골드야 별로 안아까워."
"허걱... 아무튼 고마워요."
"하하하... 됐어."
"그런데 레이피어가 머예요?"
"이 검을 말하는 거다. 길이는 한 1m 10cm정도 되는 것이고 가볍고 날렵한 검이지. 너는
이 검 두 개를 모두 익혀야 한다. 크면 두 개의 검을 사용하겠지. 바스타드 소드는 꽤 1m
30cm인데 꽤 긴편이군. 원래 1m 25cm정도 인데... 아무튼 좋은 검이니까 소중히 다뤄라."
"네. 그런데 검이 1만 골드나 해요? 비싸네요."
"물론 명검은 비싸지. 레이피어에 있는 마법 스펠은 파이어 볼이랑 텔레포트인데 꽤 유용한
마법이니 많이 쓰일거야."
세페우스는 레이피어를 들어보았다. 평범한 검날에 평범한 검자루였다. 무게는 세페우스가
한손으로 들정도로 가벼웠고 검날도 두께가 얇았다. 하지만 그만큼 날카로웠다. 검신 가운데
에는 마법 스펠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었다. 어찌보면 서로 대조
되는 듯 했지만 각자 다른 성질의 것이었는지 따로 따로 구별되어 보였다.
"아! 맞아. 마법 스펠이 뭐예요?"
"마법을 쓰기 전에 외우는 주문하고 마나를 배열하는 거야. 마법을 쓰려면 마나라는 힘을
운용해서 새로운 원소를 창조해내야 하고. 그것을 마법 스펠로 가능하게 한거지."
"어렵다... 마법은... 아직 무리일 것 같아요."
"꼭 그렇지도 않아. 크면 자연히 알게 될것이니까 미리 알려고 하지마."
"네에. 그런데 지금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어떤 수련부터? 검 휘두르기? 아니면..."
"호호, 달리기당. 나보다 달리기가 빠르다면 수련을 안해도 좋아. 하지만 느리다면 나보다
빨리 달릴 때까지 달리기를 계속 한다. 그게 너의 수련다. 하하하."
"달리기요? 자신 있죠! 헤헤헤, 봐줬다간 큰 코다칠테니 전력을 다하세요."
집에 도착한 페르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한쪽에 놔두고 레이피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세
페우스는 입고 있던 고급 옷을 벗고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페르나가 사다준 5벌의
옷중 운동에 편한 면바지였다.
"어디까지 시합해요?"
"음... 성문 밖 숲에서 호수까지 어때?"
"예. 예?"
"왜그러니?"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요?"
"당연하지."
"얼만데요?"
"20km."
"아시는 분이 왜그래요?"
"뭐가?"
"지금 20km를 달리자는 거예요? 그렇게 먼 거리를? 걸어서 가도 힘든데?"
"잔말말고 따라와. 짜증나게시리. 언제는 시합하자면서. 20km는 얼마 안머니까 뛰어보기나
해."
"그래도... 설마 20km를 다 뛰진 한겠지?"
물론 혼잣말이다.
"시작!"
휘잉.
"으에?"
세페우스가 스타트를 할 즈음 페르나는 이미 10m앞을 내달리고 있었고 세페우스가 10m를
뛸 즈음엔 이미 50m를 뛰고 있었다.
"빠, 빠르다. 아냐, 괜히 속도 내고 안보일 때 몰래 쉬고 있을거야. 히히힛! 그럼 나도!"
쌔앵.
"헥헥헥!! 헉헉헉! 아이구 옆구리 쑤셔! 헥헥! 하아하아..."
세페우스는 1km가 넘는 거리를 죽어라 뛰어갔지만 페르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더 멀리 뛰어가 있는 듯 했다.
"혹시... 옆으로 빠져서 숲에서 숨어 있는거 아냐? 히힛! 그럴거야. 그럼 내가 먼저 호수에
도착해서... 히히히!"    
세페우스는 죽어라 뛰었다. 전속력으로 뛰던 것을 페이스에 맞춰 뛰었다. 어릴적부터 달리기
를 많이 한 세페우스라 페이스 조절을 꽤 했고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하아하아."
10km정도에 왔을 때 숨이 턱 윗까지 차올라 있었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머리에는 땀이 흠
뻑 졌었다. 발걸음은 이미 천근, 만근이었다.
"그래, 좀 쉬자. 사부도 인간인데 안쉬고 뛰었을리 없잖아? 맞아. 그럴거야. 히히."
마침 음지에 큰 돌이 사람 한명이 누울만한 크기로 놓여있었다. 싸늘한 기운을 담은 돌이라
세페우스가 눕자 금방 땀이 식었고 춥기까지 했다. 숨은 골라졌고 다리도 풀렸지만 힘이 다
시 돌아왔다.
"이제 또 뛰어볼까?"
천천히 뛰던 세페우스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혹시 페르나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헉헉!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힘을 더 내자!"
18km지점에서 세페우스가 한 말이었다. 그의 몸은 물먹은 스펀지를 짜듯 땀을 쏟아내고 있
었다.
점점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컸다. 바닷가 처럼 바람도
많이 불어 휴식처나 놀이공간으로 좋았지만 마을하고의 거리가 멀어서 사람이 별로 많지 않
았다. 하지만 그 근처에 집을 짓고 사람들이 많아서 호수에는 사람이 항상 있었다.
"헥헥! 마지막 전력 질주! 으다다닷!"
종점이 보이자 세페우스의 후들거리는 다리가 박차를 가했다. 호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
다. 페르나가 없을지도 모른다!
장장 두시간에 걸쳐 달리기가 끝났다. 세페우스는 호숫가 잔디에 몸을 뉘였고 얼굴에는 웃
음이 가득했다. 10살에 20km를 달렸다면 상당히 빠른것이다.
"히히히! 이겼다. 이겼어! 다큰 아줌마를 이겼다! 하하하!"
호숫가에는 세페우스와 조용히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 한명뿐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할아
버지 옆에 딸인 듯 한명이 앉아서 졸고 있었다.
세페우슨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한테 다가갔다. 혹시 페르나가 왔는지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저기 여기 혹시 누가 달려오지 않았나요? 다큰 어른인데 여자이고요. 나이는 한
20정도? 그리고 키는 꽤 크고요. 빨간 긴 머리인데. 옷은..."
"혹시 페르나를 말하는 것 아니냐?"
"예, 페르나... 예? 혹시 아세요?"
"알다마다. 한시간전쯤에 와서 놀다가 우리집에서 자고 있는데? 나는 지금 페르나한테 맛있
는 저녁 해주려고 고기를 잡고 있는 중이고. 혹시 니가 페르나 제자냐?"
"예에. 그런데 한시간 전쯤이요? 방금전이 아니라?"
"달리기 시합을 했다는데 넌 왜 이제야 오는거냐? 페르나는 이미 한시간 전에 왔어."
길다란 흰수염이 잘 어울리는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말도 안돼... 이씨!"
"허허, 그러지 말고 너도 이리 앉아서 나랑 놀자꾸나. 저녁 먹고 갈거지?"
"네? 사부님이 먹고 가신다면 먹어야죠."
"자, 낚시대 하나 줄테니 너도 낚시나 해봐라. 저녁 먹을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낚시요? 생전 처음 해보는 건데... 알려주세요."
"여기 줄 끝에 바늘해다가 이 열매를 달고 이렇게 하면 된다."
휘잉! 휘리리릭!
할아버지가 낚시대를 뒤로 크게 빼더니 빠르게 잡아당겨 호수 저 멀리에 낚시줄을 날려보냈
다. 거리가 상당해서 겨우 낚시 미끼가 떨어지는 곳이 눈에 보일까 말까했다.
"와아. 저렇게 멀리까지 날아가네요? 어디 나도 한번."
세페우스도 낚시바늘에 열매를 달더니 뒤로 한껏 빼서 앞으로 잡아 당겼다.
휘릭. 퐁당.
"에게? 제껀 낚시대가 안좋은건가 봐요. 다른 것 주세요."
"허허, 요놈이 지탓은 안하고 낚시대 탓만 하느냐? 요놈아!"
딱.
돌에 돌이 부딪혀 일어나는 소리. 하지만 지금의 소리는 머리에 주먹이 부딪혀 나오는 소리
였다.
"으악! 아퍼요! 왜 때려요?"
"요놈이!"
딱.
"으아악! 왜 그러세요!"
"그래도?"
"아, 아녜요. 됐어요!"
같은데를 두 번이나 맞은 머리는 불룩 튀어나왔다. 그만큼 세게 때렸다는 증거다. 세페우스
는 못마땅하게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혹을 쓰다듬었다.
'지독한 할아범!'
루이나드

제 1장.  만남 (4)

"봐라. 낚시대는 여기 손목 회전하고 팔의 회전이 일치해야 멀리 잘 날아가는 거야. 이렇
게!"
휘잉. 휘리리릭.
"와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입에 파리가 들어갈정도로 입을 열었다 닫은 세페우스는
낚시대를 건네받고 자신도 따라해봤다.
휘릭! 퐁당.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자식아, 무조건 힘으로만 하려니까 이렇게 되는거지. 힘은 그렇게 많이 안넣어도 돼. 하
지만 손목과 팔의 움직임이 일치하면서 힘까지 실어야만 날아가는 거다. 타이밍이 중요하
지."
휘릭! 퐁당.
"손목을 더 휘둘러! 다시!"
휘릭! 퐁당.
"너무 일찍 손목을 움직였잖아. 다시!"
귀신같이 알아보는 할아버지였다.
'이씨! 재미 하나도 없네.'
"저기 그만하면 안돼요?"
"사내자식이 한번 했으면 끝을 봐야지. 잔말말고 다시해!"
할아버지의 기세가 꽤 쌔서 세페우스는 찍소리도 못하고 다시 낚시대를 잡아야만 했다.
'히잉. 괜히 할아범한테 와서는. 이얍!'
휘릭. 피유웅.
"어라?"
무심결에 손을 휘두른 세페우스는 깜짝 놀랐다. 왠지 무슨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거다. 이제 감이 좀 잡히느냐? 하지만 아직 멀었어. 힘을 더 내서 쥐어. 다시."
낚시바늘이 할아버지가 휘두른것의 반절정도 다다른 것이다. 꽤 재미있어져서진 세페우스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낚시대를 휘둘렀다. 하지만 좀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듯 할아범의 다
시 소리만 연발했다.
"다시!"
휘릭. 피유웅. 퐁당.
"다시!"
... ...
낚시대 날리기는 계속 되었고 세페우스는 달리기해서 뛰어왔을때보다 더 괴로워했다.
'팔도 저리고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히잉'
벌써 한 시간째 낚시대만 휘두르고 있었다. 손이 저리고 다리가 아픈 것은 당연했다.
'아, 하기싫어. 귀찮아. 윽! 하기싫어. 히잉. 엄마! 죽겠다. 씨...'
휘릭. 피유우우웅.
"어라?"
"오오!"
낚시바늘이 수면위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멀리 날아갔다는 소리
였다.
"드디어 해냈군!"
할아버지가 더 난리였다. 좋아서 어쩔줄 몰라한 세페우스는 방금 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
고 다시 시도했다.
휘릭. 피유우우웅.
"어! 된다! 히힛!"
이미 해는 기울었고 세페우스의 낚시는 계속되었으며 할아버지는 고기 몇마리를 건져 올렸
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자."
"벌써요? 재미있는데."
"그럼 더하고 들어올래?"
"아, 아뇨. 지금 들어가죠. 뭐. 날도 어두워졌는데."
해가 일찍 저무는 겨울이 나가오고 있었다. 호수 바람은 차가워졌고 물은 싸늘해졌다.
"응? 이제 들어와?"
부시시시... 벅벅, 벅벅.
"이제 일어났구나."
"네에, 세페우스. 넌 언제 왔냐?"
"너보다 한시간 정도?"
"흐응? 꽤 빠르네. 호호호, 쓸만하군."
"헤헤헤... 그런데 사부는 방금 일어났어요?"
"어? 하하하, 오랜만에 달렸더니 조금 피곤해서... 그런데 요놈 훈련 시켰어요?"
"그래. 꽤나 재능이 있는지 금방 잘 따라하더구나."
무슨 말이지? 세페우스의 생각이었다.
"낚시말이야."
할아버지가 금방 알려주었다.
"그게 뭐요?"
"하하하, 모르는구나? 내가 특별히 첫제자에게 관심을 써서 훈련시키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
하라구."
"훈련이요?"
"그래. 할아버지가 잘 했다니 훈련은 잘해낸것같군."
"야아! 그런데 낚시랑 훈련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하하하하. 당연히 모르겠지. 조금 피곤하겠지만 나와바."
"네."
"호호호, 할아버지! 고기 많이 잡았죠? 요리 좀 부탁해요. 전 요리를 못하니까요."
"허허허, 알았다."
쌀쌀한 바람이 페르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자다 깨서 그런지 몸을 부르르 떤 페르나는 다리
를 동동구리면서 세페우스에게 말했다.
"자자, 어서 끝내고 들어가자구."
"네. 그런데 뭘하죠, 사부?"
"여기 챙겨온 검이 있지. 들어."
"아직은 좀 커요. 길다고 해야하나?"
"금방 키가 클테니까 기다려. 지금은 기초체력만 쌓으면 되니까. 자, 검을 휘둘러봐. 자유롭
게 아무렇게나."
"예? 아, 네, 사부. 조금만 떨어지세요. 야압! 얍! 흐업! 힉!"
나름대로의 기합을 지르며 열심히 휘둘렀지만... 과연 멋있게 휘둘렀을까? 물론 아니다. 흐느
적 거리는 검신과 힘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는 검은 누구라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
에다가 절도란 하나도 없었고 검끝은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 세페우스에게는 무겁지는 않았
지만 길었다. 감당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페르나는 다행히 일을 저지르기 전에 세페우
스를 멈췄다.
"그만. 호호,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휘두르면 되냐? 쯧쯧쯧. 아까 낚시 할 때처럼 손목하
고 팔을 이용해봐. 잃어버리진 않았겠지?"
물론이다. 낚시대 날리는 걸 장장 세시간이 넘게 해온 세페우스였다.
"네. 히야압! 흐업! 어라?"
아까보다 많이 달라진 휘두르기였다. 꽤 속도가 빨라졌고 힘이 들어가 있었으며 위협적이기
까지 했다. 절도있는 휘두르기였기만 역시 검이 길었는지 검신이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하하하하, 처음치고는 잘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들어가자. 춥다! 으으으으..."
"전 조금만 더 하고 들어갈께요."
재미를 붙였는지 이리 휘둘러보고 저리 휘두르는 세페우스는 갖가지 묘기를 부르며 무당춤
을 추듯이 신들린 듯 검을 휘둘러댔다.
"히히! 꽤나 재밌네? 어으 춥다. 들어갈까?"
검을 휘둘렀으면 땀이 나야 당연했지만 휘두른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검의 무게도 별로
무겁지 않아서 호수에서 부는 바람이 더 추웠다.
"으아아, 춥다, 추워. 어? 맛있는 냄새?"
"어서와, 세페우스. 할아버지가 매운탕을 끓였으니까. 추운날에 먹으면 아주 맛있지."
"예? 예, 사부. 그런데 매운탕이 뭐예요? 말 그대로 매워서 매운탕인가?"
"먹어보면 알거아냐."
"어? 어서들 앉아라. 맛있는 매운탕이다. 페르나가 좋아하는 것이지? 어릴 때는 거의 매일
와서 먹었잖아."
"네에!"
페르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식탁에 앉았다. 복면을 쓴 사람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누
가보면 아주 평범한 처녀로 보고 암살자라고 하면 대다수가 웃어 넘겼을 것이다.
"후루룹. 으뜨뜨... 와아 시원하다."
세페우스의 목구멍에 뜨거운 국물이 천천히 넘어가면서 몸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맛있지? 할아버지의 매운탕은 일품이거덩. 먹어먹어!"
"네."
"허허허, 너 때문에 이 할아버지가 살아간다. 허허허."
할아버지는 페르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넉살좋은 웃음을 마음껏 내보냈다.
"허허허허."
"후루루룹. 햐! 맛있다. 쩝쩝쩝."
매운탕 안에 들어간 물고기는 괴로운지 입을 쫙 벌리고 눈을 까발렸지만 드시는 분들은 아
주 행복했다.

"어라? 여기서 자고 가는거 아녜요?"
"당연하지. 침대도 할아버지꺼 한 개 뿐이고 잘때도 좁아서 없으니까 집에 가서 자야지."
"서, 설마... 20km를 다시 뛰어 가자는 거예요?"
"그래. 아무튼 열심히 뛰어. 안그러면 숲속에서 얼어 죽을테니까. 할아버지는 추우니까 마중
나오지 말고 절대로! 절대로 나오지 마세요. 그러면 가볼께요."
"허허허, 그래. 잘 가거라!"
"히잉. 어떻게 가지?"
"먼저 간다. 빨리 따라와라!"
쌔앵...
"히잉..."
결국 세페우스는 3시간 30분이을 죽어라 뛰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숲속에서 자꾸 부엉
이가 울어대서 겁을 많이 먹었지만 다해히 오들오들 떨며 도착할 수 있었다.
"헥헥, 페르나 스승님! 저 왔어요!"
조용했다. 세페우스는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렁! 푸우... 쿨쿨쿨... 냠냠... 쩝쩝... 드르렁..."
"엑! 머야? 벌써 자네? 코까지 골면서... 히잉! 치사하다. 사랑스런 제자를 기다려주지도 못
하고..."
집안이 꽤 조용했던지 페르나의 코고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하지만 결코 큰소리는 아니
었다. 단지 세페우스가 약이 올라 크게 들은 것 뿐이었다.
"어? 쪽지?"

  세페우스에게
많이 늦어서 먼저 잘테니까 오면은 샤워하고 배고프면 저장고에 있는거 꺼내먹고 자거라.
샤워 꼭 해야 돼! 침대는 아직 니깐 못 샀으니까 내 침대 위에 올라와서 자고. 단! 건드리
면 안된다! 잠깨우면 죽을줄 알아! 마지막으로 샤워는 꼭해라!

"잠탱이!"
세페우스가 쪽지를 바닦에 내던지며 뱉은 소리였다.
"으음..."
"히익!... 휴우... 샤워나 해야겠다."
솨아아아.
따뜻한 물줄기가 세페우스의 몸을 적시며 내려갔다. 세페우스는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와 몸
이 탁 풀렸다.
"헤에... 잠이 막 쏟아지네? 빨랑 씻고 자야겠다. 아! 그전에 배 좀 채워야지."
세페우스는 재빨리 몸을 씻고는 저장고에서 빵을 꺼내 먹었다. 아침에 먹었던 그 빵이었다.
고급빵이라 너무 맛있었던 세페우스는 아침의 기분을 만끽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장고는 마법 물건으로 꽤나 고급품이다. 냉장고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으로 아이스
마법이 걸려있다.
"아! 정말 맛있다."
"샤워에 빵까지 먹은 세페우스는 잠이 막 몰려와 페르나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금방 잠
이 들었다. 누운지 1분정도 지나자 잠이 든 것이다.
페르나의 잠버릇을 증명하듯 침대는 꽤 컷다. 침대가 작으면 굴러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쿠울! 냠냠..."

훈련을 받고 체력단련을 하고 그렇게 10일이 지났다. 세페우스는 페르나의 정식 제자가 되
었다. 세페우스는 페르나와 할아버지와 많이 친해져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말랑. 말랑.
'어라? 뭐지? 재밋네?"
조물락. 조물락. 말랑. 말랑.
'근데 이게 뭐지?'
세페우스는 손에 뭔가 부드럽고 탄탄한 둥근 것이 만져지자 눈을 떳다. 그리고 페르나도 똑
같이 눈을 떳다. 세페우스의 일으켜진 몸과 페르나의 누운몸에서 눈이 마주쳐졌고 페르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풀어 헤쳐진 상의와 노출 되어있는 가슴. 그리고 그 위에
놓여있는 세페우스의 작은 손... 점점 일그러지는 페르나의 얼굴.
"이 자식아!"
"히익!"

"오늘은 수요일이지?"
"그럴걸요."
세페우스는 머리위에 있는 3층 '혹' 건물을 만지작 거리며 대꾸했다.
"그래? 그럼... 가지고 와서 들어."
꽤나 차가워진 페르나의 목소리였다.
'저 자식이 언제 변태로 돌변할지 몰라. 조심해야 해. 변태 자식. 제자놈을 잘못 받았단 말
야. 히잉... 나의 가슴이... 나의 순결이... 나의 지조가... 나의 몸이... 으윽!! 참자, 참어.'
세페우스는 집안에 두었던 레이피어를 들고 집앞에 서 있는 페르나에게 갔다.
"아니... 레에피어가 아니구 바스타드 소드로 가져오란 말야. 오늘은 검으로 체력단련을 할거
니까."
"네, 사부."
세페우스가 들기에 너무 무거운 바스타드 소드를 세페우스는 죽어라 휘둘렀다. 보통사람이
서 있으면 30분도 못버티는 기마자세를 유지한체 바스타드 소드를 머리위로 들어서 앞으로
베는 동작을 세페우스는 계속했고 페르나는 앉아서 베는 횟수를 세고 있었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옆에는 빵과 우유를 둔채 담요를 덮고. 가끔식 졸기도 했다.
"48.. 49.. 50.. 쉬어라."
"예? 헥헥... 네에."
세페우스는 아직 10살이다. 10살의 체력으로 4kg이나 하는 바스타드 소드를 50번 휘두르는
것은 지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기에 충분한 근육도 생성되지 않은 뽀얀 팔이
었다. 물론 어른 체격으로는 껌이겠지만.
저장고에서 바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고 5분정도 후 바로 검 단련이 다시 시작됐다. 세페
우스가 자청해서 한다고 했다. 이유는 땀이 식어 춥다고...?
이번에는 50개를 채우기가 죽도록 힘이 들었다. 첫 번째 휘두를 때 힘을 다 빼놔서 차츰 가
다가 팔이 떨어짓듯 아파왔다.
"쉬어..."
페르나가 꾸벅꾸벅 졸다가 세페우스가 깨워서 한 말이었다.
가을날의 조금 싸늘한 날씨에 담요를 덮고 조는 것은 아주 달콤한 휴식이었다. 그 휴식을
페르나는 마음껏 즐겼다. 언제 의뢰가 들어오고 힘든 일을 맞을지 모르기에 페르나에게는
황금같은 시기였다.
"네, 사부님."
이번에는 30분정도 쉰 것 같았다. 해는 하늘 높이 떠 자정이 지낫다는 걸 알려주었다.
페르나는 담요를 걷고 일어나서 세페우스를 불렀다.
"다 쉬었지? 그럼 할아버지 한테 가볼까?"
"예? 또 가요? 말도 안돼!"
"왜? 체력단련을 해야 뛰어난 암살자가 되지. 달리기 체력은 암살자로선 기본이야. 달리기
한 다음엔 검 휘두르기 200번 할거니까 바스타드 소드 준비하고 따라와. 레이피어도 챙겨오
고. 아, 레이피어는 내가 가지고 갈테니까 넌 그냥 바스타드 소드만 들고 와라."
"말도 안돼..."
"알았냐고!"
"네에... 사부."
세페우스의 머리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훈련이 이렇게 어려울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아, 참. 그리고 오늘 훈련 끝나면 용돈을 주마. 물론 니 마음대로 쓰도록 하고. 10골드 줄
게. 그리고 훈련을 끝낼때마다 1골드씩 주마. 그러니까 열심히 하도록 해."
페르나는 돈이 많다. 자신이 얼마가지고 있는 지도 모를정도로.
"예? 10골드나 준다고요?"
"그래."
세페우스에게 10골드란 꿈도 못꿀정도의 돈이었다. 거지였던 세페우스가 가져본돈은 기껏해
야 2실버. 그것도 버크한테 훔친 것이었다.
"이얏호! 얼른 가요. 할아버지한테. 근데 배고프다... 밥 먹고 가죠."
"안돼. 달리기 할 때는 속이 차있으면 절대로 안된다. 그래서 나도 의뢰를 받고 일을 할 때
는 항상 굶지. 밥을 먹고 뛰며 숨이 금방차고 옆구리도 아프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토하는 거
란 말야. 난 토하는 거 질색이야. 너무 고통스러워. 그리고 토한 것이 아깝잖아. 주워 먹을수
도 없고. 배도 꺼지고. 그러니까 할아버지한테 가서 맛있는 매운탕 먹자."
"네에."
"헥! 헥. 으아아아! 얼마 안 남았다아아앗!"
마지막 전력 질주로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호수의 바람에 금방 땀이 마르고 추위가 몰려
왔다. 하지만 페르나의 명령으로 세페우스는 낚시를 해야만 했다. 물론 저녁거리를 낚는 것
도 있지만 훈련을 빙자한 것이다.
"으쌰! 또 잡았다! 헤헤헤, 월척이다. 할아버지!"
이 호수는 왠지 대형 물고기들만 사는 것 같았다. 연속적으로 큰 물고기들만 걸렸기 때문이
다. 아마 세페우스가 맨 처음 잡은 고기 크기가 50cm이던가? 아무튼 이번에도 30cm의 물고
기를 잡아서 허겁지겁 집으로 향했다. 물고기가 50cm이면 힘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초보인
세페우스가 사력을 다해서 겨우 잡을수 있었다. 여기서 또 아마 그 물고기의 입이 거의 반
절이 찢어저 있었다나?
"오! 또 잡았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헤헤! 그런거 같네요. 이제 그만 해도 되겠죠?"
"하하하하. 그만 해도 좋다. 물고기도 큰 놈으로 4마리나 잡았는데."
'으득!'
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입을 위해서 세페우스를 고생시킨 것을 세페우스는 물론 알고 있었
다. 눈치밥 생활 3년, 거지 생활 5년인 세페우스로선 베테랑이라 할 수 있었다.

"아, 맛있다!"
셋은 모여 앉아 50cm의 대어를 넣고 끓인 매운탕을 먹고 있었다. 매운탕은 국물이 맛있지
만 셋은 생선살만을 먹는대도 바뻤다.
'어어? 어라?'
세페우스는 물고기를 뒤지다가 배쪽안의 빨간 물체를 발견했다. 애써 미숙한 젓가락질을 해
서 겨우 그 물체를 꺼내고는 조심스레 살폈다. 공같이 생긴 둥근 것이 쌔빨개가지고는 사탕
처럼 맛있게 생겼다.
"아암!"
보통 평범한 알사탕처럼 둥그런, 조금 큰 빨간 것을 입안에 집어넣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릴
때였다.
"어엇? 잠깐! 세페우스. 그거 먹으면...!"
얌전했던 할아버지가 안어울리게 큰소리로 세페우스에게 소리쳤다.
"얌냠냠. 어? 네? 꿀꺽!"
사탕처럼 생긴 것이 씹자 마자 입안으로 빨려가듯이 넘어갔다.
"그건!"
"네? 어라?"
화르르륵!
"으아... 아아아악..."
ㅊ루이나드

제 1장.  만남 (5)

"뭐, 뭐야? 세, 세페우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까 먹은 그것 때문이야? 할아버지 이거
뭐예요? 응? 몸에서 나오는 이 파란 것은 뭐야? 할아버지 설명 좀 해봐요!"
"허허허. 걱정 하지마라. 진정해, 응? 진정해."
"아, 네. 알았어요. 설명 좀..."
세페우스는 식탁에 앉아서는 눈을 감고 쳐저 있었다. 마치 독을 먹은 사람처럼. 하지만 입에
거품을 물거나 몸을 떨거나 눈을 뒤집어 까진 않았다.
"그러니까, 아까 세페우스, 니 제자가 빨간 사탕같은 것을 집어 먹었잖아. 이 물고기에서. 그
게 말이지, 뭐냐면은 가끔씩 물고기중 영물이 있거든. 그 물고기 안에 방금 니 제자가 먹은
것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나도 한번밖에 보지 못한! 그게 뭐냐면은 영물인 물고기 마나
의 결정체 마나 컬렉션이야. 그 마나 컬렉션은 마나가 아주 많이 응축되있는 한마디로 마나
증강제야. 마법사가 먹으면은 적어도 5클래스 이상의 마나량을 가질 수 있는 물건이지. 알겠
어?"
"그으래애요오?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 아까버... 흐미! 그 5클래스의 마나량을 이 자식이
집어 먹었단 말예요? 그것도 방금 홀라당?"
"그래."
"그럼, 혹시 이거 다시 끄집어 내면 효력이 있나요?"
"아니! 먼저 입에 집어 넣은 사람이 임자야. 벌써 마나가 흡수 되었을걸? 음... 특히 물고기
중 가장 효력있는 것이 영물 마나 콜렉션이 메기인데... 우리가 먹은 물고기 이름이 바로..."
"메기군요..."
"그렇지! 나도 저번에 딱 한번 먹어본 마나 콜렉션이 있는데 그것은 숭어였지. 숭어는 별
로... 증진을 못봤어. 겨우 마나 클래스 1의 량이었지. 지금 니 제자가 먹은 것은 영물 메기
가 얼마나 오래 살았던 물고기냐에 따라 마나량이 다르거든. 그러니까 니 제자놈이 깨봐야
알아. 그런데 진짜 아깝다... 쩝..."
"그래요... 이놈 횡재했네? 대어를 연거푸 몇마리씩 잡더니만... 근데 왜 정신을 못차리는 거
죠?"
"너 같으면 갑자기 한꺼번에 이상한 성질의 기운인 마나를 대량 흡수했는데 멀쩡하겠어? 아
마 오래 깨지 못할 수록 마나량이 더욱 많은것이겠지. 아직도 안깨어나는걸 보니까 꽤나 많
은 것 같은데? 숭어 마나 콜렉션을 먹었을 때 난 10초인가 지나자 정신 차렸는데... 니 제자
놈은 벌써 5분동안 정신을 못차리는 군. 쩝... 횡재했네... 아깝다..."
"으윽... 아까버라... 히잉! 내가 더 빨리 발견하는건데... 쩝..."
좋아는 못할망정 욕을 하고 싶은 둘이었다.
"으음... 아직 어려서 마나를 다룰줄 몰라 쓸데도 없을텐데... 마나를 두고 안쓴다면 점점 자
연적으로 고갈되서 중화될텐데... 어쩌지? 이놈은 마법사로 키울 생각 없냐? 남보다 더 빨리
마법을 배울수 있을테고 뛰어난 마법사가 될 수 있을텐데... 물론 내 밑에서 배운다면."
"마법사요? 안되요. 얘는 내 밑에서 암살자 수업을 받아야 한다구요. 검을 배워야 되요."
"으음, 아니아니. 꼭 암살자는 검으로만 되라는 법은 없지. 마법사도 가능하다구. 너도 마법
을 꽤 알잖니? 그럼 검하고 마법을 동시에 배우게 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지내면서 말
이지."
"예? 으음... 그러면 쓸만한 놈이 되긴 하겠는데... 가능할까요?"
"아직 어린놈이잖니? 10살이면 아직 늦지 않았어. 아니 딱 좋은 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놈을 희대의 영웅으로 만드는 거야. 허허허, 재밋겠는걸? 지금부터 가르친다면 한 20살쯤
에는 영웅이 될 수 있을거야. 검과 마법을 한꺼번에 쓰는 사람. 허허허, 재밌겠는걸?"
"으음... 순식간에 이런일이 일어나다니... 아 복잡해라... 네, 그러죠. 가르치죠. 그런데 할아버
지가 마법 잘 가르칠 수 있죠? 명색이 마법 길드의 부길드장이잖아요? 마음같아선 사라니
안 길드장에게 맞기고 싶은데 사라니안님은 바쁘니까... 아니 아무튼 잘 가르칠수 있죠?"
"허허허, 이놈아 난 사라니안님 하고 레벨이 같아! 무시하지 말라구! 나도 명색이 대마법사
라는 칭호를 받고 지낸사람이라구!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니 제자놈 하나는 잘 가르칠수
있다. 걱정마라. 허허,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걸? 넌 검이
나 잘 가르쳐라. 그런데 검과 마법을 한꺼번에 가르치면 몸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신체
적으로 정신적으로... 잘못하다간 사람 버릴수도 있는데."
"그러니까 나이가 딱 좋은시기잖아요. 아직 10살이라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나이.
아마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아서 가르치는데에는 별 지장 없을거예요. 모두 흡수 할 수 있
을테니 걱정 말아요."
만약 세페우스가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나서 검과 마법을 함께 배운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
적으로나 버티질 못할 것이다. 몸에 혼돈과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이다. 정신착란,
패닉, 쉽게 말해서
하지만 어릴때부터 훈련을 잘 받는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세페우스의 나이 10살. 딱 좋은
시기였다.
"으으음... 어라? 내가 왜 여기있지?"
이미 식탁은 치웠고 세페우스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할아버지와 페르나는 세페우스 앞에 의
자를 놔두고 여러저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제야 깨어났느냐?"
"네? 왜요? 제가 여기 왜 누워있어요?"
"기억 안나느냐? 그 빨간 마나 콜렉션 말이다. 그거 먹고 기절하지 않았느냐?"
"아... 그 물고기 속에 있었던... 빨간 무언가가... 기억 나요. 그런데 그게 뭐요? 혹시 독인가
요?"
"그래. 독이지. 아주 더럽게 안좋은 독."
페르나가 따갑게 쏘아 붙였다. 그만큼 아까운 마나 콜렉션이었다.
"헥? 도, 독이요?"
할아버지는 이제까지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말해줬다. 세페우스는 가끔씩 모르는 말은 얼굴
을 찡그렸다 할아버지의 쉬운 설명에 이해하고는 고개를 연신 끄덕여 모든 것을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마법을 배운단 말이죠? 히힛! 그럼 지금 당장 배워요! 예? 지금 빨리
요!"
"허허, 마법은 그리 쉬운게 아니다. 그래그래. 그럼 지금부터 가르키도록 하지. 허허허, 그래
도 되겠냐, 페르나?"
"물론이죠."
"그래, 설명 잘들어라. 우선 마나부터. 마나는 우주의 초자연적 신비한 힘을 말한다. 이 마나
를 조정해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내는걸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 우선적으로 이 마나
를 모으는 방법부터 알려줄게. 눈을 감고 주위의 흐름에 몸을 맞기고 여러 마나의 성질을
느껴라. 그리고 그것을 원하는 의지가 강력히 분출되면 자연히 마나가 몸 안으로 흘러 들어
올 것이다. 계속 이 수련을 하면 계속 마나가 차지만 다시 빠져나가고 다시 채우면 빠져나
갈 것이다. 이 현상은 주위의 자연 마나가 몸안의 마나를 끌여들여 근본 물질이 되려는 정
화작용의 성질 때문이지만 어느 일정양의 마나가 모이면 불투명한 막을 형성하는데 그 안에
마나가 싸여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이 막이 형성 되기까지의 과정을 1클래스라고
하며 계속 클래스 업이 가능하다. 인간의 클래스 한계는 50이며 드래곤의 경우에는 100클래
스까지의 업이 가능하다고 하지. 알아들었냐?"
"예? 예에."
"그리고 마법이란 것은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가추어져 마나를 일정한 힘과 컨트롤로 변화
시켜 작용하는 것이다. 자유 자제로 컨트롤 하려는 능력을 가추려면 뛰어난 지능과 정신력
을 지녀야 하며 머리속에 마법진을 그려 마나의 공명을 유도하여 조직 배열을 맞추고 발동
주문을 외어야만 마법이 제대로 작동한다. 꽤나 어려운 것이지만 차츰가면 익숙해질 것이니
그냥 몸으로 느껴라. 앞으로 지겹도록 들어 외우기 싫어도 외우게 될것이니까. 그리고 그 다
음은..."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설명을 주절대며 계속 설명을 해주었다. 세페우스는 아직 밝혀진바
없지만 기억력이 천재적으로 뛰너난 놈이다. 할아버지조차도 놀랄만한 기억력을 가진 세페
우스에게 마법을 배우는 것은 천직이었다. 참으로 운이 무지막지하게 엄청나게 좋은 놈이었
다.
"이제 나중에 하고 검술 훈련도 해야지."
벌써 두시간째 하품을 연신 해대고 있는 페르나였다. 주저리주저리 할아버지가 내뱉는 말을
정신없이 새겨듣고 실행해보는 세페우스를 보고 연신 대견해 칭찬을 하면서 배우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것이다.
"네? 아, 조금만요. 사부님."
"에이씨! 고만 해! 나 심심하잖아. 할아버지 그만해요!"
"응? 아, 그래. 중요한 것은 다 설명했으니까 이제 그만 검이나 배워라. 나도 이제 좀 쉬어
야지. 늙어서 오래 가르치기도 힘들구나. 아 참! 니 마나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 해봐라. 설
명을 잘 했다면 할 수 있을테니까. 어서."
"아, 잠깐만요."
세페우스는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속으로 빠져들었다. 심장쪽에 푸른 색깔의 마나들
이 모여 들어차 있었고 몇겹으로 막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마나 클래스를 상징하느 것이
었다.
"하나, 둘...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여덟 개요."
"응? 방금 여덟 개라고 말했느냐?"
"으응. 네. 확실해요. 막이 8개가 들어가서 마나를 감싸고 있는걸요."
"허허, 이놈이 횡재를 해도 보통 횡재를 한 것이 아니네? 운 좋은놈."
"예? 횡재요?"
아직 세페우스는 모르고 있었다. 보통 마법사들이 마나 클래스 1을 높이려면 1년이 넘게 걸
리는 힘든 일이라는 것을. 하긴 8클래스의 마나량을 한순간에 얻은 세페우스로서는 그것을
못느낄수 있는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세페우스! 레이피어 들고 빨리 안나와?"
"아, 예! 가요. 간다구요! 그런데 바스타드가 아니구 레이피어요?"
"잔말 말고 가지고 와!"
신경질이 삐직삐직 난 페르나였다. 왠지 할아범에게 경쟁심리가 발동한 것 같았다. 덕분에
이익을 본 것은 세페우스뿐이었다.
"자 오늘은 대련을 하겠어. 난 바스타드 소드를 쓰고 넌 레이피어를 써. 자유 대련이니까 마
음것 공격해. 난 방어만 할테니까. 알았지? 마음껏 공격하란 말야. 절대 피하거나 막을테니
까. 알았지? 알았으면 시작해!"
"그럼, 흐이야압!"
쉬익.
"어라? 어디갔지?"
검에 온힘과 신경을 집중했는지 살짝 피해도 페르나가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페르나가 워낙 빨리 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세페우스의 정신은 점점 흐려져갔다. 그에 따
라 점점 숨도 거칠어졌다.
"허억. 헉. 헤엑. 이야압!"
완전 바보였다. 아무 생각도 없이 휘두른 검에 누가 맞겠는가. 세페우스는 완전히 아무 생각
도 없이 검을 휘둘렀고 재미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귀찮아지기까지 했다. 그만큼
마법에 신경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페르나는 금방 눈치를 챘다.
"이 자식아! 나도 이제부터 공격 하겠어.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어?"
왠 욕설... 정신적인 충격이 조금 작용했는지 세페우스의 몸이 움찔했다. 이쁜 얼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지만 사랑스런 제자에게 욕설은 제자에게는 참지 못
하는 것중 하나였다.
"씨이... 으앗!"
바스타드가 세페우스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왔다. 세페우스가 바스타드가 향해오는 그 동선
을 볼 수 있을만큼 속도가 느렸지만 세페우스에게는 무시무시하게 달려오는 죽음의 전차였
다.
챙.
"어라?"
첫 공격을 막아낸 세페우스의 마음속은 편안하기 그지 없었다.
"막았다?"
"아직 멀었다!"
다시 허리쪽을 가르는 공격이 들어왔고 세페우스는 뒤로 몸을 뺐다. 왠지 능숙하게 빼낸 것
같았지만 워낙 페르나가 바준 공격이었기에 그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페르나에게는 역시 사
랑스런 제자였나 보다. 아침의 불미스런 일은 영 아니었지만.
세페우스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두 번 막아내자 어느덧 재미가 붙어버린 세페우스였다. 쉽게
흥미를 느끼고 쉽게 배워가는 것이 세페우스의 특기이기도 했다. 이만 하면 주인공 할만 하
겠죠?
아직 어린 세페우스에게는 감각이라든지 판단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단순한 사고만이 가능한 세페우스에게는 공격방식도 단순했다. 아무튼 세페우스는 간단한
작전을 하나 새웠다. 그것은 바로 맨처음 페르나에게 찌르기 공격을 재빠르게 전개한다음
연속공격으로 옆베기를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찌르기에서 바로 베기로 전환하기 힘들었기
에(레이피어는 조금 길어서 세페우스가 컨트롤 하기 힘들다.) 찌르기 공격은 페인트여다.
"이얍!"
소리만 우렁찬 우선 찌르기 페인트 공격이 들어갔다. 페르나는 어설픈 동작이라 생각했지
페인트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검에 힘이 실리지 않은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페르나의
눈에는 힘이 실린 공격이나 페인트로 힘이 실리지 않은 공격이나 오십보백보였지만.
페르나는 당연히 찌르기 공격을 피했고 세페우스는 눈을 부릅떠 찌르기 공격은 생각지 않고
신경을 집중해 페르나가 어디로 피하는지만 보았다.
'오른쪽!'
세페우스는 두손으로 레이피어를 꼬나쥐고는 힘차게 오른쪽으로 그었다.
챙!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에 페르나는 검을 거꾸로 세워 가볍게 막아냈지만 10살치고 꽤나 힘
이 들어간 공격이었고 이런 작전을 생각한것에 적지 않게 놀랐다. 하지만 내색 하지는 않았
다. 칭찬을 한다면 더욱 기고만장해져 하늘 높은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참 학구열
에 불타오를 때 약간의 칭찬은 필수였기에 페르나는 한마디를 남겼다.
"제법이네? 어디 또 해봐."
"그럼, 이얍!"
자신의 공격이 너무 쉽게 막혔다는 생각에 세페우스는 정신이 없었다. 약간이라도 페르나의
몸이 흐트러졌다면 괜찮았을테지만 다시 재미가 없어지는 세페우스였다. 칭찬은 귀에 들어
오지도 않을정도로 하찮게 들리는 세페우스였다.
다시 형편없는 공격이 들어왔고 페르나는 따끔하게 정신을 차리도록 살짝 검을 들어 세페우
스의 팔을 그었다.
스슥. 피윳.
살이 그어지면서 조그마한 혈선이 그어졌다. 세페우스는 대결이고 뭐고 없이 상처만 보는데
정신이 팔려버렸다. 페르나는 적지않게 화가 났다. 제자가 배울 생각을 안하는것에 짜증이
나버린 것이다.
"야! 임마!"
페르나는 나머지 손마져 그어버렸다. 이번에는 조금 큰 상처였다. 그래봤자 길이가 5cm안팎
이었다. 그리고 살짝 긁혀 피가 조금 베어나오는 것 뿐 하루만 지나면 깨끗이 사라질 정도
였다.
"으야야앗!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세페우스랑 페르나가 처음만날때가 생각나는 이유는...
"난 니놈의 하찮은 유언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그냥 죽어라아...가 아닌데... 뭐야?"
"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튼 흠흠. 훈련을 할 마음이 없는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냐! 지금 아무 성의도 없이 검 한번한번을 휘두르는데 그게 제자로서의 태도냐?
응? 그럼 이 사부는 무슨 재미로 너를 가르키겠어? 지금 너는 하찮은 실력일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배우면 너도 나만큼 검을 다룰수 있어. 지금 조금만 참고 하면 괜찮아. 그러니까 조
금만이라도 진지하게 마음을 먹고 하자. 응? 알았지? 응? 알았어?"
"으음. 예. 열심히 할게요. 알았어요."
왠지 이상한 기분이 감도는 세페우스였다. 열의가 치솟아 오르는 최면적이 그런것이었다.
다시 검을 꼬나쥐었다. 다시금 낚시를 할 때의 기분을 떠올리고 검을 자연스레 뿌렸다. 이번
에는 페르나도 검을 대어 공격을 막아주었다. 페르나는 막은 세페우스의 검을 밀어 튕겨주
었다. 검을 회수한 세페우스는 공격을 계속했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공격을 자연스
럽게 할 수 있었지만 베거나 찌르는 것은 아직 미숙했다. 낚시를 할 때에는 뒤에서 앞으로
튕기며 낚시줄을 날리기에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르는것과 유사한 동작이었다.
페르나는 이걸 알고는 어떻게 베기와 찌르기를 익히게 할것인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착실히 본능적으로 검을 막아내는 페르나였다. 완전 무의식으로 본능적으로만 날아오는 검
을 막아내는 수준은 되는 페르나였다. 몸따로 마음따로...
'베기는 그냥 체력 단련으로 배워야만 하는걸까? 뭔가 쉽게 자연스럽게 배울수는 없을까?
찌르기도 마찬가지인데... 이따가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나보다 오래 산 사람
이니까.'
"헙! 으라차!"
흐물쩍 찌르는 공격에 페르나는 옆으로 피하며 검을 쳐냈다. 하지만 세페우스는 포기않고
다시 공격할 길을 찾아 진지하게 공격했다.
'이제 꽤나 열심히 하네? 어머, 저 땀좀 봐. 하하하하, 좀 쉬게 해야겠네.'
"그만."
"헉헉. 네?"
"오늘은 그만 하자고."
"예에. 헥헥... 그런데 이 레이피어에 있는 마법 못쓰나요? 마나만 있으면 쓸 수 있다고 저번
에 말했잖아요."
"아, 참. 그거 사용법을 알려줄게. 지금 되렬지 모르겠는데... 우선 마나를 손으로 움직여 모
아봐. 2클래스의 마나량이야. 정확히 옮겨와. 심장쪽의 안쪽 2개의 벽만큼의 량이야."
마나는 심장을 중심으로 겉으로 한겹씩 바깥쪽으로 퍼져있다. 여기서 설명하는 마나 클래스
의 량이 조금 복잡하다. 마나 클래스 0에서의 2.5배가 마나 클래스 1의 량이며 마나 클래스
1의 2배가 마나 클래스 2의 량이다. 마나 클래스 2의 량의 1.5배가 마나 클래스 3의 량이며
마나 클래스 3의 1.333배가 마나 클래스 4의 량이다(여기서 마나 클래스0의 량은 1로 잡는
다). 마나 클래스 0의 마나량의 10배는 마나 클래스 4의 량과 같다. 그리고 마나 클래스 4에
서 마나 클래스 8까지의 량도 10배다. 그렇게 40클래스의 마나량까지 모을수 있는데 마나
클래스 1에서부터 40까지 계산하면 그 량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마나 클래스를 업하는 것은
어렵다. 보통 마나 클래스 1에서 4까지의 마나량을 마법 클래스 1이라고 한다. 그런데 특별
히 드래곤은 마나 클래스 50까지 마법 클래스 13단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마나는 심장 안
쪽의 1클래스의 량부터 쓰는데 4클래스의 마법을 쓰려면 1클래스에서 4클래스의 마나 벽까
지의 마나를 끌어내면 된다. 의지만으로 이것이 가능하다.
세페우스는 페르나의 말대로 마나를 끌어냈다. 꽤나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할아버지의 교육
이 도움이 많이 되어 그것이 가능했다.
"보아하니 손으로 옮긴 것 같은데 이제 이 손에 있는 마나를 검에 있는 주문으로 옮겨. 파
이어 볼의 마법이다. 붉은 색 마법진이야."
"네."
천천히 세페우스는 마나를 레이피어에 있는 빨간색의 마법진 주문으로 불어넣었다. 자동적
으로 손에 있는 마나가 마법진으로 빠르게 빨려들어갔으니 마나만 손으로 옮기면 되는 꽤나
쉬운 작업이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세페우스에게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검의 빨간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이라고 외치면서 검을 원하는 장소로 휘둘러. 의지가 강해야만 한다. 조심해."
"네!"
세페우스는 호수가 옆에 있는 나무로 검을 휘두르며 마법을 외웠다.
"파이어 볼!"
마법진이 절정으로 빛나면서 커다란 불덩이가 눈깜짝할 사이 생성되어 원하는 곳으로 날아
갔다. 세페우스는 파이어 볼 마법진에서 빛나는 빛 때문에 일시적으로 눈이 안보였지만 금
방 회복되고 사람 몸통만한 불덩어리가 나무에 직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페우스는 입을 쫙 벌리며 그 광경을 넋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초자연적 신비한
힘에 놀람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와아... 저게 파이어 볼의 마법."
더욱 마법에 대한 흥미와 집착, 호기심이 가는 세페우스였다. 나무는 파이어 볼의 열기와 폭
발에 타서 나무 기둥은 재가 되고 볼품없이 쓰러져 버렸다. 세페우스는 그걸 볼 사이도 없
이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버렸다. 당장에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페르나는 다시
얼굴에 열이 올랐지만 금방 사그라졌다. 아직 세페우스는 몰랐지만 곧 있으면 알게 될것이
이기에 페르나는 그렇게 열받지 않았다. 마법이 얼마나 어렵고 지겹고 짜증나는 것인지. 페
르나 자신도 마나 클래스 17의 4계열 마법의 유저였다. 검을 더욱 많이 배웠기에 마법은 보
조로 조금 아는 수준이었다.
루이나드

제 2장.  최고의 가르침 (1)

사람의 삶중 가장 중요한 시기는 가르침을 받는 시기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간의 인생이 선택된다.
세페우스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것인가?
그리고 그의 인생의 방향은?

"허허허, 야 이놈아! 검은 놔두고 와라. 검에 있는 파이어 볼의 주문을 빌어 마법을 한다면
그게 어디 마법이냐?"
"하지만, 아직 아는 마법이 없는걸요."
"그래서 내가 지금부터 가르쳐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이 밤에 무슨 마법을 가르쳐 준다고요..."
"허, 이자식, 짜증나는 놈이네? 말의 꼬리를 물고 물어 토만 달고. 잠자코 배우기만 해!"
"네에..."
"자, 지금 배울 마법은 1클래스의 보조 마법 라이트야."
"네? 네에."
"마나의 빛. 대지를 비추는 힘. 라이트(light)!"
파란 기운의 마나가 빛을내며 흰색으로 색을 탈색하더니 마지막 큰 빛을 내면서 안정적인
상황에 접어들었다. 은은한 기운의 새하얀 빛. 처음보는 세페우스로서는 황홀감까지 자아냈
다.
"우와... 이게 라이트 마법?"
"그렇지. 너도 열심히 하면 오늘밤안에 완성할 수 있어. 열심히 해보자."
"네!"
"우선은 이 마법진부터 외워라. 그리고 마나 배열과 조직. 말했듯이 마법 클래스 1은 1차원
직선의 배열이니까 금방 완성 할 수 있을거야."
마법 기초 상식에 대해 2시간동안 듣고 또 듣고 외운 세페우스로선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
다.
라이트 불빛 밑 땅에 나뭇가지로 쓱싹쓱싹해서 마법진과 배열, 조직등을 완성했다. 대충 1차
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그리기는 쉬었다. 세페우스가 알아듣기에도 쉬웠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세페우스의 끙얼거림이 30분간 계속되고 지나자 드디어 세페우스는 마법
을 성공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꽤나 놀란눈치였다. 설마하니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우연이라도 마법을 처음해보는 초짜마법사가 30분만에 마법
을 성공하는 것은 아주 희귀하게 드문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흐음... 들어가자."
"아, 전 조금만 더하고요."
세페우스는 연신 흥얼거리며 마법을 계속 시전했다. 라이트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흥얼거
리는 정도가 더했고 마법은 5번에 3번씩은 성공을 이루었다. 우연이 아니란 뜻이었다.
"마나의 빛. 대지를 비추는 힘. 라이트!(light)."
멋모르는 세페우스는 계속 라이트를 만들어냈고 라이트가 어느덧 30개 가까이까지 생성됐
다.
"이야아! 멋지다!"
밖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라이트 30개의 빛이 태양빛을 능가할 듯 서로의 빛을 뿜어내고 있
었다.
"히힛!"
라이트를 어찌어찌 컨트롤해서 높이 뛰운 세페우스는 재빨리 달려가 페르나와 할아버지를
불러왔다. 페르나는 졸고 있다가 귀찮은 듯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허허허! 이럴 수가."
"하아품! 응? 뭐, 뭐야?"
"멋있죠? 그쵸?"
은은하게 빛을 내는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라이트 30개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황
홀한 세계에 발을 디딘 듯 했다.
"이거 할아버지가 만든 거예요? 잘 만들었네."
"허허허, 내가 아냐. 니 제자 놈이 만든 작품 같은데?"
"네? 그래요? 야! 세페우스! 니가 진짜 이걸 만들었단말야? 어떻게?"
물론 페르나나 할아버지가 라이트 30개를 만드는 거야 누워서 떡먹기보다야 더 쉬웠지만 초
짜인 세페우스가 만들기엔 아직 너무나 모자랐던 것이다.
"네? 어때요? 멋잇죠? 그쵸?"
세페우스는 한껏 부풀려 있었다.
"허허, 이놈이 꽤 제법이란 말야? 어때 페르나. 니 제자놈이 꽤 마법에 재능이 있나보구나."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용하네? 벌써 이정도 수준까지..."
라이트 30개를 만들기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라이틉 30개를 만들어 유지할만한 마나가
우선 필요했고 컨트롤과 어느정도 숙련도도 필요했다.
"어라? 왜 그러지? 현기증이... 으음... 어지러라..."
"허허허. 뭐라고? 어지러? 당장 마법을 멈춰라! 시전을 끊어!"
"예? 왜요? 아, 머리야. 마법 시전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되요? 으으으..."
풀썩.
"으이구! 이놈! 마나가 다 고갈됐어."
"뭐, 아무런 지장은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라이트가 빛을 잃고 모두 사라져버렸다. 세페우스에게서 나오던 마나 공급이 끊겨서 당연한
결과였다.
"갑자기 어두워지네? 빨리 들어가요."
"허허, 그러자꾸나. 이놈 오늘 하루만에도 두 번이나 기절했네?"
"그러게요."
"큰일날 놈이구만."
"그러게요."
"그말만 할거냐?"
"그러게요."
"....."
마나 고갈의 최고의 약은 휴식이다. 그리고 휴식의 최고는 잠이다. 세페우스는 마음껏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이면 회복이 될 것이다.
"할아버지. 집으로 텔레포트 시켜줘요."
할아버지 집과 페르나 집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 간편히 마나만 불어넣으면
작동하는 고급 마법진으로 직접 할아버지가 설치한 것이다. 사실 20km를 뛸 때 페르나는
뛰는 척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텔레포트해서 빨리간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실제로도 빨리 뛸
수 있다. 여기서 고급 마법진이라 한 것은 마법진은 일회용 마법진이 있고 레이피어에 각인
되어 있는 것처럼 영원히 쓸 수 있는 마법진이 있다. 일회용 마법진은 그냥 마법진을 그어
바로 쓸 수 있는 것이었고 영원히 쓸 수 있는 마법진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마법진을 마나
나 막대기로 새겨서(여기서 마나를 쓰는 방법은 일회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리고 영생 마법
진을 만들려면 피로 새기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막대기로 새기는 것도 괜찮다)이미지 세이
브로 그리는 장소에 기억을 시켜둔 다음 영생의 마법으로 마법진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마나가 상당히 많이 쓰이는데 보통 텔레포트의 마법진을 만들려면 마법 클래스 7 이
상이어야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몸에서 마법진을 유지하기 위한 마나는 아직도 계속 빠져나
가고 있다. 할아버지의 마나 클래스는 40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 집에 가려구?"
"당연하죠. 여기서 어떻게 자요. 집에가서 자야지. 침대가 하나 뿐인데. 할아버지랑 세페우스
랑 어떻게 잘 자봐요."
"알았다. 마법진 위에 서."
피융.
금방 마법진에 빛이 나면서 페르나가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날.
"어라? 왜 내가 여기 누워있지?"
"일어나라. 어제 일 생각나지?"
"아, 네."
이번에는 머리가 아파지면서 점점 의식을 잃어버린 과정이 생각났기에 세페우스는 누워있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기절했어요?"
"허허, 내가 잃어버리고 이걸 안 말했구나. 어제 아마 니 마나가 다 고갈되었을거다. 그게
왜 그러냐면은 마나를 막 써서 없어지면은 생기는 자연현상인데 니가 어제 라이트 30개를
만들었다가 그걸 유지하는 마나가 다 떨어져서 그랬던거야. 알았지?"
"아, 그러고보니 마나가 하나도 없네요? 이거 다시 채우려면 마나 수련해야 하나요?"
"당연하지. 하지만 다시 채우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그리고 원래 마나 다 채우면
조금씩 마나가 증진 될테니 아침 될 때까지 마나 수련이나 해라."
"네."
세페우스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호수의 기운, 풀밭의 기운, 언덕의 흙과 나
무의 기운, 모든 마나를 끌어 당기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자 마나들이 반응하며 세페우스
속으로 끌어들여왔다.
"허허, 가능성이 있는 놈이군."
"......"
피융.
"어? 페르나? 왔느냐?"
"아, 네. 그런데 세페우스는요?"
마법진은 부엌 옆에 붙어있다. 페르나가 이동해 오자 바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수 있
었다. 오늘 메뉴는 조금 신선한 것이었다. 야채 샐러드에 감자 고로케, 그리고 닭구이였다.
냄새가 침이 나도 모르게 돌정도로 맛있었다. 냄새가 맛있다는 얘기다.
"침대에서 마나 수련하고 있어."
"이잉. 검 수련해야는데... 여기 우유 받아요."
"허허, 우유 없으면 아침 못먹는 버릇은 여전하군."
"맛있잖아요."
"세페우스는 건드리지 마라. 처음 해보는 마나 수련이니까 꽤 빠져 있을거야. 알았지?"
"알았어요. 난 운동이나 좀 하고 올게요."
"차라리 마법진으로 텔레포트하지 말고 뛰어오지 그랬냐? 운동 삼아서."
"뛰는건 질색이란 말예요. 그리고 운동도 얼마 안되는 거리구."
세페우스가 들었다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세페우스꺼 바스타드 소드 어디에 놔뒀어요?"
"몰라. 내가 아냐? 니가 아냐? 세페우스가 알겠지. 니가 알아서 찾아봐. 그리고 니꺼 검은
안가지고 다니냐? 그러다 녹슬겠다."
"내 검은 절대 녹슬지 않는 드래곤 슬레이어 마법검이예요. 무시하지 말라구요."
"흥! 누가 준 검인데 그래? 내가 아르키어스한테 얻어다 준거 아냐! 아르키어스에게 고작
니가 아부 몇번 했다고 넘어오는 그런 검이 아니라구. 내가 친분이 있어서 달라니까 준거
지."
"하하하하, 아닐걸요. 내 미모가 워낙 훌륭해서 드래곤조차도 빠져버린거라구요. 하하하하!"
참고로 아르키어스는 드래곤의 수장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의 뼈조각을 변형시켜
만든 검인데 보통 마법검으로 훌륭하게 쓰이는 검이다. 뼈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마나가 담
겨있다. 또 참고로 드래곤은 마법 생물로 몸은 모두 마나로 이루어져 있다. 피 한방울도 마
나라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르키어스가 어느정도 친분이 있어서 어떻게 어떻게 얻은 검을
페르나에게 준것인데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 설명하려면 조금 복잡하다.
"어휴 더워."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세페우스의 마나 수련이 끝나고 페르나가 아침 훈련을 끝내 식탁에
앉았다.
야채 샐러드가 맨처음 식탁에 올려지고 그 다음 우유, 감자 고로케등이 올려졌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메인 메뉴 닭이 올려졌다.
번쩍.
세페우스의 젓가락과 페르나의 나이프가 빛을 발했다. 그리고 닭의 배가 갈라지고 헤집어
졌다.
"뭐, 뭐하는 짓이냐?"
둘의 하는 짓을 할아버지는 어이없어한체 지켜보고 있었다. 세페우스의 젓가락과 페르나의
나이프가 멈추자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허! 닭에서 마나 컬렉션을 찾아보려고?"
"에이 없네. 쩝..."
"어제껀 우연인가?"
각각 세페우스와 페르나의 말이었다.
"허허, 밥이나 먹자."

이제부터 진정한 단련을 위해서 할아버지의 집에서 머물기로 동의했다. 새로 침대를 사들이
고 집도 조금 수리해서 넓혔다.
식사를 마치고 세페우스는 바로 검 단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20km의 거리를 죽어라 뛰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검 단련에 들어갔다. 달리기도 했다.
또 검 단련에 들어갔다. 달리기도 죽어라 했다.
검 단련은 계속 되었다. 달리기도 계속 되었고 제법 숨이 안차게 뛸 수 있엇다.
또다시 검 단련이 시작됐다. 다시 달리기였다. 아침마다 달리는 이유는 사부가 우유를 먹고
싶다나?
루이나드

제 2장.  최고의 가르침 (1)

사람의 삶중 가장 중요한 시기는 가르침을 받는 시기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간의 인생이 선택된다.
세페우스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것인가?
그리고 그의 인생의 방향은?

"허허허, 야 이놈아! 검은 놔두고 와라. 검에 있는 파이어 볼의 주문을 빌어 마법을 한다면
그게 어디 마법이냐?"
"하지만, 아직 아는 마법이 없는걸요."
"그래서 내가 지금부터 가르쳐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이 밤에 무슨 마법을 가르쳐 준다고요..."
"허, 이자식, 짜증나는 놈이네? 말의 꼬리를 물고 물어 토만 달고. 잠자코 배우기만 해!"
"네에..."
"자, 지금 배울 마법은 1클래스의 보조 마법 라이트야."
"네? 네에."
"마나의 빛. 대지를 비추는 힘. 라이트(light)!"
파란 기운의 마나가 빛을내며 흰색으로 색을 탈색하더니 마지막 큰 빛을 내면서 안정적인
상황에 접어들었다. 은은한 기운의 새하얀 빛. 처음보는 세페우스로서는 황홀감까지 자아냈
다.
"우와... 이게 라이트 마법?"
"그렇지. 너도 열심히 하면 오늘밤안에 완성할 수 있어. 열심히 해보자."
"네!"
"우선은 이 마법진부터 외워라. 그리고 마나 배열과 조직. 말했듯이 마법 클래스 1은 1차원
직선의 배열이니까 금방 완성 할 수 있을거야."
마법 기초 상식에 대해 2시간동안 듣고 또 듣고 외운 세페우스로선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
다.
라이트 불빛 밑 땅에 나뭇가지로 쓱싹쓱싹해서 마법진과 배열, 조직등을 완성했다. 대충 1차
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그리기는 쉬었다. 세페우스가 알아듣기에도 쉬웠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세페우스의 끙얼거림이 30분간 계속되고 지나자 드디어 세페우스는 마법
을 성공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꽤나 놀란눈치였다. 설마하니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우연이라도 마법을 처음해보는 초짜마법사가 30분만에 마법
을 성공하는 것은 아주 희귀하게 드문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흐음... 들어가자."
"아, 전 조금만 더하고요."
세페우스는 연신 흥얼거리며 마법을 계속 시전했다. 라이트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흥얼거
리는 정도가 더했고 마법은 5번에 3번씩은 성공을 이루었다. 우연이 아니란 뜻이었다.
"마나의 빛. 대지를 비추는 힘. 라이트!(light)."
멋모르는 세페우스는 계속 라이트를 만들어냈고 라이트가 어느덧 30개 가까이까지 생성됐
다.
"이야아! 멋지다!"
밖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라이트 30개의 빛이 태양빛을 능가할 듯 서로의 빛을 뿜어내고 있
었다.
"히힛!"
라이트를 어찌어찌 컨트롤해서 높이 뛰운 세페우스는 재빨리 달려가 페르나와 할아버지를
불러왔다. 페르나는 졸고 있다가 귀찮은 듯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허허허! 이럴 수가."
"하아품! 응? 뭐, 뭐야?"
"멋있죠? 그쵸?"
은은하게 빛을 내는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라이트 30개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황
홀한 세계에 발을 디딘 듯 했다.
"이거 할아버지가 만든 거예요? 잘 만들었네."
"허허허, 내가 아냐. 니 제자 놈이 만든 작품 같은데?"
"네? 그래요? 야! 세페우스! 니가 진짜 이걸 만들었단말야? 어떻게?"
물론 페르나나 할아버지가 라이트 30개를 만드는 거야 누워서 떡먹기보다야 더 쉬웠지만 초
짜인 세페우스가 만들기엔 아직 너무나 모자랐던 것이다.
"네? 어때요? 멋잇죠? 그쵸?"
세페우스는 한껏 부풀려 있었다.
"허허, 이놈이 꽤 제법이란 말야? 어때 페르나. 니 제자놈이 꽤 마법에 재능이 있나보구나."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용하네? 벌써 이정도 수준까지..."
라이트 30개를 만들기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라이틉 30개를 만들어 유지할만한 마나가
우선 필요했고 컨트롤과 어느정도 숙련도도 필요했다.
"어라? 왜 그러지? 현기증이... 으음... 어지러라..."
"허허허. 뭐라고? 어지러? 당장 마법을 멈춰라! 시전을 끊어!"
"예? 왜요? 아, 머리야. 마법 시전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되요? 으으으..."
풀썩.
"으이구! 이놈! 마나가 다 고갈됐어."
"뭐, 아무런 지장은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라이트가 빛을 잃고 모두 사라져버렸다. 세페우스에게서 나오던 마나 공급이 끊겨서 당연한
결과였다.
"갑자기 어두워지네? 빨리 들어가요."
"허허, 그러자꾸나. 이놈 오늘 하루만에도 두 번이나 기절했네?"
"그러게요."
"큰일날 놈이구만."
"그러게요."
"그말만 할거냐?"
"그러게요."
"....."
마나 고갈의 최고의 약은 휴식이다. 그리고 휴식의 최고는 잠이다. 세페우스는 마음껏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이면 회복이 될 것이다.
"할아버지. 집으로 텔레포트 시켜줘요."
할아버지 집과 페르나 집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 간편히 마나만 불어넣으면
작동하는 고급 마법진으로 직접 할아버지가 설치한 것이다. 사실 20km를 뛸 때 페르나는
뛰는 척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텔레포트해서 빨리간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실제로도 빨리 뛸
수 있다. 여기서 고급 마법진이라 한 것은 마법진은 일회용 마법진이 있고 레이피어에 각인
되어 있는 것처럼 영원히 쓸 수 있는 마법진이 있다. 일회용 마법진은 그냥 마법진을 그어
바로 쓸 수 있는 것이었고 영원히 쓸 수 있는 마법진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마법진을 마나
나 막대기로 새겨서(여기서 마나를 쓰는 방법은 일회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리고 영생 마법
진을 만들려면 피로 새기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막대기로 새기는 것도 괜찮다)이미지 세이
브로 그리는 장소에 기억을 시켜둔 다음 영생의 마법으로 마법진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마나가 상당히 많이 쓰이는데 보통 텔레포트의 마법진을 만들려면 마법 클래스 7 이
상이어야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몸에서 마법진을 유지하기 위한 마나는 아직도 계속 빠져나
가고 있다. 할아버지의 마나 클래스는 40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 집에 가려구?"
"당연하죠. 여기서 어떻게 자요. 집에가서 자야지. 침대가 하나 뿐인데. 할아버지랑 세페우스
랑 어떻게 잘 자봐요."
"알았다. 마법진 위에 서."
피융.
금방 마법진에 빛이 나면서 페르나가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날.
"어라? 왜 내가 여기 누워있지?"
"일어나라. 어제 일 생각나지?"
"아, 네."
이번에는 머리가 아파지면서 점점 의식을 잃어버린 과정이 생각났기에 세페우스는 누워있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기절했어요?"
"허허, 내가 잃어버리고 이걸 안 말했구나. 어제 아마 니 마나가 다 고갈되었을거다. 그게
왜 그러냐면은 마나를 막 써서 없어지면은 생기는 자연현상인데 니가 어제 라이트 30개를
만들었다가 그걸 유지하는 마나가 다 떨어져서 그랬던거야. 알았지?"
"아, 그러고보니 마나가 하나도 없네요? 이거 다시 채우려면 마나 수련해야 하나요?"
"당연하지. 하지만 다시 채우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그리고 원래 마나 다 채우면
조금씩 마나가 증진 될테니 아침 될 때까지 마나 수련이나 해라."
"네."
세페우스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호수의 기운, 풀밭의 기운, 언덕의 흙과 나
무의 기운, 모든 마나를 끌어 당기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자 마나들이 반응하며 세페우스
속으로 끌어들여왔다.
"허허, 가능성이 있는 놈이군."
"......"
피융.
"어? 페르나? 왔느냐?"
"아, 네. 그런데 세페우스는요?"
마법진은 부엌 옆에 붙어있다. 페르나가 이동해 오자 바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수 있
었다. 오늘 메뉴는 조금 신선한 것이었다. 야채 샐러드에 감자 고로케, 그리고 닭구이였다.
냄새가 침이 나도 모르게 돌정도로 맛있었다. 냄새가 맛있다는 얘기다.
"침대에서 마나 수련하고 있어."
"이잉. 검 수련해야는데... 여기 우유 받아요."
"허허, 우유 없으면 아침 못먹는 버릇은 여전하군."
"맛있잖아요."
"세페우스는 건드리지 마라. 처음 해보는 마나 수련이니까 꽤 빠져 있을거야. 알았지?"
"알았어요. 난 운동이나 좀 하고 올게요."
"차라리 마법진으로 텔레포트하지 말고 뛰어오지 그랬냐? 운동 삼아서."
"뛰는건 질색이란 말예요. 그리고 운동도 얼마 안되는 거리구."
세페우스가 들었다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세페우스꺼 바스타드 소드 어디에 놔뒀어요?"
"몰라. 내가 아냐? 니가 아냐? 세페우스가 알겠지. 니가 알아서 찾아봐. 그리고 니꺼 검은
안가지고 다니냐? 그러다 녹슬겠다."
"내 검은 절대 녹슬지 않는 드래곤 슬레이어 마법검이예요. 무시하지 말라구요."
"흥! 누가 준 검인데 그래? 내가 아르키어스한테 얻어다 준거 아냐! 아르키어스에게 고작
니가 아부 몇번 했다고 넘어오는 그런 검이 아니라구. 내가 친분이 있어서 달라니까 준거
지."
"하하하하, 아닐걸요. 내 미모가 워낙 훌륭해서 드래곤조차도 빠져버린거라구요. 하하하하!"
참고로 아르키어스는 드래곤의 수장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의 뼈조각을 변형시켜
만든 검인데 보통 마법검으로 훌륭하게 쓰이는 검이다. 뼈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마나가 담
겨있다. 또 참고로 드래곤은 마법 생물로 몸은 모두 마나로 이루어져 있다. 피 한방울도 마
나라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르키어스가 어느정도 친분이 있어서 어떻게 어떻게 얻은 검을
페르나에게 준것인데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 설명하려면 조금 복잡하다.
"어휴 더워."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세페우스의 마나 수련이 끝나고 페르나가 아침 훈련을 끝내 식탁에
앉았다.
야채 샐러드가 맨처음 식탁에 올려지고 그 다음 우유, 감자 고로케등이 올려졌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메인 메뉴 닭이 올려졌다.
번쩍.
세페우스의 젓가락과 페르나의 나이프가 빛을 발했다. 그리고 닭의 배가 갈라지고 헤집어
졌다.
"뭐, 뭐하는 짓이냐?"
둘의 하는 짓을 할아버지는 어이없어한체 지켜보고 있었다. 세페우스의 젓가락과 페르나의
나이프가 멈추자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허! 닭에서 마나 컬렉션을 찾아보려고?"
"에이 없네. 쩝..."
"어제껀 우연인가?"
각각 세페우스와 페르나의 말이었다.
"허허, 밥이나 먹자."

이제부터 진정한 단련을 위해서 할아버지의 집에서 머물기로 동의했다. 새로 침대를 사들이
고 집도 조금 수리해서 넓혔다.
식사를 마치고 세페우스는 바로 검 단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20km의 거리를 죽어라 뛰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검 단련에 들어갔다. 달리기도 했다.
또 검 단련에 들어갔다. 달리기도 죽어라 했다.
검 단련은 계속 되었다. 달리기도 계속 되었고 제법 숨이 안차게 뛸 수 있엇다.
또다시 검 단련이 시작됐다. 다시 달리기였다. 아침마다 달리는 이유는 사부가 우유를 먹고
싶다나?
루이나드

제 2장.  최고의 가르침 (2)

6년이 지났다. 이날도 검 단련은 한창이었다.
"꺄악!"
"휴우... 내가 이긴거죠?"
"아프잖아! 그렇게 쎄게 걷어차는 법이 어딧어? 야! 발 안치워?"
세페우스의 다리는 페르나의 배에 살짝 올려져 있었다. 연약한 개미허리에 뭐하는 짓인가,
세페우스!
"아, 그러죠. 헤헤. 오늘로써 여섯 번째 승리인가? 하하하! 정의는 승리한다!"
"야!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그럼 악이야? 이 자식아! 다시 해!"
"싫어요. 전 로이 할아버지한테 마법 배울거예요. 이제 마지막 5클래스 마법인데. 하하! 하하
하..."
점점 웃음소리가 멀어져 갔다.
"히잉... 졌네... 요즘은 부쩍 실력이 늘었단 말야. 쯧쯧... 이만하면 잘 키운건가? 다음부턴 안
봐주겠어!"
"할아버지! 오늘은 고대하던 콜 라이트닝이네요! 하하하!"
"허허. 벌써? 많이 컷네. 콜 라이트닝은 그리 어려운 마법은 아니니까 잘들어. 우선은..."
설명은 계속됐다. 콜 라이트닝은 3차원의 직선과 곡선, 곡면과 직면이 섞인 혼합 마법진이
다. 그 만큼 어렵고 복잡한 마법이었기에 설명도 길었다. 약 한시간 후 세페우스는 겨우 알
아듣고는 집을 나왔다. 물론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 항상 실험 상대는 나무였다. 애꿎은 나
무가 하나씩 쓰러졌고 벌서 30번째 나무가 오늘의 휘생양이다. 아! 오늘은 무사히 세페우스
가 마법을 실패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우르르꽝!
나무가 쓰러졌다. 벼락에 의한 죽음, 콜 라이트닝이었다. 하지만 나무는 너무나 행복했다. 로
이가 15일동안 마법을 시전하지 못해 오늘에서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15일의
기간으로도 너무 행복한 나무였다.
"이야! 성공이다! 드디어 성공했어! 아얏호! 우예! 오호호하! 키키킥!"
"그리도 기쁘냐?"
페르나의 차가운 말이었다.
"허허, 드디어 성공했구나."
"네! 할아버지! 하하하! 오늘은 파티 해야하는거 아녜요? 이런 경사스런 날이!"
"니깟놈이 마법 하나 우연으로 성공시킨 것 가지고 파티한다면 벌써 내 파티는 골백번도 더
했겠다. 흥!"
세페우스가 하나하나 들어갈수록 더욱 얼굴이 일그러지는 페르나였다. 열등감일가?
저녁이다. 평범한 저녁인 매운탕을 먹으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을때였다.
피유우웅.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빛이 났다. 페르나와 세페우스만 쓰는 마법진이었다. 아, 그리고 예외
로 한달에 한번쯤은 사용하는 사람이 한명있었다. 오늘은 아마 그 사람인 것 같았다.
"메르벤 아저씨!"
세페우스가 텔레포트해서 온 사람에게 뛰어가 안겼다.
"허허허, 오냐. 우리 세페우스 잘 있었냐?"
"네에! 그런데 무슨일이예요? 아니, 무슨 의뢰예요?"
"허허, 벌써 눈치 깟냐? 이번엔 꽤 수준 높은 의뢰야. 니가 나설게 아니니까 신경꺼!"
이미 세페우스는 의뢰를 몇번 해낸적이 있었다. 고작해야 물건 운반이나 부잣집 아가씨 경
호였지만 보수는 짭짤 했기에 세페우스는 메르벤이 올때마다 군침을 흘렸다.
"호호호! 그래 잠깐 여기 앉아요."
다행히 식탁 의자는 4개였기에 메르벤이 앉을 자리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식사를 권했지만
친절히 거절하고는 페르나에게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꽤나 힘든 의뢰야."
"하하하하, 나에게 힘든 의뢰란 국왕 암살뿐이야."
"하긴, 이제가지 실패한적이 없었으니까. 이번건은 하이딘 백작 암살이야. 하이딘 영지의 영
주지."
"응? 백작? 하이딘? 거기는 꽤나 먼 거리인데 왜 나한테까지 의뢰가 온거야?"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해서 경비가 만만치 않거든."
"의뢰 주주는 누군데?"
"하이딘 영지의 주민들."
"하하하하, 뻔하군. 얼마나 주민들을 괴롭혔으면 암살껀까지 나올까나. 그래서 내가 먹고 사
는것이지만."
"이번건 그렇게 만만치 않은거니까 주의하고. 아마 수비대는 하이 클래스 두놈이고 미들 클
래스 10명, 로우 클래스 30명, 일반병이 50명이야. 어때? 만만찬치? 그리고 확실히는 모르지
만 6계열의 마법사 한놈정도와 4클래스 마법사 5놈쯤은 있을거 같아."
"하이 클래스 두놈이라고? 6계열의 마법사에? 호호, 꽤나 돈이 많은가보지?"
"주민들의 피를 빨아먹었으니까 당연한거지. 아무튼 할거지?"
"보수는?"
"내 그럴줄 알았지. 시민들이 모두 모은 돈이야. 5천 골드지."
"흐음... 길드에서 얼마 때먹었는데 5천 골드야? 원금은 8천이나 1만이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정도인거 같아. 난 심부름만 하는 거니까 모르지."
"알았다고 전해줘. 그런데 세페우스랑 같이 가도 되지?"
"맘대로."
"호호, 그럼 잘가."
"벌써 내쫓냐? 좀만 놀다가면 안돼?"
"맘대로 하던지."
세페우스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다가 메르벤은 세페우스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 제가 할만한 의뢰는 안들어오나요?"
"기다리거라. 할만한 것 있으면 가져다 줄테니까. 이제 마나 클래스가 어느정도지?"
"25 클래스요! 오늘 아침에 이룩했어요. 마법은 '콜 라이트닝'이라네! 하하하."
"그러냐? 축하한다. 그런데 6년만에 이룩한거냐?"
"예에! 빠르죠? 빠르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직 16살이니까. 그럼 검술은?"
"검술은 페르나를 벌써 6번이나 이겼다구요! 이정도면 미들 클래스정도는 되죠?"
"그래. 하하. 그렇기도 하겠지. 벌써 검을 6년이나 훌륭한 선생에게 배웠고 남자라서 페르나
인 여자보다 더 힘도 세지 않느냐. 하지만 몇수천번해서 겨우 6번이잖니?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하하하하! 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진짜로 붙는다면 넌 아직 멀었다."
"하긴 그래요. 지금도 약간씩 봐주거든요."
"그래, 열심히 해라. 그럼 나랑 한판 해볼까?"
"좋아요!"
그렇게 겁도 없이 메르벤 아저씨와 한판 붙을 결심을 했다. 물론 마법이었다. 메르벤 아저씨
는 마법 길드의 참모부장이다.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금방 끝내기로 하지. 기대해라! 하하하."
"좀 봐주지. 히잉."
세페우스는 우선 쉴드의 마법진부터 전개했다. 예전부터 항상 메르벤보다 마법 외우는 시간
이 느렸기에 선제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다. 고작해야 2초차이였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것이
였다. 조금 더 마나 컨트롤에 익숙해져야 한다.
"극한의 얼음, 미카세븨우스의 창. 아이스 랜스(ice lance : 얼음의 창)!"
"헉! 7계열!"
마나가 얼음의 계열로 뭉치면서 2미터의 길다란 창을 형성했다. 두께는 허벅지만한 것으로
극한의 차가움을 띤 파란색의 빛이었다. 손으로 그걸 만지면 바로 얼어버릴것만 같은. 쉴드
를 생성시킬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세페우스는 쉴드의 계열을 불의 원소로 전환시키고 두겹
으로 장벽을 쳤다. 4클래스의 마나가 실어진 파이어 쉴드였다.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것은 불. 그리고 방어의 결계. 파이어 쉴드(fire shield : 불의 방패)!"
츠츠츠츠. 파악!
아이스 랜스가 불의 장벽을 뚫으려 했지만 뚫수 있었던 것은 처음의 쉴드였을뿐 두 번째 쉴
드에서 모두 증발해버렸다. 첫 번째 파이어 쉴드는 사라졌지만 두 번째 쉴드가 아이스 랜스
를 겨우 막아낼수 있었다.
"헉헉!"
"막아냈느냐? 그런데 왜 이리 숨을 헐떡 거리지? 공격해라."
세페우스는 4계열의 파이어 쉴드를 두겹으로 쳤기에 마나 소모가 심했다. 그의 마나는 전부
25클래스의 량. 4계열의 쉴드 두겹으로 8클래스의 마나를 쏟아부은 것은 세페우스에게 무리
였다. 갑작스런 마나 소모와 정신력 소모는 피로를 빨리 쌓이게 했다.
"헤헤, 기다리시라고요. 제 궁극의 마법을 선보일테니까."
"그래, 빨리 해라. 보나마나 콜 라이트닝이겠지. 아니냐?"
"헤헤, 눈치 까셨네요?"
조용히 세페우스는 콜 라이트닝의 마나 배열과 조직, 그리고 마나를 유도, 컨트롤하는 마법
진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3차원의 다각형 마법진이라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메르벤은 조용
히 그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고작해야 그 시간은 5초였지만.
"공기에 흩어진 제우스의 힘. 그것은 마나의 결정체로 형상화 되는 전(電)의 기운. 콜 라이
트닝(call lightning : 번개 소환)!"
마른 하늘에서 왠 날벼락? 그 말이 성립되는 것은 지금이었다. 너무 파래서 눈이 부시도록
파라디 파란 하늘에 누렇지 못해 시퍼런 빛을 내는 벼락이 떨어졌다. 하지만 메르벤은 익숙
하게 마법을 읊조렸다.
"순수한 마나의 방어. 그것은 속성의 무속성에서 속성으로의 변화. 마나 쉴드(mana shield :
마나 방패)"
세페우스는 들리지 않게 너무 조용하게 마법을 외우는 메르벤을 보고 한바터면 쉴드를 쓰지
못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콜 파이트닝이 메르벤의 쉴드에 튕겨 땅에 흡수되는걸 보고는 안
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허허, 아직은 조금 미숙하지만 많이 늘었구나. 꽤나 날카로운 마법인데? 이제 끝내야겠군."
"네."
세페우스는 처음 선보이는 콜 라이트닝이 성공하고 칭찬까지 받자 기뻤다. 하지만 아직 마
나 컨트롤이 미숙해서 여러개의 번개를 소환하는 것은 어려웠다. 방금 콜라이트닝으로 소비
한 마나는 4클래스의 량이었다.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것은 불. 그리고 화염의 폭풍. 파이어 엘 볼트(fire all bolt : 불의 모
든 화살)!"
불의 화살이 비가 오듯이 정면으로 덮쳐 왔다. 속도는 제비가 활공하는 듯히 흐릿하게 보이
는 수준이었다. 7계열의 불의 마법, 파이어 엘 볼트! 세페우스는 미리 준비한 쉴드를 펼쳤
다.
"바다와 강을 이루는 포세이돈의 원소. 그것은 물. 그리고 방어의 결계. 아쿠아 쉴드(aqua
shield : 물의 방패)!"
세페우스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남은 마나인 13클래스의 마나를 모두 쏟아부은 6계열의
방어 마법이었다. 파이어 엘 볼트의 화살이 아쿠아 쉴드에 박히면서 증발했고 거의 모든 화
살이 물에 녹았다. 하지만 수십개의 화살을 다막을순 없었다. 두 개의 화살이 다리부분의 아
쿠아 쉴드를 증발시키고 다리를 스치거나 박혔다. 하지만 파이어 엘 볼트의 하나하나의 화
살은 공격력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그을리거나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할아버지가 다친 것은 거의다 치유를 해주기 때문이었다.
"으윽..."
세페우스는 화상의 고통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땅바닥을 뒹굴정도는 아니었지만 화상을 입
었으므로 치유하기전에는 꽤 고통스러웠다.
"하하하, 내가 이겼군. 아직 멀었다."
"으윽, 아파 죽겠는데! 얼른 할아버지한테 데려다 줘요!"
당연히 세페우스는 할아버지를 찾았다. 여러번의 경험으로 할아버지가 치유를 걸어줄줄 알
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라."
할아버지는 이빨을 닦고 있었는지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메르벤이 부르러 간사이
세페우스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살이 익어 부어오르고 살가죽에서 피가 스며나오
고 있었다. 화상의 고통을 맛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고통. 으으으...
거의 혼수상태에 다다랐을즈음 세페우스는 구원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치유와 수호의 여신 에게니스여. 그대의 힘, 치유를 빌어서. 그것은 아픔의 고통을 안정의
회복으로. 힐(heal : 치료)."
로이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있었다. 항상 조용한 분위기에 마법을 시전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목소리가 깔린다. 하지만 마법 시전효과는 100%였다.
"으으으..."
할아버지의 두손에 모여있던 하얀빛을 세페우스의 다리에 대자 빛이 스며들며 빠르게 사라
졌다. 힐의 원리는 자체 치유다. 자체 치유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몸의 움직임을 활발이 하는
것을 마법이 유도하는 것이 힐이었다.
고통이 사라졌는지 세페우스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펴졌다. 그리고 피곤한지 침대에 드러누
워 눈을 감았다.
루이나드

제 2장.  최고의 가르침 (3)

"우웅, 잘잤다아!"
"허허, 세페우스 일어났느냐? 다리는 괜찮고?"
세페우스는 다리를 요리저리 움직여봤다. 그리고는 별 이상 없자 빙긋이 웃었다.
"네. 확실히 할아버지의 마법은 대단해요. 냠냠, 물 좀 주세요."
"응, 그래."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늙어서 사는 맛중 하나를 맛보아서인
가? 손자를 바라보는 그런 흐믓한 얼굴.
말없이 식탁에 앉은 세페우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현재 세페우스에게 존재하는 마나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으음... 그러니까 내 마나가 25클래스군. 5계열 마스터구. 흐음... 꽤나 마나 콜렉션이 효과가
있었어. 히히, 난 운 좋은 놈이라니까.'
"자 마시거라."
할아버지가 긴 유리컵에 물을 반절정도 담아왔다. 겨울이라 차가울줄 알았는데 꽤 미지근한
게 뜨겁게 데운물이 식은 것 같았다.
"먹고, 마나 수련 해라."
"네."
당연히 해야했다. 하루중 자연이 가장 많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인 7시가 마나 수련에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데 그걸 세페우스가 놓칠리 없었다.
'이제 25클래스야. 또 부지런히 해서 26클래스를 이룩해야겠지.'
정신을 가다듬고 세페우스는 마나 수련에 집중했다. 모든 정신을 집중하면 시간 관념을 계
산하기가 힘들지만 빠른 시간내에 26클래스를 이룩할 것 같아서 세페우스는 아침을 제시간
내에 먹기위해 집중도를 높였다.
'조금만 더어... 휴우, 오늘은 많이 했어.'
푸른 기운이 25개의 막 밖에 불규칙하게 들어앉아있었다. 액체와 고체사이의 그런 성질이
강한 마나이다. 마나 수련을 끝내고 눈을 뜬 세페우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골이 띵했던 것
이다. 정신력을 끌어올렸다가 무리를 해서 그 고통이 지금 몰려온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동안이었다. 이미 세페우스에게는 익숙해진일이다. 그리고 적어도 마법사들에게
는.

루이나드

제 3장.  의뢰 (1)
무언가를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는 것은 어떨까?
난, 아직 사람을 죽여보고 돈을 받아본적이 없기에 모르겠다.

"어서 넘어와!"
헉헉! 되게 힘드네!
"알았어요."
10m나 되는 성벽을 넘기가 그리 쉬운줄 알아? 기다리라구!
지금은 하이딘 영지의 성이다. 정문이나 옆문은 경비가 삼험하기에 제일 높은 뒷문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겨우 올라왔다. 헉헉.
"그냥 마법 플라이(fly)쓰면 될것가지고 왜이리 힘들게 올라와요?"
"무식아! 이 영지에 마법사가 얼마나 많은줄 알아? 조금이라도 마나를 발동했다가는 바로
걸린다구우!"
킥킥. 소근거리는게 웃기다.
조용히 발걸음을 내딪어 뒷문을 열었다. 뒷문 성벽 위에는 경비가 별로 없는지 아니 아예
없는지 불빛이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로써는 다행지이만.
쉬잇!
사부가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특히 조용하라는 소리인 것 같았다. 물론 이 조용한데서
떠들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땅바닥은 돌로 되있었지만 나와 사부의 신발은 부드러운 재질의 가죽신이었기에 소리가 전
혀 나지 않았다. 발걸음만 주의 하면서 사부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길에는 횃불 하나가 걸려 있었다.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곳인지 어두웠고 습하기
까지 했다.
"여기는 성의 뒤쪽 창고 인가봐. 그러니까 아무도 없는거구. 그럼 이곳을 빠져나가야 겠어."
사부가 여기의 장소를 파악하고 떠들어댔다. 우리에게는 지도 한 장도 없이 침투한것이기에
알아서 내부구조도를 알아내야만 했다. 마법길드에서 배테랑인 페르나에게는 그런 것이 필
요없다나? 흥! 돈 아끼려고 그런거 다 안다구!
성은 중간이 영주가 있는 건물이고 앞쪽 건물이 수비대가 머무는 곳 뒤쪽이 식당이나 창고
인 것 같았다. 마법사들도 있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건물을 빠져나와 돌아다녀본
후였다. 오! 개도 몇 마리 있군. 지금은 앞쪽 건물 옆에 있는 숲속이다. 중간 건물은 불을
환하게 켜놔서 환하고 수비대가 깔려서 도저히 침투를 못해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페르나, 이제 어떻게 해야되요? 저렇게 수비가 깔렸는데."
"흐음... 아냐. 저기 보면 수비대가 많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수비대도 하찮은 수준의 병사고. 아마도 영주가 머무는 곳은 다른곳인 것 같아. 아마 앞쪽
건물일거야. 중간 건물은 미끼일 뿐이지."
오오! 그렇단 말이지? 흐음... 자세히 보니까 그런것도 같군. 아무튼 사부의 능력에 놀랐다니
까.
조용히 앞쪽 건물로 가보았다. 오오! 중간건물보다 경비가 삼험하군!
"봐. 미들 클래스급 기사가 두명, 로우 클래스급 기사가 10명, 보통 경비가 5명씩 6개조가
순찰을 돌고 있어. 아까 중간 건물은 겨우 로우 클래스급 기사 5명에 보통 경비 4개조였거
든."
오우! 그런것도 외우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
진짜로 사부의 능력이 놀라워 보였다. 평소에는 다른 여자와 같은 여자처럼 보였지만 의뢰
를 수행하는중에는 전혀 아닌 모양이다.
"그럼 남은 기사는 하이 클래스급 기사 두놈하고 미들 클래스급 기사 8명, 로우 클래스급
15명이야."
"네? 꽤 되네요."
"물론이지. 하이 클래스급 두놈은 내가 붙어도 만만한 놈들이거든. 돈이 꽤 많은 모양이야."
"그런데 왜 하이 클래스 기사는 놈이고 미들 클래스 기사는 명이예요?"
"...지금 이 심각한 상황에서 장난칠 기분아냐."
"미안해요."
윽!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씹혔다.
"음... 어떻하지? 꽤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러게요..."
이번 암살 의뢰는 처음 해보는 의뢰라 꼭 완료시키고 싶다. 하지만 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삼엄한 경비를 어떻게 뚫지?
"너, 인비지빌리티(invisibiiity : 투명화) 할 줄 알지?"
한 5분쯤 흘렀나? 사부의 물음이었다.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만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하품
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요."
겨우 4계열의 주문을 내가 모를리 없지. 하지만 몇번 안해본 것인데?
"음... 그럼 그 주문을 걸고 중간에 있는 건물로 가서 수비대를 죽여."
"예?"
죽이라는 말을 그렇게 간단히 하다니! 무서운 여자야.
"죽이라고. 마법사가 오기 전까지 모두 죽일수 있을거야. 물론 검이나 마법 아무거나 해도
상관은 없는데 가급적이면 검을 쓰도록 하고. 만약을 대비해서 마나를 아껴야 하니까."
중간 건물의 수비수는 25명. 로우급 기사는 5명 뿐이니까 충분히 검으로 상대할 수 있어. 그
리고 나머지 수비대는 차례로 마법을 써야하나?
"할 수 있지?"
"네."
이 상황에서 아니요라고는 할 수 없었기에 어쩔수없이 대답했다.
"아마 3분 안으로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올거니까 그땐 텔레포트를 해야되."
"예?"
"아마 6계열 마스터 마법사가 늦어도 그정도쯤엔 올거아냐. 그럼 니가 직접 싸울거야?"
"네..."
"텔레포트 한다음에 우리가 이 도시 전에서 머물렀던 마을로 와. 알아서 와야해. 알았지? 이
게 니가 할 일이야."
내가 그 일을 하라고? 결국은 내가 미끼라는거야? 열받네?
"하지만... 나도 암살의뢰를 끝까지 하고 싶은데..."
"안돼! 너무 위험해. 내가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하란말야."
"네."
사부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했다. 나한테 시킨일은 그리 어려운게 아니라 할 수 있었지만 사
실 사부의 안전이 걱정 되었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가 두명이면 만만치 않은 전력이기에 갖
이 있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럼 5분후에 시작해. 나는 돌아가서 반대편으로 침투할때니까."

[하이딘 백작의 저택 구조도]

                  옆문
    ┏━━━━━━──━━━━━━━━━━━━━━━━┓
    ┃            정원     ┌─┐     정      ┌──┐┃
    ┃    마    앞 ┌─┐중│  │     원      │ 뒷 │┃
 정 │    당    건 │  │간│  │ ━━━━━━│ 건 │┃
 문 │          물 └─┘건│  │     정      │ 물 │┃ 
    ┃     정원   물└─┘     원      └──┘┃
    ┗━━━━━━──━━━━━━━━━━━━━━━━┛
                  옆문
                                                   휴우~! 어렵다... ^^;

"공간의 피빌리우스의 힘. 몸의 숨김. 그것은 공간사이의 공간. 인비지빌리티(invisibiiity :
투명화)"
들릴염려가 있기에 조용히 마법을 완성했다. 마나의 소모가 적기에 그나마 조심할 수 있지
만 마나 공급이 조금이라도 끊기면 마법이 해제되기에 조심해야한다. 가자!
시간은 3분. 지금쯤이면 6계열 마법사가 나의 마나를 감지했을 것이다. 서두르자!
들고온 검은 레이피어뿐이었다. 암살에는 무거운 검은 오히려 몸의 움직임에 방해만 된다.
암살의 필수 요건중 하나가 신속 정확이다. 무슨 배달은 아니지만 아무튼 바스타드는 무겁
기에 레이피어를 들었다.
로우 클래스급 5명하고 5명씩 조를 이루는 4개조의 일반병들. 우선 로우 클래스급 기사를
처리해야겠군.
발소리를 하나하나 조심하여 로우 클래스급의 기사들에게 겁근했다. 로우 클래스 기사 5명
이면 나혼자 상대하기에 충분했지만 일반병들이 몰려오면 귀찮기에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
"흐얍!"
숨을 들어 마쉰후 레이피어로 2명의 로우 클래스 기사를 그었다. 목과 배를 대각선으로 그
어 한놈은 목을 잡고 쓰러졌고 한놈은 배를 잡고 쓰러졌다. 5명이서 잡담을 주고 받으면서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놈이 쓰러지자 3명은 당황했다.
"뭐, 뭐야!"
"어억! 으악!"
나는 다시 검을 휘둘러 한놈의 배에 검을 찔러넣었다. 레이피어는 얇고 강한 검이라 배에
쑥 박혔고 옆으로 그어 검을 빼냈다.
"으윽!"
남은 두놈이 몸을 뒤로 빼내면서 검을 집어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의 검은 놈들의 머리를
베고 있었다.
스걱.
듣기에도 끔찍한 소리가 낫다. 목이 깨끗하게 잘리는 소리는 몸을 소스라치게 만들기 충분
했다.
아무리 강한 기사라고 해도 안보이는적이 갑자기 공격을 하면 어쩔수 없는 것이다. 로우 클
래스급 기사 다섯명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6초였다.
"으으윽!"
남은 5조의 일반병이 남았군.
남은 일반병들은 간단하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레이피어의 검신에 있는 파이어 볼로 뭉쳐서
돌아 다니는 곳에 날리면 끝이었다.
우선 저놈부터.
운이 안좋게도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이곳으로 다가오는 일반병들이었다. 쯧쯧...
"파이어 볼(fire ball)."
검신에 새겨진 파이어 볼은 그냥 마나만 불어넣으면 발동되는 마법이었지만 왠지 시동어가
없으면 썰렁할 것 같아서 시동어를 붙였다.
사람의 몸 상체만한 불의 구가 날아갔고 여지없이 그 구는 일반병들 다섯을 모두 날려버렸
다.
쿠콰쾅!
살이 터지고 튀어올랐다. 그리도 탔다.
헉! 저것은 눈알!
꼬마애 주먹만한 둥그런 물체가 파이어 볼을 맞은 몸에서 튀어나왔다. 꽤나 소스라치게 놀
랐지만 애써 진정하고 파이어 볼을 다시 시전했다. 남은 3개조가 이곳으로 달려왔기 때문이
었다.
"파이어 볼!"
그렇게 3개조를 끝장내버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실력도 꽤 괜찮다구!
정확히 3분이 흐르고 여지없이 내가 기다리던 놈이 다가왔다.
"넌, 누구냐!"
허약해보이고 늙어보이는 한 사람. 그놈은 아마도 6계열의 마법사 같았다. 난 일부러 이상한
웃음을 흘려보냈다.
"흐흐흐흐..."
좀 안어울린가? 헉 단번에 들켜버리는 군.
"꼬마 애송이군."
들킨 이상 레이피어에 새겨진 텔레포트를 시전하려 했지만 마법사와 한판 맞장붙고 싶어서
뻐기고 서있었다.
"여기 들어온 이유는?"
난 가볍게 씹고는 무슨 마법을 시전할것인지 생각했다. 당연히 내 최고의 마법, 콜라이트 닝
을 시전한다음 바로 튀어야지.
콜 라이트닝의 실력이 많이 늘어서 마나가 충분하면 3개까지 소환할 수 있는 실력이 된 나
는 용기백배하여 콜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으응? 뭐냐 애송이? 지금 마법 쓰려는 거냐? 훗. 그렇다면 막아주지."
잡담이 많군. 난 이미 마법을 다 외웠어. 늦었다구! 흐흐흐.
"공기에 흩어진 제우스의 힘. 그것은 마나의 결정체로 형상화 되는 전(電)의 기운. 콜 라이
트닝(call lightning)"
"억! 쉴드(shild)!"
쉴드는 1계열의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다. 하지만 가장 쓸모있고 훌륭한 마법이라 할 수 있
다. 쉴드는 1차원의 마법 배열인데 그냥 소리만 지르면 생성될정도로 익숙하게 익혀야할 마
법으로 그 쉴드에 얼마나의 마나를 불어넣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진다.
꽤 놀란눈치군?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라구! 난 결코 애송이가 아니야. 막은 것 같긴한데 꽤
아플걸? 반격이 올텐데. 텔레포트 준비나 할까나?
콰콰콰쾅! 콰쾅. 콰콰콰쾅.
흐흐흐. 멋있다아! 엉?
앞의 상황은 어이가 없었다. 상대 마법사의 옷은 너덜해졌고 몸은 새까맣게 타있었다. 번개
의 빛 때문에 못봤지만 아마 콜 라이트닝의 갑작스런 마법으로 쉴드에 마나를 충분히 불어
넣지 못해 쉴드가 깨지고 번개를 직격으로 맞은 것 갔았다. 세 개의 번개를.
"죽은건가? 하하, 이겼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나는 확인해볼겸 가까이 다가갔다. 확실히 검게 타고 눈알이 익은게 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심결에 머리를 살짝쳤다.
털썩.
"으, 으아아아아!"
번개에 몸이 분해됐는지 얼굴을 살짝 치자마자 목이 떨어지면서 머리가 날아가버렸다.
우욱! 넘어올 것 같아.
"넌 누구냐!"
"으잉?"
또 누구야? 헉 기사! 딱 보니까 하이 클래스급 기사군. 이번엔 진짜로 튀어야겠다.
"실례하지만... 여기가 어디예요?"
"누구냐!"
"저요? 아아주우 잘생긴 소년이요."
"흥! 침입자인가? 무엇 때문에 여기 온것인가?"
"그러면서 조금씩 다가오시는데 그럼 안돼죠. 미안하지만 제가 지금 가봐야 하거든요?"
"무슨 말이냐! 탓!"
조금씩 얕은 발자국으로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검을 빼내들어 달려왔다. 그 발걸음은 하이
클래스급의 기사라는 걸 증명하듯 상당히 빨랐다. 그 무거운 중장갑옷을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 이만. 텔레포트(teleport : 순간이동)!"
여유로운 빛이 내 몸을 감싸며 차원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뜨자 평원이었다. 멀리
하이딘 영지와 성이 보였다. 물론 어두워서 확실히 보이는게 아니라 불빛이 보였다는 것이
다.
"휴우, 확실히 성공하긴 했군. 그나저나 사부님은 무사해야 할텐데..."
아까 하이 클래스급 기사가 하나 나오는 것을 보니까 한놈은 남아있었다는 소리인데... 그럼
사부님이 무사할까나... 궁금해 미치겠네.
걸었다. 하이딘 영지를 벋어나야 한다. 여기서 있으면 위험해! 장장 3시간을 걸어서 난 약속
했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관을 잡았다. 돈은 나도 많이 있기에 돈 문제는 걱정 없었
다. 무려 100골드나 있다구!
저번 메르벤이 건내준 의뢰로 백작의 딸 경호로 60골드와 용돈 10골드 그리고 물건 운송 의
뢰로 30골드군.
침대에 누운 나는 바로 눈을 감았다. 피로가 몰려왔다.
"으으음... 냠냠."
... ...
스걱. 서걱. 스슥.
뭐, 뭐얏!
제길! 이런 소름끼치는 소리는 정말 싫다구!
그나저나 어디서 들리는 거야! 여긴 너무 어둡다구! 누가 불 좀 비춰봐!
"마나의 빛. 대지를 비추는 세마쳰가의 힘. 라이트(light)!"
헉!
내가 왜 검을 들고 있지? 그리고 소름끼치는 소리는 내가 사람을 베고 있는 것! 으아아악!
이런 더러운 기분은 싫다구!
또 한명을 베었다.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듯 했고 옆으로 횡베기를 해서 가슴과 배를 그은
것 같았다.
서걱. 콰직.
뼈갈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손은 떨렸지만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으으으윽...
"넌 누구냐!"
"...난..."
"누구냐!"
하이 클래스급의 기사?
"탓!"
어라! 튀, 튀어야는데! 내 몸이 움직이질 않아!
"으으... 억!"
서걱... 콰직.
헉! 으흐헉... 허걱... 털썩.
말도 안돼... 내가 죽은건가? 그런데 이 고통은 뭐야? 으아아악!
루이나드

제 3장.  의뢰 (2)

"헉헉헉!"
뭐야... 꿈이었네...
"으으으... 끔찍한 꿈이야. 그런데 사람베는 소리가 이렇게나 끔찍했나? 난 어제 어떻게 그들
을 죽였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그걸 깨달은 나의 몸에는 소름이 끼쳤다.
"으으으...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사부는 어떻게 된거야?"
아침이다. 천으로 된 커텐으로 희미한 노란색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기분 전환을 할겸 난
커텐을 걷고 창밖을 바라봤다.
"음... 이거 궁금하네? 가볼까?"
여기서 도시까지는 꽤 먼거리다. 어제는 정신없이 걷고 뛰어서 금방 온 것 같지만 3시간이
넘는 거리다.
"그래! 가보자. 궁금해서 미치겠어."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난 여관을 나섰다. 그리고 하이딘 영지로 향했다.
웅성웅성.
"뭐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무언가를 구경하듯 몰려있는 구경군들이었다. 뭘 저렇게 떠들면서 보
는거지?
"어제 누군가가 침입했다는군. 또 하이딘 영주를 죽이려 했다나봐."
"그래, 영주는 죽었데?"
"아니. 하지만 사악한 마법사는 죽었다는군."
"그으래?"
어제 내가 죽인 놈인가? 방심해서 운좋게 죽인 놈인데... 히히히.
"어라?"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그 말인즉슨 벽에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그것은...
나잖아?
레이피어를 든 마법도 사용하는 마검사라는군... 그런데 누가 내 얼굴을 봤길래 저렇게 잘
그린거야? 현상금 1천 골드? 헉! 이럴때가 아니잖아. 어서 튀어야겠군. 눈치 좋은 놈한테 잡
힐수도 있겠어!
난 얼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했다.
툭.
"죄송합니다. 죄송."
"어! 너는..."
나는 황급히 빠져나가려 했다. 왠지 낌새가 이상했다.
"넌! 조용히해. 따라와라."
"으윽!"
부딪힌 사람이 내 어깨를 감싸고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빠져나갔다. 이런! 걸린건가?
"왜, 왜그러세요?"
주위의 시선을 끌수는 없기에 목소리를 낮추었다. 여기있는 사람 모두에게 걸리는 날엔 난
끝이다.
"잔말말고 따라와. 난 현상금 타려고 널 잡은게 아니니까."
"그런데 왜..."
"그냥 따라오기나 해. 말이 왜 그리도 많아?"
목소리를 조용히 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다.
"어디로 가는건데요?"
"..."
헉! 씹혔다.
나이는 한 30살정도? 진짜로 날 잡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어디로 가는거지?
"다행히 저 수배자 명단이 방금 걸렸기에망정이지 어쩌자고 저기 있었던거야?"
"저도 금방 알았다구요."
"이름이 뭐냐?"
어느정도 한적한 곳으로 빠져나가자 가는 길에 아무말도 않고 가면 심심했는지 내 이름을
물어보았다. 나는 그냥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전혀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니
까. 뭐 내 이름이 그리 비싼것도 아니구.
"세페우스요."
"그래? 난 리얄드야. 그런데 몇살이야?"
"16이요."
"응? 16? 그럼 니가 혹시 어제 6계열의 마법사를 죽이고 로우급 기사랑 일반병을 죽였냐?"
"그런데요."
"대단하군! 어린 나이에!"
"..."
뭐가 대단하단거야? 당연하지! 6년동안이나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 내 노력에 비하면 당연
한거지만.
"그런데 어디로 가는거예요?"
조금 여유가 생기자 난 아까의 물음을 다시 건넸다.
"응. 그건 가면 다 알수 있어. 너에겐 피해 없을테니까 걱정하지말구."
왠지 걱정이 되는걸? 이거 완전히 납치할 때 쓰는말 아냐?
한 1분정도 더 걷자 도착했는지 리얄드라는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어떠한 문을 열었다.
이곳이 어디냐면은 술집이 즐비한 유흥가였다. 하지만 낮이라 한적한 곳이었다. 갑자기 누나
들이 생각나는군. 벌써 몇 년째 보지도 못했는데...
술집 입구의 팻발을 보니 평범함 곳이었다. 세자르의 꿈... 무슨 뜻이지?
"응? 리얄드냐? 뒤에는 누구냐?"
"아, 얘는 세, 세페우스던가?"
난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50살이 넘은 평범한 술집의 주인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배
는 안나왔다. 대신 코에 지저분한 수염이 나있었다.
"세페우스고 16살인데..."
"그게 어떻다는 말야? 뜸 들이지마."
"어제 6계열 마법사랑 수비대를 죽인 애예요."
"응? 정말로?"
난 사실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허허허. 이거 통쾌한데? 그럼 좀 모아주겠나?"
뭘 모아? 사람을 모으라는 건가?
"금방 같다 올게요."
그 동안 나는 한적한 술집안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그냥 마냥 서있게 할 생각이 없는 듯
술집 아저씨가 앉힌 것이었다.
"내 이름은 세제스야. 이 세자르의 꿈 술집 주인이지. 허허허. 대단한데? 어린나이에 거기에
침투하다니. 아, 이 이야긴 나중에 하도록 하고. 무슨 궁금한 것 있어?"
음... 나중에 다 알게 된다고 하니까 불려온 이유는 알아서 말해주겠고...
"세자르의 꿈있잖아요. 세자르가 누구예요?"
"아, 그건 음유시인의 이름이야. 유명한데 모르는 거야?"
"네."
"세자르는 항상 자유의 시를 노래했고 세상의 평화를 노래했으며 사라니안의 영웅담을 노래
했지. 대마법사 사라니안의 친구이기도 하고."
"그래요? 근데 왜 여기 간판이름으로?"
"그건 그냥 평소에 세자르의 노래를 좋아해서. 사라니안의 영웅담을 특히 좋아하지."
"그래요. 그런데 모인다는건 누가 모이는거예요?"
"그냥 내 친구들이지."
"네에..."
혹시... 날 잡으려고 사람을 데려오려고 하는거야? 조심해야겠군.
난 들고왔던 레이피어를 굳게 쥐었다. 여차하면 마나를 가동시켜 텔레포트를 할 생각이었다.
"어허허, 세제스. 우리 왔네. 리얄드한테 들었어. 어제 6계열의 마법사와 수비대를 죽인 사람
을 데려왔다는 걸."
"그래."
"아무튼 앉아서 얘기하자구."
다섯명의 40~50대 아저씨들이 모였고 나까지 여덟명이 탁자에 둘러앉았다. 비좁았지만 어떻
게 껴 앉은것이었다.
"고맙네."
세제스가 꺼낸 말이었다.
"니가 어제 저녁에 성에 침투해서 하이딘 영주를 암살하려고 했었지? 그리고 6계열의 마법
사랑 수비대를 죽였다면서?"
익히 내가 한 일이기에 난 대답해주었다.
"예."
"혹시 우리가 마법 길드에 의뢰한 암살자가 아니더냐?"
"그럼 의뢰 주주예요?"
"오오! 니가 맞구나. 우리들은 시민 대표들이다. 우리가 하이딘의 암살을 부탁했지. 더 이상
하이딘의 짓거리를 볼수가 없어. 걸핏하면 세금을 올리고 도시 처녀들을 데려가질 않나. 그
래 어제 힘들었겠지만 하이딘을 암살하진 못했어. 다시 재도전을 할건가?"
"그럼 하이딘이 죽지 않았다는건가요?"
"하이딘의 부하중에 우리 편이 있는데 오늘아침에 연락받은 것이 하이딘은 죽지 않았다는
구나."
"설마... 그럼 혹시 또다른 사람이 침투했다는 소리는 못들었나요?"
"아니... 어제 니가 침투해서 소란스러웠다는 것은 들었지만 다른 사람은 침투했다는 소리가
없었다. 그럼 너 말고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냐?"
"예! 저희 사부님이예요."
난 간단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의뢰 주주들은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
"그렇다면 너의 사부님은 어떻게 된거지?"
"그게...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이딘이 있는곳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세요. 저희 사부님은 절대 실패란 없거든요."
"너의 사부이름이 뭐냐?"
"음... 사부님의 이름을 아무한테나 알려드릴순 없어요."
절대 사부가 다른 사람한테 자기 이름 알려주지 말랬으니까 난 약속지켰다.
"그러면 할 수 없는것이지. 그럼 여기서 지내겠느냐?"
"아니요. 사부랑 만나자고 약속한 곳이 있어요. 사부님이 아직 안움직인 것 같으니까 기다려
보세요."
"그래. 그냥 이것만 궁금해서 오라고 한것이니까 가봐도 좋아. 하지만 꼭 성공을 해줬으면
하네. 아, 점심 안먹었지? 내가 맛있는거 만들어줄테니까 먹고가거라."
맛있는거 준다는데 마다할 내가 아니라구! 마침 점심때도 됐는데 히히, 땡잡았다.
점심을 먹고 난 다시 마을 여관으로 돌아와 사부를 기다렸다. 아마도 사부가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했다. 저번에 들어본 것중에 일주일을 숨어있다가 검을 날려 암살을 하고
도망나왔다고 들은적이 있다. 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사부님..."
루이나드

제 3장.  의뢰 (3)

평소에 티격태격하면서 싸우던 사부님이었는데... 없으니까 걱정이 막 생기네... 에이 씨팔.
제발 무사하길...
오늘따라 잠이 안와. 어제는 피곤했지만... 왜 잠이 안오는 거지... 사부 때문에? 그럴지도...
마나 수련이나 해야겠다.
이미 26클래스의 마나가 차있었다. 마나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1시간에 1클래스의 마나가
회복된다. 이 법칙은 어디에서나 다 적용되는 법칙인데 특정한 결계안에선 소용이 없다고
한다. 그 결계가 뭔지는 모르지만.
눈을 감고 마나 수련만 했다. 도저히 잠을 이룰수 없었다. 왠지 모를 기분이 가득했다. 오로
지 마나 수련만이 그 더러운 기분에서의 탈출구였다.
에이 씨팔. 마나 수련도 안되네. 도저히 못하겠어. 내일 한번 더 침투해야지.
그리고는 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자버렸다. 우선은 조금이라도
피곤한 기운을 풀어야 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서걱.
이 소리는... 검으로 살을 베는 소리...
촤악!
읏... 뭐지? 빨갛고 농도가 짙은... 피!
우직.
이건... 뼈를 부수고 끊는 소리...
으아아악.
이것은 비명소리... 중요한 것은 나의 비명소리...
"여긴 또 어디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 혼란한 기운이 즐비하고 있었다. 겁이 난 나는 들고 있는 검을 정
신없이 휘두른다. 소리를 지르며. 그리고 사정없이 살을 베고 들어가 피를 쏟아낸다. 때로는
뼈를 부수고 절단한다.
"싫어! 싫다구!"

헉헉헉...
어제 또 그 꿈인가... 하아...
정신이 혼란하다. 현실과 꿈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 지금도 꿈만 같다. 꿈과 같은 기분이 든
다. 소름이 돋고 오싹해진다.
"씨발!"
괜히 욕을 해본다. 조금은 상쾌해진다. 그대로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찬물에 머리
를 박았다.
"푸하!"
기분이 맑아졌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물의 차가움만이 몸을 지배한다.
"사부님은... 아직인가... 아무래도 오늘 밤에 가봐야겠어."
세페우스는 아래로 내려갔다. 식당과 여관을 같이 하는 집이라 1층에 가면 식사를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
"아저씨, 항상 먹던걸로요."
세페우스가 약 5일동안 페르나와 머물렀기에 주인 아저씨는 세페우스의 식단을 외울수 있었
다. 그건 세페우스도 알고 있었다.
"음, 감자 스프랑 오렌지 파이, 돼지고기 구이죠? 돼지 구이는 바싹 구운걸로?"
"잘 아시네요."
왠지 입맛이 막 돋는다. 어제는 아침만 먹었어...
"음... 나 혼자 가려니까 왠지 무섭다. 뭔가 준비를 해가야겠는데... 마나 포션이나 힐링 포션
을 챙겨갈까? 안돼! 돈 아까버! 한병에 30골드란 말야! 난 100골드밖에 없는데..."
혼자 독백을 하면서 잘도 떠드는군. 이상한 놈이야. <-- 옆 테이블의 식사하는 사람이 속으
로 하는 소리.
마나 포션은 먹어봤자 겨우 4클래스의 마나밖에 안돼. 힐링 포션은 효과가 겨우 4계열 짜리
야... 아, 아깝다. 내가 좀 더 열심히 마나 수련을 했으면... 이런 걱정은 안하는데...
이번엔 다행히 속으로 떠드는군. 이상한 놈이야. <-- 또 다시 옆 테으블에서 속으로 하는
소리.
음... 아! 밥부터 먹자.

결국 그냥 레이피어만 들고 성문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옆문에서 왼쪽 담을 넘어서 가야겠군. 뒤쪽은 이미 한번 넘었으니까 경
비가 강화됐을거야.
대충 페르나가 가르쳐준 줄타기를 타고 겨우 담을 넘었다. 영주의 성은 큰것도 보통 큰 것
이 아니다. 시민들의 피를 흡수에 쌓은 성이다. 그 규모가 엄청났기에 경비가 허술해 침투는
쉬웠다.
저번에 왔던 정원으로 와서 대충 상황 판단을 했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가 한놈 나와있군. 이번엔 중앙 건물인가?
중앙 건물의 수비가 밀집되어 있네? 대충 하이 클래스의 기사 한놈하구 미들 클래스의 기사
5명, 로우 클래스의 기사 20명이구. 완전히 봉쇄를 해놨군. 들어가려면 저걸 다 없애야 하
나?
상당히 심각하네... 이거... 흐음... 혹시 그냥 중앙 건물에 몰아넣고 앞 건물에 영주가 있는거
아냐? 속임수 같은 예감이 팍 든단 말야. 어떻게 하지?
으음... 내 마나가 26이니까... 하이 클래스 기사에게 12클래스의 마나를 쏟아서 콜 라이트닝
연속 3방으로 끝내고 미들 클래스급 기사가 꽤 많은데... 슬립으로 잠재워 볼까? 그래! 한번
해보자. 안되면... 클라우드 킬로 모조리 집단 독살시켜야지. 슬립이 4클래스 마나가 들고 클
라우드 킬이 5클래스의 마나가 들면 다해서 21클래스 마나네? 텔레포트용으로 마나 1클래스
는 남겨놔야 하구 그럼 남은 마나는 4클래스... 그걸로 파이어 볼을 날리고 내 검술 실력이
면 가까스로 로우 클래스급 기사를 잡을 수 있어. 만약에 실패해도 텔레포트로 튀고 내일
또 오면 땡이니까... 인비져빌리티도 있지만 미들 클래스급 정도면 들킬테니까... 딱 좋군. 실
행이다!
"공기에 흩어진 제우스의 힘. 그것은 마나의 결정체로 형상화 되는 전(電)의 기운. 콜 라이
트닝(call lightning : 번개 소환)."
마법을 외우기 전에 들키면 곤란하니까 소리를 작게 내어 마법을 외웠다. 소리를 크게 내면
마법 완성도는 더욱 높다. 그것은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리를 안지를때와 지를 때 지를 때
가 더욱 쉽게 들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할 때 외우는 시동어는 원래 아주 고대
에는 신들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그 힘을 허락하는 것이 시동어인데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내려와서 지금도 시동어를 외운다고 한다. 지금은 신들이 사라져서 그냥 콜 라이트닝! 해도
되지만. 하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 도저히 고쳐지지 않고 유행으로 번진다고 한다. 그리
고 시동어를 외우면 그냥 마법을 시전하는 것 보다 폼나기도 한다. 폼생폼사 마법사도 존재
하기는 하니까.
콰콰쾅. 콰릉. 콰콰콰쾅.
세 개의 번개가 차례로 하이 클래스의 기사를 노리고 뻗어나갔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는 마
른 하늘에 날벼락을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이건 방심할 틈도 안주는 갑작스런 마법이기에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잠시 눈이 빛에 구속되다가 어둠에 풀렸다. 세페우스와 기사들은 상황 판단을 했고 결과를
확인했다.
헉...
"테, 텔레포트!"
번쩍.
"헉헉헉. 미친 새끼."
난 욕을 내뱉었다. 화가 났다. 나의 최고 마법인 콜 라이트닝, 그것도 연속 3방을 맞고 살아
남은 것이다. 살아남은 것 뿐만 아니라 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반격까지 하려 했
다. 물론 바로 텔레포트해서 살아남긴 했지만.
"여, 여긴 또 어디야?"
주위를 살폈다. 많이 익숙한... 성 안의 정원? 그리고 저긴... 하이 클래스 기사!
난 얼른 나무 사이로 숨었다. 다행히 나무가 많았기에 무사히 들키지 않고 숨을수는 있었지
만 얼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사들이 몰려있었다. 그리고 중앙 건물이 보였다.
여긴 반대쪽 정원? 다행이군.
텔레포트는 시전하면 마법진의 마나 유도 없이는 랜덤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덫붙여 말하자
면 마법은 전부 마나의 유도가 있어야 한다. 마나 유도는 마법을 시전할 장소에 마나를 보
내 마법이 통하는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마법을 캐스팅할 때 마나 유도가 포함되므로
보통 마나 유도라 하지 않고 캐스팅이라고도 하고 마법 시전이라고도 한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 저 놈은 어떻게 내 마법을 맞고도 살아 남을수가 있지? 궁금해 미치겠
어! 아무튼 남은 마나는 14클래스. 이걸로는 턱없이 저놈들을 쓸어버리기에 부족한데... 슬립
으로 모조리 잠재워 버릴까?
"영원의 신 그리고 안식의 신 페어리 퀸이여. 그녀의 힘은 잠시동안의 안식. 슬립(sleep : 잠
재우다)."
당장에 마법을 시전하고서는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보통 슬립에 걸리면 누가 업어가도, 죽
어라 때려도 모르게 잠을 잔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슬립 정도는 아무렇
지도 않게 깨버린다. 그것은 지금 앞의 경우라구!
하이 클래스 기사 놈하고 미들 클래스 기사 3명. 남은 놈들은 다 골아 떨어졌구. 남은 마나
는 텔레포트 1클래스 빼면 9클래스야. 근데 미들 클래스 기사놈들은 다 안 잘줄 알았는데
엉터리잖아? 그러면서 왜 갑옷은 하얀색이야?
보통 기사는 철색 그대로의 갑옷을 입고 로우 클래스 기사는 파란색을 입는다. 미들 클래스
의 기사는 하얀색을 입고 하이 클래스의 기사는 검은 색의 갑옷을 입는다. 이것은 이유가
있는데 보통 기사는 갑옷 염색을 하면 갑옷이 비싸기에 염색을 안한 싼 갑옷을 준것이고 로
우 클래스와 미들 클래스의 기사는 어두울 때 적이 발견하기 쉽게 하기 위해 색깔이 밝은
색이다. 한마디로 총알 받이다. 먼저 총알 받이로 적을 막고 있으면 이때 하이 클래스의 검
은색 갑옷이 쥐도 새도 모르게 접근해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갑옷을 입는데
내 시력은 2.0이라구! 이건 다 페르나가 알려준 것이다.
아무튼 보통 기사와 로우 클래스 기사, 미들 클래스 기사 두 놈은 잠이 들어버렸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와 미들 클래스 기사 세 놈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직 슬립 마법의
출처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콜 라이트닝은 마나의 방출이 심하기에 감각이 좋은 하이 클래
스의 기사가 알아차렸지만 슬립 마법은 그리 마나가 많이 방출되지 않기에 마법사가 아닌
하이 클래스의 기사는 알아 차리지 못했다.
어떻하지? 9클래스의 마나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다 자버리지. 강력한 정신력의 소유자 같
으니라구!
어라? 흔들어 깨우고 있네? 저러다 다 깨버리겠어. 어서 대책을 강구해보자. 아! 클라우드
킬로 우선 잠들어 버린놈이나 남은 기사놈들을 독살 시켜버려야 겠어.
"술과 독의 신 포이져너리여. 그대의 힘을 빌리니. 클라우드 킬(cloud kill : 독 구름)!"
이번에는 소리쳐 마법을 시전했다. 이 마법은 완성도가 낮기에 소리 질러야만 시전이 어렵
지 않다. 솔직히 아직 몇번 시전 해보지 못한 마법이기에 자신이 없어서 음성을낸 것이지만.
마나를 유도해서 깔아놓은 곳에서 녹색 기체가 생성되었다. 주위의 모든것에게 해로운 독성
을 공기가 흡수해 인화성 독구름으로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클라우드 킬은 치료에도 사용
되는데 마법의 특징이 독성을 흡수하는 것이어서 독에 걸린 사람의 독기운을 빼내는데 사용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큐어 포이즌을 애용한다.
호오? 하이 클래스놈이 정신없어 하는군. 숨을 안쉬는지 아직도 버티네? 헉! 내쪽으로 오잖
아?
하이 클래스의 기사가 독구름을 피해 아무데로나 피한다는게 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 급
박한 상황에 나는 텔레포트를 시전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공간의 신 피빌리우스여. 그대의 힘을 빌어. 베이켄시 딜리션(vacancy deletion : 공간 삭
제)!"
"시간과 차원의 신 미카엘이여. 시간의 흐름은 공간의 정화. 상처의 치유. 타임 큐어(time
cure : 시간 치유)!"
"여신 클로리아여. 그녀의 힘은 정화와 회복. 그리고 돌봄의 자녀. 에센(essence : 정화)!"
동시에 세가지의 마법이 터져나왔다. 꽤 재미있었다. 애써 만든 녹색의 구름이 모조리 사라
진 것이다. 상황 판단이 느린 나는 하이 클래스 기사의 눈빛을 보고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마법사가 있다는 걸 까먹었네... 반갑습니다. 하이 클래스의 기사여."
꽤 어른스럽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흥. 저번에 도망간 놈인가?"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아까 콜 라이트닝을 어떻게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까?"
난 위급할시 텔레포트로 도망치면 되기에 맘을 놓고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기사도 그걸 알
고 있는지 애써 날 잡으려 하지 않고 그냥 대화라도 할겸 검을 내렸다.
"아! 아까 콜 라이트닝을 쓴게 너였나? 텔레포트를 했으텐데 운좋게도 이 근처로 이동했나
보지? 이유를 알고 싶겠군."
잠시 말을 끊은 기사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대답했다.
"네."
"내 갑옷은 보통 갑옷이 아냐. 물론 알겠지만 나는 하이 클래스의 기사. 그리고 크로야나크
의 일원."
"크로야나크?"
내 눈썹이 꿈틀거리는 이유는... 크로야나크는 시몬 제국 국왕의 기사단 이름이다. 크로야나
크의 기사수는 17명으로 제국의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기사다. 만약 앞의 기사가 크로야나
크라면 하이 클래스가 아니라 그 상위의 스폐셜 클래스다. 그 중 한명이 내 앞에 있다.
"하하. 놀랐나보군. 그래, 나는 크로야나크지. 그리고 이 갑옷은 크로야나크의 정식 갑옷이
다. 그럼 콜 라이트닝이 막힌 답이 됐겠지?"
물론 답이 되구말구. 크로야나크의 갑옷은 마법 갑옷이다. 왠만한 마법은 완전히 차단하는
쉴드의 마법이 여러겹 걸린 최고의 갑옷이다. 쉴드의 마법은 시몬 제국의 궁정 마법사 8계
열의 마스터가 직접 건 것으로 5계열 이상의 강력한 마법이 아니라면 깨지지 않는다. 콜라
이트 닝은 5계열 마법인데 갑옷 자체의 강도도 있어서 충격을 받지 않은것이었다.
제길... 그렇다면 검으로 제압하지 못하면 이기는걸 포기해야겠군.
그때 클라우드 킬을 없앤 세 명의 마법사가 다가왔다.
"키라쳰님. 저놈은 누굽니까?"
마법사 중 지위가 높은지 녹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나머지 둘은 노란색이었다.
저 기사의 이름이 키라쳰? 기억하겠어.
"클라우드 킬의 마법을 쓴 마법사다."
"그렇다면 저희가 제압하겠습니다."
"아니. 너희의 상대가 아냐. 저 녀석은 5계열 마스터 이상이거든."
"그러면..."
키라쳰의 말을 들어보니 마법사가 허접들이라는 건데. 아무튼 디스펠 매직은 걱정 안해도
되겠군.
참고로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 마법 무효화)은 말그대로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텔레포트를 시전하지 못하고 그대로 여기서 죽는다는 말이 된다.
"안 갈거냐?"
키라쳰의 물음.
"가야되겠지요. 제 실력으로 당신은 무리이니까."
"잘가라."
키라쳰의 마중.
"가기 섭섭한걸요?"
나의 아쉬움.
"그럼 여기에 목이라도 두고 갈 생각인가?"
키라쳰의 비꼼.
"그럴까요?"
나의 받아침.
그리고 마법 시전.
"텔레... 헉!"
제길!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노리고 있었어. 역시 크로야나크.
루이나드

제 3장.  의뢰 (4)


내가 텔레포트의 마법을 외우려고 할 때 키라쳰의 검이 날아왔다. 키라쳰이 텔레포트의 마
법을 외우는 걸 노려 검을 던진 것이다. 그냥 레이피어에 새겨진 마법을 외웠으면 키라쳰의
검이 날아올새도 없었지만 검에 마나를 주입하는것과 마법을 외워서 이동하는 것은 마나의
소비 차이가 있었기에 마나를 아끼기위해 괜히 마법을 외운 것이다.
가까스로 검을 피할순 있었지만 키라쳰의 주먹은 피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쳐 주먹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모아 마법을 외웠다. 레이피어의 텔레포트 마법
을 외울순 있었기 때문이다.
피유웅.
빛이 나의 몸을 운반할 때 나는 소리가 나면서 장소가 바뀌었다.
"으윽... 코가 부러졌나?"
남은 3클래스의 마법을 몽땅 힐에 쏟아부었다. 코가 다행히 빚맞아서 부러지진 않은 모양이
었다. 아무리 키라쳰이어도 검을 던지고 동시에 주먹을 날리는 것은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으으... 이제 좀 낮네. 마나가 차면 치유하기로 하고 마을로 돌아가야겠는데... 여긴 어디
야?"
분명히 이동 시간을 보니까 상당히 많이 이동한 것 같은데...
텔레포트로 이동할 때 약간이나마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이 꽤 길었다.
"아, 저쪽이... 아닌가?"
멀리서 보이는 빛이 하이딘 영지인줄 알았는데 빛이 너무 작았다. 아니 너무 작은게 아니라
몇 개 안되었다. 그것도 꺼져가는 불.
"아무튼 가봐야겠군. 무언가 일이 있는게 분명해."
우선은 가보고 보자, 저질러보고 보자, 그게 내 생활 신조다.
거리가 얼마 안떨어졌기에 5분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엑!
으아아악!
크릉!
크윽!
와득!
끄엑!
비명소리? 비명소리! 그것도 사람의...!
난 우선 상황을 모르기에 접근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엇! 저것은! 늑대인간? 라이컨트스롭!
라이컨트스롭은 늑대인간의 변종인가는 모르겠지만 보통 늑대인간보다 더 강하다.
라이컨트스롭 두 마리와 늑대인간 다섯 마리, 아니 네 마리, 늑대들이다.
늑대인간은 어떤 사람에 의해 한 마리 죽여졌고 늑대는 꽤 많았다. 꽤 많기도 했지만 행동
이 재빨라 셀 수가 없었다.
그에 지금 대치하고 있는 상대는 사람이었다. 검과 갑옷을 착용한 사람들이었는데 실력이나
숫자에서 상당히 불리한 듯 했다. 여지없이 상관하는걸 좋아하는 나는 그 싸움에 참전했다.
물론 사람들쪽 편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레이피어. 라이컨트스롭에게 피해를 줄수 있는 것은 은으로 된 것인
데... 어떡하지?
몬스터를 처리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들어오기에 페르나에게 들은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꽤
나 많았다.
에라 될대로 되라!
나는 레이피어를 꼬나쥐고는 늑대 무리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늑대 한 마리를 베었다. 늑대
는 사람들의 무리를 노려보고 있었기에 기습으로 별 문제없이 등에 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
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몇 마리의 늑대가 나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이런 제길."
아직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나에게 눈길 하나 없었다. 아무튼 뒤죽박죽 엉켜서
싸우는 늑대와 사람들의 대열은 정리될 틈이 없었다. 이러다간 다수의 늑대들에게 몰릴텐데.
아차! 이런생각을 할 틈이... 헛!
나의 목을 향해 입을 벌리고 뛰어드는 늑대를 보고는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휘둘러 허리를 동강 내버렸다. 그때 왼쪽 종아리가 아려왔다. 합동 공격으로 한 마리가
시선을 끌 때 남은 한 마리가 종아리로 달려든 것이다. 종아리를 문 늑대는 나의 검이 내려
꽂히는걸 보고는 급히 뒤로 빠졌다. 왼쪽 종아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오른쪽 다리로 몸을
지탱한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키라쳰에게 맞은 얼굴부
위가 아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제기럴! 그냥 조용히 내 갈길 갈걸!
"씨발! 그래, 해보자. 해봐!"
내가 악을 지르자 늑대가 흥분했는지 더욱 으르렁 거렸다. 싸움의 본능으로 눈이 벌겋게 물
들어 있었다. 평소에 봤으면 무서움에 움츠러들었겠지만 나도 이미 빡 돌았다구!
민첩성과 속도가 빠른 늑대가 먼저 공격해 들어왔고 난 살짝 몸을 움직여 놈의 머리를 베었
다. 아참! 놈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건가?
늑대에게 공격수단은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이 난 발이었다. 하지만 발에 의한 공격은 그리
큰 타격을 주지 않기에 이빨로만 공격하려는 늑대들의 공격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빨라도 사정거리가 짧기에 긴 레이피어로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벌써 여덟마리의
늑대들을 베어 넘겼다. 주위에 더 이상 늑대들이 없어 숨을 돌릴무렵 운 없게도 늑대인간이
다가왔다. 적어도 늑대인간은 미들 클래스급 기사정도의 실력은 된다. 맞장도 겨우 붙을 수
있을 정도인데 그 뒤에 몇마리의 늑대까지라면... 죽었다!
늑대인간이 내 앞에 섰고 다섯 마리의 늑대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듯 포진했다. 꽤 경험이
있는 놈들인 듯 공격하는 방식이 있는 듯 했다.
"오호? 아무리 그래봤자 니네들은 늑대뿐이라고! 우선 늑대인간부터 죽이면 니네들이 아무
리 날고 기어도 말짱 꽝이야!"
늑대인간에게 죽자 살자 달려들어 검을 一자로 휘둘렀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예상외로 너무
쉽게 몸을 뒤로 빼 메이스로 내 검을 막아냈다.
크르르르릉.
헉! 이런...
늑대인간이 검을 막아내자 마자 뒤에서 늑대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늑대인간에게 묶여 있는
검을 회수해 재빨리 뒤로 휘둘렀다. 운좋게도 한 마리가 걸려 머리 통을 박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왼쪽 허벅지가 물려버렸다. 더 이상 이성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밀려왔
고 동시에 화까지 치밀어 올랐다.
마나만 있으면! 으아아악.
검을 내리찍어 허벅지를 물고 있는 놈의 허리를 꽤 뚫어버렸다. 이성이 마비되었는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세 마리의 늑대는 덤벼들 생각을 안하고 으르렁 거렸다. 그때 귓가
에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정신이 번쩍들어 옆을 돌아보았다. 어떤 사람이 가
까스로 늑대인간의 메이스를 막아내고 있었다. 세 마리의 늑대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을 때
뒤에서 늑대인간의 메이스가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세 마리의 늑대를 처리했다. 계속 다친 왼쪽 다리에 고통이 몰려왔지만 오른
쪽으로 체중을 최대한 실어 고통을 최소화했다.
늑대인간쪽으로 다가가서 힘들게 싸우는 사람을 도왔다. 나에게 날아오는 메이스를 막아준
사람 말이다.
늑대인간과 나와 어떤 사람과의 거리가 조금 벌어지자 나는 여유를 내어 말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은혜를 아는 놈이라구!
"그런말은 이따가 이놈들을 처단하고 하라구요. 흐압!"
나를 도와준 사람이 눈길로 신호를 보냈고 우리 둘은 동시에 늑대인간에게 협공을 했다. 
나는 머리를 노렸고 그 사람은 허리를 노렸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협공은 막기 힘들었
다. 겨우 미들 클래스의 기사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크와아악!
비명소리 한번 더럽군!
상황을 살펴보니까 전세가 아직도 불리해 보였다. 그것은 라이컨트스롭의 실력이 워낙 뛰어
나서였다. 라이컨트스롭은 은으로 된 검이나 도금이 된 검 아니면 검이 살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강철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근력도 미들 클래스 기사의 두배가량이었다. 민첩성이나
빠르기도 훨씬 뛰어났다. 그런 라이컨트스롭이 두 마리였기에 밀리는건 당연했다.
늑대들이 상당수 제거되서 숫자면에서는 사람이 우세했다. 남은건 라이컨트스롭과 늑대인간
각각 두놈하고 열마리 남짓한 늑대들이었다.
숫자가 줄어들자 자연스레 대열이 정리됐다. 사람들과 늑대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잠시 휴전
한 것이다.
"리노우, 상황보고 해!"
"네! 기사단 전체 30명중 13명이 사망, 10명이 중상, 나머지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래? 그럼 17명이 남아야는데 왜 18명인가!"
"아, 그건 난데..."
아마도 내가 낀 것 같았다.
"넌 누구냐? 우리 기사단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우연히 여길 지나가다가 싸우는걸 발견해서 싸움에 끼여들었다."
왠지 존댓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자존심이 허락안하는군.
"그래? 어린놈 같은데..."
"검 실력이 대단합니다.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까 나랑 늑대인간을 처리한 기사인가?
"그래? 고맙군. 하지만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고맙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이
봐, 꼬마. 그렇게 남의 일에 신경쓰다보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법이야. 몸을 아끼라구."
으득! 저 자식 띠껍게 구네? 열받아... 근데 무슨 기사단이 이래? 절라 허접 기사단이구만.
"오합지졸들."
조용히 내뱉은 말에 살벌한 눈빛들을 하는 이유는... 오합지졸들이라는걸 인정하는건가? 하
긴 무슨 기사단이 늑대무리한테 쩔쩔 매고 있어? 오합지졸 맞구만. 하나 틀린말 안했네. 내
가 마나만 있어도 그냥 주문하나 외우면 끝나는 것을... 쯧쯧쯧.
아무튼 띠껍게 굴어 더 이상 싸움에 참가 안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특히 띠껍게 구는 기사
단 대장 노릇을 하는 녀석을.
크르르르릉.
다시 늑대들이 으르렁 거렸다. 싸움을 시작하자는 신호인 것 같았다.
"나와 리노우, 피르는 라이컨트스롭. 세제스, 피델, 챠스첸도 역시 라이컨트스롭. 나머지는
알아서 맞는다. 자 실시!"
겁도 없이 세명 가지고 라이컨트스롭을? 실력이 꽤나 되는가보군.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있
는 싸움 구경을 해볼까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적 안심 덕분이었다. 고통도
많이 가라앉았다. 겨우 늑대가 다리 조금 물은 것은 페르나에게 검술 대련을 하다가 다친것
에 비하면 정말로 세발에 피였다. 페르나는 심심하면 다리를 부러뜨린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사상자를 셋 더 내고 싸움을 종결시킬 수 있었다. 은도금 된 롱소드를 쥔 놈들이 꽤
됐었다. 아쉽게도 띠껍게 구는 놈은 꽤 실력이 됐는지 살아남았다. 그것도 나보다 쪼금 잘난
것이지만. 난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자, 수고했다. 리노우 상황보고."
"사망 16명. 중상 11명. 나머지는 경미한 부상입니다."
"꽤 많이 죽었군. 병신들. 자기 목숨 하나도 부지 못하다니."
지는... 겨우 라이컨트스롭도 이긴 주제에.
"평지에 있는 야영장으로 이동한다. 철수!"
그리고는 띠건놈이 나한테 다가왔다.
"너도 같이 내려갈건가? 밤이 깊었다. 갈때가 없으면 같이 가도록 하지."
그래도 조금의 인정은 있나보지? 안데려 같으면 강제로라도 갈테지만.
말없이 기사단에 합류해 산을 내려갔다. 산 바로 밑 평지에 꽤 큰 진영이 있었다. 인원은
100명정도?
흘. 여지없이 내 예상이 맞군. 그런데 왜 늑대들을 상대할 때 30명만 데리고 갔지? 웃긴 놈
들이야.
"오늘 회의는 한시간후에 하도록 한다."
또 다시 띠건넘이 나를 쳐다보네? 아 재수 없어.
"넌 나를 따라와."
어따대고 반말이야?
아까는 상황이 조금 어지러워서 못 느꼈는데 저자식 목소리가 꽤 어린 것 같았다. 고작해야
내 나이 조금 더 먹었을 정도?
또 다시 내 예상은 맞았다. 자신의 막사에 나를 데리고 가더니 탁자에 앉히고는 나랑 얘기
를 조금 하려는 듯 했다. 투구를 벗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두살 위?
"이름이 뭔가?"
아직도 반말이야? 띠껀놈.
"세페우스. 니 이름은?"
나도 역시 반말을 했다. 그런다고 나에게 전혀 해가 될 것은 없다.,
"페르젠."
페르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아, 사부님 이름이 페르나인데 비슷하군.
"나이는?"
"16. 너는?"
"19."
흑, 나보다 3살이나 많잖아? 이거 반말해도 되는 거야?
"어쩌다가 여기로 온거야? 아까 거기는 인적이 드문 산속이야."
조금 덜 띠꺼워 진건가? 아니면 내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도저히 모르겠어.
띠껀놈...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려다가 만약을 대비해 둘러대기로 했다.
"그냥 여행중이었다."
"허, 여행 갈데가 그리도 없어 죽고 싶어서 산속을 여행해? 너 돌았냐?"
윽... 띠껀놈... 이럴때일수록 표정관리를 잘 해야는데... 표정관리, 표정관리, 표정관리...
"그러는 너네들은 왜 거기 있었던 거야?"
"정식으로 소개하지. 우리들은 영 컨쿼러(young conqueror : 젊은 정복자) 기사단이다."
이름 절라 이상하네. 뭐가 그렇게 어려워?
"뜻이 뭐냐."
당연히 고대어로 된 문자는 마법어 밖에 모르는 나에게 영 컨 머더라? 는 뜻은 모를 수밖에
없다.
"젊은 정복자. 우리들은 다 20살이 안된 기사단이야. 인원은 108명이다."
뭐하러 이 나이에 기사단을 만들어? 그냥 집에서 아빠, 엄마 귀여움이나 받고 살것이지.
"우리는 우리들끼리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뭉쳤어. 어른들이 싫거든. 어리
다고 때리고 무시한다는 건 도저히 못 참는 성미거든."
웃기는 집단이야.
"그래서 나는 부모를 죽였지. 매일 때리고 괴롭히는 것들은 내가 있는 이 세상에 살아야 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야."
미친놈.
"어때? 너는 혼자 여행한다고 했지? 그럼 부모가 없겠군. 우리 기사단에 드는게 어때?"
"싫어."
"왜?"
"난 너희들이 이해가 안가거든. 난 고아야. 아니 어릴 때 버려져서 부모를 모르지. 그리고
맞거나 무시받은적이 없거든."
"화나지 않나? 맘대로 버리려면 차라리 낳지를 말지. 자기들 맘대로야. 그런데서 분노를 못
느끼는거야?"
"아니. 나에게 이 세상을 구경시켜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걸. 너희들은 이고이즘(an
egoism : 이기주의자)일 뿐이야."
참고로 이 세계에는 이기주의자라는 말이 없다. 대신 고대어로 이고이즘이란 단어를 쓴다.
그런게 어딨냐구? 작가 맘이야~~
"흥. 바보같은 자식이군. 우리 기사단에 들면 자유로워 질 수 있어."
"아니. 들어도 너같은 놈들에게 명령을 받아야 해. 그건 단지 어른과 니가 바뀐 것 뿐이지,
전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 아까 죽어간 놈들이 진짜로 죽고 싶어서 죽었다고 생각
해? 너에게 구속된 삶을 살다가 죽은거야."
"무슨소리지?"
"생각해봐. 아까 죽어간 놈들이 이 기사단에 들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산다고 해봐. 적어도 여
기서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거야. 결국 니 명령대로 늑대들과 싸우다가 죽어간 거야."
"아냐. 아까 죽은 나의 동료들도 어른들에게서의 자유를 원했다. 나와 뜻이 같은 놈들이라
구. 그래서 늑대들을 죽여 돈을 벌어 어른들의 콧대를 꺽으려 했던, 그런 단순한 이유때문이
야."
"꼭, 이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방법밖에 없는거야? 아까 늑대들을 죽인것도 늑대
들을 죽이고 현상금을 받으려고 했던거지?"
"그래."
"돈을 버는 방법은 이런방법밖에 없다구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이야. 우리는 어른들과 싸우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을 기르기 위해 이런 길을 선택한
거라구. 그리고 가장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어."
"그러면 할 말은 없지. 하지만 너희들도 크면 어른이 될거야. 그러면 너희들도 어린놈들을
자연적으로 무시하고 헐뜯을거야. 단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아?"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아래 취급하는 것
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항상 평등해. 나이가 적든 말든."
그래서 아까 내가 반말해도 별로 상관 안했군.
"그러면 아까 기사단이 너에게 존댓말을 한 이유는?"
"그건 나이에서 아무리 평등하다고 해도 계급 질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야. 뛰어난 사
람이 다스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곤 존댓말은 난 원하지 않지만 그들이 원해
서 한것이구."
"지배하는 것, 그것은 과연 평등한거야?"
"당연하지. 그들도 언제든지 강해지면 다스릴수 있는 기회가 있거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
에서 평등하다고 생각해."
"흐음...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 너희들은 너희만의 이상과 세계에서 살고 있구나."
"당연해. 어른들이 만든 세계는 너무 불공평 하거든. 우리가 만든 질서와 법칙을 지키고 싶
어. 그뿐이야. 그래서 어른들과 싸우는것이고."
"그런데 강하면 다스릴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지? 그럼 너희들은 어른들보다 약해. 그럼
어른들에게 너희들이 지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것 아냐?"
"그것은... 하지만 그들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무시하고 헐뜯어. 그리고 우리들보다
강하지 않은 놈들도 있어. 그건 잘못됐어. 나는 기사단을 지배하지만 우리 기사단을 전혀 무
시하고 헐뜯는 적은 없어."
"과연 그럴까?... 그래. 너희들은 완전히 독립된 존재구나. 새로운 계급 사회를 펼쳐갈... 하지
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우린 꼭 평등한 세계를 이루어 낼 거야."
"그럼 해봐. 이루어 낸다면 인정해줄게. 나 같은 놈의 인정이야 상관 없겠지만 지켜보겠어."
"좋아. 너 같은 놈이 우리 기사단에 든 다면 좋을 것 같군."
띠껍던 놈이 괜찮은 놈으로 탈바꿈하는 시간이었다. 기사단의 리더로써 충분한 자격이 있는
놈 같군. 띠껀놈.
"당연하지. 나는 강하거든. 그리고 강해질거야. 어른들보다는."
"재미있군. 니가 얼마나 강하기에 그렇게 자부할 수 있는 거지?"
"훗, 너보다는 강해."
"우리 기사단에 나보다 강한 놈은 아직 없어. 하지만 나오겠지. 니가 나보다 강하다면 이 기
사단을 지배할 수 있어. 생각 없어?"
"적어도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 너희들의 이상이 별로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거든."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는거지. 그런데 너 진짜로 강하긴 강한거야? 검도 겨우 레이피어고
몸집도 작은데?"
"그렇게 보이겠지. 난 마법사거든."
"마법사? 설마... 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리 기사단에 들 생각 없어? 우리 기사단에 마법사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텐데."
"생각은 해볼게."
"마법사로써 실력은 어느정도나 되지? 눈여겨 보았다가 나중에라도 만나면 다시 권유해볼
생각이거든."
"나를 기억해준다면 고마운 일이지. 26클래스에 5계열 마스터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다는 뜻이겠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물론. 인간중에 40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는 한명밖에 없어. 그리고 나 정도의 마법사도 드물
지. 6계열의 마스터 이상은 손으로 꼽을 정도야. 사실이지. 시몬 제국의 최고 마법사도 8계
열 마스터거든."
"그래?"
"잘봐."
지금 차있는 마나가 2클래스정도면 힐을 시전했을테 다리 상처정도는 회복시킬수 있겠지?
바지를 걷어 왼쪽 다리의 허벅지와 종아리 상처를 페르젠에게 잘 보이도록 보여줬다. 그리
고 힐의 주문을 외웠다. 그것도 폼나고 엄숙하게. 나의 마법 실력을 인정받는 것과 자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치유와 수호의 여신 에게니스여. 그대의 힘, 치유를 빌어서. 그것은 아픔의 고통을 안정의
회복으로. 힐(heal : 치료)."
"아, 아니! 이게 마법? 상처가 말그대로 순식간에..."
루이나드

제 3장.  의뢰 (5)

으쓱.
"별 것 아냐."
"정말 우리 기사단에 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중에 생각 해보고."
짜식. 눈이 휘둥그래 지기는. 마법 처음 보나? 촌스럽게.
"이제, 그만 쉬어야 겠지? 나는 회의에 가봐야겠어."
"어디서 머무르면 되는거야? 적어도 며칠은 여기서 휴식할 것 같은데."
중상자가 꽤 있기에 확신있게 한 말이다.
"따라와. 좋은 곳이 비어있거든. 오늘 죽은 놈들중에 꽤 지위가 높은 놈이 있었는데 그놈이
쓰던 천막을 줄게."
"고마워."
"아, 그런데 날 처음 만났을 때 왜 그렇게 차갑게 군거야?"
"난 처음보는 놈들은 다 못믿거든. 하지만 넌 말을 해보니까 괜찮은 놈이다. 그리고 아까 한
말은 다 맞는 말이야. 이런 세상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목숨이야. 함부로 남
을 도와주었다간 목숨을 잃기 마련이지. 나같았으면 아까 상황에서 승산이 있는 싸움이 아
니면 절대 끼여들지 않아."
"차가운 놈."
"맘대로. 이게 살아가는 방식이야. 나만의, 나대로, 제멋데로!"

마나 수련 해야지.
아침 일찍 일어나 꼬박꼬박 마나 수련을 했다. 거의 다 차있는 마나를 보면 저절로 흐뭇해
진다. 마나 수련을 조금만 하면 어제 소비했던 마나를 다 채울수 있다. 하지만 좀처럼 27클
래스를 이룩하긴 힘들다.
요즘엔 제대로 마나 수련을 해본 기억이 나지 않아. 열심히 해야지. 다 채워진 마나를 보니
까 든든한걸?
대충 마나 수련을 끝내고 페르젠에게 갔다.
"페르젠, 있어?"
"응. 세페우스인가? 들어와."
친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여기 기사단에 있으면서 대장노릇해도 되겠지만 돈을 별로 못벌
어. 암살자가 되면 의뢰를 해결하면 돈이 굴러오는데. 아, 사부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난 지금 로빌트 마을로 가야 하거든. 약속이 있어. 어제 어두운데서 헤맸더니 길을 잃어버
렸는데, 여기는 어디지?"
난 어제 밤 자기 전에 생각해 뒀던 말을 꺼냈다. 로빌트는 하이딘 영지의 전에 머물렀던 페
르나와 만나기로 한 마을 이름이다.
"아, 여기서 얼마 멀지 않아. 지도 한 장 줄테니까 따라 가면 되. 오늘 갈건가?"
"물론이야. 여행은 많이 할수록 좋은 법이거든."
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둘러댄 것을 기억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은 나쁘지만
사부가 맡고 있는 의뢰는 하이딘 영주 암살이니까 평소에 조심해야되.
"그래. 뭐 필요한 것은 없나? 말 한 마리 내줄테니까 그거 타고가."
"고마워."
기사단이 꽤 부잔가? 말도 있구?
"어제 죽었던 놈의 말이야. 주인이 없으니까 니가 잘 보살펴야 될거야."
아하, 어제 잤던 천막의 놈꺼군. 어쩐지...
띠꺼운 놈과 헤어지긴 조금 아쉽지만 말을 타고 로빌트 마을로 향했다. 혹시 사부가 와 있
을지도 모른다.
꽤 멀리 텔레포트 했던지 말을 타고 반나절을 달려서야 로빌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페르젠이 얼마 멀지 않다고 했는데 순 뻥쟁이잖아?
"어서 옵쇼! 이, 손님이시군요. 저기 페르나란 분이 왔는데 208호에 묵고 계십니다. 오시면
전해드리라고 했는데."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제일 잘 실천 하려는 듯 주인 아저씨의 말은 존댓말로만 이루어졌
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페르나라구? 사부님이 드디어 온건가? 왜 이제야 오는거야!
똑똑똑.
문을 세 번 두드렸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똑똑똑.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이번엔 손잡이를 돌려봤다.
끼릭. 딸칵.
손잡이의 쇠끼리 조금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가볍게 문이 열렸다. 열어놨던 것이다. 사부는
어디 나갈 때 꼭 문을 잠그는데?
"저기, 사부 있어요? 사부!"
요리조리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방금전에 누가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드는걸로 보아
얼마전에 나갔나?
갑자기 오줌이 마려오네. 염치 불구하고 사부님 방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겠어. 왜?
이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한발 내딛어서 겨우 내 방 문 앞에 도착한후 호주머니에 있는 열쇠
를 열심히 찾아 피곤으로 뻗뻗해진 손으로 열쇠를 든후 극도의 집중도를 요하는 열쇠 구멍
에 열쇠 끼워 맞추기를 한다음 열쇠를 돌려 열고 빼서 호주머니에 넌 다음 극도의 완력을
원하는 손잡이 돌려 문 열기를 하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어 화장실 앞에 도착한다음
들어가서 바지에 있는 벨트를 이미 짜증난 몸으로 푼 다음 자크를 내리고 속옷을 내린다음
조준해서 쏴야겠나? 그냥 사부방에 있는 화장실 쓰면 되지.
달칵.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안에서는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얼굴에는 습기가
물려왔다. 그래서 문을 완전히 열은 순간 엄청난 것을 경험해야 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목청 터지지 않았을까?
큰키, 하얀피부, 아름다운 곡선미, 잘빠진 다리와 엉덩이, 그리고 잘록한 허리, 가슴과 등 밑
으로 흘려내린 머리카락, 빨간 머리카락. 그 위로는 통행금지, 안전지대, 금기, 침입금지등의
팻말이 붙어있는 몸집이 작아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는 작진 않지만 왠만큼 나온 아담한 가
슴. 그리고 아직도 목청이 터지지 않았는지 또한 잘 어울리는 비명소리.
나의 고막을 뚫어버리려는지 숨도 안쉬고 악을 지르는군. 그러다가 숨 넘어가면 책임 못져!
어라? 힘이 부치니까 몸을 움츠리면서도 비명을? 아얘 젓먹던 힘까지 짜내는군!
허어... 꺄아아아아아...
드디어 숨을 쉬는건가? 아마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인가?
그럼 나가줘야겠군.
한동안 조용해졌고 화장실 문이 열렸다. 대충 닦고 나왔는지 사부의 머리는 촉촉했다.
"야! 이 자식아. 왜 마음대로 문을 열고 지랄이야! 어? 죽을래? 죽고 싶어? 오늘 한번 죽어
봐? 죽는거야!"
저주를 퍼부어라. 죽는게 그리 쉬운줄 알아? 예쁜 입으로 욕하면 안좋은데... 특히 태교에
는...
"아, 잠깐만요! 그런다고 검까지 빼들면은... 으아아악!"
난 바로 여관을 뛰쳐나왔다. 사부가 계속 쫓아와 여관 밖에까지 도망오자 멈춘 것이다.
헉헉! 내가 미쳤지! 왜 확인도 안해보고 문을 열었을까... 미쳐미쳐!
"너! 들어올 생각도 마! 알았어?"
여관 문에서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않고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거야? 쪽팔리게...
"저기... 그게..."
이유가 없었다. 무조건 내 잘못이니까...
"으씨! 밥도 안먹었는데... 그냥 페르젠한테 얻어먹을걸... 아침, 점심 쫄쫄 굶고 이게 뭐야!
왜 그래야 되는데!"
또 소릴 지르려는 건가?
"난 니게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너 같은 변태 놈이랑 같이 일 못하겠어! 실망하지는
마! 니가 변태짓 했으니까! 제발 더 이상 변태짓 하지마!"
어랍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그래, 이래야 했어. 이래야만 했어, 변태짓을 했어 내가, 내가 결국 너를 화나게 만들고 말
았어. 하지만 내가 이래야만 나의 방광이 편안해 질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내 마음을 내 결
정을 어쩔수 없음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방까지 가서 오줌을 싸야 할것임을 알기에, 너
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수 없어, 훔쳐볼게. 미안해, 볼건 다 봤어!"
"잘가!(꺼저버려!) 행복해!(떠나버려) 다신 변태짓... 하지 말고 살아가줘 (하면 죽는다!) 나는
(그래 나는) 변태가 (너무싫어) 내 주먹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패진 않겠어!)"
무섭다...

결국 저녁이 되서야 저녁 먹으라고 들여보내준 사부님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화가 풀린 것
이다. 뭐, 그냥 잘못 들어가서 몸 한번 본 것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다니. 알다가도 모를 종
족이란 말야. 다 기억하고 있어! 절대 안 잃어버릴거야... 곡선미... 아아!
"그런데 어떻게 된거예요? 삼일동안."
"아, 그게 말이지. 맨 처음 침투한날 하이 클래스 기사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크로
야나크더라구. 그 갑옷 어깨에 용문장을 보았거든. 그래서 곧바로 튀었지. 하지만 낮에는 하
이딘이 중간 건물로 가더라구. 그래서 앞 건물 침대 밑에 숨었지. 그때도 하이딘 방은 경비
가 심했는데 어찌어찌 뚫어가지고는 침대 밑에 숨었어. 그리고 밤에 하이딘을 암살하려고
했는데 크로야나크 이놈이 방안 곳곳을 수색하는거야. 내 흔적을 알아차렸나봐. 침대 밑을
들출 때 겨우 인비져빌리티(invisibiiity : 투명화)를 완성해서 들키지 않았는데 마법사가 알
아차리고 찾아왔었어. 다행히 걸리진 않았는데, 크로야나크 기사의 갑옷에 하도 강력한 마법
이 걸려 있어 마나는 감지했는데 나를 감지하지 못한거지. 그런데 니가 6계열의 마법사를
용케도 죽였더구나."
"네."
"그래서 하이딘을 암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크로야나크 기사 한놈이 또 온거야.
그러더니 하이딘을 데리고 나가버리더군."
"왜요?"
"몰라. 6계열의 마법사가 너한테 죽고 마법사 혼자가 여기 쳐들어올 수가 없다고 하더군. 다
른 놈이 침투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중앙 건물로 옮겼나보지."
"그렇군요."
"그래서 난 거기서 이틀을 머물렀지. 죽는줄 알았어. 침대 밑에서 웅크리고 자면 얼마나 힘
든지 넌 아마 모를거야. 그런데 삼일후 저녁에 누가 콜 라이트닝을 쓰면서 또다시 쳐들어왔
나봐."
"아, 그건 저예요. 제가 다시 침투했었죠."
"아, 그래? 잘했어! 침투해가지곤 크로야나크 기사가 니가 쳐들어왔을 때 영주가 중앙 건물
에 있는 걸 알아채렸다! 생각하고 여기로 다시 옮겨왔지. 그래서 그때가 기회다 하고 침대
위로 검을 박아 넣었어. 좁아서 검 다시 회수하는데 죽는줄 알았지. 바로 검을 빼고 텔레포
트 했는데 크로야나크 기사놈이 얼마나 빠른지 텔레포트 할 때 눈앞에 그 놈 검이 있었어.
죽는 줄 알았지."
"그래서 성공한건가요?"
"그래."
이얏호! 그럼 보수는...
"보수는요?"
"이번엔 니가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까 반을 떼주겠어."
"그럼 2천 500골드요? 언제 주실거죠?"
"아니,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이제까지 양육비랑 아까 정신적 부담비로 2천골드를 제하면
500골드야."
"그런 치사한!"
"아니, 당연한거 아냐? 그리고 넌 아직 어리니까 큰돈은 필요없잖아."
"알았어요."
눈을 째리기 전에 난 대드는걸 멈추었다. 대들어봤자 나에게 돌아올 이득이 없다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식사가 나왔고 아침하고 점심을 굶은 만큼 입에 음식을 넣었다. 숨을 헐떡일만큼 배에 음식
이 들어가자 그제서야 내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아! 나의 사랑스런 500골드! 히히. 원래는 하나도 못받을줄 알았는데~! 히히.
무사히 의뢰를 마치고 집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루이나드

제 4장.  대마법사 사라니안 (1)

세상에는 특별한 운명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 세계를 위해서 목숨받쳐 싸우는 영웅들.
하지만 그들도 운명의 신 데스티니의 선택을 받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자, 이제 그중 한명을 만나볼까?

"세페우스. 이제 니 나이가 몇이지?"
"에? 할아버지. 그건 왜 물으세요? 16이요."
"그래? 많이 컷구나. 이제 완전한 어른이 다 됐어."
"그게 무슨 말이예요?"
"아니다. 그래, 오늘은 성공 할 수 있겠느냐?"
"모르겠어요. 대지의 힘을 빌리는 마법은 몇 가지 없잖아요. 아직 익숙치 않아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 훌륭한 마법사가 되지. 마나 클래스는?"
"27이요."
"그래? 정확히 말하면 20이긴 하지만 많이 모았구나."

"대지의 신 노움. 일그러진 힘. 폭발하는 대지여. 갈라지는 대지여. 얼스 퀘이크(earthquake
: 지진)!"
우르르르쾅.
얼스 퀘이크는 일시적인 대지의 마법이다. 지진의 힘을 공간에 형상화시켜 공격하는 법으로
실제로 땅이 갈라진다거나 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대지를 타고 지진과 비슷한 힘이 전 
달된다.
"된건가? 헉헉... 마나가 남아 나질 않는군."
얼스 퀘이크에 소모되는 마나의 량이 4클래스. 얼스 퀘이크 4번만 쓰면 마나가 완전히 사라
지는 건가? 이런 제길...
참고로 마법을 시전할 때 그 마법의 숙련도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의 량이 다르다. 무슨 말
이냐 하면 파이어 볼의 마법을 시전할때에는 맨처음에는 1클래스의 마나가 소모된다고 할
때 파이어 볼을 열심히 익혀서 숙련도가 올라가면 1클래스의 마나로 파이어 볼 여러개를 만
들 수 있다. 그만큼 마법에서는 숙련도가 중요하다. 마나의 량은 한정되어 있고 마나 소비가
적으려면 숙련도가 높아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가 붙어도 숙련도의 차이가 미미하게
난다면 그 싸움은 보나마나다.
숙련도를 높여야 해! 얼스 퀘이크는 그만큼 클래스가 높은 마법 이니까!
실력이 굉장한 마법사라면 얼스 퀘이크를 대형화해서 여러개를 만들어 공격할 수 있다. 그
만큼 그 마법사는 마나 컨트롤이나 숙련도에서 뛰어나다는걸 알 수 있다.
"세페우스! 밥 먹어!"
"네, 사부."
사부도 요즘에는 부쩍 수련을 많이 한다. 저번에 하이딘 암살 때 몸이 많이 무뎌져서 애먹
었다고 한다.
오늘의 메뉴를 공개한다. 
메인 메뉴 : 감자 스프, 닭 튀김, 민물고기 튀김.
앙트레(antree : 고기, 생선등의 주요리를 뺀 나머지 주요리) : 허브 약초 샐러드, 소금절인
튀김 감자, 킴치.
조미료 : 케첩 소스.
"어? 할아버지. 이건 뭐예요?"
"아아, 이건 새로 발명된 킴치라는 음식이다. 배추라는 채소에 핫소스를 발라서 숙성시켜 먹
는거지."
"그럼 맵겠네요?"
"먹어봐."
"냠... 으아아, 물!!!"

킴치의 맛은 엄청났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으로 맛은 없었지만 조금씩 먹어보니까 그
런데로 괜찮았다.
"오늘은 갈때가 있다."
"할아버지? 어디요?"
"마법 길드."
"이얏호! 진짜요? 진짜로 가는거죠?"
"허허허, 뭐, 마법 길드에 가면 뭔가 특별한 거라도 있는줄 아니? 별 것 없어."
"아니요! 그런게 아니라 사라니안님을 만나 볼 수 있잖아요. 저번에 용돈 100골드나 줬다구
요. 이번에도 주실까?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시대의 영웅을 만나는데 안좋겠어
요?"
"그래..."

로이(할아버지)의 집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마법 길드로 이동했다. 마법 길드의 텔
레포트 룸(teleport room : 마법 길드와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사라니안을 만날 수 있었다. 왜냐? 할아버지와 사라니안님은 친
구다.
"어서 오게. 로이."
"오랜만이야, 형."
이미 주름살이 가득한 두명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득했다. 아마 사라니안님의 나이가 67살
인가? 로이님은 62살... 까먹었다!
"어서 와라. 세페우스."
"안녕하세요? 사라니안님."
내 이름을 기억하다니... 만난지 3년인가 된 것 같은데...
"페르나 오랜만이구나."
"아, 예."
나만 빼고 다들 잘 아는 사이 같은데... 이런 소외감은 많이 겪었지만 이만큼 억울한 것은
처음이야.
"세페우스가 이번에 몇살이지?"
어라... 아까 할아버지가 물은 것인데... 왜 내 나이를 물어보는거지?
"16이요."
"그래? 많이 컷군. 이제 완전한 어른이 다 됐어. 허허."
어랏! 이 대답도 비슷한...
"성인식을 치뤄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군."
성인식? 왠 처음 들어보는...?
"아, 세페우스. 내가 설명해줄게."
사부님도 아는건가? 나만 몰랐던 거야? 이런 억울한!
"성인식이라는 것은 마법사의 성인식을 말하는 거야. 이제 진정한 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는거지."
그런가? 그래서 하이딘 영주 암살 때 애송이라고 불린건가? 기분 더럽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라니안님께서 너한테 무엇을 주시려는건가봐. 성인식 기념으로."
"예? 저한테? 왜요? 아니, 뭘요?"
왜 주는지보다는 무엇을 주는지가 궁금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사라니안님에게 나중에 물어봐."
성인식은 간단했다. 그냥 성인식을 위해 약속의 증거인 트리티의 성수(약속과 계약과 조약
의 신, 트리티의 의지가 담긴 푸른색의 물과 기체 사이의 물질)을 마시고 마법 길드에 명단
이 오르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마법사들은 모두 마법 길드의 명단에 적혀 있는데 그 규모
가 엄청나다고 한다. 전국에 마법 길드 체인점이 수십곳이나 된다고 하는데 대마법사 사라
니안이 등장하고 나서 마법시대가 급격히 발전했다고 마법 전문(마법의 역사와 증거가 적혀
있는 마법 길드에 한권뿐인 책)에 전해진다.
드디어 사라니안님이 나에게 뭔가를 주려는 듯! 아, 궁금해. 돈이나 많이 주면 좋을텐데.
"자, 받거라. 세페우스."
길쭉한 막대기 같은거랑... 책?
"후후훗. 이건 소중한 거란다."
"마법 지팡이랑 라스콜리니코프의 저서야. 마법책이지."
마법 지팡이라면 알겠는데... 라스콜리니코프의 저서? 마법책? 라스콜리니코프라면 많이 들
어본 이름인데...
"마법 지팡이는 20클래스의 마나가 저장되어 있는 거다. 20클래스의 마나는 아무때나 쓸 수
있는 마나인데 자연적으로 마나가 시간이 지나면 찬다. 사람의 마나와 같지."
"2, 20클래스요? 그런..."
그럼 엄청난 물건이라는 거잖아! 말도 안돼. 그러면 내 마나는 47클래스가 되는 건가? 히히
힛! 엄청나다.
"그리고 라스콜리니코프의 저서는 약 1100년전에 존재했던 대마법사 라스콜리니코프가 지은
마법서다. 이 세계 최고의 마법서지."
그렇군!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고대의 대마법사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책! 엄청난
물건을 두 개씩이나... 그런데... 이걸 나한테 왜 주는거야?
"그런데... 이런 굉장한 것들을 왜 저한테 주시는 거죠?"
다시 뺏는 것은 아니겠지?
"아, 그게 말이지. 미한하지만 그 이유는 니가 9계열 마법의 마스터가 된다면 알려주도록 하
지. 하지만 지금은 안돼."
사라니안님의 말에 다시 뺏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뻤다. 주는 이유야 내가 이뻐서겠
지, 헤헤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번 해볼까, 로이?"
"그러죠, 사라니안 형."
대련? 마법 대련을 할건가? 재미있겠어! 사라니안님의 마나가 40클래스고 로이님의 마나도
40클래스! 그러면 마나의 컨트롤과 마법의 숙련도에서 승부가 결정나는 건가? 그런데 이 마
법 지팡이... 정말로 20클래스의 마나가 있어!
오른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에서 엄청난 마나가 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그리고 왼손의 책은
라스콜리니코프라는 것 만으로도 떨렸다. 하지만 지금의 관심은 눈앞의 대결이었다.
장소는 마법 길드의 텔레포트 룸을 통해 초록 풀이 가득한 평지로 이동했다. 마법 대결을
펼치기에 딱 좋은 지형이었다.
루이나드

제 4장.  대마법사 사라니안 (2)

"흠. 형, 그런데 언령 마법으로 할거야, 아니면 스펠 마법으로 할거야?"
"둘다 섞어서 하기로 하지."
"그럼 시작한다!"
"좋아."
"정지!"
"정지!"
뭐야? ? ? ? ?
"방어!"
"방어!"
말 따라하기 놀이인가?
"저기 사부. 언령 마법이 뭐예요?"
"아, 그건 자신의 의지로만 마나를 이끌어서 마법을 시전하는거지. 예를들어 쉴드의 마법을
쓰려면 쉴드의 마법진과 마나의 배열, 조직을 떠올려야 하잖아? 하지만 언령 마법은 그냥
마나의 컨트롤만으로 마법의 배열, 조직을 무시하고 쉴드의 마법을 전개하는거야. 방금 정지
라고 했잖아? 그건 스펠 마법으로 프리즈(freeze : 얼리는 마법)와 같은 거지.
"그렇게 빨리 시전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럼 방어는 쉴드의 마법인가요?"
"그렇지."
"폭발!"
"이동!"
펑!
갑자기 로이님이 있던곳이 폭발했다. 엄청난 힘이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로이님의 텔레포
트가 더 빨랐다.
"저기, 폭발 마법은 뭐예요?"
"에어 익스플로젼(air explosion : 공기 폭발 마법)이야. 7계열의 마법이지."
"알아요. 그런데 제대로 된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요?"
원래 익스플로젼은 엄청난 공격력을 가진 마법이다. 보통 왠만한 산은 구멍을 쏭쏭 뚫을 정
도로 파괴력이 높은 마법이다. 하지만 아까의 마법은 작은 폭발음만 낮을 뿐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를 생각해서 범위를 작게 시전한것도 있지만 그 파괴력을 압축해서
작게 만든거야. 보이는 것은 저래도 사실은 맞으면 산을 송두리채 날려버릴걸?"
"그래요? 그런데 아까 이동은 텔레포트 마법인가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마음데로 원하는 장소에 텔레포트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거야 그냥 텔레포트랑 레벨이 다른거야. 그냥 텔레포트는 시간과 공간에 몸을 맞겨서 아
무데로나 이동하는 것이지만 아까 로이님이 쓴 것은 시간과 공간을 컨트롤 해서 텔레포트하
는 것이거든. 바로 7계열의 마법 픽스 텔레포트(fix teleport : 원하는 장소로 이동)지."
"그런것이군요. 그런데 사부님은 마법을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당연하지. 나도 마법 공부는 지겹게 했다구. 이래뵈도 5계열 마스터야. 비록 지금은 마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아무튼 몇번의 언령 마법이 주고 갔다. 하지만 피해는 없었고 단지 마나 소모만 있는 것 같
았다. 마나 소모는 둘의 숨이 거칠어진 것이 증명했다.
"헉헉헉..."
"헐떡헐떡헐떡..."
아무래도 마나 컨트롤은 정신력 싸움이기에 언령 마법만 쓰다보니 금방 지키는 모양이군.
"나와라, 더럽게 쎈 바람이여."
파아아아아. 쏴아아아. 휘뤼뤼뤼릭. 쌔애애애앵.
바람의 길류가 심상치 않군. 이 회전은... 이 바람은... 설마 토네이도?
"저기, 사부. 이거 혹시 토네이도(tornado : 폭풍)?"
"그런 것 같은데, 아니 맞아."
"그런데 토네이도의 시동어가... 더럽게 쎈 바람인가요?"
"그거야 쓰는 사람 맘이지."
"좋은거 배웠네."
"피사의 방패."
피사의 방팬 또 뭐야? 둘다 어려운 마법만 쓰네...
"피사의 방패가 뭔지 아시나요?"
"피사의 방패라... 보아하니 마법을 완전히 차단해서 막지 않고 옆으로 흘리는 것 같은데?
이스케이프 쉴드(escape : 회피)아냐?"
"그런것도 같네요."
"그럼 토네이도가 8계열이고 이스케이프가 5계열인데 막아낼 수 있을까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로이 할아버지가 자신있으니까 했겠지."
마법의 경과를 지켜보았다. 그때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토네이도가 이스케이프에 말리면
서 바람이 분해된 것이다. 분해된 바람은 토네이도 하나의 큰 폭풍이 되지 못하고 갈리면서
따로 놀았다. 한마디로 토네이도 원래의 힘을 못네고 바람이 합쳐지지 못하고 분산된 것이
다.
엄청난 것을 배웠다! 바람의 계열은 이스케이프 쉴드가 확실히 좋구나.
"허허, 토네이도를 이렇게 허무하게 막아내다니."
이번에는 로이가 마법을 완성했다. 이스케이프의 마법이 5계열이라 바로 공격권을 쥘 수 있
었다.
"쉐이크(shake : 섞다). 딸기 맛이 좋아."
쉐이크? 먹는 것 말야? 딸기맛? 아아, 파이어 블래스트(fire blast : 불의 바람)!
바람과 불의 조화. 파이어 블래스트. 불이 사라니안에게 나아가 덮쳤다.
"..."
안들렸다. 무슨 마법을 썼을까?
"쉐이크. 딸기맛은 질렸어. 이번엔 팥빙수야. 팥은 빼고."
?? 아아, 이번엔 아이스 블래스트(ice blast : 얼음 바람)!
대충 마법이 부딪히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6계열의 블래스크 마법을 시전했을 때 사라니
안님은 맨처음엔 아이스 쉴드(ice shild)로 막아냈다. 하지만 시야가 가렸기에 로이 할아버지
가 다시 아이스 블래스트를 쓴걸 놓쳤다. 같은 원소가 부딪히면 자연히 싸우기 마련. 같은 6
계열의 블래스트와 쉴드인걸로 봐서는 상황이 위험했다.
왜냐구? 서로 부딪혀서 좋게 소멸되면 좋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터진다. 서로의 마법이 힘의
대련을 피하고 그 자리에서 터져버린다. 그러면 사라니안님 쪽이 위험한데...
퍼엉!
역시 아이스의 파편이 튀면서 마법이 이질적인 변화를 못견디고 깨져버렸다. 사라니안님의
피해는?
사라니안님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간걸까?
"폭발!"
익스플로젼!
"방어!"
"분열!"
"이동!"
언령 마법이군. 분열은 뭐지?
"어날레이지(analyze : 분해). 무서운 마법이야. 9계열이지. 최소의 단위인 원소로 핵분열 해
버리지.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원소로 변해버리는데 우선 변해버리면 재생할 수가 없어."
모를까봐 알려준 사부의 설명이었다.
이제 거의 상황이 절정으로 내달리는데?
"헉헉헉..."
"흐억... 흐억..."
둘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특히 사라니안님의 9계열 어날레이지 마법으로 마나 소비가 많았
기에 간단히 이동으로 피한 로이님보다 많이 지쳤다. 원래 마법 대련에선 치사하게 텔레포
트로 피하는건 금기시 되어있다. 아까 상황에선 너무 위험했기에 허용이 되지만 무조건 마
법을 텔레포트로 피한다면 이미지가 안좋은 마법사로 판명날 것이다. 마법 길드에선 이런
소문은 특히 빨리 퍼진다.
"뜨거운 피의 십자가. 디아블로의 열기닷!"
사라니안님이 꽤 무리를 하면서 마법을 완성하는 듯 했다.
뜨거운 피의 십자가라면, 그리고 디아블로의 열기라면?
"블러디 크로스(bloody cross : 피의 십자가)인 것... 같은데?"
사부의 말에 난 적지않게 놀랐다. 9계열 불과 대지의 궁극의 마법이다. 상당한 마나가 필요
한 엄청난 마법이다. 아직도 이정도 수준의 마법을 시전할 마나가 남아있을까? 정말 놀라운
실력이야. 마법 숙련도도 장난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아이스 풀(ice pull)..."
아이스 풀이라면...
로이님의 몸에서 엄청난 아이스의 기운이 뻗어 나왔다. 사라니안님의 마법은 완성되어 땅이
십자가 모양으로 갈라지고 그 안에서는 용암의 기운이 뻗어나왔다.
꽈르르르릉. 촤아아악.
로이님의 몸에서 아이스의 기운이 블러디 크로스의 십자가를 따라 전해졌다. 그리고 하얀
기운이 땅이 갈라짐을 덮고 용암을 잠재웠다.
"역부족인가...?"
하지만 아이스의 기운이 용암의 불의 기운을 모두다 억누를순 없었다. 용암이 뻗쳤고 로이
님의 몸을 덮쳤다.
"이동."
마지막 텔레포트임을 알리듯 로이님이 조용히 외쳤다. 이동장소는 사라니안님 앞이었다.
"역시 형은 강해. 아직도 못이기겠어."
"아니, 니가 못이기는게 아니라 공격 마법을 많이 익히지 못해서 그래. 너는 항상 공격을 할
생각은 안하고 방어부터 먼저 할 생각만 하잖아. 공격권을 우선 잡아야만 이기기가 쉬워. 넌
대련에서 나에게 쓴 마법이 고작해야 블래스트야. 내가 이동을 하긴 했지만 너무 방어에만
급급하지마."
"알았어. 형. 하지만 이제 마법을 쓸데도 없는걸."
할아버지들이 꼭 젊은이들 말하듯 이야기를 나누는데에서 난 신기했다.
마법 대련은 사라니안님의 승리로 끝나고 나는 새삼 영웅이란게 보통 대단한게 아니라 엄청
나게 대단한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같은 사람임에도 차이가 너무났다. 영웅은 역시 달라. 나
도 저만큼의 마법실력을 갖추려면 늙어죽을때가지 해야하나?

아무튼 무사히 성인식을 하고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라니안님과도 이야
기를 나누면서 놀았다.
"이건!!"
완전히 스폐셜, 베리, 베리, 빅, 메가톤, 액션, 스릴러, 서스펜서는 빼고 아주 좋은 스펠북이
었다. 각 마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으며 1~4차원까지의 입체 마법진을 훌륭히
적어놓았다.
"이거 죽이는걸? 이건, 내가 못 보았던 고대 마법!"
나는 그렇게 한동안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에 미쳤다. 맨날 책을 붙잡고 살았으니. 밥을 먹
을 때고 화장실을 갈때도... 실수로 밥을 먹다가 책에 국물을 흘렸을땐 흘린 국물만큼 눈물
을 흘려야 했다.
"그래. 해보자."
파이어 볼은 빨간 사탕으로...
"나와라! 맛있는 빨간 사탕!"
그러자 눈 앞에 1m구형의 파이어 볼이 나왔다.
"불의 신, 테르세우스. 그의 원초적인 힘의 근원. 파이어 볼!"
그러자 눈앞에 1m 하고도 10cm~20cm정도 더 큰 파이어 볼이 생성되었다.
"아무래도 기존의 시동어보다는 숙련도가 떨어지는걸?"
"아, 사부."
"사라니안님과 로이님은 남는게 시간이다가 보니까 기존의 시동어보다 색다른 걸로 시동어
를 바꾸어보았어. 그것은 대 만족이었겠지. 다른때보다 몇배는 재미있었으니까. 딱딱하고 불
필요한 시동어에 마법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는 별명처럼 생긴 시동어를 외치는게 낮지 않을
까? 하지만 원래 기존의 시동어 시스템이 붕괴되니까 어렵긴 하겠지만."
"오오! 그런것도 알고 계셨어요?"
"이 자식아! 사부를 뭘로 아는거야?"
"당연히 꼰대로요."
"꼰대는 또 뭐야! 이 자식이 점점 만만해져가네? 아무래도 결투닷!"
"심심하면 심심하다고 말하세요."
"칫! 바스타드나 들고 와!"
"그냥 레이피어로 할래요."
"이 자식이 그래도? 또 설명해야겠어? 검술 훈련을 할 때는 무거운 검으로 해야 단련도 되
고 실력 향상도 되는 거야. 무조건 이기기겠다고 레이피어를 쓴다면 평생 니놈의 실력은 늘
지 않을 거란 말이다."
"그럼 페르나도 무겁고 긴검으로 해욧!"
"난 가르치는 입장이잖아! 씨끄럿! 잔말말고 하라면 하기나 해!!!!"
"으아앗!"
아이씨, 귀찮아. 소리나 꽥꽥 지르고. 사부가 오리인줄 알아. 히잉, 그나저나 바스타드로 하
면 또 죽어나겠군... 힐을 써도 근육통은 잘 안낮는단 말야.
"그럼 간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 하지만 얼마 않있어 거칠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변할건 안봐도 아는 일.
사부랑 대련하는게 싫어!
챙!
"으읏!"
"막아봐라. 라인 크로스!"
엮인 끈이라고? 검이 어지럽게 흩어져 보여. 이게 엮인 끈처럼 보인다는 건가? 잔상만 보이
는데!
뒤로 물러나면서 날카롭게 찔러들어오는 라인 크로스에 검을 뿌렸다.
휘잉.
그러나 검은 원래의 궤도를 그리며 바람 흘리는 소리만 났고 팔은 뿌드득 소리를 내며 아픔
을 호소해 왔다.
"으윽."
"한번 졌어."
어느새 눈 앞에는 사부의 검이 있었다. 시퍼런 날을 감추고 않고 오히려 자랑하듯 빛이 났
다.
제길...
루이나드

제 4장.  대마법사 사라니안 (3)

제길...
"라인 크로스!"
!
"라인 크로스!"
!!
점점 잔상이 뚜렸히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내 시력은 보통이 아냐.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거야! 막아보라구. 멍하니 서있지만 말구."
내가 그랬나? 하긴 검의 움직임을 무리하게 쳐다보기만 하면 안돼지.
"라인 크로스!"
난 몸을 옆으로 빼고는 검을 노려보았다. 약간의 잔상이 남은 회전하는 검. 검이 숫자 8의
운동을 하면서 내쪽으로 찌르며 파고들고 있었다. 그래서 잔상으로 남았고 검이 보이지 않
아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확식히 검끝에는 살기가 묻어 있었다.
다시 내 눈앞에 검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내 얼굴에선 웃음이 피어 올랐다.
"어? 왜 웃어? 다시 간다. 라인 크로스!"
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침착히 몸을 가다듬고 재빨리 발을 뒤로 한걸음 뺐다. 사부도
한걸음 따라 붙는군. 하지만 검끝이 약간 흔들렸어. 이 눈엔 보여! 이번엔 몸을 낮추었다.
역시 검이 밑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사부에겐 검의 찌르는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쉬운 듯 보
였다. 하지만 검이 불안정해. 이때다!
난 검을 힘차게 올려쳤다. 사부의 검 중앙에 바스타드가 정확히 맞았고 사부의 검은 위로
치켜졌다.
기회닷!
그대로 검을 옆으로 그어 베었다. 역시 옆으로 피하는 군. 재빨라~!
검은 그대로 따라갔다. 이미 사부의 빠른 몸놀림에는 익숙하다구! 결국에는 검꼬리 사부가
잡혔고 사부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도 움직임을 멈췄다.
스팟.
"??"
"아악!"
어깨가 벴다!
"이 자식아! 어깨를 베면 어떻게 해! 아악, 아파, 아프잖아!"
"헤헷! 죄송해요. 하지만 누군 맨날 베면서 그래요! 이번이 처음 벤건데 칫. 이리 봐바요."
"왜?"
"치료해줘야죠!"
"그래? 그럼 빨랑 해봐!"
"가만히 있어요! 치유와 수호의 여신 에게니스여. 그대의 힘, 치유를 빌어서. 그것은 아픔의
고통을 안정의 회복으로. 힐(heal : 치료)"
4클래스의 마나를 불어넣어 상처를 말끔히 치료했지만 사부는 못믿겠다는 듯이 힐끔힐끔 쳐
다본다.
"다 나았지?"
"왜 그렇게 덤벙대세요? 고작 이까짓 작은 상처갔다가."
"흉터 생기면 니가 책임 질꺼야? 이 자식아."
"하긴, 원래 거친 피부, 관리 못하면 더 거칠어지니까. 조심은 해야겠네요. 으억! 피빌리우스
의 구역. 공간의 틈새. 텔레포트!"
아, 귀찮아. 하루엔 한번씩만 대련을 하자고요! 또 검들고 쫓아오진 않겠지?
여긴 소나무 숲이다. 내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려논 곳이다. 할아버지의 집에 있는 것과 똑
같은 마법진인데 아까와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그려놨다. 할아버지의 집과 겨우 200m 떨
어진 곳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안전한 장소이기도 하다.
요즈음에는 마나가 많이 늘어서(사라니안님이 준 지팡이 덕분) 마법 진전이 부쩍 증가했다.
마법을 많이 쓸 수 있어서 숙련도가 늘었고 6계열 이상의 마법도 무리없이 쓸 수 있게 되었
다.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것은 불. 그리고 화염의 폭풍. 파이어 엘 볼트(fire all bolt : 불의 모
든 화살)"
대상은 소나무들. 불의 화살들이 소나무를 뚫거나 박혀서 소나무들을 태웠다. 어떤 것은 나
무를 파고 들어 터져 나무를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소멸해버렸다. 마치 나무에 다이너마이트
를 심어 놓고 터친 것 같았다. 파이어 볼이 원하는 곳에 맞아 폭발하는 것과는 성질이 다른
불의 화살이기에 소나무가 직접적으로 크게 폭발하지는 않았다.
타닥. 타닥.
"미카세뷔우스의 얼음. 차가운 마나의 소용돌이. 그 한기는 소름 끼칠정도의 주체치 못할 차
가움. 아이스 스톰(ice storm : 얼음 폭풍)!"
산에 불이 날 위험이 있기에 파이어 엘 볼트가 나무를 태운 걸 꺼버렸다. 물론 아이스 스톰
을 약하게 시전해서 겨우 불을 끌정도의 위력만 내게했다.
나무가 타다가 얼어버렸는지 엉망이었다. 하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 불쌍하다거나 황폐하다
거나 그러진 않았다. 맨날 실험상대로는 나무를 고르기 때문이다. 헤헷!
「세페우스. 집으로 오너라.」
"?? 뭐야? 할아버지의 목소리? 아아, 보이스 커뮤니케이션(voice communication : 음성 통
신)이구나."
「네.」
보이스 커뮤니케이션은 특정한 상대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마법이다.
편리한 마법이지만 보통 실력이 없는 마법사가 시전하면 자꾸 기절하는 어려운 마법이기에
위급시 빼고는 많이 시전하지 않는다. 7계열의 마법이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우면 아무리 7
계열의 마법이어도 마나 소모가 적기에 편리하다.
"그리 빠쁜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걸어가야겠군."
텔레포트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만약을 위해 마나를 아껴야한다. 그래서 귀찮지만 걸어가기
로 했다. 겨우 200m의 거리를.
"아, 메르벤 아저씨!"
의뢰를 가지고 온 것이다! 아이 좋아라. 항상 메르벤 아저씨가 오면 설레인다니까.
"그래. 세페우스."
"오늘도 의뢰죠?"
"그래. 이번에는 너한테 맞길거란다."
우예!! 그럼 이번엔 진지하게.
"보수는?"
어려서부터 돈을 밝히는 나였기에 돈만보면 환장을 한다. 어렸을때 난 거지였으니까.
"야, 안어울린다."
"칫, 알았어요. 무슨 의뢰예요?"
"암살 의뢰야."
암살... 의뢰?
"그러면 사람을 죽여야 되는 건가요? 그것도 남의 원한을 갚기 위한 복수?"
"그래. 하지만 마법 길드에서는 정당한 암살 의뢰만 받기 때문에 그건 다 다른 사람들을 위
한거야. 죄책감이나 그런걸 느낄 필요는 없어."
전혀~! 죄책감보다는 실감이 안나서. 처음 사람죽이는 일인데 안 설레이겠어?
"이 근처에 있는 도시중에 미르바라는 곳이 있어."
"예, 알아요."
"거기에 있는 미르바 후작말야."
"설마... 후작 암살?"
"하하, 꿈도 꾸지마. 아직은 아냐. 후작이 아니고 그 밑에 있는 하이 클래스 급의 기사가 있
다더군. 그 놈이 도시 처녀들에게 강간을 저지르고 끄떡하면 폭행에 약탈까지. 그래서 그만
후작의 딸 세린느가 의뢰를 신청했어. 딸도 기사한테 강간을 당했다더군."
"그럼, 딸이 후작에게 알리면 되잖아요."
"그게 또 안된다는군. 후작 딸의 나이는 지금 22살이야. 혼기가 꽉찬 나이지. 안그래도 여기
저기서 딸의 미모를 보고 선이 들어오는데 강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딸의 인생은
끝이야. 그걸 이용해서 자꾸 성희롱을 해오는데 후작에겐 알릴 수 없고. 평소에 놈은 후작에
게 잘 보이기 위해 도시에서 재물을 약탈해서 많이 바친다더군. 그래서야 어떻게 의심을 할
수 있겠어."
"심각하군요. 그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고 그 사실을 아는 놈을 재거해야 한다는 건
가요?"
"아니. 하이 클래스 기사놈은 무조건 죽여야 하고 강간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놈이 있다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돈만 조금 쥐어줘."
"그럼 하이 클래스 기사가 강간했다는 사실을 아는 놈은 어떻게 찾아요?"
"그 놈하고 친하게 지내는 놈을 찾아봐. 아니 그건 무리인가? 그러지 말고 입막음 할 상대
를 길드에서 알아봐주지. 넌 그냥 그놈들을 입막음만 시키면 돼. 할 수 있어?"
"물론이죠. 그럼 언제 떠날까요?"
"음... 입막음 상대를 알아보려면 일주일 후가 좋겠군."
사부와 로이 할아버지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눈초리로 아까부터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거니까 걱정 놓으세요."
"잘 하는게 아니고 할 수 있을거라고? 마음이 안놓여... 그래도 하이 클래스 기산데... 내가
따라가 줄까?"
"됐어요! 또 보수 반띵 해달라구 할거죠?"
"힉!"
"저번 자작님 호위할 때 심심하다고 와서는 보수 반띵해갔잖아요!"
"알았어! 안갈게! 남은 걱정해서 한 소린데..."
저 뻔한 속이 안들려다보일 내가 아니라굿!
"그럼 보수는요?"
"아참, 가장 중요한걸 말 안했군. 후작 딸이 꽤 돈이 많은가봐. 하이 클래스 기사놈이 쳐준
것도 있겠지만. 천골드야."
"천골드!!"
나의 눈은 진짜로 $.$++ 로 변했다.
"고마워욧! 메르벤 아찌!"
"내가 말했잖아. 맨처음으로 가져다 준다고."
사실 두 번째로 가져다 주는거다.
루이나드 5장 부터 시작합니다~~ 마니 퍼가세요~~

루이나드

제 5장.  첫 의뢰 완료? (1) 
처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맞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놈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세페우스. 그에게는 어릴 때 거지로 자랐기에 돈을 밝히는 천성이 있다.
과연 의뢰를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하이 클래스 기사를 암살하기 전에 마법 길드에서 부탁받은 입막음을 처리했다. 후작
딸의 폭행을 아는 놈들을 말이다. 모두 여덟명이었는데 여섯놈은 돈으로 해결이 됐지만 두
놈은 돈을 더 요구해서 제거해 버렸다.
"드디어 오늘이다... 오늘 밤이야... 잘할수 있지 세페우스?"
혼잣말이다.
"물론! 잘할 수 있구말구! 세페우스 힘내야돼!"
혼잣마리다.
"당연하지. 식은 죽 먹기라구!!"
점심을 먹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할 일이 없어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골동품상을 발견하고
그리로 들어갔다. 이유는 강력한 마나를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레벨이 높아지면 상대방의 마나 성질이라든지 마나의 량을 알 수 있다. 나는 겨우
미미한 수준의 마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저기요?"
아무도 없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걸걸한 할아버지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저기 물건 좀 봐도 될까요?"
"맘대로 해라. 골랐으면 여기로 가져와."
"네."
장사를 하는거야, 안하는 거야? 머가 이래. 아무튼 난 내 용건이 있는 물건에게 가보겠다구!
"어라...? 반지?"
반지... 파란 보석이 박혀있는. 에메랄드 인 것 같지만 가짜 보석에 가깝게 광채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집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기 자극이 지르르 왔으니까. 오오! 흥미있
는 물건이야!
조심스럽게 다시 쥐어봤지만 다시 전기가 일었다. 그래서 마법으로 전기를 방전시켰다. 라이
트닝 류의 전기 마법을 방전시키는 소일 쉴드(soil shield : 대지 방패)를 손에 걸었다. 역시
전기류의 피해가 전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쥐고 있자 반지에서 빛이 났다. 푸른색 에메랄드
가 붉은 색으로 변했다.
오호라... 지금 이게 반항하는거야? 점점 뜨거워지고... 그래, 그렇다면!
"아이스(ice)!"
그냥 빙계열의 간단한 얼음 마법이었다. 반지는 꽁꽁 얼었고 치지직 소리를 내면서 식어갔
다. 반지는 반항하기를 그만뒀는지 원래의 에메랄드 색으로 돌아왔다.
"끝난거야?"
아이스 마법을 중단하고 대지 방어 마법도 중단시켰다. 역시 전기는 오지 않았다.
우선 반지를 챙겨서 할아버지에게 갔다.
"할아버지! 여기 골랐어요."
"뭐? 아, 반지야? 그거 얼마정도 줄거야?"
왜 지가 가격을 물어? 내가 사는건데... 돌았나?
"모르겠어요..."
솔직히 비싼물건 같기에 말을 뺐다. 마법의 성질이 깃든 마법 물건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 2골드만 줘."
엥? 무슨 2골드... 2만골드?
설마하고 주머니에서 2골드를 꺼내주었다. 그러자 그 누런 손이 동전을 쥐더니 이제 별 볼
일 없다는 듯 문을 닫고 다시는 밖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게 2골드란 말야? 횡재했군..."
골동품 상점을 나왔다. 그리고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밖에 나와도 그렇게 큰 마을이 아니었
기에 볼 것은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반지를 유심히 살폈다.
"어? 돌반지가 됐네?"
말그대로 푸른색의 에메랄드 반지가 돌로 변해버렸다. 돌로 굳은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조화야?
곰곰히 반지를 지켜보았다. 반지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뭘까... 뭔가 강력한 결계가 걸려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변하는 반지는 쓸모가 없는데...
"강력한 힘을 미약한 힘으로. 강력한 힘을 무효화로.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 마법 무효
화)"
힘들게 7계열의 디스펠 마법을 반지에 걸었다. 디스펠은 무슨 마법이든 마법을 무효화 시키
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무효화시킬 마법에 디스펠이 침투해서 원래 성질의 마나로 분해시킨
다. 원래의 성질로 되돌려버리는 분해 마법이다.
"어디! 니가 돌이 되나 보자."
바지직. 돌이 부서지는 소리... 하지만 돌가루라든지 돌덩이가 떨어지진 않았다. 더욱 분해되
어 공기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순 푸른색의 에메랄드로 돌아갔다.
"하하! 니가 어쩌겠어?"
잠깐만... 나 오늘 암살 의뢰 해야는데 마나 썼잖아! 최대한 아껴야 하는데! 이런 제기럴의
반지!
이건 또 뭐야... 자꾸 에메랄드가 변하는데... 회오리?
에메랄드의 중앙이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바닥 중앙을 열었을 때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같
았다. 
그 모양이 정확히 에메랄드에 찍혔다.
"어라... 이건 뭐야? 바람의?"
휘유우웅.
!!
이건 토네이도? 토네이도가 크지 않은 손 안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반지를 때놓을 수 없는
풍압이 손을 잡아당겼고 손은 극도의 저려움이 느껴졌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 했고 손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했다.
으윽... 에메랄드의 모양이 바람의 마법, 토네이도?
그럼 맨처음 전기는 라이트 닝(lightning), 두 번째는 불의 마법 플레임(flame : 화염), 세 번
째 마법은 스톤 패럴라이시스(stone paralysis : 돌 마비), 네 번째 마법은 토네이도.
각각 5, 6, 7, 8계열의 마법... 아무튼 바람의 기류가 점점 세지는 걸.
"도둑과 은신의 신, 디프리디오여. 그대의 힘. 이스케이프(escape : 회피)"
이미 사라니안님과 로이님의 대결에서 토네이도의 방어 마법을 알았기에 무난히 마법을 시
전할 수 있었다.
토네이도가 가라앉았다.
"흐음... 이제 끝난건가... 전기, 불, 대지, 바람의 마법... 남은 것은... 물? 또는 얼음?"
역시 반지가 움직이는군... 반지의 색깔만 봐도 극악의 치를 달리는 차가움. 시린 푸른색의
보석...
빙계의 마법이다. 5, 6, 7, 8계열이라면 이번엔 9계열? 9계열중 빙계마법이라면... 아이스 풀...
"역시 손이 뼈속까지 시려오느군... 어떻게 막아내지... 왜 내가 이런것까지 해야되! 이 빌어
먹을 반지! 괜히 샀잖아!"
이제까지 반지의 마법 범위는 손 안이었어. 그냥 단순히 손만 공격해서 반지를 가지려는 생
각을 포기하라는 건가... 마나가 아깝지만 반지 니 맘대로 순순히는 안돼!
"불의 신,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의 힘을 빌지어, 그리고 방어. 플레임 쉴드(flame shield :
화염 방패)!"
여관방 안에서 소리질러도 뭐라고 안그러겠지?
손에 엄청난 뜨거움을 지닌 화염의 쉴드를 시전했다. 손에 두가지의 고통이 아려왔지만 잘
컨트롤 했기에 동상이나 화상은 없을 것 같았다. 계속 마나를 공급했다. 벌써 10클래스의 마
나를 쉴드에 쏟아부었다. 그러자 빙계의 아이스 풀이 사그라들었다.
제길 아무래도 오늘 암살 의뢰는 내일로 미룬다! 이 빌어먹을 반지 때문에 마나를 다 썼잖
아? 이 반지 정체가 뭐야?
끝났다. 어이없게도 반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마나의 소비는 25클래스... 내 거의 모든 마
나를 써버렸다. 말도 안돼. 무심코 쓰다보니까 마나를 물쓰듯 했잖아!
반지를 지켜보았다. 원래의 에메랄드 빛을 띠는 평범한 반지로 돌아왔다. 아니 에메랄드가
다이아몬드를 압도하는 듯 더욱 밝게 빛났다. 말로만 에메랄드라고 했지 가짜 보석인줄 알
았는데 진짜 보석이잖아!
난 반지를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웠다. 그러자 반지가 내손에 맞게 맞춤 가공한 것 처럼 딱
들어맞았다.
"어라... 어이없게 딱 들어맞는건 또 뭐야? 히히, 멋때가리도 없게 생겼구만...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가 완전히 바뀐 겪이군."
오늘 저녁은 글렀기에 오늘도 푹 쉬기로 했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사전 조자겸 성안으로
침투해서 하이 클래스 기사를 살펴볼겸 성으로 향했다. 미르바 성은 꽤나 컸다. 저번 하이딘
백작보다 지위가 높은지 꽤 으리으리 했다. 여기서 또 하이 클래스의 기사를 찾으려면 애좀
먹을 것 같다. 지길...
성의 경비는 아주 허술했다. 그냥 간단히 밧줄을 이용해 넘어간 후 역시나 큰 정원으로 숨
어들었다.
저번 하이딘 영주의 성하고 구조도가 거의 비슷했다.
[<---* 미르바 성*--->]
      +-----------------------------+
      | +-------------------------+ |
      | |  ++ ++      +--+ ++ ++  | |      정문쪽의 두 건물은 경비 초소.
   정++ |  ++ ||  ++  |본| || ++  | ++후   경비초소 뒤의 건물은 숙소.(경비&손님)
   문++ |  ++ ||  ++  |관| || ++  | ++문   후문쪽 두 건물 경비 초소.
      | |  ++ ++      +--+ ++ ++  | |      후문쪽 경비초소 뒤의 건물은 창고&도서관
      | +-------------------------+ |      성벽과 성안의 겉에선 사이에는 정원.
      +-----------------------------+      본관 앞 건물 경비 초소.
                  성벽↑(세페우스가 넘어간 미르바 성의 벽)

아무래도 하이 클래스의 기사는 본관의 경비초소 아니면 숙소쪽에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지위가 높으니까 지금쯤은 쉬고 있을거다. 아니면 본관의 미르바 후작의 딸의 방에 있을지
도... 후훗...
본관의 경비 초소... 하이 클래스 기사는 없는 듯 했다. 그렇다면 숙소를 뒤져야 하는데... 숙
소도 방이 한두개라면 가능하지만 몇십개 이상이므로 어려울 것 같다.
우선은 의뢰 주주를 만나러 가볼까나... 본관에 있겠지.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세..린느? 세
린느던가... 아무튼 만나보면 알겠지.
의뢰 주주를 만나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무슨 건물이 3층이나 되고 방이 몇 수십개야?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대충 미르바 후작의 방은 알 수 있었는데(경비병 때문
에) 딸의 방은 경비병도 없고 후작 옆에는 방도 없고...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흐음... 어쩔수 없지. 식당에 있는 시녀 한명을 잡아서 물어봐야겠군.
역시 식당에 한명정도의 여자들은 꼭 지키고 있었다. 40대의 중년 아줌마 같은데...
지금 내 복장이 검은 암살자 복장이니까... 몰래 잡아야겠군. 기절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어~
쉬식.
발걸음을 빨리 움직여 설거지를 하는 중년 아줌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이 몇신데 설거
지야? 뭐, 밤참이라도 누가 먹었나? 아, 지금쯤 후작이 뭘 먹었다면 이해가 가는군.
"으읍, 으읍!"
"조용히 해! 안그러면 죽여버리겠어!"
보이스 체인지(voice change : 음성 변화)마법이 걸려있는 복면을 썼기에 왠만한 중년 남자
의 목소리가 났다. 아, 이상해라...
"으읍... 으..."
조용해졌다.
"손을 땔 때 조금이라도 크게 소리친다면 이 자리에서 그냥 죽여버리겠어. 알겠어?"
끄덕끄덕.
잔뜩 쫄았군. 우리 엄마가 살아있다면 딱 이 나이정도겠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
지만 어쩔수 없다구요. 이해해 주세요. 다, 아줌마 딸이 있다면 딸을 위한 거니까.
손을 천천히 땠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머니의 몸을 돌렸다. 얼굴을 마주보니 아주머니가 더
욱 떠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얼굴은 복면이 있으니까 다행이다. 안그러면 조금 어색한 표
정이 드러날 거야.
"저기, 미르바 후작 딸 세린느 아가씨가 어디 방에 있는 줄 알아?"
끄덕끄덕.
"해치려는 것은 아니고 아가씨가 날 찾아서 왔거든. 그러니까 좀 알려줘."
끄덕끄덕.
"말해. 누가 말 못하게 했어? 어디있는지만 알려줘."
"2, 2층, 맨, 맨 가운데 방이예요. 문이, 문이 하, 하얀색이고 손잡이가 금색이예요."
"고마워."
만약을 대비해서 아주머니의 머리를 레이피어로 내리찍어 기절시키려다가 관두고 조용히 슬
립(sleep)의 마법을 외워 잠재웠다.
유유히 2층으로 올라가서 가운데 방을 찾았다. 역시 그 방은 있었다.
왜 내가 진작 못찾았지?
난 예의상 의뢰 주주이고 후작의 딸이기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소리도 들
리지 않았다.
없나...?
똑똑똑.
...
혹시... 내가 하이 클래스의 기사인줄 알고 또 강간 당할까봐... 안여는 건가?
"비젼 업(vision up : 시력 향상)."
시력 향상은 인간의 시력의 잠재된 능력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이다. 머리에 무리가 가
는 후유증이 있지만 투시가 되기에 많이 쓰이는 마법이다.
비젼을 올려 방안을 살폈다. 역시 하나의 인간형 물체가 침대에 쭈그려 앉아 떨면서 고개를
무릎에 숙이고 있었다.
똑똑똑.
떨림이 더욱 증가했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조금만 더 두드리면 소리 지를 것 같은데...
우선 복면을 벗었다. 내 나이는 아직 16살이니까 어린티가 난다. 우선 하이 클래스의 기사가
아니라면 안심은 하겠지?
"저기요. 아가씨!"
"..."
"저는 미르바 후작님의 하인입니다. 아가씨를 좀 보시자고 후작님이 보셔오랬습니다. 계시면
대답 해주십시오."
"..."
"저기 주무시면... 물러나겠습니다."
실패인가... 아가씨의 떨림이 멈추었다.
"아, 잠시만. 훌쩍."
울었나? 목소리가 잠겨있네. 코 마시는 소리는, 감기는 아닐테니까 확실히 운 흔적같군.
잠시 시간이 흘렀다. 하인에게 울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실례인지라 정리를 하는건가?
찰칵. 딸칵. 척. 처컹. 끼익.
네 개의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왔다. 자물쇠가 네 개라면 어지간이
겁나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미안. 잠이 깊이 들었있었거든. 못들었어. 그래, 데려다 줄래?"
친절하네... 좋은 여자인 것 같은데... 나쁜 놈이 건드려서 몸이 말이 아닌 것 같군.
"저기 잠시만, 방에 좀 같이 들어가죠."
어라... 이러다가 괜히 의심을...
"왜, 왜?"
손으로 몸을 가리면 괜히 미안해지는데...
"제가 의뢰를 받은 사람입니다."
본론부터 말하면 괜찮아 지겠지.
"저기... 마법 길드에서 오신?"
"네."
"아, 어서 들어오세요."
안심이 되는 모양이지?
"저는 마법 길드에서 온 세페우스라고 합니다."
"그래요? 어서오세요. 제가 의뢰를 마법 길드에 부탁한 미르바 세린느리아입니다. 그런데 확
실히 마법 길드에서 오신 분인가요?"
"아, 네."
"나이가..."
"16입니다."
"어리시군요... 무슨 심부름 오셨나요? 아니면 직접 케리반을 죽이려고?"
놈 이름이 케리반인가?
"네. 제가 나이는 조금 어려도 사라니안님 제자입니다."
사라니안님이나 로이님이나 그게 그거니까 기왕이면 사라니안님 이름을 빌리면 좋겠지? 로
이님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구.
"그래요? 그러면 실력이 확실하겠군요."
"그렇죠."
"이렇게 오셔서 안심이 되는군요. 언제 일을 시작할거예요? 그 케리반을 죽이는거요."
나이는 22살인데 어지간히 열받았는지 죽이라는 말을 쉽게 하네?
"오늘은 상황만 살피고 내일부터 시작할거예요."
"오, 오늘은 안되나요. 전 벌써 일주일째 계속 맘놓고 지낸적이 없어요. 그 놈 생각을 하면...
이틀전에도 한번 왔었다구요!"
아 무서워. 소리지르니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 그 케리반
놈한테 서리가 내렸을까?
"그놈이 우선 어디사는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제가 그걸 아직 몰라요."
"아, 그걸 아직 말씀 안드렸군요."
존댓말이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히히힛.
"제가 케리반이 있는 곳을 내일 하인을 시켜서 알려드릴께요. 오늘밤은 늦었으니까 여기서
계세요. 주무시고 가세요."
동침? 설마...
"제가 마음이 안 놓여요. 이렇게 와주신것만도, 제 말을 들어주시는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지..."
"알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있다가 가도록 하죠."
할 일 없는데 여기서 마나 수련 해서 마나를 채우도록 하고. 내일 아침도 얻어먹고. 여기서
저 예쁜 아가씨랑 이야기도 하면 좋겠지? 그런데 내가 쉴곳이 있을까?
"그럼 저는 어디에 있어야 되요?"
"저기 미안한데... 저기 쇼파..."
"아, 그거면 됩니다."
미안한 표정이 역력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니까 걱정말라구~
조금 무거운 기운이 흐른다... 그냥 마나 수련이나...
"저기, 뭐해요?"
조용히 눈 감고 있으려니까 심심한가? 당연히 그러겠지. 그런데 사부랑 말투가 비슷한것도
같아~
"마나 수련 해요."
"저기, 마법사예요? 저도 마법 조금 알거든요."
"마법도 하고 검도 해요. 마법을 조금 더 잘하죠."
"전 2계열 마스터. 마나 클래스 9인데 세페우스님은?"
이름을 벌써 외운거야? 딱 한번 알려줬는데... 굉장한 기억력이야~ 그런데 마법을 배웠나보
네. 하긴 집에서 혼자 매일 논다면 심심하겠지.
"27클래스구 6계열 마스터예요."
"6계열 마스터라구요? 27클래스 마나? 대단하군요!"
물론이지~! 6년동안 죽어라 한거라구.
"몇년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6년이요."
"에? 전 4년 하고도 9클래스인데... 대단하군요. 역시 사라니안님의 덕분인가요?"
"그렇죠."
하긴 나는 원래 20클래스다. 마나 콜렉션 덕분에 운이 좋은건가. 그것도 내 실력이지~
"무슨 마법을 제일 잘해요?"
지금 내 최고의 마법을 물어보는건가?
"7계열 마법, 파이어 엘 볼트예요. 얼마전에 터득한거죠. 세..린느는요?"
잠시 이름이 생각 안났다.
"전 겨우 홀리 볼트예요."
홀리 볼트라면 2계열의 전기 계열 마법인가? 진짜 허접이구나.
"그렇군요..."
"아함... 오랜만에 잠이 오네요. 왠지 든든한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안심이 되서인가? 아무
튼 고마워요. 전 이만 잘께요."
남장네 앞에서 막 자도 되는거야? 에잇, 쓸데없는 생각말고 마나 수련이나 해야겠다.
"잘자요."
예의상 한 말이다. 그말에 꼬박꼬박 대답은 잘 해주네.
"네."
마나 수련을 열심히 했다. 밤이 깊었다. 세린느 아가씨의 숨결과 나의 숨소리만 들린다.
...
루이나드

제 5장.  첫 의뢰 완료? (2) 

아침이네...
눈을 떠보니 창가에서 파란 빛이 커튼을 뚫고 들어온다. 참 평화로운 아침이다.
세린느는 침대에 뒹굴러서 퍼질러 자고 있는 중이다. 하얀 다릿살을 내놓고 있다. 춥겠네...
아니 난방이 잘 되있어서 춥진 않겠구나.
이 시대에는 난방은 마법 팬이다. 건물 벽에 알루미늄으로 된 판을 넣고 그곳에 파이어 계
열의 마법을 불어넣어 뜨겁게 데우는 것인데 4계열의 마법사면 할 수 있다. 보통 한번 데우
면 일주일은 간다. 벽 사이에 설치했기에 보온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으음..."
깨나보네... 그런데 다리가 무쟈게 얇잖아? 우리 사부님보다 조금 더 얇아. 혹시 저거 살짝
밟으면 부러지는거 아냐?
!!
그런 생각을 하니 진짜로 그런 것 같았다. 가장 두꺼운 허벅지가 두손바닥으로 맞잡으면 잡
히고 남을 정도니 말 다했지 뭐.
벌떡.
?
"누, 누구... 아, 세페우스님."
내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네. 대단한 기억력이야~ 부러워.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주무셨나요?"
마나 수련 하다가 슬립으로 잠시 잤다. 슬립은 아주 깊은 잠을 자게 해주는 잠의 귀신 샌드
맨의 도움이다. 하지만 정신력이 강한 사람은 깊은 잠을 자지만 금방 깨어난다. 나한테 아주
좋은 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아, 네."
졸았다고 하면 조금 쪽팔릴 것 같아서 그냥 얼버무렸다.
스윽.
살짝 다리가 드러난 옷을 내린다. 당연하지. 남장내 앞에서 그런행동 하면 남자가 어떻게 무
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구~
"아... 함."
입을 가리고 작게 하품하는 것이 사부랑 완전히 다르네? 사부는 아무데서나 입 쩍쩍 벌리고
하품하는데... 기품도 있는 것 같구... 역시 귀족의 딸이랑 거칠게 자란 사람이랑 완전히 다르
단 말야...
"그런데 복장이..."
검은 암살 복장.
"아, 그렇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말투가 평상시때랑 다르잖아? 이런... 역시 귀족의 딸이랑 있으면 변하
는구나. 거친 사부 밑에서랑 완전히 다르네.
"어떡하죠?"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런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온 옷이 있을리도 없구. 사실 돌아가기
귀찮아서 여기서 잔다구 했는데...
"제가 하인 하나를 불러 옷을 가져다 드리죠. 그런데 하인 옷을 입어도 괜찮을까요?"
"아, 물론이죠. 하인 옷이면 활동하기도 편할텐데. 저야 좋을거 같네요."
옷이 편한게 아니라 이 건물 안을 활동하기 편하다.
"기다리세요. 제가 나가서 음식이랑 옷을 가져다 드릴게요. 한 시간만요. 전 아버님이랑 식
사를 해야 합니다."
"네."
시간은 넘쳐났다. 세린느가 나가자 갑자기 심심해졌다. 그래서 이럴생각은 없었지만 방을 둘
러보았다. 서랍을 열어보고 침대에도 누워보았다.
침대는 깃털로 만든 침대 같이 부드럽고 푹신푹신했으며 이불에서는 향기까지 났다.
드르륵.
가볍게 서랍이 열렸다. 밑에 바퀴가 달려 있는 듯 했다. 서랍장은 3개나 되었다. 워낙 방이
넓다보니. 옷장도 두 개다. 책장은 하나였지만 책은 빽빽히 꽂혀있다.
서랍장은 평범했다. 그냥 맨처음은 브롯지 같은 장식품이 있었고 두 번째 칸은 보석류가 있
었다. 가짜 보석인 것 같은데... 숫자가 엄청 많기 때문이다. 저게 다 진짜라면 말이 돼?
세 번째 칸은 안경, 가면, 신발? 등등이다. 신발은 신발장에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 유리
구두라서 비싼건가? 아무튼 잡동사니였다.
옆 서랍장을 살폈다.
첫 번째 칸은 책류였다. 책장이 좁은가? 아니면 많이 보는 책? 두 번째 칸은 일기장 같은
것과 연습장 종이와 필기 도구였다. 아~주 평범하구나.
서랍장은 대부분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냥 넓은 방에 허전하지 않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옷장은... 우와! 이게 다 옷이야?
화려한 드레스, 운동복류에 반바지, 반팔, 헐렁한 티셔츠등등 다양했다. 몰래 하나 꿍쳐오고
싶지만...
옆 옷장은 뭘까?
벌컥.
"으아아아..."
속옷이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몰랐다구!!
얼른 닫았다. 이러다 변태 취급 당할 수도 있으니까.
"별 것 없잖아. 별로 재미없어. 마법책 좀 봐볼까?"
책장에 마법책이 반절이었다. 꽤 마법에 관심이... 아니 마법사라고 했지.
하지만 마법책을 봤을 때 너무 실망했다. 당연히 세린느가 마법 실력이 그정도일 수 밖에.
너무 틀렸다. 쓸데없는 말이나 틀린말이 즐비했고 괜히 말을 반복해서 페이지 수나 늘린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서하고 천지차이다.
당장에 찢거나 내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 책이 아니니까.
그냥 다시 쇼파에 앉아서 마나 수련이나 했다.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것이 마나 수련이다.
시간 관념이나 모든 잡념들이 사라진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인간이 가장 자연적인 존재로
돌아간다.
거의 28클래스에 다가왔어. 하루만 죽어라 모으면 28클래스다!
물론 오랜시간 마나 수련을 한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잠시동안은 평온을 느낄 수 있
겠지만 그건 잠시뿐이고 금방 피곤함과 지루함을 느낀다. 보통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잠시동
안의 평온만을 느끼고 마나 수련을 관둔다. 왜냐? 재미없으니까. 그래서 하급 마법사들이 많
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해온 나에게 하루동안 시간을 마나 수련으로만 보낸다는 것은 그냥 심심
함을 때우는 것 뿐이다.
끼익.
원래 마나 수련을 깊이 한다면 몸이 어떤 상황에 처에 있는지 못느낀다. 물론 소리도 못 듣
는다. 하지만 아주 안전한 곳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기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
었다.
"저기, 여기 옷이예요."
"아, 네."
"식사는 조금 있으면 시녀가 가져올거예요. 세페우스님이 맘에 들지 않들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암살을 위해서라도 먹어두시면 좋을거예요."
하하... 꽤나 죽이고 싶은가 보네. 얼마나 열받았으면... 자꾸 나도 그 자식이 미워지는 느낌
이 든단말야. 사람하고 동화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호오... 마법 공부한다구? 그런 쓸데 없는 마법책을 보다니 불쌍하다. 내 마법책을 보여줄 수
도 없구. 마법책은 여관에 놓고 왔는데. 언제 기회가 된다면 보여주도록 해야지. 엄청나게
놀랄 것 같은 느낌이 든단말야. 그런데 다른 마법사들도 세린느처럼 엉터리 마법책을 보고
공부한단 말야? 물어봐야지.
"저기, 세린느. 그 마법책은 답답하지 않나요?"
"아, 마법책이 원래 그렇죠. 엉터리가 많아요. 내용도 각 책마다 다르고요."
알긴 아는군.
"알고 계시잖아요."
난 아직까지 몰랐지. 로이 할아버지말만 듣고 마법을 배웠으니까.
"아, 네. 그럼, 다른 마법사들도 다 세린느처럼 마법을 공부하는거죠?"
마법도 공부라 할수 있다. 보통은 익힌다고 하기도 하지만.
"물론이죠. 이걸 물어보는 세페우스님은 저처럼 배우지 않았다는 소린가요?"
날카옵군. 물론이지.
"아, 사라니안님의 제자라 하셨죠. 그럼 사부님이 다 가르쳐주는건가요?"
"아, 아니요. 저도 책을 보고 공부 합니다."
왠지 기분이 상하는걸?
"그럼 무슨책인데요?"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책이라고 말해도 되겠지? 혹시 마법 길드에 책 빼앗아 달라고 의뢰하
진 않겠지? 원래 내 책이었다고. 아, 이런. 사라니안님이 책을 줬으니까 그런 일은 없겠구나.
마법 길드는 정당하고 좋은일이 아니면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한 관계나 복수도 아
주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법 길드는 사회의 정의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서입니다."
"혹시... 고대의 영웅 대마법사 라스콜리니코프를 말하시는 건가요?"
"네. 아시는군요."
"그런 대단한 마법서를... 아, 사라니안님의 제자시니까 그런걸 보는 것도 당연하겠군요."
아, 점점 기분이 나빠지네... 내가 혼자 이룩한 일이 없잖아? 다 사라니안님의 그늘안에, 또
로이님의 그늘안에... 으으으. 그래도 마나 수련은 열심히 했다구! 47클래스야. 아 20클래스
는 지팡이이구 7클래스는 마나 콜렉션... 그럼 난 뭐야! 아주 바보 아냐? 아 열받아.
"아, 네."
똑똑. 식사입니다. 아가씨.
"숨어 계세요."
왜? 아, 지금 난 하인이니까 하찮은 신분인데 세린느방에 있으면 세린느가 의심받겠구나.
나이차는 6살인데 자연스레 반말이 나오네... 아니 서로 존댓말인가? 
아무튼 침대 밑에 숨었다. 침대가 워낙커서 밑에 들어가지 않고 엎드려 있었다.
"여기 놓고 가세요."
탁자에 음식을 놓고 물러간다. 시녀의 목소리는 꽤 나이가 들어보인 것과 익숙한것으로 보
아 어제 그 시녀인가? 아가씨에게 뭔가 일이 일어났나 궁금해서 왔겠구나. 어제 자신이 아
가씨의 방을 알려줬으니까 아가씨에게 무슨일이 생긴다면 죄책감이 많이 들겠군. 아무튼 아
주머니 미안해요!
탁.
문이 닫히고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탁자 앞에 앉자 엄청난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리구이하고 돼지 고기를 소금에 절여 숯불에 구운것과 간단한 야채 샐러드예요."
숫자는 적었지만 엄청난게 맛있는 것 뿐이잖아. 소금 숯불구이가 특히 맛있겠다!
세린느의 눈을 생각해서 나만의 품위를 지켜 충분히 배불리 먹었다.
"제가 원래 귀족 생활이 뭔지 몰라서 이렇게 먹는거 이해해주실거죠?"
"아, 귀족이랑 똑같이 드시는걸요, 뭐. 베불리 드세요. 오늘 일을 잘 해내실거라 믿어요."
살짝 부담감을 주는 말은 삼가도록 하세요. 특히 식사 할 때에는.
혼잣말이다. 하지만 진짜로 내뱉을뻔 했다. 무서운 여자야.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성질도
있는 것 같아.
"냠냠냠. 쩝쩝. 아암. 냐암. 냐암."
국물이 없는 식사는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로이 할아버지와의 식사에선 항상 매운탕 아니면 무언가의 국물하고 식사를 했기에 생긴 버
릇이다.
그런 이상한 버릇이 어디있냐고 물으신다면 가슴이 아파 아무 대답도 못하잖아요! 벌써 6년
째 할아버지와 같이 지냈는데 해주는 국물 음식마다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안먹을수가 없었
다.
"아, 잘먹었습니다."
조금 귀엽게 말했나? 잠깐 내가 왜 어떻게 먹든 어떻게 말하든 신경을 쓰는거지? 아무래도
여자 앞이라서... 사부한텐 전혀 이런느낌 받아본적이... 아, 이 배가 부를때의 포만감. 너무
좋아!
음식이 깨끗하게 나와서 깨끗하게 음식을 먹었다. 이렇게 식사하는 것도 좋구나.
"저기, 이것 좀 알려주실래요?"
뭐? 마법인가? 아까부터 쓰잘때기 없는 마법책을 읽고 있는데... 그냥 차라리 보지 말고 마
법을 배우지 말지.
"뭔데요?"
"라이트 닝이예요."
라이트 닝? 그게 뭐?
"여기, 저기 뒤져봐도 라이트 닝의 원리는 없어요. 혹시 알고 있나 해서..."
당연히 알고 있지. 간단하다구.
"공기중에는 여러 가지의 전기가 퍼져있습니다. 전기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 근본
은 똑같죠. 번개가 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서로 다른 전기(+,-)끼리가 부딪혀 스파크가 일
어나는데 그걸 마나가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그 전기가 모이면 엄청난 힘이 요동하는데 그
걸 컨트롤 시켜서 라이트 닝이라는 마법으로 발산시키는거죠."
이만하면 훌륭한 설명이 되려나?
"조금 어렵지만 대충 이해가 가요."
어려웠나? 최대한 쉽게 설명한건데... 아아, 마나로 전기를 모으는 것과 요동치는 힘의 내용
이 책에 있는 내용으론 조금 부족한가보군. 하지만 나도 잘 모르니까 알아서 하라구~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도내에선 다 설명해 드릴께요."
내가 미쳤지! 이런 귀찮은 일을... 아니 밥값은 해야지. 아니 난 암살자잖아! 그럼 밥은 당연
히 주는 건데... 으윽...
여러 가지 질문에 시달렸다. 근본적인 마법 설명부터 심화적인 것까지... 지금 보니 나도 많
이 알고 있잖아?
드디어 질문이 끝났다. 세린느 자신이 마법에 지루함을 느낀 것이다. 바보같이 이론만 공부
하니까 그렇지. 난 실습도 겸해 가면서 했어. 확실히 환경이 다르니까 수준이 달라지는 건
가? 실습을 해도 겨우 마법 다섯번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마나 수련이나 많이 하라구!
"저기, 강한 마법사가 되려면 우선 마나 수련부터 많이 하세요. 우선 마나가 따라줘야 하거
든요. 죽어라 해야해요."
난 마나 콜렉션 덕분에 죽어라 안했지만~
"아, 네에."
이제 끝인가? 아직 정오밖에 안된 것 같은데. 저녁때까지 뭐하지?
"아! 그 놈 방을 알려줘야 하죠?"
아, 그렇지!
"미리 얼굴도 봐야 하는데, 어서 하인을 불러주세요."
"아, 네. 그런데 그 놈이랑 한번 붙어보실래요?"
말이 조금... 거칠다.
"어떻게?"
"저희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한번 결투해보세요. 그럴려면 세페우스님이 기사가 되야하는데.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잘아는 저희 아버지 근위기사가 있거든요. 갑옷이랑 빌려주면 한번
싸워보시는게..."
"아뇨. 저는 갑옷은 없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미리 한번 붙어보고는 싶은데."
"그럼 저희 아버지 근위 기사인척 하고 저희 아버지한테 한번 연습으로 대련 붙여주라고 할
까요? 그냥 간단히 갑옷 안걸치고 단순히 연습이로요. 아버지도 젊었을때는 기사여서 대련
을 구경하는 것 좋아해요."
"좋아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좋죠."
"그럼 제가 가서 부탁해볼께요."
"그런데, 그럴려면 세린느는 그놈을 봐야잖아요. 아버지랑 같이 있으면."
"뭐, 열받기는 하지만 그놈 얼굴 보는 것은 무섭지 않아요. 단지 아무도 없을 때 보는 것은
무서워요. 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아, 네. 제가 반드시 그 놈 얼굴을 다시는 못보게 해드릴게요."
"세페우스만 믿겠어요. 세페우스가 실패하면 제 인생은 완전히 끝나거든요."
슬픈 얼굴을 하니까 내가 슬퍼지려고 하는군. 아무튼 대련 준비를 해야겠는걸? 내 검술 실
력은 미들 클래스급이야. 그러면 몸에 헤이스트(haste : 신속)랑 스트롱(strong : 힘쎈)을 걸
어야겠군. 어쩔수 없지.
헤이스트는 몸을 평소보다 1.5배 빠르게 해주는 보조 마법이다. 스트롱은 근력을 2배정도 높
여준다. 이 두 마법은 인간의 잠재력을 한계치 까지 끌어올려주는 것인데 맨처음에는 익숙
치 않아 몸을 컨트롤 하기 어렵지만 익숙한 나에게는 문제 없다구!
지속시간은 마나가 고갈될때까지. 지금의 마나는 풀(full : 가득찬)상태. 그러면 10클래스의
마나정도만 쓰면 밤이 될 때까진 차겠지. 좋아.
세린느가 돌아왔다. 하인 옷은 또다시 기사의 갑옷만 벗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후작의 근
위기사가 빌려준 것이다. 여벌이 2개 더 있어서 빌릴 수 있다고 했다.
세린느가 어렵게 설득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게
어딨어!
시간은 오후 2시. 점심이 소화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 우리 경호 대장 케리반과 아가씨의 근위 기사 세페우스라네."
기사나 경비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둘을 소개했다. 케리반은 다들 익숙히 알아서 그렇구나
했지만 내 이름을 불렀을때에는 웅성웅성댔다.
케리반은 얼굴은 반반하지만 띠껍게 생긴 놈이다. 역시 변태적인 성격을 얼굴에 박아 놨군.
그 띠거운 표정을 내 얼굴이 도저히 모두 받아낼수 없는지 경련이 일었다.
삐죽삐죽.
으 재수없는 놈.
어? 저놈 시선이 세린느한테 가네? 세린느도 째려보구... 흐음. 서리야 내려라!
"그럼, 시작하게."
후작은 그리 시간이 많지 않은지 얼른 대결을 붙였다. 세린느의 부탁으로 잠시 짬을 낸 것
같았다.
헤이스트! 스트롱!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마법을 시전했다.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뱉으면 안되지~ 왜냐?
저기 마법사도 보이거덩! 아무튼 입밖으로 마법 시동어를 뱉을 수 없어서 마나 소비가 조금
더 됐다. 하지만 숙련도를 많이 올려둔 나에게는 얼마 아냐.
몸이 한결 가뿐해지고 손에 힘이 붙는걸? 좋아.
그렇게 잠시 대치 상태로 돌입했다. 재수없는 놈의 표정은 너 같은 놈은 검을 왼손에 쥐고
도 상대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먼저 선제 공격을 했다. 나의 특기는 속도를 극한까지 높인 빠른 공격.
생각만큼 빠른 몸에 힘이 담긴 빠른 찌르기가 꽤나 만족스럽다. 하지만 역시 하이 클래스의
기사군.
챙!
살짝 쳐내려고? 그렇게는 안되지!
위에서 아래로 내검을 쳐내려던 놈의 검의 힘을 받아내면서 계속 찌르기를 했다. 손에는 조
금 무리가 왔지만 상관없었다. 스트롱은 평소 근력의 두배라구!
스스승.
"윽!"
검이 서로 밀리면서 내검은 놈의 배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전진했다. 하지만 나도 이 공격을
못막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기에 당장에 공격을 멈추었다. 놈이 옆으로 몸을 뺐다. 내검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역공격을 받으면 몸이 많이 다치기 때문이다. 놈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제법이군. 이번엔 내 차례야."
재수없어!
몸을 옆으로 재빨리 뺐다. 계속 몸을 옆으로 돌렸다. 검은 아직 휘두르지 않았지만 그 놈의
몸이 옆으로 쫒아왔다. (○ ←이 모양으로 대치를 하면서 돌고 돌았다.)
니가 아무리 빨라도 내 속도는 못따라와! 공격을 못할거다. 내가 공격할까?
검을 옆으로 뿌렸다. 가슴쪽으로 벨 참이었다.
자식! 날 따라와서 공격할 생각만 했지. 막을 생각은 안했나?
"챙!"
검 뿌리는 속도가 빨랐기에 몸을 숙여 피할 수 없다는걸 판단했는지 검을 올려 가슴을 막았
다. 레이피어라 검의 무게가 가벼워서 그리 큰 충격을 줄 수는 없지만 몸을 휘청하게 만들
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공격.
"얼 사이더스 어택(all sides attack : 사방 공격)!"
이 공격은 빠른 속도에 비한 검술을 합친 것이다. 아마 정신없이 막아야 할거다.
내가 만든 기술이라구! 절대 못깨!
챙. 창. 스르렁. 청. 그그극. 챙!
역시 열심히 막아내는 군! 피하지 못하면 끝이야.
계속 몸 곳곳을 공격했기에 놈은 바삐 검을 놀려야 했다.
빈틈!
순식간에 생긴 빈틈이다. 난 이걸 노리고 있었다. 놈의 검을 들고 있던 손이 위로 뻗쳤다.
놈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지는데? 어쩔수 없다구. 작용, 반작용의 힘의 법칙을 느껴봐!
검으로 놈의 검자루를 쳤다. 당연히 검이 손아귀를 벗어나 뒤로 날아가겠지.
팅.
빙글빙글... 이 아니다!
놈은 가까스로 손목에 엄청난 아픔이 몰려오면서도 검을 쥐고 있었다. 이런 놀라운 일이!
"으윽... 잠시동안 방심했었어. 이젠 진짜로 내차례야."
내가 어벙하게 서있는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바로 공격이 들어왔다.
손목이 꽤 아플텐데~
아직은 내가 우세를 잡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놈의 일검을 받고 심각하게 얼
굴을 일그려야 했다. 놈의 힘이나 테크닉, 기술등이 장난 아니었다.
으다다다닷!
맘속으로 내지른 말이다. 그만큼 빨리 검을 놀려 막아내야 했다.
손이 점점 저려온다. 역공세를 펼쳐야 하겠는데 아무리 스트롱을 써도 막기 힘들어.
검이 내려찍기로 날아왔다. 검을 비스듬히 세워 검을 흘렸다. 이미 익숙해진 흘리기다. 꽤
난이도 있는 막기다. 공세가 바뀌었다.
내 특기인 찌르기닷! 몸을 빼지 않으면 다칠걸?
역시 놈이 몸을 뒤로 뺀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려 녀석을 따라가 검을 머리를 겨누어 찔
러들어갔다.
"라인 크로스(line cross)!"
루이나드

제 5장.  첫 의뢰 완료? (4) 


사부에게 배운 기술이다! 끝이야!
팅.
어라? 검이 날아가는 군. 길쭉하고 얇은 검. 레이피어... 놈이 들고 있었던 검은 롱소드(long
sword : 긴 검)였는데...
상황을 정리하자면 놈이 라인 크로스를 깼다. 맨처음 보는 기술이 아닌듯...한데, 사부 전용
기술이 아니었단 말인가?
놈은 라인 크로스를 펼쳤을 때 같이 검을 찔러 들었다. 목표점은 검자루. 라인 크로스를 미
연방지 한 것이다. 기술명을 말하자마자 순식간에 놈이 행동한 것이다. 기술명을 조금만 늦
게 말할걸... 패배요인은 기술명을 너무 일찍 말한것이라 할 수 있었다.
"끝인가?"
후작이 말했다. 내 앞에서 놈이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라인 크로스는 용병 사이에서 유명한 기술이야. 나는 용병출신이지. 당연히 라인 크로스를
막는 방법도 안다. 라인 크로스는 부잣집 놈들에게 쓰면 먹혀들거야. 하지만 나는 안돼."
그렇다. 용병술에서 나온 기술이구나. 궁중에서 배우는 궁중 검술에는 이런 위험한 검술은
없다. 라인 크로스는 완벽한 찬스를 잡았을 때 몸을 날리기에 막아낸다면 막심한 빈틈이 여
러군데 생긴다. 완벽을 추구하는 궁중 검술에 이런 쓰잘대기 없는 기술은 없다.
대충 정리가 되고 난 옷을 반납했다. 지금은 세린느의 방이다.
"졌군요."
"아, 네."
"걱정이예요. 케리반은 강하거든요."
별로 안 강해. 내가 검술로 그놈을 죽일 것은 아니거든.
"아니요. 제 특기는 마법이예요. 검술 실력이 그정도이면 형편 없는 놈입니다. 마법을 쓰면
이길수 있을거예요."
"그, 그래요. 그렇겠죠. 아, 잠시 의심했던 것 미안해요."
솔직한 사람이군. 동요되면 안돼!
"아, 괜찮아요. 그나저나 하인을 시켜서 놈의 방이랑 밤에 자주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예. 지금 확인 하실거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간이 흐르고 놈의 방이랑 놈을 잘아는 하인을 만나 놈이 밤에 자주 있는 곳을 알아냈다.
놈이 자주 있는 곳은 숙소나 도시내란다. 도시, 유흥가. 그리고 여자들이 많이 있는 곳. 술
집.
힘도 쎄.

저녁을 먹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의뢰를 끝낼 수 있겠지. 놈의 실력은 별 것 아니다.
마법으로 몇번 지지고 얼리면 끝이겠지.
애써 마음을 안정시켰지만 하이 클래스의 기사는 보통 쎈 것이 아니라구! 아까도 겨우 헤이
스트나 스트롱 마법으로 거의 동등하게 싸웠지만 평상시라면 1분을 채 못버틴다. 하지만 기
사의 천적은 마법사. 기사의 기습공격이 아닌 내가 기습공격을 한다면 기사는 죽도 못쓴다!
끝이라구. 그래도 민첩성이 강한 기사는 마법을 쉽게 피하는데... 이런 씨! 그냥 붙어봐! 어
쩌다가 안싸우고 암살로 쉽게 끝낼 수도 있잖아. 암살은 꼭 싸워서 이기는게 아니구 비겁하
게라도 쉽게 싸움을 끝내는게 최고지!
평소 호주머니에 너어가지고 다니는 종이를 폈다. 이게 뭐냐? 바로 마법 주문이랑 마법... 그
니까 스펠쪽지다. 가끔씩 마법을 까먹어서 위급할 때 못쓰면 그냥 죽음이기에 자주 외워야
한다. 벌써 6년째라 습관에 벤 행동이다. 수시로 보면 안까먹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되었다. 세린느가 힘내라고 응원을 해줬지만 반협박처럼 들렸고 왠지 표정은 못 미
더워 보인다.
제길... 긴장 되네? 첫 의뢰니까 성공적으로 끝내야하겠지만 만약 실패해서 죽는다면... 아냐!
꼭 성공한다!
안좋은 생각은 최대한 버리기로 했다. 암살은 죽음을 항상 옆에 끼고 행하는 것이기에 긴장
할 수 밖에 없다. 딱 한번 실수한다면 봐주는 것도 없다. 좀 봐주면 안돼나?
우선은 케리반이 있는 본관 앞 경비 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이 깊었으니 잠복을 위해서
내 복장은 검은 암살복이었다. 왠만한 어둠에선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경비 초소 안 같은 밝은 곳에선 내 모습이 더더욱 안보인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한발
한발을 조심스럽게 디뎠다.
스스슥.
내 발걸음에서 이런소리가 나다니 감동스러워...
경비 초소는 보통 도시에 있는 평범한 집처럼 생겼다. 창문이 사방에 크게 뚫려있고 라이트
도 많이 설치되어 있다. 본관 정문을 침입하는 것만을 막기 위해서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저기 있군...
케리반은 경비 초소에 있었다. 접근해서 창문으로 살짝 들여다 봤는데 옆모습이 바로 보였
다. 덕분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들키지 않았으면 됐다. 아무리 라이트가 많더라도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의 밤은 모두 밝힐 수가 없다.
어떡하지? 도저히 침투해서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냐.
대충 본 것으론 경비대가 10명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건물이 커서 다 모여 들어가 있
는 모양이다. 밖이 왠만하게 추워야지. 으으으, 춥다.
암살복장은 속도를 중요시 하기에 천이 얇고 가볍다. 겨울날에 이게 무슨 생고생이야!
어라? 나온다.
무슨 각본에 케리반이 행동하는 것 처럼 때마침 경비 초소 밖으로 나왔다. 경비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못들었다. 그냥 뭐라고 말했다는 것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마 나
는 쉴테니까 니네들이 알아서 경비봐라 같은 말이겠지.
케리반이 향하는 곳은 경비대나 영지의 손님이 지내는 숙소. 역시 쉬러 가는 것 같군. 그렇
다면...
케리반 보다 앞서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놈을 죽일만한 장소를 몰색해 보았다. 사방이
훤히 뚤려있고 경비대들이 경비를 서고 있어서 마땅한 데가 없었다.
빌어먹을...
그 놈 방으로 향했다. 낮에 하인과 함께 와서 익히 알고 있는 곳이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창문은 닫혔다.
제길...
복도에도 불이 환했기에 숨어있을 마땅한 곳이 없었다. 바닥으로 놈의 방으로 침투할 가능
성을 엿보아보았지만 바닥은 돌이다. 천장도 마찬가지다. 세린느의 말에는 창문을 깨면 알람
(alarm : 경보)이 울린단고 했다. 이런 제기럴.
다시 숙소를 조심스럽게 나왔다. 케리반은 경비 초소와 숙소의 가운데 쯤 길을 걸어오고 있
었다. 퍽 느긋하게 걸어오는지 발걸음은 느렸다.
몇장 앞 그림에서 본 것은 엄청나게 축소한 것이지 원래의 상황에서라면 경비 초소와 숙소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100m정도.
그렇다면 정면 승부인가.
다행히 케리반이 걸어오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다른놈들이 걸려들면 귀찮아 진다.
놈을 정원 안으로 유인해서 처리해보자.
척척척.
당당히 놈 앞으로 나섰다.
"누구... 지?"
날 못알아보네? 아, 복면...
"후훗. 정의의 사도다."
"정의의 사도 좋아하시네. 넌 뭐냐!"
"후훗, 넌 오늘 죽는다."
"날 죽이려고? 암살자인가?"
"그래."
난 항상 의뢰를 진행시킬때는 진지해 진다. 왠지 모르겠지만.
"파이어 볼."
녀석을 열받게 해서 정원으로 유인하기 위해 파이어 볼을 날렸다.
타닷.
옆으로 살짝 걸음을 움직여 쉽게 파이어 볼을 피했다. 파이어 볼은 유도도 가능하지만 마나
소비가 더 든다. 당연히 유도는 하지 않았다. 그냥 놈의 성질만 긁으면 된다.
파이어 볼을 세 개 너 날렸다.
퍼엉. 탓.
"어라?"
파이어 볼을 검으로 쳐서 소멸시키다니. 역시 하이 클래스 기사. 그런데 소리가 너무 컷어!
겨울 밤이라 소리가 울릴텐데! 큰일이닷! 설마 이런 상황은 생각지 못했는데... 제길.
하이 클래스 기사는 뭐 더 없냐? 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그러면 쎈걸로 밀
고 나가?
내 최고의 마법이다.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것은 불. 그리고 화염의 폭풍. 파이어 엘 볼트(fire all bolt : 불의 모
든 화살)"
끝일거다. 으하하하!
엄청나게 많은 불의 화살들이 생성됐다.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크기는 작았기
에 각각의 위력은 못내지만 모이면 강하다.
파아아아아아...
화살이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으악!"
케리반은 죽어라 뛰었다. 파이어 엘 볼트를 한 개라도 더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파이어
엘 볼트는 유도라구!
"크억!"
드디어 첫 번째 화살이 다다르는군. 목표지점은 허리인가? 스쳤지만 재밌군. 캬캬!
파아아.
옆에 생성된 마지막 화살이 놈에게 향했다. 주위를 환하게 밝힐만큼 많은 화살이 날아갔다.
어어어?
펑. 펑펑. 펑. 퍼퍼펑.
하이 클래스 기사가 열받았는지 도망치는 걸 멈추고는 맞을 건 맞아가면서 화살을 검로 내
려쳤다. 화살이 점점 소멸해 갔다.
이, 이런.
마지막 화살이 놈의 다리에 맞았다. 하지만 놈은 서있었다.
10클래스의 마나를 쏟아부은 7열의 마법이었다. 내 최고의 마법이다.
"크, 크윽."
말도 안돼.
놈의 신음이 들렸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파이어 엘 볼트를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파이어 엘 볼트는 1계열도 아니고 2계열도 아닌 7계열이란 말이다!
놈의 옷이 다 타고 있었다. 그리고 옷 안의 것이 드러났다. 분명히 살이 타고 있을거라 생각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갑옷?"
내 입에서 어이없게 튀어나온 말이다.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다. 파이어 엘 볼트의 화살 각각의 위력은 파이어 볼보다
약하다. 그럼 아무리 숫자가 많더라도 강한 철판에 부딪힌다면 무용지물, 우물에 성냥불 던
져넣기다.
미쳐 생각지 못했다. 괜히 실력 자랑을 하려고 파이어 엘 볼트 마법을 시전해버렸다. 극심한
마나 소모로 머리도 아파왔다.
몸에 갑옷을 차고 있다면 그리 좋은 갑옷이 아니라면 토네이도가 좋다. 토네이도는 갑옷을
우그려트려 직접적인 공격까지 주기에 도저히 살아남을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해봤자 지금 당장 시전할 수도 없다구.
토네이도는 연습하고 있는 마법이다. 아직 숙련도도 높지 않고 미완성이지만 시전할 수는
있다. 위력이 약하고 15클래스의 마나가 든다.
해볼까...
의뢰는 끝내야 하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시전하기로 했다. 지팡이에 있는 마나는 위급시에
사용해야 하기에 내 마나로만 하려니까 무리는 따르겠지만 어쩔수 없다.
"크윽."
케리반은 갑옷을 찬 가슴부위는 막을 수 있었겠지만 다리나 팔등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극심
한 고통이 몰려오는지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지만 참을 수 있었는지 자세를 바로 잡았
다. 그리고 내 쪽으로 달려왔다.
토네이도의 마법을 외우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초정도? 케리반은 다리를 절뚝거
리면서 다가 오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얼굴은 사신처럼 공포스러웠다. 얼굴에 불의 화살
을 맞았는지 화상자국이 나있어 공포는 더했다. 손은 떨리면서도 검을 놓치지 않았다.
거의 다가왔을무렵 마법이 완성됐다.
"신의 바람 케어메어리여. 그의 바람의 거친 숨결의 일부분을 소환하니. 토네이도(tornado)."
"이건 또 뭐야! 빌어먹을 마법사놈."
시끄럽게 악을지르는군. 으윽... 머리야.
"텔레포트."
더 이상의 경과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겨우 텔레포트의 마법을 쓰기위해 마나를 레이피어
에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루이나드

제 6장.  친구 (1)

"으으음."
정신이 되돌아 온다. 머리는 맑다. 마나는 풀(full)이다. 마나를 확인하는건 일어나기전에 확
인하는 것이 습관으로 베어있다.
몸을 일으켰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긴..."
기억이 되돌아온다. 기사에게 토네이도를 시전하고 바로 텔레포트했다. 급격한 마나의 소모
도 있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지않는 마법을 무리하게 완성해서 시전했고 정신력에 무리가 왔
다. 다행히 기절하기 전에 텔레포트를 완성해 장소를 이동할 수 있었다.
푹신푹신한 침대.
생각을 정리해보건데 누가 이리로 옮겨왔던가 텔레포트로 침대에 이동한 것중 하나다. 당연
히 누가 이리로 옮겨왔겠지.
그럼 소설에서 많이 봤던, 위기에 처했을 때 기절하면 누가 극적으로 살려줘 보살펴주고 몸
을 회복해주고 나중에는 그 구해준 사람과 딴따다단(결혼식 송) 그러면 보통 살려준 사람은
여자인데...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방은 혼자살기에 적당한 크기였고 서랍장과 장식장
그리고 침대가 전부였다. 장식장 위에 저건 뭐지? 이상하게 엮은 풀하며 꽃이며...
어떤 방인 것 같은데 대충 나가봐야 알겠군.
문을 열고 나왔다. 전체적으로 집은 넓었다. 거실이 있었고 방이 한갠가 더 있었으며 화장실
과 부엌이 있었다. 두 명정도가 살면 딱 편한 집이었다. 그리고 스프의 부드러운 냄새나 빵
의 고소한 냄새, 과일의 단냄새가 났다. 진짜 기분이 좋았다.
"음아아아... 주인이 누굴까? 빨리 와서 밥 좀 줬으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별로 배고프진 않았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면 자연적으로 왕성하게
돋는 식욕이 입안을 가만히 두지 않고 침으로 범벅을 시켰다.
쾅쾅쾅.
어라? 발자국 소리?
거실에는 쇼파가 있고 탁자가 있었다. 거기에는 털이 난 가죽 융단이 깔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융단 밖 바닥은 나무여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 가볍게 걸어오는 걸음도 아니고... 모듬발로 뛰어 오는 소린데...
사부에게 배운 걸음 소리를 듣고 상대 파악하기 작업에 들어가보았지만 난생처음 독특한 들
어보는 발자국 소리에 파악하지 못했다.
폴짝. 쾅. 폴짝. 쾅. 폴짝. 푹신. 폴짝. 푹신.
그것은 내 앞에까지 뛰어 왔다. 하얀 털이 복슬복슬 나있고 뒷다리가 길며 눈은 빨갛고 귀
는 넓적하고 길죽하게 길어서 아주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긴 토끼였다.
토끼는 나를 보며 고개를 으아해하는 듯 옆으로 돌렸다. 으아, 귀엽다!
다리를 굽혀 천천히 토끼에게 손을 뻗었다. 평소에 야생 토끼를 잡아먹어본적이 있기에 별
로 토끼를 뜯어 보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까 엄청나게 귀엽잖아!
폴짝. 푹신. 폴짝.
내 손에 토끼의 손이 닿았다. 토끼가 앞발을 내 손 위로 올린 것이다. 토끼의 발바닥에도 털
이 나있는지 간지러웠다.
"아, 귀여워."
난 천천히 팔로 토끼를 안아들었다. 토끼는 제법 덩치가 크고 살이 붙어 크기는 보통 사람
주먹을 뺀 팔뚝만했다.
얌전히 쇼파에 앉아 토끼의 귀부터 꼬리까지 쓸어내렸다. 꼬리는 살짝 눈을 붙여놓은 듯이
뭉뚝한 털로 되어있었다.
토끼가 간지러움에 몸을 떨면서 뒷발로 긴 귀를 긁었다. 그래서 내 손으로 귀를 간지럽혀
주었다. 그러니까 토끼가 편안한지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애완용으로 잘 길들여지더라고 이렇게 사람과 친해지는 토끼는 처음 봤다.
히힛. 장난을 쳐볼까?
난 토끼의 귀에 소리를 쳤다.
"와악!"
고개를 앞으로 쳐박고 눈을 감고 자려던 토끼가 갑자기 그 큰 귀로 엄청난 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하며 앞으로 펄쩍 뛰어버렸다. 덕분에 발톱에 팔뚝이 긁혔다. 쇼파위로 안전하게
착지한 토끼는 앙증맞게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별 위험한 물건이 없다는걸 확인한 후 나를
쳐다보았다.
'니가 그랬지!'
라고 말하는 듯 계속 무섭게(?) 쏘아 보았다. 곧 난 사과한다는 뜻으로 팔을 가까이 대주어
토끼가 타기 쉽게 만들어 올린후 조용히 토끼의 몸을 쓰다듬어야 했다. 보들보들한 감촉은
솜의 100배 이상이었고 뜨거운 살결은 아기의 살결 같이 부드러웠다.
폴짝. 쿵. 폴짝. 쿵. 폴짝. 쿵.
또 뭐가 뛰어오는건가?
폴짝. 쿵. 폴짝. 푹신. 폴짝. 푹신.
그리고 내 발곁에 멈췄다.
"여기 사는 사람은 맨 토끼만 키우는 건가?"
난 가벼이 놈을 올려주었다. 색깔은 갈색이었고 하얀 토끼보다 몸집이 더 크고 거칠게 생긴
게 확실히 사내임을 짐작하게 했다.
녀석의 귀를 손으로 살짝 긁어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무반응이었다. 어라? 아까 하얀 토끼는
좋아하던데...
열심히 손으로 몸 곧곧을 쓰다듬어 주었지만 갈색 토끼는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눈
은 하얀 토끼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하얀 토끼는 엎드려 자고 있었다. 쇼파위에서 안정된 자
세로 있었는데 귀는 축 내리고 눈은 감겼다.
"이거 이상한 놈이네? 이거 은근히 내 손길을 즐기는 변태 토끼 아냐?"
스윽.
"뭐, 뭐야? 째려보는거야?"
토끼 주제에 째려보다니... 난 녀석의 얼굴을 사람의 뺨을 때리듯 살짝(?) 갈겨주었다.
머리가 살짝 밀리더니 녀석이 다시 날 째렸다.
"뭐, 뭐야?"
눈이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어, 무섭다?
"아, 미안, 미안. 장난이라구! 미안해!"
평소에 장난을 쳐도 심하게 하면 극도로 삐져서 엄청 고생을 한다는 것을 사부를 통해 익히
알았기에 동물인 토끼임에도 불구하고 빌었다.
"뭐하는 거예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쇼파에 앉아있는 인간형 물체...
"어?"
어느새 거기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한명 앉아있었다. 늘씬한 다리에... 그런데... 사람이 아냐!
귀가 길쭉한데... 이렇게 아름다운... 그렇다면 엘프(elf)? 아무튼 진짜 예쁘다~~
엘프는 인간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뾰족한 귀와 아름다운 외모가 특징인 종
족. 보통 숲에서 살고 있어 '숲의 종족'이라 불리기도 하고, 매우 차분하고 우아한 성격, 개
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드워프와 사이가 좋지 않다.
"엘프?"
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실례임에도 불구하고 물었다. 원래 상대의 종족을 물어보는 것은
이 종족사이에선 실례라고 한다. 모험자 여행기 전 12권을 마스터한 위대한 나의 지식이여!
"네, 그래요. 전 엘프지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자면 당신은 무슨 일인지 모르게
숲속 길바닥에 누워있었어요. 전 우연히 숲속을 따라 산책을 하던 길이였구요. 그러다가 당
신을 발견하고 이리로 옮겨왔지요."
"어떻게?"
난 궁금한 것은 못찾는다.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끈어버렸다. 실수다!
"들어보세요. 매스 텔레포트(mass teleport : 집단 순간 이동)로 이 집으로 이동해 올 수 있
었어요."
매스 텔레포트는 마법사 자신과 그 마법사가 지정한 사람과 함께 동일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이다. 항상 팀을 이루어 다닌다면 텔레포트 할 때 편리한 마법이다.
"그런데 당신의 상태는 알고 보니까 순간적으로 심각한 마나 고갈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거
든요. 상당히 위험했어요. 다행히 마나가 2클래스정도가 남아있어서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
다면 목숨까지 위태롭거든요."
알아요. 안다구요. 일부러 2클래스의 마나를 남겨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한겁니
다. 사실이예요.
"다행히 당신은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 이렇게 깨어났군요. 이틀정도 지났어요."
그런가... 엄청나게 자버렸더니 머리가 아프다... 잠깐! 생각해보니까 엘프가 앉아있었던 곳은
토끼가 있었던 곳인데?
"토끼!"
"예? 아, 토끼는 저에요. 하얀 토끼 말이죠."
"에? 하얀 토끼라니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 변화) 마법이예요. 자연의 모든걸로 변하는 엘프 종족의
특징이죠. 토끼도 일종의 자연이니까요."
"아아..."
들어본적이 있다. 트랜스포메이션은 상당히 고위 마법인데 인간은 할 수 없다고 한다. 마법
진이 4차원 이상의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 시대의 인간의 두뇌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이다. 하지만 엘프는 대자연의 친화적인 종족으로 자연의 힘이 트랜스포메이션을
허락한다고 한다. 그리고 엘프의 무한한 지식은 인간으로서는 알길이 없다.
그렇다면... 이 토끼는...
아직도 내 팔에 앉아서 눈만 말똥말똥 뜨고 엘프를 바라보는 토끼를 바라보았다.
"하하. 그건 제 친구예요. 하지만 엘프는 아니죠."
무슨말... 아, 그러니까 이 토끼는 진짜 토끼다라는 것이군. 다행이다. 이 토끼가 트랜스포메
이션해서 내 뺨을 갈기면... 상당히 어색하겠지. 휴우~
"제 이름은 루시퍼(lucifer) 이스토나예요. 고대어로 샛별(lucifer)이란 뜻이죠.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수호신이예요(aphrodite : 비너스). 그냥 이스토나라 불러주세요."
윽, 미와 사랑의 여신의 수호신. 엘프는 수호신이 다 한명씩 있다는데 그런건가... 나도 수호
신은 있다구! 멋지게 소개하지.
"제 이름은 세페우스예요. 고대어로 새벽별이라는 뜻이죠. 도둑의 신 헤르메스(hermes : 사
자신)의 수호신이예요."
내 직업이 암살자니까 도둑의 신 헤르메스가 수호신 맞지? 이건 사부님이 알려주신 사실이
다! 캬캬캬. 멋있지?
"세페우스. 이름이 좋군요."
"아, 이스토나도 좋은 이름이예요. 그럼 나이가?"
나보다 4살정도 많아 보인 그러니까 20살정도 되어보이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관점으로는.
"148인가? 지금이 몇 년도죠?"
평소에 달력을 안보는데...
참고 : 소설의 시대적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달력을 쓰기로 했습니다. 짜증나는 독자분들은 양
해를... 뒤에 부록으로 알마스력 제22 타로트가 나와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심심하면 읽어주
세요. 귀찮으면 읽지 마세요. 그건 전적으로 독자들 마음입니다. 하지만 고생해서 타이핑했
으니 읽어주세요!  알마스 력(almas=달력)은 1년과 같고 전체 22타로트이며 1타로트는 15일
입니다. 타로트는 타로 카드(tarot card)에서 따온 것이니까 신경쓰지는 않아도 됩니다.
"아마... 알마스(almas : 천문 저서. 여기서는 달력으로 쓰임)력 1269년 10 휠 오브 포츈
(wheel of fortune : 운명의 수레바퀴)타로트 일거예요."
"그럼... 149살이예요! 전 1120년도에 태어났거든요!"
왜 그렇게 좋아하는거지?
"제 나이를 알고 있다니 너무 좋아요!"
그런가? 난 16살이다~ 난 016이다... 난 16000원이다... 이런...
"전 16살이예요. 그럼 나이차가 133년인가요?"
"그렇게 되는거죠. 하지만 극존댓말이나 극존칭어는 쓰지 마세요. 알겠죠?"
그럴생각 없었는데...
"네."
아까부터 구수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한데 음식은 언제 주려나...
"아, 지금은 저녁때에요. 저녁을 먹어야 겠죠?"
당연하다구우!
"배가 고파요."
이틀이나 굶었겠군.
"그럼 이리 오세요. 아까 저녁을 해놓고 산책을 했었거든요. 또 알아요? 세페우스 같은 사람
을 구할 수 있을지..."
"그럼 토끼로 변해서 산책을 하나요?"
"네. 저기 베르디랑 같이 돌아다녀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세페우스는 모를거예요. 아쉽겠
지만 트랜스포메이션을 못하는군요..."
칫... 뭐야? 진짜로 재미있겠다. 해보고 싶어! 저 토깽이 이름이 베르디인가? 남자야, 여자
야... 아니 수컷이야 암컷이야?
배가 밥을 달라고 요동을 치는군. 너무나 맛잇는 냄새에 오래 노출되었어. 기다리라구! 배에
너어줄테니까.
"맛있겠다!"
말랑말랑한 빵에 딸기잼, 따뜻한 스프, 과일류등. 정말 맛있었다. 특히 빵의 맛이 일품이었는
데 잼이나 스프에 다 어울렸다. 그런데 고기류...
"이건 고기예요?"
엘프는 절대 육식, 그러니까 고기는 잘 안먹는다.
"먹어보세요."
어떤 소스에 묻혀 있는 불고기 같은 고기가 여러점 있었다. 그래서 찍어 먹어보았다.
쫄깃. 쫄깃... 윽 맛없어! 뭐야, 이게?
"이게 뭐예요?"
"호호, 그건 밀고기예요. 식물 밀로 만든거죠. 진짜 고기같이 생겼죠?"
그런가... 맛없어... 뱉고싶다.
"그런데 밀고기는 별로 맛이 없어요."
"소스를 잔뜩 찍어 먹어보세요."
으응? 그러고보니 밀고기만 씹었잖아! 소스는 별로 안바르고... 그래서 그런가?
아암.
새콤한 과일 소스. 토마토 케첩 같은... 음음음. 맛있다!
밀고기의 씹히는 감과 소스의 맛이 어울려 진짜 고기보다 더 맛있고 향긋한 맛이 났다. 엘
프들은 고기대신 더 맛있는 밀고기를 먹잖아?
식사를 잘 끝내고 쇼파에 둘러 앉았다. 이스토나랑 베르디 그리고 나. 이스토나가 베르디를
친구처럼 대하란다. 동물을...
루이나드

제 6장.  친구 (2)

"베르디는 말을 잘 알아들어요. 그래서 욕이나 안좋은 말을 하면 금방 알아듣고 째려보죠.
밤에 잠잘 때 노려보면 특히 더 무서워요."
토끼가 무섭다니... 별일이야. 하긴 나도 아까는 잠시 쫄았지만... 토깽이 주제에!
그러고보니 금새 어두워졌네. 이제까지 잤는데 또 자는건가? 그런데... 이스토나와 동침?
"이제 밤이네요. 이틀동안 잤는데 잠이 오겠어요?"
식사를 했으니까 잠기운이 슬슬 오겠지. 그걸 빌려서 자면 된다구!
"예."
"아참. 세페우스가 누워있던 방은 저희 어머니 방이었어요. 어머니는 잠시 외출중이예요."
외출중? 그럼 금방 돌아온다는? 이스토나 어머니도 토끼일까?
"언제 오시는데요?"
"으음... 항상 10년은 외출했다 10년은 집에 있다 그러세요. 지금 7년인가 됐으니까 3년후면
돌아오시겠죠."
10년씩이나? 자식을 둔 유부녀가? 이상한 집안이군. 아참... 엘프의 수명은 1000년정도에 가
까우니까 엘프들에게는 짧은 시간인가?
"그럼 쉬세요."
심심할텐데... 베르디를 가지고 놀까?
"저기, 베르디랑 같이 있으면 안돼요?"
"베르디 귀엽죠? 그렇게 하세요. 전 잠시 나갔다 올꼐요."
어딜? 10년동안은 아니겠지.
"어디에요?"
"친구를 좀 데려오려구요."
친구? 혹시 동물중 호랑이나 곰은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고 이스토나는 밖으로 나갔다. 다시 토끼로 트랜스포메이션하고는.
베르디는 쇼파에 엎드려 있다.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는 중이고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진 않
았다.
"어이, 변태 토끼. 일어나라구."
사람말을 잘 알아듣는다구 했는데... 알아들을까?
꿈쩍. 확!
"으으, 또 째리는 거야? 니가 째려본다면 내가 겁낼줄 알고?"
째릿!
"알았어, 장난이야, 장난. 그런데 넌 수컷이야, 암컷이야?"
"..."
"아, 말을 못하지? 그럼 나야, 이스토나야?"
나는 남자고 이스토나는 여자이기에 둘중 남자냐 여자냐 물어본 것이다.
쿡쿡.
베르디가 앞발로 내 허벅지를 살짝 쳤다. 남자라는 뜻이군.
"너는 몇살이니?"
말을 못하지?
"3살? 4살? 5살?"
휘적휘적.
"더 많아?"
끄덕끄덕.
"그럼 10살?"
휘적휘적.
"20살?"
휘이적. 휘이적.
"접근했단 소리야?"
끄덕.
"그럼 20살보다 많아?"
끄덕.
"21, 22, 23!"
끄덕끄덕.
쪼그만한 토끼가 23살? 그럼 형인가... 제기럴 기분 나쁘다. 칫.
"뭐하고 놀래?"
바로 뒤집어지네?
"맨날 잠만 퍼자는 잠튕이 토끼!"
번뜩!
허걱! 오싹...
살짝 손을 올려 베르디의 눈을 가려버렸다. 조그마한 토끼눈이 꽤나 위협적(?)이였기 때문
이다. 덕분에 어떻게 건들지도 못하고 얼마정도 대치상태(?)에 있다가 이스토나가 들어왔다.
뭔가 들고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기, 아직 안잤어요?"
벌써 잘 정도로 토끼처럼 잠보는 아니라구.
"친구를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나와봐요, 테이러들이여."
테이러?
헉! 주머니에서 먼가 작은 것들이... 다람쥐?
"다람쥐?"
"네, 맞아요. 이 숲에서는 테이러라는 집단으로 불리는 내 친한 친구들이예요."
도대체 몇 명이야?
"같이 자려고 데려왔어요. 모두 7명이죠. 올리, 빌리, 딜리, 줄리, 밀리, 타일리, 아밀리예요.
이름이 예쁘죠?"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스토나가 더 대단하다구! 그런데 고대 화이트 스노우 공주와 일곱 드
워프(white snow princess and dwarf :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같잖아?
"네에. 귀여워요."
"그럼 피곤하실텐데 주무세요."
피곤하기는. 이틀동안이나 자고 저녁까지 든든하게 먹었는걸. 필요한게 있다면 먹고, 자고,
싸는거랑 씻는 것중 필요한건 씻는건데?
"저기 좀 씻었으면 좋겠는데..."
"네? 땀 흘렸어요? 아니면 피가 났나요?"
"그게 아니라, 이틀전 때 꽤나 땀을 흘렸거든요."
"제가 씻겼는데..."
"네?"
잠시 정리를 해보았다. 지금의 몸상태는 매우 깨끗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에 소금(?)도
없고 얼굴도 말끔하다.
"저기, 어떻게 씻겼는데요?"
"물론 물의 정령 운디네에게 부탁했어요."
물의 정령 운디네? 정령술사란 말인가? 아아, 엘프는 정령을 부릴줄 아는 인간형 종족이군.
"그런데 왜 땀을 흘렸어요? 무슨 일이라도? 누구한테 쫓기거나..."
"아, 그냥 수련중이었어요."
"예? 수련하는데도 마나를 거의다 고갈시킬정도로 심하게 하나요? 그리고 땀에 흠뻑 젖은
몸과 옷은요? 수련복이라면 더 간편한 복장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알기론 옷은 인
간에게서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입던 옷이예요."
헉, 무지하게 날카롭군. 그냥 지나가지. 귀찮아~
"아, 사실데로 말하자면 제 직업은 암살자예요. 그때는 암살 의뢰를 완료하고 텔레포트로 도
망쳤는데 바로 기절해버린거구요."
"그럼... 살인자군요."
무섭다... 살인자라니... 그러고보니 살인자잖아?
"하지만 원한이나 복수를 위해 암살하는게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공평하고 정의로운, 꼭
필요한 암살이었어요. 사회 정의나 질서를 파괴하는 인간은 죽어야 마땅하거든요."
"..."
뭔가 생각을 하는듯한... 복잡한 토론은 싫다구! 질문하지맛! 왠지 심화 토론의 구렁텅이로...
"그럼 당신도 암살을 당해야겠군요. 살인자는 마땅히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아니
던가요?"
헉! 무슨 소리야?
"아니예요. 물론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라는 칭호가 붙긴 하지만 영웅이 악당을 죽였을 때
처럼 꼭 필요하고 좋은(?) 살인이라면... 저는 영웅으로 치대받을 수 있는 그런 살인을 한거
예요."
"사람을 죽이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당연합니다."
"죄책감이나 그런 것은 들지 않나요?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런 것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분위기 삭막... 이런.
"저도 죄책감이 가끔씩 들긴 합니다. 꼭 사람을 죽여서 정의를 실천하기보단 그 사람을 설
득하고 타일러서 죽이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일을 해결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인간은 완
전히 각성하기 어려운 존재. 한번 삐뚤어지면 도저히 걷잡을 수 없죠. 그래서 암살을 하는겁
니다."
"..."
또 뭔가 귀찮고 어려운 질문이 날아들어오려나?
"그럼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왠지 광명이 보이는 듯한...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무조건 나쁜 존재라고만 생각하지 않는한 저는 사회에
꼭 필요한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군요."
당연하지.
"괜히 잠시라도 나쁘게 당신을 생각한걸 용서하세요. 생명을 빼앗는 건 나쁜일이잖아요. 하
지만 대마법사 사라니안님 처럼 영웅적인 일을 하신분이 영웅으로 추대받는 것처럼 세페우
스도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죠."
좋은 사람이라... 그런데 사라니안님은 정말 대단해... 엘프도 사라니안님을 알다니...
*참고 : 사라니안의 일대기는 제 2부로 지금 읽고 있는 것은 3부 입니다. 그냥 1부부터 쓰
지 이해하기 어렵게 3부부터 쓰는가...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소설을 한부분 한부분 감춰
진 베일을 벗겨내면서 결국 목표에 다다르는, 조금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서 하는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를 소중히 여겨세요."
알아...
"네... 이제 자야겠어요."
이스토나가 살짝 하품을 해서 일부러 말을 끝냈다. 아름다운 밤이다... 이제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의뢰는 완료다.

마나 수련... 아침이다. 자연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아침 7시에 마나 수련을 하는 것은 잠에
서 깨어날때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마나 수련에 빠지면 굉장히 편안하다. 그것도 잠시... 시
간이 지나면 지루해질 뿐이다.
아침에 그냥 조용히 떠날가도 생각했지만 그냥 이스토나를 보고 가기로 했다. 하룻밤이지만
상당히 정이 들었고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 아니 엘프니까. 사실은 아침을 먹고 싶어서 이
다.
"아, 세페우스.  마나 수련은 끝내셨나요?"
언제 방에 들어와봤나?
"예에..."
머리가 부석부석하다. 머리카락이 귀찮다...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얼마나 귀찮을까... 특
히 머리를 못감고 몇일을 지낸다면... 끔찍하다. 머리 기름이 굳은 알갱이와 푸석푸석한 뜬
머리에... 기름진 뻗뻗한 머리결... 그런데 이스토나는 아무리 머리를 안감아도 저렇게 노란색
으로 빛날 것 같다.
"아침 준비해놨어요."
아아~ 이 투철한 준비정신. 사부도 좀 배워야 하는데... 직접적으로 말해버릴순 없구.., 먹자!
아구아구, 후루룩. 얌냠. 쩝쩝.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레몬 파이가! 살짝 발라놓은 레몬 시럽에 레몬과 함께 구운 파이...
아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
바스락. 냠냠.
훌륭하게 식사를 끝내고 문밖에 섰다. 이제 가야 한다. 집으로...
"잘 가세요. 나중에 다시 볼수 있으면 좋겠어요, 세페우스."
"아, 네에. 잘 있어요, 이스토나. 이스토나도 여행을 해보시지 그래요. 이스토나 어머님도 여
행하신다는데..."
"전 아직 어려요. 성인식을 치뤄야 하거든요. 그럼 잘가요, 세페우스."
이스토나의 집을 나왔다. 여긴 필라센 숲. 조금만 나가면 필라센 초원이고 평원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나의 고향 라우트 마을이다.
거리는 이틀을 낮만 걸어가면 갈 수 있다. 오랜만에 맘 푹 놓고 여행을 해야겠어. 아참! 사
부에게 알려야지.
통신 마법을 준비했다. 꽤나 높은 클래스의 마법이기에 마법진을 빌려서 마법을 시전하기로
했다.
"전달의 마나여. 보이스 커뮤니케이션(voice communication : 음성 통신)"
원래 비젼 커뮤니케이션도 있지만 마나 소비가 많다. 보이스 커뮤니케이션만 해도 순식간에
20클래스 정도의 마나가 소비되는데... (물론 필라센 숲에서 라우트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 마나 소비다)
지잉.
머리에 아련한 울림이 퍼졌다. 마법이 성공한 것이다.
「할아버지. 저 세페우스예요.」
「아, 그래. 잘 있었나? 의뢰는 성공했다고 마법 길드에서 전달을 받았다.」
「한 이틀동안 가야하거든요. 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그래, 무사하다니 다행이야. 니 사부가 얼마나 걱정을 하던지...」
걱정은 무슨... 말로만...
「그럼 할아버지 나중에 봐요.」
「그래.」
꽤 지친다. 급격한 마나 소모로 인해 머리가 조금씩 울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숲
을 걸었다.
"랄랄랄라..."
보통 이런 숲속을 걷다보면 모험자 여행기라는 책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이 많다구 하던데...
한번 구경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물론 오크나 라이컨스로프 같은 인간 다음으로 흔한 몬스터는 이미 본적이 있다. 하지만 오
우거나 트롤, 도플갱어나 변종 몬스터(거대 거미, 거대 병정 개미, 거대 도마뱀), 그리고 언
데드 계열의 몬스터인 해골이나 좀비, 구울등을 봤으면 하는 것이다.
"심심해 죽겠군."
하지만 운이 없게도 평원을 다 지나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파이어 볼로 애
꿎은 평원의 풀을 태우고 얼렸다. 이것조차도 심심해졌다.
"으아아아! 흔한 오크라도 좀 봤으면 좋겠어!"
저녁이 되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 경로대로 똑바로 왔다는게 조금 신기할 따름이
었다. 모험자의 자질이...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방으로 올라왔다. 간단한 여행 가방을 풀고 샤워를 마쳤다. 왠지 운디네
라는 정령이 씻겼다고 하지만 조금은 갑갑하고 깨름직했다.
"으아... 하루종일 심심해. 숲, 초원, 평원만 걷고... 이렇게 가다가는 아깝게 이틀의 여행을
끝내버리잖아. 재미없게..."
모험자 여행기에서는 재밌고 신나고 스릴있게 여행을 하던데... 나는 뭐야!
생각해보자... 우선은 몬스터를 못만났구... 시간이 이틀밖에 없구... 또... 아! 일행이 없다! 같
이 여행할 동료가 없었으니까 심심한건 당연한거였군. 제길...
"재미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괜히 소리만 지르고 마나 수련을 했다.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데는 마나 수련만한 것이 없다
구.
...
루이나드

제 7장.  봉사 활동 (1)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져야 할 정신중에 하나가 '봉사 정신' 이다. 사람을 돕는 것은 좋을
일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날 고아원이나 양
로원에 가서 봉사를 해봄은 어떤가?
7장과 하등 상관없는 말을 지껄였는데 본론은 착한일을 해보려는 세페우스. 과연 잘될까?
이다. ^^

"으아아아... 마나 수련하다 잠이 들었나?"
가끔씩 마나 수련을 하다가 잠이 들곤한다. 마나 수련에 집중을 하다보면 정신력이 떨어진
다. 그러면 어느새 잔줄도 모르고 있게 된다.
"으아아아... 허리야."
침대에 앉아서 마나 수련을 하고 자버렸기에 누울 새가 없었다. 밤새 허리를 꽂꽂이 세우고
자버렸으니 허리가 요동을 치는건 당연. 죽겠다...
침대에 엎드려 허리의 통증을 완화시키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침겸 점심을 먹어야 하니까.
밖을 보니 해는 중천이었다. 라우트 마을까지는 금방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여기 식사좀 주세요."
"늦게 일어났나 보군요."
"네에..."
"식사는 뭘로?"
"으음... 늑대 고기가 있나보죠?"
테이블 옆 벽에 적혀있는 식단을 대충 훑어보다가 늑대라는 말을 찾아냈다.
"늑대 고기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기인데 여기서는 늑대를 사육합니다. 먹어보시면 아
시는데 맛이 일품이죠. 하지만 늑대를 사육하기가 힘들어서 늑대 고기는 꽤 비쌉니다."
늑대 고기라... 비싸긴 하군. 2골드(2만원)라니.
"그럼 아저씨, 늑대 고기랑 버섯 수프, 사과 샐러드에 사과 잼이랑 빵 두 개, 후식으로는 레
몬 파이요."
"네, 감사합니다."
대충 먹을만한 것으로 시켰다. 식단이 무지하게 많았지만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 것은 없었
고 겨우겨우 시킨것이다.
무료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지루한건 딱 질색이란말야. 위험하더라도 오늘은
몬스터를 무더기로 만나고 싶어. 화풀이 대상으로 말야. 으음... 라이컨스로프도 괜찮고 오크
들도 괜찮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선 나온 버섯 수프를 빵에 찍어 먹었다. 버섯 수프는 2분이면 완성되
는 요리다. 사과 잼은 제일 좋아하는 거라구!
빵에 잔뜩 잼을 찍었다. 그윽한 고유의 사과향인 달콤함과 시큼함이 후각을 자극했다. 군침
이 저절로 돌았다.
냐암.
으윽... 잼을 조금 많이 찍었나.
고소하거나 쫄깃한 빵맛이 안나고 너무 달고 축축한 빵맛이 느껴졌다.
"으으... 달어."
빵을 하나 처리하고 버섯 스프를 마셨다. 원래는 크림 스프(우유로 맛을 낸)를 좋아하는데
여기엔 없었다. 사부가 우유를 워낙 좋아해서 식성이 닮아 버렸다. 생각해보니까 사과도 마
찬가지다. 또 생각해보니까 사부는 오렌지를 좋아하는데 레몬도 좋아하겠지? 그럼 레몬 파
이도 닮은 건가...
늑대 고기가 나왔다. 같이 곁들여 먹으라고 야채도 나왔다. 고기는 뼈가 붙은 것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먹기 쉽게 잘려있었다.
평소에 고기 먹는 것처럼 늑대 고리를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너었다.
냠냠... 윽?
"저기, 손님. 늑대 고기는 특유의 비린내가 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익숙해서 상관없는데...
그래서 있는게 옆에 있는 마늘이죠. 마늘은 비린내를 제거하고 맛을 깔끔하게 해주는데 많
이 먹으면 매우니까 조금씩 먹어보세요.
"마늘...?"
노랗게 생긴 작은 열매. 것이 번질번질하고 크기가 작은게 먹기 알맞게 생겼다. 나는 여기서
재배하는 특유 작물인 오렌지의 별종인줄 알았다.
강한 비린내로 조금 먹기가 꺼려졌지만 마늘이란 열매와 늑대 고기를 함께 먹어보았다.
냠냠냠.
마늘이 씹히면서 늑대 고기의 비린내를 조금씩 제거했다. 신기한데? 그런데... 매, 매워!
"아저씨, 물이요!"
아저씨는 얼른 물을 가져다 주었고 두컵이나 물을 연거푸 마셨다.
"하하, 마늘이 매운게 가끔 있는데 그걸 먹은 모양입니다. 이거 죄송하군요."
혀가 얼얼하고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다. 하지만 난 음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2골드 짜리
하구!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아저씨 보는 앞에서 고기랑 마늘
을 입에 넣었다.
냠냠냠...
혀가 얼얼해서 맛이 잠깐 안느껴지다가 깜짝 놀랐다.
냠냠, 쩝쩝...
특유의 씹히는 맛과 고기의 향과 마늘향이 섞여서 독특한 맛을 자아냈다. 생전 처음 먹어보
지만 익숙하게 느쪄지는 그런 맛이었다.
"어때요?"
아저씨는 아직도 안가셨나...
"딜리셔스(delicious : 맛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자주 말하는 말을 아저씨한테 말했다. 이 말은 음식의 맛을 인정하
고 훌륭하다는 뜻으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말하는 전통이다.
"그럼 계속 드세요."
아저씨는 다시 볼일을 보러갔다. 손님은 없었지만 계속 서있기는 어색한지 돌아가버렸다.
혀가 계속 얼얼했지만 늑대 고기를 무사히 목안으로 넘길 수 있었다. 혀가 고기의 맛에 익
숙해졌는지 먹을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졌다.
고기를 먹고나서 물을 먹은 후 빵에 잼을 발랐다.
스윽. 스윽.
냐...
"으아아악!"
"꺄아악!"
"으아아..."
뭐, 뭐야!
입에 넣으려던 빵을 빼내야 했다. 어떤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그리고 많은...
아저씨는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하면서 경계해야했다. 나도 귀 기울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보았다.
컹컹컹!
왕왕!
으르르르...
아우우우!
늑대... 울음 소리?
난 얼른 레몬 파이를 입에 집어 넣고 여관 밖으로 나갔다. 레몬 파이는 맛있고 한 입에 넣
을수 있어서 집었다. 먹을 것에 대한 집념은 나도 못말린다.
사람들이 도망갔다. 한쪽 방향으로. 그리고 도망가는 반대편으로는 늑대들이 몰려있었다.
왜? 늑대들이 겨울이 되니까 마을을 약탈하려고?
여관 주인 아저씨가 여관밖을 내다보더니 소스라쳤다.
"아저씨. 저 늑대들 어디서 온거예요?"
"저저, 저건, 비글리씨의 늑대야! 허리에 있는 도장은 확실히 비글리씨 거라구!"
비글리씨의 대? 아아, 이 마을에선 늑대를 사육한다고 했는데...
"아저씨! 그럼 저 늑대들은 사육하던 늑대들? 그럼 늑대들이 우리 안을 탈출했다는 소린가
요?"
"그래. 이런일이 종종 있긴하지. 일년에 두 번정도?"
정신이 있는 마을이야, 없는 마을이야?
"하지만 그때마다 비글리씨의 딸인 세르세나가 마법으로 결계를 쳐서 막아주곤 했는데... 이
상하다. 오늘은... 아, 청년도 위험하니까 어서 이리 들어와요."
추호도 그럴 마음은 없었다. 재미있는 여행을 위해서 나는 레몬 파이를 씹고 내 방으로 뛰
어갔다. 늑대를 맨손으로 맞이할 생각은 없었다. 레이피어를 챙겨두고 클래스 20이 저장되어
있는 마나 지팡이를 허리에 찼다.
"재미있는 여행이 되겠어!"
아저씨가 말린다. 하지만 난 문을 열고 나왔다. 대충 상황을 정리해보니 마을 길거리 곳곳에
늑대들이 퍼져있었다. 하지만 대장이 있는지 전혀 흐뜨러지지 않았고 넓게 퍼져있지도 않았
다. 한마디로 소리만 조금 질러도 모두 몽조리 달려들 그런 진형이었다.
"흐음... 어떻게 잡는다? 아참! 저건 비글리씨의 재산이라고 했는데 다 잡아버리면 망하겠지?
마법... 오랜만에 꽤 어려운 마법으로 잡아볼까? 아냐... 그건 너무 간단해... 뭔가 다른... 그렇
지!"
아차아차! 홀드 펄슨(hold person : 인간 심리 작용 마법)은 사람한테만 통하는 마법이지...
그러면 홀드 울프하면 되나? 다른걸 생각해보자... 그거면 되려나?
원래 나는 단순무식하다!
"대지의 신 노움이여. 그대의 대지, 그대의 축복을 이용하려니. 디그(dog : 땅을 파다.)!"
우르르르...
"디그! 디그! 디그!"
후아후아...
"디그!"
늑대가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땅을 파냈다. 디그는 대지의 4계열 마법으로 공격용으로는 쓰
이지 않고 함정을 팔때나 저수지를 만들때등등에 사용되곤 하는 마법이다.
지금은 늑대를 그 함정이 집어넣기 위해 쓰고 있었다.
"디그!"
늑대들은 꽤나 밀집되어 있어서인지 금방 푹푹 빠지고 있었다.
"디그!"
우르르르...
대지가 갈리고 흙이 파였다. 그리고 늑대가 푹푹 빠졌다.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컹컹! 으르르르... 컹컹. 와앙!
꽤나 혼란스러운가 보지? 갑자기 땅이 꺼지니까?
"디그!"
헉헉헉.
급격한 마나 소비는 아니지만 계속 시전하다보니 벌써 10클래스의 마나를 소비해 버렸다.
고작 4계열의 마법이었지만 숙련도가 낮았기에 소모가 많았다. 그만큼 디그도 많이 쓰이는
마법이 아니었다.
몇 마리는 동료 늑대들이 빠져버리자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뒤로 주춤주춤했다. 그리고 몇
마리는 머리를 돌려 도망가려했다. 하지만 늦었다구!
"디그! 디그!"
나머지 다섯 마리도 구멍에 빠쳐버렸다. 늑대를 잡는 특별한 마법이 없기에 수고를 해서라
도 이렇게 해버렸다. 결국 늑대를 잡긴 했지만 마을 길로에 구멍을 모두 뚫어버린격이 되었
다. 왠지 마을사람들의 비나닝 쏟아질것만 같은...
웅성웅성.
매울려면 고생꽤나 하겠는걸... 제길...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갔으면 편할걸...
"저기, 늑대들은?"
못본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많이 있었던 늑대가 몽땅 사라지고 마을 길에 구멍만 뚫려있
어서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그걸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해주었다.
"허허허, 젊은이."
늙은 사람의 목소리. 할아버지 인가?
"나는 이곳 마을의 촌장이라네."
촌장이라... 무슨 일이라도... 죽었다아!
"젊은이가 길가에 마법으로 땅을 파놓은건가?"
"네에..."
어떤 질책이라도 받긴 하겠는데 도움을 주려다 이렇게 깨지는 거니까 기분이 나빠질 것 같
아.
"고맙네..."
그래 고마워요... 어라?
"네?"
"고맙다구. 우리 마을에선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게 겨우 늑대 고기정도인데 젊은이가 늑대
를 잡아줘서 안심할 수 있고 피해도 없게 되었어."
피해라면 저기 땅을 보고 말하는 건가?
"땅을 판 것은 걱정말게. 1년에 한두번쯤은 꼭 이런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비글리씨의 딸
인 세르세나가 막아주곤 했지. 하지만 늑대들을 생포하지 못하고 다량 죽여야 했기에 그 피
해가 막심했지. 하지만 젊은이는 늑대를 죽이지 않고 모두다 생포해줬지 뭔가?"
그래...? 그럼 좋은 일 한거구나! 다행이다!
"아, 그럼 다행이네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예요."
그리고 촌장은 땅을 판곳으로 걸어갔다. 우선 상황을 제대로 살펴야 했다. 나도 아직 확인은
못했는데 땅이 한 1km 파여서 늑대를 못꺼내는 건 아니겠지?
컹컹! 으르르르...
울음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리는걸 보니까 그리 깊게 파인 것 같지는 않군.
"으, 으아아악!"
뭐, 뭐야?
컹컹!
"아악!"
똑같은 사람의 비명소리. 즉시 비명소리가 난데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예요?"
당연히 나섰다. 나서는 일이 내 특기걸랑~
"저기, 페킨이 저기 안으로 빠졌어요!"
뭐라구?
"저랑 같이 구멍 안으로 내려다 보다가 늑대가 페킨 다리를 물고 떨어졌어요."
무서운지 구멍 가까이론 가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 보니 마을 사람들이 거의다 모인
것 같은데? 나를 구경거리로...
신속히 구멍으로 달려갔다. 늑대는 두 마리였고 페킨이라는 남자는 당황해서 팔, 다리를 휘
두르며 늑대가 달려들지 못하게 발광을 하고 있었다. 발광이라는 말이 심했다고 말하지는
말라!  왜그러냐구? 궁금하면 직접 보라구!
"으아아악! 아악! 끄악!"
컹컹!
으르르르.
상황이 안좋게 변하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는데... 저 남자를 빼내면 되겠지?
"케어메어리의 바람. 가벼운 깃털의 느낌. 공기속의 걸음. 플라이(fly : 공중 부양)!"
남자를 대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귀찮아!
페킨이란 남자가 너무 바둥거리고 발광(?)을 해서 마나 흐름이 불안전해졌다. 당연히 마법
시전이 힘들어졌고 마나 소모가 더 많아 졌다.
으으으...
겨우 끌어올릴수 있었다. 나이는 먹을만큼 먹어서 20살정도인 것 같은데 겁이 저렇게 많아
서는 여자나 제대로 사귈수나 있을까? 골목길도 못가겠다.
"페킨! 괜찮아?"
아까 그 남자인가?
"으으으으..."
페킨이란 사람이 다리를 붙잡고는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래도 바닥을 구르는데 빠질
구멍이 있나 없나는 신경쓰는지 구멍쪽으로는 구르지 않았다.
"저기 조금 봐요."
그래도 하려면 마지막까지 깨끗하게!
다리가 살짝 깨물려 조금 뼈가 보이는 것뿐이었다. 그까짓 것 같다가 엄살이 그렇게 많아서
야...
기억을 되돌려 보자면 자기도 페르나랑 훈련을 할 때 살짝만 베여도 별 있는 없는 꽤병을
다 부렸으면서... 또 메르벤 아저씨와 대련할때도 파이어 엘 볼트 화살 두 개를 맞고 바닥을
굴렀었다. 얼마나 꽤병이 심했으면 로이가 힐 마법으로 완벽히 치유를 해줬는데도 5분동안
더 바둥거렸을까나...
"치유와 수호의 여신 에게니스여. 그대의 힘, 치유를 빌어서. 그것은 아픔의 고통을 안정의
회복으로. 힐(heal : 치료)."
다리의 상처에 하얀 빛이 감돌았다가 다리 안으로 모두 흡수되었다. 상처가 나아가고 있다
는 증거였다. 옷이 찢겼지만 상처가 보이지 않았기에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원래 힐의 마법도 시동어를 바꿨다. 시동어는 '아프니까 에게니스님아 빨리 치료해줘요!' 였
지만 이미지상 폼을 조금 잡아 멋진 시동어를 외웠다.
"우와아아..."
"히야아아..."
"마법인가?"
웅성웅성.
페킨의 다리에 뻗고 있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최대한 분위기를 잡아 촌장에게 걸어갔다.
"이대로 나두면 위험하니까 어서 늑대를 잡아들이세요. 제가 도와드릴께요."
으드드드!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한번 분위기가 잡히면 끝이 없다니까. 귀찮은 일을 자처하
다니... 미쳤나봐.
루이나드

제 7장.  봉사 활동 (2)

"어린데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젊은이구려. 정말 고맙네."
이런말을 너무 자주 들어도 질리기는 하지만 기분은 좋군.
웅성웅성.
두시간이나 결려 늑대를 모두 잡아들일수 있었다. 비글리씨가 와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해
서 귀찮아 죽는줄 알았다. 딸은 잠시 다른 마을로 늑대 고기를 운반하기 위해 심부름을 갔
다고 했단다.
저녁이 되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모되어 도저히 갈수가 없었
다. 그래서 비글리씨 집에 초대되었다. 비글리씨는 상인 특유의 풍만한 배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넉넉하고 넉살좋은 인상과 항상 입에 담고 있는 웃음이 전형적인 상인이었다. 나이
는 한 50살?
"허허허, 부족하나마 여기서 저녁을 먹고 여행중이라면 자고 내일중에 갔으면 하네. 사양하
지 말게나."
여관비 아끼고 나는 좋다구! 그나저나 또 그 늑대고기인가? 기대된다~
"세르세나는 잠깐 심부름을 보내서 이런일이 생겼다네.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다행히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없었다면 피해가 상당했겠지. 정말 끔찍했어."
늑대는 관리를 하기가 힘들단다. 조금이라도 밀폐되고 답답한 곳에 가두거나 한다면 몇일을
못견디고 스트레스가 싸여 서로 물어뜯고 싸워 죽여버린다. 그리고 외롭게 혼자서는 절대
있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철저하게 관리를 하지만 종종 이런일이 생기니 걱정이 이만저만
이 아니란다.
"정말로 고맙네."
고맙다는 말도 지겨워 지려구...
"딸이 조금있으면 올거니까 인사하고 저녁을 먹도록 하지. 괜찮겠지?"
"아, 네."
별일이야 있으려나. 느긋하게 저녁이나 먹고 내일 아침이나 떠나면... 뭐, 괜찮겠지. 그런데
마늘이 제발 맵지 않기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저녁이 만들어졌는지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냄새가 조금 이상해
서인지 메뉴를 짐작할 순 없었지만 맛있는 냄새는 확실했다. 늑대 고기의 특유의 비릿한 향
내도 조금 났다. 하지만 별로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맛있는 치즈가, 안좋은 냄새가 나서 맨
처름 꺼려했다가 맛을 보고 홀딱 반하면 그 다음부턴 그리 꺼려지는 냄새로 맡아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맨처음 식탁의 음식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나 마늘이었다. 눈물나게 매운 마늘이 잔뜩
있어서 왠지 겁부터 났다.
"여행중인가?"
"네!"
여행자처럼 보이는 것이 왠지 좋다. 나도 언젠가는 영웅이 되서 포악한 드래곤도 잡고 신과
의 전쟁도 벌이고 싶다구! 사실 이것은 사라니안님의 전기다.
"그럼 출발지가 있고 목적지가 있고 도착지가 있을텐데 어딘가?"
"전 라우트 마을에 살고있고 목적지는 미르바 성인데 일을 마치고 다시 라우트 마을로 돌아
가는 길입니다."
"그래? 그 정도 거리면 여행이라 할수 있는 거린가.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
"며칠 안걸리는 거리이긴 해서 여행이라 할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 있었거든
요."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아, 예. 그냥 친구 부탁을 들어주려고 잠시 갔다온거예요."
암살 의뢰도 부탁이라면 부탁이니까 부탁 맞는 거지?
"아, 어서 들지."
식탁에 음식이 다 날라졌다. 식탁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8명은 충분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정사각형 모양이였다. 비글리씨의 집은 저택도 아니고 평범한 집도 아닌 그 절반이었다. 꽤
큰 편으로 일하는 하인이 몇 명있었다.
조심히 고기와 마늘을 모았다.
"이 마을에 와서 늑대 고기를 먹어본적이 있는가?"
"네. 마늘이 조금 매워서 혼났는데 먹어보니까 괜찮더군요."
"어? 늑대 고기는 마늘의 매운맛을 없애주고 마늘은 늑대의 비린향을 없애주는데 많이 매웠
던가? 어디 고기를 조금 씹은 다음에 마늘을 먹어보게."
고기를 입에 넣었다. 약간의 비린향이 미각을 자극했지만 조금 씹고 마늘을 입에 넣어 씹었
다.
마치 더러운 공기를 몰아내고 깨끗한 공기가 공기중에 가득하는듯한 현상이 입안에 일어났
다. 이 정도 비유면 대충은 파악하리라.
맛있게 식사를 끝냈다. 겨울이라 오렌지가 많은 계절이라 오렌지 파이가 후식으로 등장했다.
하하하하! 제일 좋아하는 파이라구! 어떻게 내 식성을 알구...
냐암.
전에 여관에서 팔던 레몬 파이는 한입에 넣을정도로 작았는데 여기서의 오렌지 파이는 둥글
고 크게 만들어 구워서 검로 잘라서 덜어먹어야 했다.
"아, 어서오너라. 세르세나."
"아버지, 다녀왔어요. 베른한테 대충은 들었는데 세페우스라는 분이 늑대를 잡아주었다죠?
그런데 아버지 앞에 있는 애는?"
세페우스는 '분'이고 앞에 있는 나는 '애'인가?
"아, 이 청년은 세페우스라고 오늘 낮에 늑대를 잡아준 사람이네."
"네에? 그럼 니가 세페우스? 그 마법사?"
왜, 왜그래?
"안녕하세요? 세페우스라고 합니다."
우선은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인다. 정중히 존댓말로 인사했다.
"진짜 마법사? 나이가 상당히 어려보이는데?"
그럼 늙은이 노마법사를 기대했단말야? 상당히 초면부터 기분이 나빠지는... 그래도 나는 착
한 소년이니까 참는다!
묵묵히 오렌지 파이를 씹었다.
아암. 냠냠냠냠.
"나이가 어려보여도 16살 의젓한 소년이고 실력도 상당하단다. 너도 마법사를 지망하는 사
람이니만큼 이야기를 나누어보는게 어떠냐?"
"예, 그러도록 하죠."
그런데 여자가 저렇게 생긴게 거칠고 얼굴이 새까매도 되는거야? 머리도 남자처럼 짧고...
우리 사부도 저정도는 아닌데...
거실 쇼파에 앉았다. 세르세나는 아직 저녁을 안먹어서 식당이 있었고 비글리씨도 할 일이
있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댔다. 나만 혼자 앉아있다.
"마법책?"
앞 식탁에 마법책으로 보이는 고대어 문자가 보였다. 대충 마법에 조금씩 첨가되는 고대어
를 자주 보기에 해석할수 있었는데 책에 있는 고대어는 모르겠다.
파라라락.
대충 책을 들추어보았다. 확실히 마법책인 듯 마법진이며 마법관련 용어나 문자가 보였는데
고대어가 많다는게 내 관심을 끌었다.
"이것은 파이어 볼의 고대어구나."
대충 블래이즈 블릿트(blaze bullet)라고 잘 안쓰이는 단어인데 흔하게 쓰이는 단어로 fire
ball 로 쉽게 바뀌었나보구나.
고대어는 지금 쓰는 언어로 되어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언어가 상당히 있다. 그래서
해석은 대충 때려맞춰서 해석해야는데 꽤 재미있는 작업이다.
"브레스 오브 밀레네티디? 브레스는 숨결이고 오브는 ~의 니까 ~의 숨결이란 뜻인데 밀레네
티디가 뭐지?"
"고대어도 아는거야? 실력이 상당한데? 밀레네티디는 대지란 뜻이야. 대지의 숨결이라고 뜻
이 해석되지. 그럼 무슨 마법일 것 같아?"
"얼스 다이너마이트(earth dynamite)?"
얼스 다이너마이트는 마법을 사용하는 목표가 서있는 대지가 순식간에 폭발해버리는 마법이
다. 거기에 사람이 서있다면 분명 피떡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대지위에서만 시
전 가능하다.
"맞았어! 그런데 어떻게 6계열의 마법을 알고 있는 거야?"
왜? 알고 있으면 안돼?
"누가 알려줬나? 아니면 주어들었거나?"
이런, 이런. 날 초보, 애송이 마법사로 착각했나보지? 소개를 조금 해볼까?
"전 28클래스의 마법사예요. 6계열 마스터이고 토네이도등등의 8계열이랑 7계열 마법도 할
줄 알죠. 저장한 마나도 20클래스 있습니다."
저장한 마나는 물론 마나 지팡이다.
"서,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진짜예요."
"거짓말... 니 나이가 고작 16살이라고 했는데? 나는 22살이 되도록 4계열 마스터도 겨우 이
룩했어... 마나도 겨우 18클래스... 그런데 고작 16살이 6계열 마스터?"
"네."
"몇년이나 마법을 익혔는데?"
"6년이요."
"말도 안돼... 난 8년이나 했는데..."
"그럼... 잠깐만..."
세르세나가 눈을 감았다. 입술을 읊조리는걸 보아서는... 마법인데 공격 마법?
난 세르세나의 입에 모든걸 집중했다. 만약 시험 삼아 공격 마법을 시전한다면 막아야 하기
에 마법의 성향을 알아내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격 마법은 아닌 것 같았다. 주위의 마나 기
운이 공격 계열의 상황을 보이진 않았다.
"디텍트 마나(detect mana : 마나 탐지)!"
참나. 사람을 그렇게 못믿어?
"저, 정말로! 그런..."
"맞아요."
"그런데 몸안에서 말고 바깥에서도 많은 마나가 느껴지는데? 내 마나 클래스보다 더 많
은..."
"아, 그건 이 지팡이예요. 여기에 20클래스의 마나가 저장되어 있지요."
"마, 말도 안돼!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요? 아아, 일회용인가보죠?"
"아뇨."
"그럼...?"
"사람의 마나 클래스 처럼 지팡이의 마나를 쓰면 자동적으로 마나가 차요. 지팡이도 마나
클래스를 높여줄수 있는데 우선 내 마나부터 채우고 있죠. 그 다음에 지팡이의 마나를 채울
생각이예요."
"마, 말도 안돼... 그런 물건이... 그렇다면 지팡이는 생명체인가요? 세계수 나무처럼?"
세계수는 이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생명의 나무이다. 실제로 본 사람은 드물다고 하고
세계수의 가지는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 가지는 훌륭한 마법 물건을 만들 수 있다
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마법 물건이 가끔씩 나타나는데 이것도 세계수인가 궁금해서 세르
세나가 물어보는 것이다.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 생명이라... 가끔씩 지팡이에서 생명 같은걸 느끼기도 하긴 하는
데... 모르겠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팡이는 저의 사부가 저한테 준거라서..."
"이런걸 준단말이예요? 어느 사부가요?"
말도 많아~ 전생에 말 못해 죽은 귀신이었나?
......

대답을 하다가 겨우 자정이 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마법을 가르쳐주고 설명해
주었다. 상당한 도움이 되었는지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
만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미르바 후작 딸인 세린느가 물어볼때에는 별로 지겹지 않았는
데...
"아하아암."
하품을 하고나서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가끔씩 지팡이에도 마나 수련을 해서 마나를 쌓아
논다. 벌써 사라니안님에게 받은지 두달? 원래 20클래스의 마나가 담겨있었는데 조금씩 수
련을 하다보니 21클래스에 거의 다다랐다.
"한 이틀만 꼬박 새워서 수련하면 채울수 있을지도 몰라."
어제 무료하게 여행을 할 때도 지팡이에 마나 수련을 했다. 걷느라 많이 집중할 수 없었지
만 그럭저럭 할 수는 있었다. 돌부리에 걸려 땅에 코박을때까지 모르게 해서 아파서 죽을뻔
한적도 있었다.
"쓰읍... 힐(heal)로 치료를 해서 망정이지 이 외모에 흠집이라도 가면 으으으... 끔찍해!"
루이나드

제 7장.  봉사 활동 (3)

"잘가게나. 저기 이건 조금의 돈이니 여행경비에 보태쓰도록 하게."
오호? 얼마나?
"저기... 감사합니다!"
돈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내가 한번쯤은 사양을 하려다가 관두었다. 보통 상인 성격을 강하
게 띠는 비글리씨에게도 돈을 주기는 아까운 모양이다. 사양하다가 진짜로 안주면 손해지!
아침에도 식사를 하면서 세르세나에게 시달려야만 했가. 얼떨결에 마나 콜렉션 이야기를 했
더니 그럭저럭 내 마나를 수긍하는듯한 표정을 지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그럼 그렇지. 니 정도에 그 마나는 너무 과분했어."
이런 말을 들었으니... 확 늑대를 마을 도로에 매스 텔레포트 시켜버릴려나보다.
또다시 무료한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이나 모험에 적지않은 환상을 가진 나에게는 이런 여
행은 시간 낭비이고 내 얼굴에 주름살이 느는 것 뿐이다.
"아아아... 동료를 만들어보고는 싶지만 이틀뿐인 여행에서 무슨놈의 동료! 칫, 이런 재미없
는 여행은 하기 싫다구!"
머리 한쪽구석에 조용히 자리잡던 여행이란 환상이 조금씩 금이 가는 증세였다.
"아무래도 조금더 돈을 모아서 사부랑 상의를 해봐야겠어.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해봐야지. 포
악한 드래곤 사냥이나... 악당의 무리를 소탕하다! 하하하!"
황량한 평원에 미친 듯이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웃는 청년. 그의 이름은 세페우스!
하하하...
"오오! 세페우스냐? 어서오너라."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 사부는요?"
"잠시 우유를 사러 갔지."
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줄 알았는데 별 것없었다. 그냥 밖에 잠시 나갔다 온 기분이었
다. 사부도 맨날 이랬나? 내가 의뢰 완료를 한거야? 안한거야? 실감이...
"그래, 의뢰는 잘 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느냐?"
"사부님 오시면 해드릴게요. 사실 별 것도 없었어요."
사부가 오고 여러 가지 얘기를 떠들었다.
"그럼 니가 토네이도를 성공했다는 거냐? 그것도 순수한 니 마나로? 지팡이는 조금도 안쓰
고말이지?"
"네."
"허허, 이제 마스터의 길이 멀지 않았구나."
마법 마스터의 칭호는 7계열 마스터 이상에게 내려지는 마법 길드의 명예다. 7계열 이상의
마법사는 무조건 마법 길드에 찾아 드는데 전세계에 걸쳐 마스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
고 한다. 그것도 양쪽 두손다가 아니라 한손으로.
"애이, 겨우 토네이도를 성공시켰다고 해도 기절을 했으니까 완전한 성공은 아니예요. 완전
히 컨트롤을 하려면 아직 멀었죠."
기분은 좋지만 왠지 겸손을 떨었다.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자만이 될 수 있다."
이런...
"그래서 지금 마나 클래스가 28클래스라고 했느냐?"
"네."
"상당하구나. 원래는 20클래스인데... 넌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놈이 될 수도 있어."
"그렇죠, 뭐."
사람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마나이다. 조금의 마나로 사람목숨은 간단히 조절할수 있는데 그
거야 뭐, 당연한거지.
"그래도 이제 6계열 마스터라니 부지런히 마법을 익혀야한다. 7계열 마법도 겨우 파이어 엘
볼트나 알지, 또 뭐 아는 것이 있느냐?"
"그게..."
사실 별로 없다. 7계열 기초중의 기초인 몇가지 마법, 그것도 한손으로 셀수 있는 정도의 마
법만을 알 뿐이다. 7계열의 마법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책에 적혀있는것만해도 38가지나 된다.
그것도 고대 마법뿐이지 지금 현재에는 마법이 많이 생성되서 각 계열만 해도 100가지정도
는 된다고 한다.
"사부님."
어느정도 말할때가...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저..."
"뭔데?"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모험이나 여행 말이예요."
"응? 그거였어? 당연히 해봐야지."
"정말이예요?"
왠지 너무 쉽게... 진행되는 듯한...
"이제 곧 18 문(moon)타로트 이야. 이 한해도 겨우 4타로트만 남았어. 그러니까 넌 17살이
되는거고 난 27살이 되는거지."
뭐 그런건가?
"여행의 시작은 역시 제 0타로트! 풀(fool), 그러니까 광대 타로트야. 내 말뜻이 뭔지 알겠
어?"
"그럼, 내년에 여행을 간다는 건가요?"
"그래."
"이얏호!"
벌써부터 설레인다. 방학이나 소풍을 하루 앞둔 어린아이처럼... 나도 여행을 가는 거라구!
"하지만!"
"하지만?"
"7계열 마스터의 칭호를 마법 길드에서 따내야하고 하이 클래스의 기사 시험을 통과해야만
해."
"그, 그런..."
"페르나. 마법 길드에서 마스터의 칭호를 따낸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영광을 얻어야지 따낸
다는 말은 별로 안좋은것인가 싶네."
마법 길드의 위엄을 살리려는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마스터의 칭호는 말 그대로 영광이다.
그리고 하이 클래스의 기사 시험은 시몬 제국의 왕궁에서 시행하는데 그 시험을 나이트 그
래듀에이트(knight graduate)라고 한다. 한마디로 기사 수련과정을 종료하는 졸업 시험같은
것이다. 이 시험은 자격제한은 없고 시몬제국의 국민이면 모두나 다 가능하다.
"해볼께요."
마법은 열심히 공부한다면 가능할것도 같지만 기사시험은 아니다. 보통 마법 계열의 마스터
는 마나의 컨트롤과 마법실력, 계열 마법의 숙련도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다. 마법 계열의
중간정도 실력을 익스퍼트(expert)라고 하는데 마스터의 한단계 밑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
대에는 익스퍼트라는 말은 쓰이지 않고 4계열 마스터이면서 5계열 익스퍼트의 실력을 가지
고 있어도 4계열 마스터라는 칭호만 쓰인다.
마법은 그럭저럭 공부하고 연습에 연습에 연습만 하면 된다. 그건 어려서부터 익혀온 나에
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검술은 영 아니다.
우선 검을 다루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하고 검술실력이 따라줘야한다. 6년전부터 해왔지만
겨우 팔에 근육이 조금 붙어있을뿐 테크닉이라든지 기술등등 여러 가지가 달린다. 그래서
사부에게 죽어라 매달리기로 했다.
"저기, 사부. 대련해요, 대련. 어서 그래듀에이트 자격시험을 봐야 여행을 가지요!"
"조금만 기다려. 뭣 좀 먹구..."
빵과 우유를 챙겨서 씹고 마시는 사부의 표정을 보니 뭔일이래요?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긴 최대한 검수련은 안하려고 도망만 다닌 나였으니까.
"다 먹었으면 어서 나와요."
"잠깐만! 검이랑 머리끈은 챙겨야 할 것 아냐."
검을 배울 때 여자의 긴머리는 어지간히 방해가 된다. 길면 시야가 방해되기도 하고 상대의
손에 잡히기도 하며 머리카락이 검에 베이면 흉하게 되니까 여검사는 머리가 태반이 짧거나
스포츠형이다. 사부도 그러하긴 한데 조금은 길렀는지 머리띠를 묶어야 방해가 되지 않는단
다.
사부의 검은 드래곤 슬레이어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을 잡은 사람에게 내려지는 칭
호이기도 하지만 검 이름으로도 쓰인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의 뼈로 만든 마나의 집
합체이다. 드래곤은 태초때부터 마법으로 된 종족. 특히 그 마나가 많이 담겨있는중 하나가
뼈이다. 물론 드래곤의 피가 마나가 많이 녹아있기는 하지만 마나가 유지되는 것은 월등히
뼈가 좋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마법검으로 많이 쓰이는데 사부의 검에는 수많은 마법들이
새겨져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마법을 쓰지 못하는데 쓰여있는 것이 태반이 5계열
이상의 마법이어서 마나가 부족한 때문이리라. 나한테 넘기면 아주 좋겠는데... 쩝.
내 바스타드도 꽤 좋은 편에 속한다고 사부가 말했다. 길버트(세페우스의 검을 만든 사람)는
시몬제국에 한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유명한 대장장이란다.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왕
궁에서 검을 만들다가 쫒겨났다는데 그의 두 번째로 좋은 작품의 검이 이 바스타드 소드란
다.
"흐야압!"
"헙!"
한시간동안 요리저리 피하고 찌르고 막고 베고 했다. 20km의 마라톤과 검술훈련을 나날이
6년동안 한 나에게도 사부와의 대련 1시간은 힘들었다. 사부의 가볍게 날린 검은 두손으로
겨우 막을정도로 힘이 거셌고 속도도 눈이 겨우 따라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상황은 맨처음
검을 배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6년전에도 두손으로 검을 쥐고 막으면 막을수
있는 정도였고 속도도 눈이 따라갈수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상황이다. 도대체 사부의 진
짜 실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하이 클래스의 기사와는 두명까지 상대한다고 말은 그렇지
만... 헉!
"딴 생각 하지말라구! 그러다가 다친다."
나직히 뱉은 말이었지만 사부의 말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은 내 실력이 많이 늘었
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스스스, 챙!
"헙!"
"얏!"
외마디 기합과 함께 또 검을 부딪혀 나갔다. 숨은 더욱 거칠어지고 팔은 저려왔다.
"..."
"?"
갑자기 사부가 몸을 멈췄다. 대치상대가 된 것이다. 평소에 이런적이 없었는데...
대치 상태는 상대의 빈틈이 보이지 않을 때 생기는 자세이다. 진정한 실력자는 그 빈틈이
보일때까지의 일검을 날리지 않고 대치상태에서 굳어버린다는데... 지금의 사부가 그러했다.
그러면 내가 드디어 빈틈이 없는 그런 자세를 익힌건가?
"세페우스. 이건 대치 상태의 훈련이다. 니가 결코 빈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 집중
해라. 빈틈이 생기는 그때 내가 일검을 날릴테니까 잘 막아봐. 중요한 것이니까 잘 익혀두
고."
한 5분쯤 지났다. 사부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는데 나는 자꾸 손이 저려오고 다리가 아늑해
졌다. 이런 자세는 끔찍하다구! 기마자세보다 더 힘들잖아!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서 4년전까지는 날마다 기마자세를 수련했었다. 가까스로 최고기록인
5시간을 넘겼는데 이런 대치상태로는 10분도 못버티겠다.
지금의 자세는 검을 오른쪽으로 비켜들고 빈틈을 기다리고 있는 자세였는데 사부는 한손으
로 검을 오른쪽으로 느려뜨리고 있었다. 그런데 실력이 뒤진 나에게도 그 자세는 완벽하게
보였다. 공격할 틈이 많아 보이지만 그것도 아니다. 언제든지 반격이나 방어를 할 수 있는
자세로 보였다.
10분이 흘렀다. 이마에는 아까 난 땀보다 더 많이 맺혀있었다. 겨울이지만 이런 대치상태로
한발도 꿈쩍 안한다는 것은 땀이 절로 나는 엄청 힘든일이었다.
또르르륵.
이마에서 맺힌 땀이 눈밑으로 떨어지면서 눈을 잠시 깜빡여야했다. 그런데 깜짝 놀라면서
몸을 더욱 굳혀야 했다.
"졌지?"
사부의 검이 눈 앞으로 어느새 와 있었다. 그것도 1cm간격을 더 줄인 1mm정도의 거리로.
슬쩍 머리를 뒤로 빼며 말했다.
"네에..."
실로 엄청난 실력이었다. 이럴때면 사부가 진짜 위대해 보인다. 정말이지 난 애송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위가 어느새 어두워졌다. 이미 6시가 넘은 듯 했다.
한참 땀을 빼고 사부의 집으로 텔레포트했다. 할아버지의 부엌에 있는 마법진으로 말이다.
할아버지의 집엔 샤워 할수 있는 장소가 없다. 고작해야 세수정도인데 그래서 매일 사부의
집으로 텔레포트해서 가야했다. 그런데 그것도 얼마전까지는 20km를 뛰었다 와야했다.
쏴아아아.
온몸을 지나가고 땀을 씻겨가는 물줄기에 몸이 나른해졌다. 여기서 그냥 한숨 자고 싶은데...
그냥 자버렸다. 이런...
루이나드

제 7장.  봉사 활동 (4)

"아하아암."
하품이 나왔다. 머리가 상쾌한데 여긴 어디지? 아직 저녁인가?
"사부?"
"어? 이제 일어났냐? 오늘 하루는 여기서 자고 가라."
"할아버지는요?"
"그냥 여기서 오랜만에 자고 가라는 거야. 맨날 할아버지 집에서 자다보니까 내 집이 썰렁
해졌잖아."
사실 그랬다. 매일 셋이서 할아버지네 집에서 잤기에 어느새 할아버지네 집이 편해지고 거
기서만 생활하게 된 것이다. 원래는 이러려고 한게 아니였는데 내가 마법에 흥미도가 높자
조치한 것이었다.
"수련을 핑계로 할아버지 집에만 있었더니 20km마라톤도 못하고..."
갑자기 왜 말을 끊어?
"으아아악!"
"뭐, 뭐예요?"
"카, 칼에 베였어!"
"뭐라고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사부에게 달려갔다. 도마에는 파를 썰고 있었던 듯한 흔적이 있었는
데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파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검이 파에는 가있지 않고 검지 손
가락 한마디 살안에 파고 들어있었다. 얼른 검을 빼지, 아직도 손가락 안에 넣어 놓고 있는
건 뭐야?
"검 빼요!"
"으아아악! 아퍼!"
내가 직접 검을 빼내고 손을 들여다 살펴봤다. 뼈가 하얀히 들어난게 얼마나 우왁스럽게 파
를 썰었나 안봐도 뻔히 보였다.
"쯧쯧쯧.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아퍼!"
"전생에 소리지르는 직업했어요?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예요?"
"아프다니깐!"
이러다가 더 큰 난리가 나기전에 힐로 치유를 해주었다. 그제서야 눈에 난 눈물을 닦고 자
신의 손을 살피는 사부였다. 
"허거거... 참나. 고작 그거 베였다고 질질 짜요?"
"아펐다니까! 그것도 엄청나게!"
"그럼 암살자 일할 때 한번도 안 베여봤어요?"
"그럼 베여야 니 직성이 풀리겠냐? 내가 아픈데 그걸 왜 베여?"
"칫. 그런데 뭐하다가 벤거예요?"
"파 썰다가."
"그건 아는데 파를 왜 썬거냐고요."
"저녁 식사만들려고."
"사부가 무슨 식사를 만들줄 알아서요? 생전 손에 물한방울 안묻힌 사람이?"
"그래서 손 베였잖아!"
"할아버지네 집에 가서 먹어요."
"집이 썰렁하잖아! 아무래도 안되겠다. 니가 만들던가 뭐 좀 사와."
"나도 음식은 못하니까 먹을것좀 사올께요."
"그럼 어서 사와. 우유는 빼먹지 말고. 바게트 빵이랑."
"네에."
생각해보니 맨처음 사부와 만난게 생각난다. 참, 사부도 좋은 사람이야. 사부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덜덜 떨면서 골목길에 있었겠지. 거지로...
이제는 맛있는 음식에도 길들여졌고 편안한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다 사부덕분이다. 감사해
야겠지.
이 생각도 순간이었다. 빵집에 들어가자 그런 생각은 쌍그리 사라지고 빵을 골르는데 온 신
경을 집중해야 했다. 여러 가지 달콤하고 맛있는 빵냄새가 풍겼고 과자도 많았다.
정신없이 고르고 과일 가게로 갔다. 겨울이라 맛있는 과일은 오렌지뿐이었다. 그래서 오렌지
만 잔뜩사고 조금 비싼 사과를 산다음에 우유를 사러갔다.
매일 사부 덕분에 우유를 샀기에 젖소 농장 주인 테르센 형과 친해졌다. 원래는 총각이었는
데 얼마전에 마을의 처녀와 결혼을 했다. 6년동안 쭉 지켜보았다. 6년전에는 24살의 청년으
로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았는데 지금은 베르시 이모가 함께 소 젖을 짜며 즐겁게 살고 있
다. 지금 30살이 다된 의젓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려하고 있다. 베르시 이모가 아기를 가진
것이다. 그때 테르센 형이 좋아서는 우유를 꽁짜로 마을에 나누어 주었다. 얼마나 좋아하던
지 베르시 이모를 쫒아다니면서 잔심부름까지 도맡았던 형이었다.
"여어, 세페우스. 어서오너라. 오늘도 4병이지? 그런데 왠일로 저녁에? 많이 늦었네? 삼일동
안은 페르나가 오고?"
다행히 금방 테르센 형을 찾을수 있었다. 테르센 형은 농장에 있었는데 농장이 넓어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젖소들을 살펴보고 있는 듯 했다.
"사부가 잠시 심부름을 보냈어요. 마법길드에 좀요."
테르센 형은 사부랑 내가 하는 직업을 모른다. 그냥 사부는 백수이고 마법 길드의 마법사인
걸로만 안다. 지금은 마법 길드도 많이 알려진 상태이다. 6년전에는 별로 안유명했는데 내가
어렸을 때 마법 길드가 유명해진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기억이 안나~
1ℓ짜리 우유병 4개. 항상 그렇게 사가곤 한다. 두병은 사부꺼, 그리고 나머지 한병씩은 할
아버지와 내꺼. 사부는 우유 광이다. 정말, 왜 그렇게 우유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으응. 그런데 치즈는 만들어졌어?"
테르센 형은 치즈도 만든다. 당연히 우유를 파는 사람이니만큼 치즈는 부업으로 들어간다.
한달에 한번씩 치즈를 만들어 마을에 파는데 첫 번째가 빵집이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치즈라서 그런지 몰라도 빵집 아저씨도 치즈만큼은 어느누구보다 까다롭
다. 그런 치즈를 맨처음 맛보았을때는 그 이상한 젖비린내 때문에 맛을 못느꼈는데 치즈는
갈수록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특히 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잔뜩 발라 먹으면 정말 맛
있다.
"아직이야. 아마도 3일만 기다리면 완성될테니 맨처음 맛보이게 해주마."
"고마워, 테르센 형."
"세페우스. 베르시가 21 월드(world)타로트, 에 출산을 할 예정이야. 선물은 생각해 뒀겠지?"
"으응."
몇 타로트 전부터 계속 졸라댔던 형이었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더욱 설레이는지 베
르시 이모가 집안에서 꿈쩍도 못하게 한다.
"베르시가 아기를 낳으면 마을에 큰 잔치를 열 생각이니까 너도 올거지? 그렇지?"
테르센 형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형이 태어날때부터 돌아가셨다는데 그 이
야기는 전해들은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무튼 테르센 형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형
자신이 일을 열심히해서 어지간한 부자이다. 마을에 큰 잔치를 생각중이라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튼 부자이니까 성대하긴 하겠지.
"페르나랑 로이님도 데려오고."
"알았어."
"그런데 너도 이제 마법을 제법 할줄 알지?"
"조금 할줄 알긴 해."
"그럼 지금 내 젖소 좀 봐줘. 병이 걸렸는지 많이 아파하는 것 같은데 수놈이라 임신한것도
아니고 여간 낌새가 이상해서 말이지. 마법으로 치료 좀 해줘."
"마법으로 치유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번 보긴 해볼께."
"그래, 고마워."
수놈 젖소는 연신 뭐가 조금 불편한지 신음 비슷한 소리를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히잉. 히잉. 히잉.
말도 아닌데 왠 히잉.
우선 간단하게 타박상이라면 치료될수 있을정도로 힐(heal) 마법을 시전했다.
히잉. 히잉.
자꾸 연신 신음을 흘리는 것 보니까 타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왜그러지?
"타박상은 아닌 것 같아요. 도대체 왜 이런지..."
"이러면 계속 젖을 짤수가 없는데... 병이 걸린거라면 큰일이거든."
"병이 걸린거라면... 불완전하긴 한데..."
"뭔가 마법이 있어?"
"병이라는 것은 여러종류가 있어서 이 마법으로 치유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해봐."
"트리트먼트 씩크니스(treatment sickness : 병 치료)"
대충 아주 심각한 에이즈(AIDS)나 리우캐이미아(Leucaemia : 백혈병)가 아니라면 치유가
되긴 한다. 문제의 병원균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
"..."
히잉. 히잉.
내 손에 있는 마나의 하얀 빛이 젖소의 머리로 들어갔다. 정확히 뇌가 있는 부분부터 안으
로 빨려들어간다. 정신적인 병이라면 당연히 치유가 되지 않을것이지만... 소가 무슨 고민이
라든지 있을 리가 없고... 혹시 불치병인 상사병?
"혹시 젖소도 상사병에 걸려?"
"당연하지. 하지만 이 소는 암컷이 있는걸?"
"그럼 부인이 있다는건가?"
"그래. 그러니까 상사병은 아닌 것 같아."
"그럼... 뭔가 잘못먹은거라도 있나?"
"모르겠는데..."
마나는 많기에 있는 마법 없는 마법을 다 써볼샘이었다.
"숨겨져 있는 공간. 하지만 왜곡된 공간은 아닌... 들추어 보니, 스틸 스페이스(space steal :
투시)"
고대어로 된 마법을 현재어로 표현한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마법책에서 발견한 현재에
는 없는 마법인데 2계열의 마법으로 마나 소모가 많다. 1분만 시전해도 머리가 아파올 정도
로 마나 소비가 많다. 한 5클래스정도?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인
간의 시력을 초능력 수치가지 끌어올리면 투시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서 살피기로 했다. 인간의 초능력을 사용하기위해 마법을 시전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따
른다.
으으음... 저건 뭐야? 심장... 위가 4개? 으음?
투시를 한곳에 집중했다.
배설 기관중 소장에 속하는 곳에 뭔가가... 목걸이? 하얀 보석인 것 같은데...
투시를 멈췄다. 잠시 머리가 텅빈듯하고 하얀 허상이 보였지만 금방 시력이 돌아왔다.
"저기, 하얀 보석이 달린 나뭇잎형 목걸이를 알아요?"
"뭐라고? 그건 내 결혼 예물인데? 내가 베르시한테 선물한 다이아몬드 목걸이야."
다이아몬드? 돈도 많아~
"그게 아마도 소의 소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으응? 그걸 소가 먹었다는 말야? 그럼 소의 배를 갈라야 하지 않는 한 못꺼내?"
"그렇겠죠."
"그런... 베르시의 목걸이가 왜 이놈의 배에... 어쩔수 없지. 새로 하나 베르시한테 사줘야하
는 수밖에."
젖소보다는 다이아몬드가 가격이 더욱 비싸다. 당연히 소를 잡아 목걸이를 꺼내는 수도 있
는데...
"젖소의 배를 가르면 안되나?"
"세페우스! 그런 소리 하지마. 어떻게 내 가족같은 소의 배를 갈라서 목걸이를 빼낼 생각을
하겠어?"
"아, 그건..."
꽤 소리를 높인 것 보이까 흥분한 듯 했다. 하지만 그리 화내지 말라고요. 목걸이를 빼낼 방
법이 있으니까.
"잠깐만요, 형."
조용히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오늘 하루 마법 많이 쓴다.
"숨겨져 있는 공간. 하지만 왜곡된 공간은 아닌... 들추어 보니, 스페이스 스틸(space steal :
투시)"
그리고 또 마법을 외웠다.
"피빌리우스의 공간. 피빌리우스의 허락은 원하는 공간. 이동. 시간의 거스름. 픽스 텔레포트
(fix teleport)"
목걸이의 장소를 확인하고 목걸이를 텔레포트했다. 장소는 내 손으로. 아니, 땅바닥으로. 소
장에 있었으면 온갖 오물질이 묻었을테니다. 벌써 20클래스의 마나를 써버렸어.
피융.
히잉. 히잉. 히이이...
"어? 뭐야?"
"여기 목걸이 있어요. 제가 마법으로 꺼냈으니까 다시 목걸이를 살 일은 없을거예요."
"소도 신음이 잦아진 것 보니까 괜찮은가 보내? 고맙다, 세페우스. 오늘 우유는 공짜로 주
마."
공짜를 마다할 내가 아니라고.
"고마워."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지는 알아봐야겠다. 베르시한테 가보자."
왜 목걸이가 소의 배에 있었는지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얼른 집으로 갔다. 농장은 커서 한
참을 걸어가야 했다.
집에 도착했다. 두명밖에 안살지만 집은 꽤 크다. 농장이라서 정겨운 환경이라 살기 편할 것
같았다.
"아, 테르센. 다 끝났어요?'
베르시 이모는 주방에서 힘든 몸으로 요리를 하다가 반가히 테르센 형을 맞이했다. 배가 조
금 나왔지만 베르시 이모가 워낙 말라서 그냥 왠만한 통통한 여자의 똥배만 했다.
베르시 이모는 함박웃음으로 테르센을 맞이했다. 내가 없었다면 안고 뽀뽀도 했으려나... 왠
지 눈치 보이는 것 같은... 그냥 하려면 하지.
"그래. 몸은 괜찮지?"
"언젠 아팠나?"
"아니.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조심해야지."
"그럴게요. 그런데 세페우스는 무슨일로 온거야?"
"왜, 오면 안돼요? 칫... 그거야 베르시 이모 얼굴좀 보려구요. 이제 좀 있으면 출산한다는데
무슨 선물이 좋겠어요?"
"호호, 그냥 우리 아기 옷이나 조금 사와. 어머, 염치 없게... 미안."
"아니예요. 그런데 테르센 형."
난 살짝 눈치를 줬다. 내가 여기 계속 있다가는 왠지 눈치라는 화살에 박혀 죽을 것 같아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최대한 내주기 위함이었다. 하긴 베르시 이모의 조금은 불룩한 똥배
를 아무한테나 보여준다는건 창피한 일일수도...
난 살짝 눈치를 주었다. 테르센 형도 금방 알아들었는지 손을 주머니로 옮겼다.
"응? 아, 베르시 보여줄게 있어."
농장에서 일할 때 입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것을 꺼냈다.
"여기 받아."
"네? 이건 뭐..."
베르시 이모가 한순간 굳어버렸다. 손에서 목걸이가 점점 흘러내린다. 테르센 형이 다행히
손을 잡아주어 목걸이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베르시 이모의 손이 떨렸다.
"테르센... 미안해요."
"..."
조금 삭막하다. 이런... 괜히 목걸이를 빼냈나?
"결혼 예물을 잃어버려서 미안해요. 제가 정신을 딴데다 팔고 다녔나봐요. 미안해요. 결혼
예물은 소중히 간직해야하는건데..."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는 베르시였다. 테르센 형이 당황한 듯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베르시, 울지마. 뭘 잘못했다고 울어? 일부러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은데. 이까짓것 때문에
베르시의 눈물을 보다니 정말 괴로워."
으윽... 닭살이 피직피직 돋는다. 다이아 목걸이가 이까짓것이라면 테르센 형은 재산이 얼마
야?
"울지마."
"훌쩍. 으아아앙."
애써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다시 터트렸다. 그런데 왜 어린아이처럼 우는 거야? 나이를 26
살이나 먹었으면서.
"베르시. 더 울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내가 괴로워하는게 좋아? 그렇다면 계속 울어."
"훌쩍...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하나도 잘못한 것 없으니까 울지마."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 집에 가고 싶어.
"아, 세페우스 미안하지만 네가 상황을 좀 설명해줘."
테르센 형이 베르시를 다독거리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베르시 이모. 그러니까 테르센 형의 부탁으로 젖소 한 마리가 아프다길래 제가 진찰을 좀
해봤거든요. 마법을 조금 배워서요. 그래서 진찰을 하다가 젖소 배안에 무언가 물체가 있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다이어 목걸이더라구요. 다행히 꺼내긴 했는데... 젖소가 번쩍이는 물체
를 보고는 뭣 모르고 집어 삼킨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훌쩍... 테르센, 정말 미안해요. 얼마전에 목걸이를 차고 농장을 돌보러 갔다가 배에 진통이
와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마침 테르센은 우유랑 치즈를 배달하러 나갔구요. 그러다가 어떻게
되서 목걸이를 흘린 것 같은데 그걸 젖소가 삼켰나봐요. 미안해요. 으아아앙."
"베르시!"
"네, 네?"
테르센 형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소리였다.
"울지말랬지!"
결코 화나지 않은 목소리로 달래기만 하는 소리였다.
정말 이 자리에 있는게 아니였어.
"난 그런줄 알았어. 베르시 잘못하나 한 것 없잖아? 내가 그때 하필 옆에 없어줘서 미안해.
그만 그치고 목걸이 걸어봐."
"훌쩍. 세페우스 미안해요. 목걸이를 찾아줘서 고맙구요."
"아니에요."
다이아 목걸이를 한 베르시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 애를 가지고 있는 모습은 더욱 아름
다웠다. 그냥 다른 귀부인처럼 똥배가 나온 사람이 다이아 목걸이를 했다면 베르시 이모처
럼 이쁘지 않았으리라. 새 생명을 안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다는 얘기
다.
그래서 난 특별 봉사를 하나 하기로 했다.
"테르센 형. 베르시 이모가 많이 활동하는 곳을 몇군데 알려주세요."
"아니, 그건 왜?"
"만약 테르센 형이 없는데 이모가 진통이 온다면 큰일이잖아요? 물론 옆에 붙어 있을테지
만. 그래서 제가 알람(alarm : 경보)마법을 설치해둘께요."
"알라암?"
"네, 그게 뭐냐하면은요. 경보 장치인데요. 손만 건드려도 큰 소리가 나게 되있는 마법인데
만약 베르시 이모가 진통이 오면 손만대면 형이 알수 있도록 큰소리가 나게 되있어서 편리
하죠."
"그래? 고맙다. 앞으로 일주일간 우유를 공짜로 주마!"
"네? 어서 설치하죠!"
공짜는 좋은 법이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끝내고 우유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지나치는데 젖소가 괜찮나 확인을
해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루이나드

제 7장.  봉사 활동 (5)

"왜 이렇게 늦었어!"
이런...
"그게 말예요."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을 설명해주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얼마나 배를 굶주려야 했다느니 배
가 등에 붙었다느니 이미 혼절을 두 번이나 했다느니... 조금 참으면 되는 것 같다가.
"그러니까 베르시가 애를 가졌단 말야?"
맨날 나만 우유 심부름 보내느라 모르기도 하겠지.
"그래요. 그런데 사부도 26살이잖아요. 이 나이 먹도록 남자도 없고 뭐 했어요?"
"뭐, 뭐라고?"
그냥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는데 엄청나게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검까지 빼들려고 하는걸
겨우 막았다.
"너 다시 한번 그런소리 내뱉으면 그땐 각오해라."
"아, 알았어요."
"빵이나 먹자."
아암.
부드러운 생크림 빵.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이 입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달콤한 맛에 과
일향이 섞여서 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어엇!"
"왜?"
"레몬 파이는 4개 사왔는데 왜 하나도 없어요? 아니 사부 손에 들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데..."
"내가 먹었지."
"3개나요?"
"그래."
"그럼 그거 저 줘요."
"싫어."
"왜, 왜요? 3개나 먹었으면 됐지, 다른 것 먹고 그건 저 주세요. 어엇! 그런 치사한! 나이가
몇살인데 편식을 해요?"
마저 하나 남은 레몬 파이를 입에 집어넣는걸 목격한 나는 꽤나 짜증이 났다.
"내 마음."
"아 진짜 그런게 어딨어요? 편식 마녀에 노처녀 같으니라구."
"거기서 왜 노처녀가 나와?"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려는 사부를 나는 끝까지 긁어댔다.
"노처녀 히스테리에 남자친구도 없고 애도 없는 악독한 레몬 파이 마녀!"
빵을 대충 4개를 들고 잠시 집 밖으로 도주를 해야했다. 예전 같았으면 금방 잡혀서 두드려
맞았겠지만 지금은 예전의 내가 아니라구!
10분이 지난후 빵을 배속에 집어넣고 집에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생각없이 사는 사
부의 화는 금방 가라앉는다.
"아, 춥다."
"지금 몇시냐?"
부엌에 있는 컵에 우유를 따라마시면서 물었다. 고개 한번 돌리면 되는 것 가지고 그렇게
물어봐야 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8시 조금 넘었는데요."
"겨울이 다 됐는지 어으, 춥다. 우유를 조금 데워야겠어. 너도 마실거지?"
"전 코코아로요."
"우유에 코코아를 타서? 알았어."
우유에 코코아 분말을 타서 마시면 꽤나 뱃속이 따듯해진다. 사부는 코코아를 싫어해서 그
냥 우유만 마신다.
"오늘이 몇일이지?"
그냥 타로트 력(=달력)을 바라보면 될 것 같다가... 으이그 귀찮아.
"3452년 17 스타(star)타로트 15일이요."
"그럼 내일은 18 문(moon)타로트이네?"
*참고 : 1타로트는 전체 15일이다.
"그렇겠죠. 타로트 력이 다른 타로트 력으로 바뀌거나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한."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참, 시간 빨리간다."
"왠 할머니 같은 소리를 하세요?"
"그냥... 벌써 나이 꽤나 먹고..."
"그러니까 빨리 결... 아니 결사적으로 인생을 살아야죠."
"무슨 말이야?"
한바터면 결혼 하라는 소리를 내뱉을뻔 했다. 또 긁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루이나드

제 8장. 심각한 고민 (1)

"어이, 세페우스. 뭐해?"
"왜요?"
라스콜리니코프의 저서를 한참 들여다 보고 있는중에 난데없이 끈겨버렸다. 사부가 뾰루퉁
하게 처다보고 있었다.
"너만 치사하게 책이나 보고."
"그래서요?"
"심심하다구."
"그럼 잠이나 자요."
"지금이 몇신줄 알아? 8시 30분이야. 벌써 자기는 뭐하고 그렇다고 심심하기도 하고."
"그럼 제가 없을땐 뭐했어요? 젊었을 때 말이예요."
"그야... 아, 세페우스. 술 마시러 갈래?"
"헛소리 말고 잠이나 퍼자요."
한참 마법 공부에 빠져들즘 맥 없이 끊겨버려 적지않게 짜증이 났다. 그냥 조용히 잠이나
자면 될 것을 사랑스런(?) 제자의 공부를 방해하느냔 말야. 어서 7클래스를 이룩해야 풀
(fool)타로트에 놀러~ 가지.
"정, 심심하면 전 여기 있을테니까 할아버지한테 가서 놀다오던가요. 방법은 그거 밖에요."
"..."
흠칫!
이런 침묵은 엄청난 폭풍이 일기전의 고요... 즉 윈드 스톰 비폴 알람 사일런스(wind storm
before alarm silence : 폭풍 경보 전야 침묵).
슬슬 책을 덮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득이하게 여기서 잔다면 동침을 하게 생겼다. 사부의
침대 하나 뿐이다. 내 침대는 할아버지 네 집에 있고 사부의 침대는 크다. 내가 아무리 많이
컷어도 더블 배드는 둘이 자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전혀 염치없어도 내가 여기에서 자기는
전무하기에 조용히 침대에 앉아서 책을 보기러 한 것이다. 하지만 사부의 눈초리가 이상하
다.
"너 정말 이래도 되는거야? 오랜만에 술 마시러 가자고! 술 안마신지 벌써 1년째란 말야!
내가 널 키우고 나서 제대로 생활한적이 몇번이나 있었어? 그리고 남자친구 없다고 자꾸 그
러는데 내가 너 데려오기 전에는 남자들이 쫓아다녔어. 알아? 너 때문에 지금은 조금 나아
졌는데 너 자꾸 이러면 나 이제 정말 화낼거야?"
생각해보면 자식있는 유부녀. 아니면 일저지른 아가씨정도로 보일 것이다. 나 때문에. 그리
고 나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해보니까 미안하군. 제기럴...
술마시기 싫은데.
"옷이나 입어요."
"왜?"
"오늘은 제가 살게요. 모아둔 돈도 꽤 있고 술이 그리 비싸지도 않으니까. 대신 적당히 마셔
야 되요?"
"그럼그럼. 히히, 어서가자!"
사실 1년전에도 이런일이 한번있었다. 15살이면 조금씩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였는데 그 덕
분에 사부의 꼬임으로 한번 술 먹으러 간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사부의 장난으로 드래곤 브
레스(dragon breath : 드래곤의 숨결)를 원샷! 그것도 세모금이나 되는 컵으로 마셨다. 바로
기절직전까지 같고 그 뒤로는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양쪽눈이 저려서 거울
은 본순간 깜짝놀라고 말았다. 팬더곰 처럼 양눈이 파래졌던 것이다. 사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끝까지 말을 안해주다가 할아버지한테 들었는데 글세 내가 사부한테 엎혀오다가
가슴을 만졌단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어디로 갈까? 응? 페트레이샤 는 문(moon)으로 갈까?"
페트레이샤는 달의 여신이다. 하지만 '문'이라는 술집에서는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여자로
통한다.
"싫어요. 그냥 조용한데로 가서 몇잔 마시고 와요. 전 왁자지끌, 시끌시끌한데서 마시는건
싫어요."
꽤나 조용한 분위기의 술집도 많다. 겨울에는 오히려 그런 분위기의 술집이 인기가 많을때
있다. 옆구리가 시린 남자나 여자들이 고독을 달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볼까 하고 몰려
드는곳이 바로 술집이다.
그러고 보니까 사부가 옆구리가 시려워서 사내 한번 만나보려고 하는건가? 흐음... 술 조금
마시게 해야겠어. 이러다가 무슨일이라도 터지면 큰일이야.
걱정은 곧 현실로 찾아오는 거라고 누가 말했지? 데스티니 니가 말했냐? 데스티니는 운명
의 신이다.
결국에는 '문'으로 가게 되었다. 어지간히 조르는게 꼭 어린아이 같아서 짜증이 바락바락 난
다.
'문'의 문 앞에서 남자 두명이 말을 걸어왔다.
"여어, 이름이 뭐더라?"
"페르나잖아. 엄청나게 오랜만이야."
"내 이름을 아는 이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야. 세상에나 벌써 이게 몇 달만이지?"
"요즘에는 뜸한 것이 저 놈이 달라붙어서인가?"
내가 왜 '놈'이야!
"내 제자인데 함부러 했다가는 큰코다칠거야. 검술실력이 하이 클래스고 마법실력은 6클래
스 마스터라구."
"뭐? 저 새파란 핏덩이가 하이 클래스 검술실력이란 말야?"
어라? 마법 실력은 왜 안놀라는 거지?
사실 기사 검술실력으로 하이 클래스보다는 6클래스 마스터 법사가 더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기사도 하이 클래스중에서 수준이 높은 사람도 있는데 드문경우로 마나를 다루는
하이 클래스 기사를 스워드 마스터(sword master)라고 한다. 그리고 더 윗단계가 있는데 스
워드 그랜드 마스터(sword grand master)라고 시몬제국에서는 딱 한명뿐이었다. 그것도 현
재에는 존재하지 않고 고대에는 존재했다고 여겨진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마법의 편리함과 검술의 강함
에 둘다 반해서 익히는 마검사가 있는데 그게 내 경우다. 하지만 그 두가지를 배우면 한가
지를 배우는것보다 속도가 더디고 최고의 자리에 이룩하기가 어려워서 보통은 검이나 마법
한가지만 배운다.
"그래. 핏덩이가 아니라 이제 17살이라구. 완전 성인이지."
"호오, 진짜? 한 14살정도밖에 안보이는데? 그리고 얼핏 머리만 기르면 여자같이 생기기도
했구."
머어라구? 여자?
"하긴 애가 조금 멍청해서 순진해보이기도 하고 미소년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긴하지."
멍청? 순진? 미소년?
"사, 사부!"
어른들의 말놀이에 신물이 났다. 그래서 먼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부도 곧이어 따라 들
어오긴 했는데 왠지 큰 장난을 하기전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또 무슨일을
저지르려구!
"여어, 페르나다!"
"뭐라구? 하도 못봐서 죽었나 했더니 살아있었잖아? 오랜만이야."
"아, 그래. 빈은 여전하시군. 허리 힘은 좋구?"
"여전하지. 그래, 뒤에는 경호원이라도 되는거야?"
"하하하, 내 제자야. 검술을 조금 가르치고 있지."
말장난... 너무 싫어. 짜증나는군. 이래서 내가 오기 싫었어.
사부는 술집에서 꽤나 알아주는 사람이었나 보다. 지나가는 한사람, 한사람들이 모두 아는
척을 했고 사부는 그때마다 친근히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며 응수해주었다.
시끌시끌, 벅적벅적.
사람은 꽤 밀려있었고 페르나는 그 사람들 틈에 묻혔다. 나는 조용히 바 로 걸어갔다.
"뭘, 드릴까 어린손님?"
40대 중반정도 나이를 먹은 아저씨가 물었다.
"어린 손님이 아니라 청년이예요. 저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요. 17살입니다!"
술집의 호스트(host : 주인)가 바텐더(bar tender)역할을 하는지 바 앞에 서서는 주문을 요
구했다.
"약한 술 한잔만 주세요."
"으음? 그럼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 어때?"
"모르니까 아무거나 줘봐요."
"보아하니 페르나 제자인 것 같은데 맞지?"
"네."
"검을 배우지? 페르나가 여자이긴 해도 검술실력은 알아주지. 우리 마을에서도 인기가 많았
어. 요즘에는 나이살 꽤 먹었는지 뜸하지만."
암살자라는 직업은 모르는건가?
"페르나 밑에서 배웠다면 몇 년 동안 배운거야?"
"6년이요."
"그럼 로우 클래스는 아닐테고 미들 클래스정도는 되나?"
허이구.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나이가 어리다고 실력도 어리냐?
"하이 클래스예요."
"응? 하이 클래스? 정말이냐?"
하이 클래스 기사가 천지에 널리긴 했지만 나정도의 나이때는 열손가락으로 셀정도로 적다.
그것도 귀족의 아들놈이나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요. 마법도 배웠어요."
왠지 자랑을 막 하고 싶어진다. 이런데서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긴하다.
"호오, 마검사? 나도 왕년에 마법을 조금 배우긴 했지. 겨우 1계열 마스터지만. 그래, 2계열
마법은 할줄 아냐?"
칫, 사람을 어떻게 보고.
"6계열 마스터예요."
"하하, 니가 뭘 모르는구나. 계열이 아니라 클래스겠지. 마나 클래스가 6이란 말이지?"
"아니요. 마나 클래스는 28이고 마법은 6계열 마스터라니까요."
자꾸 긁어주는데 아무리 호스트라도 열받으면 주먹 날아간다구! 조심해!
"그래, 니가 바람이 들어서 너무 과장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이해하겠어. 나도 마법을
조금 배워서 아는데 사실대로 말해."
"이 아저씨가 증말! 안 믿으려면 말아요. 아저씨는 술이나 줘요."
이게 다 사부가 만든 일이다. 일 한번 저질러야겠어. 으이구!
"여어, 페르나. 어서와. 니 제자놈이 하이 클래스 실력이란 것은 믿겠는데 마법도 배웠다고
하네. 거짓말이 너무 심한게 지가 6계열 마스터래."
"6계열 마스터 맞아. 왜?"
"으어? 지금 무슨 말이야?"
"세페우스는 검보다는 마법을 더 잘해. 6계열 마스터 맞으니까 믿어. 함부러 하면 큰코다치
니까 조심하구."
"말도 안돼."
그렇게 호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페르나! 왜 이런데를 왔어요?"
"어? 왜 사부라고 안불러?"
"내맘! 정말 짜증나게 이런데를 왜 왔냐구요!"
"재미있잖아!"
"뭐가 재미있어요! 나 갈래요."
"가면 가만 안둘거야. 자, 마셔."
화를 최대한 풀고 블루 마운틴 한잔을 마셨다. 정말 이런데는 오기 싫었는데.
블루 마운틴이란 술은 먹을만 했다. 그냥 그리 독하지 않은 맛을 위한 술이어서인지 알콜보
단 향이 더욱 강했다.
"뭐야? 이상한 술을 마시네? 어이 호스트. 여기 맥주 큰걸로 두잔!"
"알았어."
큰거?
곧이어 1000㎖짜리 잔 두잔이 나왔다. 내가 이것도 못 마실줄 알고?
"자, 원샷!"
"네?"
그러더니 술을 막 입에 퍼붓는 사부였다. 설마 다 마시진 않겠지?
"크아아. 시원하다!"
말도 안돼. 물론 맥주를 다 마셔버리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반절이 줄어버렸다.
"내가 여자여도 어지간한 술꾼이었어. 너 그건 몰랐지? 왜 안마셔?"
맥주는 맛도 없고 배만 부르고 취하는 술이었다. 어른들은 그걸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몰라.
그냥 사부에게 맥주잔을 모두 넘기고 블루 마운틴만 훌쩍거렸다.
정말 오기 싫었는데... 이런 시끌벅적한덴 싫다구. 왜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건 당
연하고 정말 재미없어. 사부가 장난을 쳤으니까 나도 장난을 좀... 흐흐흐.
조용히 마법을 외웠다. 무슨 마법인지는 시동어를 보고 알아맞춰보시지, 사부.
"미카세븨우스의 극한. 극한의 소환. 프리즈(freeze : 얼리다)."
"응? 세페우스. 뭐라고 한거야?"
"그냥 마법을 시전했을 뿐이예요.
"응? 무슨 마법?"
"프리즈요."
"그게 뭔데?"
"5계열 빙계 마법인데요. 무조건 얼려버리는 마법이예요."
"그걸 왜?"
"골탕좀 먹이려구요."
"누구를?"
"사부요."
그 사이 발끝에서 시작한 프리즈 마법이 얼굴까지 올라왔다. 사부의 얼굴이 경직되더니 눈
을 동그랗게 뜨고 날 정면으로 주시했다.
"조금 추울거예요."
"..."
입까지 얼었나보지?
"파이어(fire)."
조그만한 불을 사부의 입가에 일으켰다. 프리즈 마법은 그냥 사람의 몸 주위 공기를 얼려
순간적으로 몸을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별다른 현상은 없고 그냥 상대의 몸만 경직된다
는 것에 있다.
"뭐야? 풀어줘!"
"싫어요. 왜 이런 술집에 데려온거예요?"
"재미있잖아!"
"전 재미 하나도 없다구요. 술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구요. 어서 조용한 다른데로 옮기던가
집에 가던가 둘중 하나 선택하세요. 안그러면 여기서 바로 스트립 쇼(strip show)를 하게 만
들거예요."
"벼, 변태 자식!"
상대의 몸이 얼었는데 무슨 짓을 못하랴. 메에롱.
"알았어. 우선 이것부터 풀어줘. 춥다구!"
"당연히 추워야죠. 집에 갈건 아니겠죠?"
"그, 그래. 다른데로 옮길테니까 어서 풀어줘!"
"릴리스(release : 해방하다)."
"하아. 너 임마! 죽고싶어?"
"프리..."
"아, 알았어. 옮기면 되지 옮기면! 맥주 마저 마시고 옮기자."
"프리..."
"호스트. 이만 가봐야 겠어요. 얼마죠?"
"응? 벌써 가려구? 오랜만에 와서 이것밖에 안마셔?"
"조금 사정이 있어서요."
"2골드만 줘."
조용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무슨 술이 2골드나 해? 정말 사기야.
있는 폼, 없는 폼을 잡으면서 사부를 끌고 나왔다. 정말 오늘 분위기 한번 잡는 것 된다.
"난 저런 왁자지끌한 술집 싫어요. 미안하지만 조용한데 가서 놀자구요."
"그, 그래. 너 나중에 보자. 흥!"
"그렇게 남자들이랑 얼싸안고 노는게 좋아요? 그럼 들어가서 마져 놀고 와도 좋아요. 전 할
아버지한테 가있을테니까. 돈은 줄께요."
"알았어. 그냥 조용한데로 가자구."
"네."
루이나드

제 8장. 심각한 고민 (2)

대충 돌아다니면서 조용한 분위기의 술집을 찾았다. 원래 이런 계절에는 조용한 곳이 좋아.
왜냐? 나도 겨울을 타니까... 무슨소리야.
이번엔 바 앞에 앉지 않고 탁자에 앉았다. 편안히 맥주나 마실생각이었다. 여러종류의 술을
팔정도의 술집으로 보이지도 않구. 보아하니 음식점과 술집을 겸하는 집같은데.
"여기요."
그런데 술집은 술집인가보다. '문'보다는 조용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시끄러웠다.
"그래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이라고. 얼마나 분위기 좋아?"
"뭐가 그래. 이게 술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냐?"
"네. 그냥 조용히 술이나 마시고 집에가요."
"재미없어. 다음부터는 넌 때놓고 올거야."
"그럼 저야 좋죠. 안그래요? 전 원래부터 술마시는 걸 안좋아해서 이런데 오기 싫다구요."
"여기요. 맥주 큰걸로 네잔이요."
맥주는 별로 취하지 않는 술이다. 많이 들어가면 취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취하진 않는
다.
"네 잔이나 시키면 어떻게 하자구요."
"내가 다 먹을거니까 걱정마. 취하면 집에 잘 데리고나 가줘."
"으휴. 술귀."
"술귄 또 뭐야?"
"술처먹는 귀신이라구요."
"내가 검만 들고 왔어도 벌써 그어버리는 건데... 으휴!"
"프리... 안할테니까 술이나 마셔요."
'프리'라는 소리만 나와도 움찔하는것에 꽤나 재미있긴 하지만 나중에 당할 것에 걱정부터
밀려왔다. 쯥...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야.
"훌쩍."
"벌컥벌컥."
"훌쩍."
"벌컥."
마셔라, 마셔. 난 상관 한할테니까. 안주를 조금 더 시킬까나?
"여기 음... 고기 튀김 좀 주세요."
"네에."
안주로는 튀김류도 좋다. 고기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튀김은 좋아한다.
"세페우스."
"네?"
"넌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줄 아는거야?"
"모르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 검술실력이 어느정돈지..."
"그런건 알 필요없고 검술 실력은 스워드 마스터정도 되겠죠."
"흐흥. 그래, 마음데로 생각하라구."
"왜 그래요?"
"자아 정체감. 그걸 알려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야. 안그
래도 조금있으면 그걸 느낄텐데 미리 해결해 주면 좋지."
"그게 뭔데요?"
"넌 왜 사는거야?"
"그야 태어났으니까 사는거죠. 나름데로 부모님한테 이 세상을 구경시켜준걸 감사하게 여기
기도 하구요."
"아니, 그게 아니라 뭘 위해서 사는거냐구."
"아아, 그건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그냥 죽음을 위해서 사는걸까나?"
"당연히 사람은 다 죽음을 위해서 살긴 하는데... 도대체 내 말을 이해하긴 하는거야? 그럼
더 쉽게 말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거니?"
"덧 없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긴 해야겠는데..."
"평생동안 나한테 빌붙어서 검이랑 마법이나 배우고 암살 직업만 하면서 살거니?"
"아뇨. 이제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 전혀 내 말뜻을 이해 못했구나... 흐음... 그럼 넌 왜 검이랑 마법을 배운거냐?"
"그냥 재미있잖아요. 꼭 목표를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마
법을 배울때도 한단계 한단계 힘들지만 쌓아 올라가면 성취감도 있고 점점 강해지는 것도
마음에 들고 좋은거죠."
"강해지면 뭐가 좋은데?"
"강해지면 많은걸 할 수 있겠죠. 적어도 거지처럼 무시받고 살진 않을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세요? 힘이 있어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거예요."
"그럼 아무 생각없이 검이나 마법을 배운게 아니란거냐?"
"당연하죠."
"그럼... 너는 상당히 좋겠다.. 니가 부럽다. 벌컥벌컥."
"왜 이런걸 물어보는거죠?"
"난 너처럼 쉽게 검을 배우지 않았어. 그리고 배우는 이유를 알지도 못했고. 쉽게 배운 너에
게도 힘들고 지치고 짜증날거라 생각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러니까 아무 생각없이 검을 휘두르고 익혔지. 그러다가 니 나이쯤에 왜 검을 잡고 있어
야 하는지... 다른 여자아이와 난 다르다는걸 알았고 한참을 방황했어."
"그러니까 이 힘든걸 왜 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한거예요?"
"응. 그래."
"사회 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정의를 실천한다. 꼭 남이 알아주지 않
아도 정의를 실천하는 그런 사람은 많아요. 언젠가 악이 없는 사회를 내 힘으로 만드는게
내 목표예요."
"과연 그럴까..."
술이 어느새 다 사부의 목으로 넘어갔다. 이야기를 하는 종종 마셔댔던 것이다. 하지만 얼굴
이 조금 빨개졌을뿐 정신은 말장한지 술을 더 시켰다.
맥주를 좋아하진 않지만 한, 두모금이 들어가니까 계속 들어갔다. 어느새 큰잔에 있는 맥주
를 다 비웠고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누면서 또한잔의 맥주를 비웠다.
"엥? 사부. 벌써 몇잔째예요?"
"하나아. 두울? 세엣. 몰라, 니가 세바."
"여섯잔이잖아요."
"그래? 많이도 마셨다. 가장."
"가장? 아, 가자구요. 알았어요."
조금 취했는지 걸음이 꼬였다. 물론 내가 아니라 사부가 말이다.
"헤헤헤, 오랜만에 재미는 없었지만 술좀 마셨네."
"다음부턴 안올거예요."
"왜? 좋잖아~"
"뭐가 좋아요?"
"기분이 좋잖아."
술이 들어가 몽롱한 상태가 꽤나 괜찮은 기분이긴 하지만 다음날의 머리고통을 견디려면 안
마시는게 나은거라고 생각한다.
"어서 가요."
"세페우스. 니가 남자친구 없다고 그러는데 새꺄. 무시하지마. 나도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기회가 있어야지 검으로 먹고 사는 직업에 언제 남자를 사귀겠어. 남자는 무슨 남자."
하긴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가 붙을리 없다. 그리고 남자를 만날 기
회나 시간조차도 없다. 정말 재미없는 인생을 산 것 같다. 사부는.
"그럼 저는 어때요?"
그냥 재미삼아 물어보았다.
"나야... 좋지. 하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나잖아? 안구래?"
혀도 조금씩 꼬이는게 어지간히 취한 것 같았다.
"사랑은 나이차도 극복할수 있다고 하는데 고작 10살차이인데 뭐 어때요?"
"그래? 그럼 딴따따따안~ 할래?"
"그래, 해요. 해!"
"냐하하하, 제자랑 결혼은 무슨. 넌 아직 어리니까 여자를 사겨볼 기회가 있을거야. 난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살아와서 이제 늦었어."
정말 오늘따라 왜그래?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사부랑 같이 산다... 뭐 그래도 괜찮을
거 같긴한데... 괜찮을까? 어라... 그래도 괜찮을거 같은데...
"사부. 정말 저랑 같이 살아도 될까요?"
심각했다. 술취한 사람이랑 무슨 대화가 통할가만은 나도 술이 조금 취했는지 묻고 생각하
고 물었다.
"그럼 니가 나가서 돈벌어와. 내가 집에서 살림하고 아기도 볼테니까."
가정... 사부랑 나의 가정. 나는 열심히 사회 정의를 위해 일을하고 사부는 집에서 식사를 차
리고 아이를 키운다. 왠지 그림이 그려지는데... 하하?
"좋아요!"
이상해. 정말 이상해.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해봤을까?
"사부랑 같이 살래요. 정말 같이 살고 싶어요."
"짜식. 그래, 그럼 니가 당신이고 내가 여보다."
"으응? 여보, 당신?"
나도 취했나보다. 슬슬 술 기운이 올라온다. 정신이 조금 희미해졌다. 집에 도착했다. 도대체
아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아아, 사부랑 같이 사는거 말했었지. 괜찮을 것 같은데...
"으응? 사부. 그렇게 드러누우면 어떻해요? 씻고 자야죠."
"응? 몰라. 귀찮아. 그냥 자."
"그럼 옷이라도 벗어요!"
"알았어. 알았다구."
그런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흐릿한게 내가 지금 뭘 하는거야?
"아아, 자는중이지. 으아암!"
스슥. 슥.
대충 상의를 벗고 샤워실로 가서 간단하게 싯었다. 부드러운 수건에 차가운 물기를 닥고나
니 한결 가벼워졌다.
"으음? 사부! 벌써 자는거예요?"
"..."
"냠. 머리가 아프당."
풀썩.

"으으음... 아, 머리야."
"으응..."
머리가 깨지는 듯 아파왔다. 도대체 왜 그런거야? 아아, 어제 술을 마셨지. 그리고 사부를
무사히 데려오것 같은데 그 사이 무슨 중요한 결심을 한 것 같구... 어제는 정말 무슨 생각
으로 지냈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날인건 확실한데...
"응?"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뇌세포가 활발히 움직였다. 그리고 감각이 확실히 느껴졌을쯤에
뭔가를 확인했다.
따뜻한 물체. 품안에서 숨쉬는 조용한 생명체. 부드러운 살결. 평안한 아침...
"야아, 팔 좀 풀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한데... 상황을 정리하자면 지금 사부를 껴안고 잔건가? 사태 수습
을...
조용히 팔을 풀고 이불안을 빠져나왔다.
"으음... 별일은 없었던 듯 한데 내가 왜 상체를 벗고있지?"
생각해보니까 살결에 살결이 다아있었던 듯 한데... 그럼... 제길.
조용히 사부가 자는 침대로 걸어가서 이불을 들어보았다.
"으아악!"
"으음? 뭐, 뭐야?"
"어어어... 어!"
"왜그래? 아함, 잘잤다아...?"
"...!"
"너 이자식아!"
"내, 내가 안그랬어요."
사태는 여전히 수습이 안된체 대치상태로 놓였다. 그 대치상태라는건 강제로 된 것이었는데
부득이하게 프리즈 마법을 시전해야했다. 어쩔수 없는 것이 사부가 검을 들고 당장에도 벨
듯한 기세로 있었기 때문이다.
"야, 너 무슨 짓을 한거야! 술 먹여놓고 나쁜짓 했지!"
"제가 언제 먹였어요! 혼자 먹어놓고선. 이상한 상상말고 검이나 내려놔요."
우선 내가 검을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니가 마법을 걸어놔서 못 움직이는데 어떻게 검을 내려놔?"
"아아, 그렇지."
파이어 마법으로 손에 있는 공기를 녹여서 검을 떨어지게 했다.
"야!"
"왜요?"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러니까 어제 술을 마시고 집까지 사부를 데려왔는데 그사이 무슨 결심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마침 그때 술기운이 밀려와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 뒤로는 몰라요."
"그럼 왜 상의가 벗겨있어?"
"사부가 벗었나보죠. 설마하니 제가 벗겼겠어요? 뭐 볼게 있다고."
"이 이자식이... 으으윽!"
"뭐, 뭐예요? 왜?"
"으으윽... 아악!"
파지직. 콰창. 차르르르...
사부의 몸 주위에 얼어있던 공기가 서서히 부서지더니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리고 사부가
점점 다가왔다. 검을 든 손은 금방이라도 목을 훝고 지나갈 듯 했따.
"왜. 왜그래요?"
"넌 죽었어."
다행히 검을 쓰진 않았고 주먹으로 온몸을 구타했다. 제법 맺집이 생겨서 그리 아프진 않앗
는데 눈주위에 맞은 것은 상당히 아팠다.
"어차피 어제 내가 술 먹으러 가자고 해서 생긴 일이니까 용서해줄게. 다시는 변태같은 짓
하지말고."
"으윽... 억울해!"
"뭐가?"
"내가 잘못한게 뭐 있다고 그래요!"
"아무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가볍게 술한잔하고 난 뒤의 두통과 가벼운 트러블이 남을 뿐이었다.
루이나드

제 9장  세페우스의 고양이 (1)

테르센 형의 부탁으로 베르시 이모 출산 잔치에 불꽃 마법을 해야 하는 세페우스. 그리고
처음으로 동물을 키워보는 세페우스. 둘다 과연 잘 될까?

"이야아~ 드디어 21 월드(world : 세계)타로트야."
"사부. 그럼 1 풀(fool : 광대)타로트에 여행가는거죠?"
"그래. 하지만 하이 클래스의 실력을 갖추워야 하고 7계열 마스터 이상의 실력을 가춰야
돼."
"걱정 마세요. 이제 몇일이면 될테니까."
"그래. 어떻게든 15일 안에만 완성해. 그리고 이번에 시몬 제국 그래듀에이트 시험을 4 엠퍼
러(emperor : 황제)타로트에 봐야하니까 준비 단단히 하고."
"알아요."
"그럼 열심히 해. 난 잠이나 자야겠다."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사부는 잠귀예요."
"응? 잠귀라니?"
"잠자는 귀신이요. 하루종일 3시간만 깨있고 잠만 자잖아요."
"설마하니 3시간만 깨있겠어? 그래, 그 세시간엔 내가 뭐하는데?"
"먹고, 싸고, 놀고."
"맘대로 생각하라구. 일 없는 날엔 너무 심심해."
"그럼 체력 단련이나 검이라도 한번 더 휘둘러요."
"귀찮게 그걸 뭐하러 해? 이미 소드 그랜드 마스터는 포기했어. 난 목표없는 수련은 안하거
든."
"그 소드 마스터는 보통 기사하고 뭐가 다른 거예요?"
"확실히 차이가 나지. 하이 클래스 3명까지 상대할수 있는 실력이라고. 마나 소드를 쓸수 있
는 실력인데 아마 전세계에 100명도 안될걸?"
"그래요? 저도 6계열 마스터라구요. 아마 전세계에 20명도 안될걸요?"
"그래, 너 잘났어. 하지만 할아버지가 누구냐? 위자드(wizard : 대마법사)아냐? 그런 사부
밑에서 거의 7년이나 배우고 마나 컬렉션까지 드셨으면 그정도야 당연한거 아냐?"
"그래도 할아버지가 전 천재라고 했어요. 이정도면 대단한거래요, 뭐."
"알았어. 열심히 해. 7계열 마스터는 어려운거냐?"
"아니, 7계열까지는 괜찮은데요. 보통 대마법사들도 7계열까지는 쉽게 익힐수 있었다고 하는
데 그 이상의 마법은 어렵데요. 거의 평생을 바쳐도 익히지 못할. 그래서 8계열 이상의 마법
사를 위저드라는 칭호와 함께 인정을 받잔아요. 특히 마지막 10계열의 언령 마법은 거의 불
가능하데요. 아마도 확실히 사라니안님과 로이 할아버지 둘만 10계열 마스터일걸요?"
"그래? 그럼 7계열 마스터도 별 것 아니잖아?"
"하하, 과연 그럴까요? 한번 붙어볼래요? 사부는 4계열 마스터고 5계열 익스퍼트니까 할만
할건데. 검술은 소드 마스터구요."
"관두자. 칫, 또 프리즌가 뭔가로 꼼짝도 못하게 얼려버릴 거면서. 그럼 소드 마스터도 소용
없잖아. 검을 진짜로 쓸수도 없는 일이고."
"저기 페르나. 잠깐 이리로 좀 와보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보니 은밀히 부른 것 같은데 나는 가면 안되겠지? 분위기
도 조금 있는 것 같고.
"아, 알았어요."

"무슨 일이예요?"
"잠시 사라니안 형한테 가봐야 겠어."
"같이요?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
"그래. 아주 심각한 일이야. 이 전세계의 운명이 달린."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그건 가면 알아. 마법진 위에 서라."
"네."
피융.
진지한 얼굴의 로이가 페르나를 이끌고 마법 길드로 텔레포트했다. 텔레포트하고 나선 익숙
히 사라니안의 방으로 걸어갔다.
똑똑똑.
"누구십니까?"
"형, 나예요, 로이."
조용하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뭔가 안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로이. 분명히 사성물중 하나가 봉인이 풀린건가?"
사라니안이 어두운 표정으로 로이에게 물었다. 로이도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마법 길드에서 예전부터 포착한 집단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집단인 것 같다. 정체는 확실
히 모르겠는데 그 집단에서 사성물중 하나인 싸우스 씰(south seal), 혼돈의 목걸이의 봉인
이 풀려버렸어."
"나도 느꼈어."
"큰일이군. 나머지 세 개의 봉인이 있지만 그 집단의 목표는 신의 봉인을 완전 해방하는 것
같아. 세 개의 봉인을 풀려할거야. 곧 찾아내겠지."
"그렇다면 그 집단은 봉인이 풀리면 이 세상이 신들에 의해 붕괴될걸 알면서 하는 행동인가
요?"
"그런 것 같아. 큰일이야."
"그 집단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세력은?"
"그 집단은 아마도 신의 힘이 미친 세력 같아. 어디에 있는지, 또 세력은 미확인이고 어떤
인물인지 인간인지 전부다 베일에 쌓여있어. 지금 조심히 행동하고 있는 것 같지만 조금있
으면 정체를 밝히고 마법 길드에 전면 승부를 해오겠지. 그쪽은 우리를 전부다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담 삼성물을 찾는게 그들의 우선 목표인가요? 그래서 신의 봉인을 풀려는게?"
"그래. 페르나가 가지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에 봉인된 이스트 씰(east seal)인 힘의 검, 세
페우스가 가지고 있는 웨스트 씰(west seal)인 치유의 마법 지팡이, 아직 찾지 못한 놀스 씰
(north seal)인 평화의 반지를 찾아내는게 그들의 목표. 이미 두 개는 우리손에 들어와 있으
니까 기다리면 그들이 접근을 해오겠지."
"제 드래곤 슬레이어가 사성물의 하나인 이스트 씰?"
잠자코 있던 페르나가 물었다.
"그래. 너의 검이 힘의 검인 이스트 씰이야. 세페우스의 지팡이는 웨스트 씰, 치유의 지팡이
이고."
로이가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사라니안이 곧 이어 말을 꺼냈다.
"그래서 로이랑 페르나, 세페우스에게 부탁을 한가지 하겠어. 너희들이 그 집단의 세력과 확
실한 정체를 알아봐 주었으면 해. 페르나랑 세페우스에게 성물이 있으니까 저절로 그들이
찾아올거야. 그들을 확인 하면 되는거지. 안그래도 이번 1 풀 타로트에 여행을 간다니 그것
을 목표로 여행을 해주게나. 또 한가지, 놀스 씰인 평화의 반지를 찾아주게. 아마 봉인의 기
운이 강하게 흐를거야. 로이가 그 기운을 알수 있을테니 찾으면 바로 연락을 주게."
"흐음... 조금 어려운 여행이 되겠군요."
페르나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부탁한다."
"알았어, 형."
"하지만 세페우스는 그런 어려운 일에 아직 너무 어립니다. 나이도 어리지만 그런 어려운
일을 겪어본 일이 없는 애라서 더욱 힘들겁니다. 세페우스의 환상은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
을 하는건데..."
"그건 나도 안다네. 하지만 세페우스도 그런 경험을 일찌감치 해봐야 세상을 알고 자신의
할 일을 깨닫는거라네. 많이 힘들겠지만 잘 이겨낼걸세. 루이나드(마나로 이루어진 마나와
가장 잘 맞는 몸이라는 뜻)능력의 피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끓는 법이야."
"그래도 아직은 어립니다."
"나도 그 비슷한 나이때 겪어본 일이야. 걱정없을걸세. 그리고 로이가 있질 않나? 소드 마스
터도 있고. 최강의 파티질 않나. 세페우스 자신도 벌써 7계열에 돌입한 익스퍼트 상태이고.
검술은 조금 더디다고 들었는데 균형을 맞춰야 한다네. 페르나가 더욱 열심히 가르켜주게.
적어도 소드 마스터는 되야 이겨낼수 있어. 언젠가 다시 풀려날 신들과의 전쟁에서."

"저, 아직 7계열 마스터를 이룩하지 못했는데 검술은 조금 있다가 하면 안돼요?"
"너 검은 하이 클래스도 이룩하지 못했잖아."
"그래도 우선 마법이 급하다구요."
"시끄러! 검부터 하이 클래스 이룩하고 그 다음에 마법을 이룩하도록 해."
"하지만 마법은 안하면 금방 실력이 녹슬어서 조금 이라도 해야 되는데..."
"검도 놔두었다간 녹슬기 마련이야."
"기름 잘 발라두면 걱정 없잖아요."
"그럼 니 머리에도 기름을 발라두지 그러냐?"
"그럼 마나 수련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안돼. 검술 훈련부터 하라니까 왜 그렇게 말을 안들어!"
창! 챙!
사부는 기본 체력 훈련을 시키고 무조건 검술 대련에 들어간다. 실전 위주의 훈련이라지만
몸이 성할날이 하루도 없다. 훈련은 사부를 이길수 있을때까지. 가끔씩은 기술을 가르쳐주기
도 하는데 그걸 깨뜨리려면 하룻밤을 새고 겨우 터득할때도 있다.
무자비하게 검으로 밀고들어오면 정신없이 막을수밖에...
"헉헉헉..."
"그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여행을 가겠냐?"
"마법이 있잖아요. 제게 마법 쓰면 꼼짝없이 당하면서."
"호호, 니가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그럼 니 마법이랑 내 검술이랑 붙어볼까? 누가 이기
나?"
"정말요?"
"물론이지. 오늘 기필코 니 콧대를 꺽어놓겠어."
"그럼 인정사정 안바줍니다. 미카세븨우스의 극한. 극한의 소환. 프리즈(freeze)"
"그딴걸론 어림없어!"
프리즈 마법으로 일순간 사부의 몸을 움찔하게 하는가 싶더니 순간 검이 파랗게 빛나며 마
법이 깨져버렸다. 그것도 아주 말끔하게.
"호호, 간다!"
검이 파랗게 달아올랐다. 마치 검이 나무이고 나무에 불이 붙은 듯이 타올랐다.
"그렇게는 안될걸요?"
하지만 나도 7클래스의 마법사다. 아직 마스터는 아니지만.
"빨간 사탕, 5개!"
파이어 볼의 속된 시동어였다. 이미 엄청난 숙련도를 자랑하는 마법이다. 자유자재로 파이어
볼을 컨트롤 할수 있다.
사부가 잠시 주춤하더니 조심스럽게 스탭(step)을 밟으며 전진했다.
우선은 머리에 한 개!
파이어 볼이 사정없이 새가 활공하는 속도로 날아갔다. 즉시 네 개의 볼을 왼팔, 오른팔, 왼
발 허벅지, 오른발 허벅지로 날렸다. 우선 적으로 시야를 가린다음에 각 부분을 공격하는 것
이었다.
사부가 검으로 맨 처음의 파이어 볼을 갈랐다. 파이어 볼은 물리적 공격이 강해서 검과 부
딪히면 물풍선 처럼 터진다. 하지만 여파가 장난이 아니기에 보통은 검으로 가르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예상데로 파이어 볼이 터지지 않았다. 검으로 파이어 볼의 불길을 제압해버렸다.
실로 굉장한 검술이었다. 하지만 네 개가 더있다구!
다음 마법을 캐스팅 하면서 사부가 어떻게 방어하는지를 살폈다.
사부가 왼쪽으로 걸음을 돌려서 달렸다. 하지만 파이어 볼은 유도라구!
"엇?"
캐스팅하는 마법이 일시적으로 끊길만한 일이 일어났다.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던 사부가 검
을 두 번 휘두르자 검에서 일고 있던 파란색의 검기가 파이어 볼로 뻗어나간 것이다. 크기
는 겨우 손바닥만한 것이었는데 사람 몸통만한 파이어 볼이 그 자리에서 소멸된 것이다. 나
머지 파이어 볼은 직접 검으로 갈랐다.
사부가 다시 나에게 달려왔다. 내 생각으론 100m를 달리는데 6초정도는 될성 싶었다.
원래는 공격마법을 시전할 생각이었는데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파이어 엘 볼트를 준비하려
다 사부의 속도가 너무 빨라 검으로 우선 싸워볼 생각으로 헤이스트랑 스트롱 마법을 시전
했다. 두 개의 마법은 5계열로 보조 마법이라 마나는 많이 소모되지만 시동어는 불필요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헤이스트(haste), 스트롱(strong)!"
검을 들고 단순하게 내려치는 페르나의 검을 받았다.
챙.
파랗게 빛나는 검을 받아내는 순간 머리가 텅 비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워낙 강렬
한 충격이었다. 팔이 마비되고 손목은 부러지기 직전까지 꺾였다. 그래도 가까스로 보조 마
법 덕분에 무사히 막아낼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팔이 부러졌을 지경이었다.
재빨리 빽 스텝(back step)으로 몸을 뒤로 뺐다. 사부가 뒤쫓아 왔지만 헤이스트는 평소 속
도의 두배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하무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몸을 돌려 뒤도 안돌아보고
죽어라 뛰면서 마법을 외웠다.
"파이어 볼!"
5클래스의 마나를 사용해 파이어 볼을 시전했다. 크기는 이미 사람의 몸을 덮을 정도였다.
뒤를 돌아보며 대충 페르나의 몸에 유도하여 던졌다. 유도는 상대의 마나를 감지하여 목표
에 적중하게 되어있다.
사부가 적지않게 당황했는지 걸음을 멈추고 두손으로 검을 꼬나쥐었다. 푸른색의 검기가 더
욱 거세졌다. 상황을 살필틈도 없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테르세우스의 원소. 그것은 불. 그리고 화염의 폭풍. 파이어 엘 볼트(fire all bolt : 불의 모
든 화살)"
5클래스의 마나가 담긴 파이어 볼을 어떻게 없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사라지고 사부는
다시 나에게로 돌진해왔다. 양옆에 수십개의 불 화살이 생성되었다.
원래 파이어 엘 볼트도 시동어를 개조할 생각이었는데 아직 숙련도가 적어서 쉽지가 않았
다.
"가랏!"
손짓을 하면서 사부에게 파이어 엘 볼트를 날렸다. 양옆에 있던 불화살이 빠르게 날아갔고
눈앞을 불로 덮었다. 실로 장관이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사부를 목표로 날아갔고 사부의
몸엔 갑옷이 없다. 피할수도 없고 막아낸다고 해도 중상은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흐읍!"
숨을 한껏 들이마시더니 검에서 엄청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검을 몸 주위로 돌렸
다. 엄청난 스피드로 검을 돌리자 사부의 몸 주위에 푸른색의 보호막이 생성되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파이어 엘 볼트의 화살이 소멸되고 다시 페르나가 달려왔다.
"괴, 괴물!"
파이어 엘 볼트로 사부가 꽤나 다칠줄 알았는데 멀쩡히 달려오자 당황했다. 미처 다른 마법
을 준비하지도 못했다. 할수없이 검을 다시 빼들고는 날아오는 검을 방어했다. 이번에는 찌
르기였는데 순식간에 머리속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검을 세워 사부의 검을 흘린다음 검에 있는 파이어 볼의 마법진으로 파이어 볼을 일시에 먹
이면 성공할 것같다.
미리 3클래스의 마나를 검의 마법진에 주입하고 사부의 검을 맞이했다.
역시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검기와 검이 내려쳐졌고 스트롱의 마법의 힘을 빌어 검을 흘렸다.
팔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오면서 몸이 아득해졌지만 파이어 볼의 마법을 시전할수 있었다.
"파이어 볼!"
검에서 순식간에 불의 마나가 뭉치면서 파이어 볼을 만들고 사부에게 날아갔다. 거리는 1m
전방. 사부가 피할시간이나 막을 여유가 없었다. 만약에 막더라도 그때를 대비하여 마법을
시전하고 바로 찌르기로 검을 날렸다. 파이어 볼을 막더라도 검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빽스텝으로 사부가 몸을 뒤로 빼더니 파이어 볼을 검으로 퉁겨냈다. 그것도 내쪽으
로... 뭐얏?
콰앙.
파이어 볼이 내 배쪽으로 날아오더니 터져버렸다. 아득한 정신속에서 마법을 빼놓치 않고
외웠다.
'쉴드...'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
루이나드

제 9장  세페우스의 고양이 (2)

"야, 일어나. 잘만큼 잤으면 일어나야지!"
"으음... 몰라~"
이불 속으로 더욱 머리를 밀어넣고 베게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데로 잠을자게 나두지는 않았다.
짝! 짝!
"아얏!"
엉덩이 양쪽에서 격렬한 통증이 왔고 불밑에 않은것처럼 뜨거워졌다.
"뭐야!"
"이놈이 사부한테 '뭐야'가 뭐야? 말버릇이 그렇게 더러우면 안좋다."
상황을 정리하면 엉덩이를 맞은 무엇의 규모나 통증으로 보아 사부의 손이었다. 딱 보니까
사부가 손을 주무르는걸 보아 사정없이 엉덩이를 손으로 내리친 것 같았다. 잠에서 방금 깨
어난 것이라 아무생각없이 복수심으로 사부를 발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엄청난 결과의 통증
을 다시 맛보아야 했다.
"으으윽..."

"잠깐! 먹기전에 마나 콜렉션 찾는다고 휘젓지마라."
할아버지의 엄중한 경고였다. 아직도 매운탕만 나오면 나와 사부는 물고기의 배를 먼저 갈
라본다. 이제는 완전히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역시 마나 콜렉션은 보이지 않았고 애꿎은 물고기의 배만 갈랐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서
오랜만에 마법을 공부할수 있었다. 아이셰도우, 블래스트 스워드, 블래스트 아머, 데스 스펠,
프로젝트 이미지, 아쿠아 헤머, 봉인등등 몇가지 마법들이 남았다. 7클래스 마스터를 이룩하
기는 이미 포기했다. 죽어라 해도 17가지정도 마법이 남아있는데 1타로트에 하나씩만 익혀
도 거의 1년은 더 걸린다. 보통 7계열 마법 하나에 평균적으로 2.5타로트가 걸렸으니까 아마
2년후면 7계열 마스터는 이룩할수 있다. 아무리 마나 클래스가 높아도 마법 숙련도가 낮으
면 별반 소용이 없다. 마법을 쓸수 있는 가짓수는 많아지겠지만 정작에 도움이 되는 위력은
별볼일 없다는 것이다.
"이잇! 휘젓지 말라고 했잖느냐."
노기가 어린 음성이었다. 조금 화가 난듯했다. 나와 사부가 잠시 말을 못하고 당황해 있을테
적당한 할아버지의 충고가 전해졌다.
"그러면 매운탕의 맛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안좋지 않느냐. 어디 불편해서 먹을수
가 있어야지."
이럴때는 쾌활하던 사부도 말이 없다. 키득.
국물 요리는 뭐니뭐니해도 매운탕이 맛있다.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중앙에 버티고 누워
있는 자태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마지막 월드 타로트가 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새해를 맞이한다. 보통 사람들끼리
는 송년축제나 망년회등등을 하며 즐기고 떠든다. 사부나 할아버지도 이때만큼은 무언가를
할 생각인지 뭔가를 준비했다.
"아참! 테르센 형과 베르시 이모!"
갑자기 베르시 이모의 출산이 생각났다. 우유를 매일 사러 가면서 출산얘기를 했는데 그게
예정일이 바로 내일이었다.
재빨리 사부와 할아버지께 말을 했다.
"사부, 할아버지! 젖소 농장을 하는 테르센 형 있잖아요."
"어어, 알지."
"그 테르센 형의 부인인 베르시 이모가 내일이 출산 예정일이예요."
"아, 그랬던가? 임신중이라고 얼마전에 그랬었잖아."
"그래서 잔치를 할 예정이래요. 당연히 선물이랑 준비를 해야겠는데 꼭 오라는 부탁을 받았
어요. 갈거죠?"
"그래, 가봐야 겠지."
"할아버지는요?"
"난 별로 생각이 없다. 테르센과 별로 친분도 없고 신세 진적도 없고."
"에에, 그러지 말고 오세요. 테르센 형이 할아버지도 오시라고 했거든요."
"허허, 알았다. 그래, 선물은 뭘로 준비할 생각인데 그러냐?"
"음... 그냥 기저귀랑 옷가지, 장난감정도면 괜찮겠죠."
"그래. 그럼 오늘 가봐야겠지."
"사부 다녀올게요. 오늘 수련은 미루자고요."
"맘대로. 대신 4 황제 타로트까지는 하이 클래스 이룩해야한다!"
"물론이죠."

우유를 살겸 베르시 이모를 구경할겸 아침을 먹고 즉시 농장으로 향했다. 테르센 형은 일을
쉬고 베르시 이모 곁에 있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해 우유를 계속 짜면서 베르시 이모
를 돌보느라 바뻤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는 출산 예정일이라서 우유를 짜지 않고 베르시 이모 곁에 있었다.
반가히 테르센형이 날 맞이했는데 할 얘기가 있는지 의자에 앉히고는 말문을 텄다.
"이번 베르시 이모가 무사히 출산을 하면 잔치를 할건데 특별히 부탁할게 하나 있다."
"뭔데 그래요?"
"네가 마법을 좀 배웠다고 했잖니? 그래서 말인데 잔칫날 불꽃 놀이를 좀 부탁한다."
"불꽃 놀이요?"
마법 중에 그 화려한 광경을 이용한 마법 불꽃이 있다. 화약을 이용한 불꽃 놀이도 있지만
너무 비싸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불꽃 마법을 하고 다니는 마법사들이 있는데 초
청을 하려면 보통 몇천 골드는 들어간다. 테르센 형의 재산으로 그정도는 할수 있지만 너무
비싸다. 그래서 미약하게나만 나에게 부탁을 한것이리라.
"불꽃 마법은 잘 못하지만 특별히 형의 부탁이니까 해줄게. 대신!"
"대신?"
"한달동안 우유 공짜로!"
"알았어. 물론 그렇게 해준다면 언제든지 우유는 주겠어."
"알았어, 형. 잘 안될지도 모르지만 한번 해볼게."
"고맙다!"
"근데 베르시 이모가 저렇게 뚱뚱한 여자인줄은 오늘 처음 알았어."
"홀몸이 아니잖니, 세페우스."
번뜩하더니 베르시 이모가 예쁘게 눈을 째렸다. 테르센 형 장가한번 잘 갔다니까.
"그래, 고생 꽤나 하겠어요."
"고작 와서 한다는 말이 그렇게 임산부 성격 시험하는 말이니?"
"알았어요. 아기들은 태교가 중요하다는데 태교는 잘했나요? 동화책 읽어주기, 음악 들려주
기, 좋은말만 쓰기, 태아와 대화, 아버지의 사랑 느껴주기."
"니가 무슨 걱정이니. 엄연히 알아서 할텐데."
"그래, 알아서 하세요. 알람 마법은 적절하게 사용했나요? 아니면 아직도 있나요?"
"벌써 몇 개 써버렸어. 베르시가 워낙 겁이 많아가지고는."
"테르센! 너무해요. 그렇것도 말해주다니."
"세페우스는 남이 아니잖아."
"이만 가볼께요. 언제까지 옆에서 둘의 사이를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 내일도 들리려무나."
"잘있어요, 테르센 형."
베르시 이모곁에 붙어있으려는지 가는데 마중도 나와주지 않았다. 행복하게 보인다. 그런데
불꽃 마법이라... 당장에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야겠다.

"불꽃 마법은 별로 그렇게 마나가 많이 드는 마법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신력과 기술, 컨트
롤과 숙련도를 원하지. 조금 익히기 힘들거야. 물론 이틀안에 죽어라 공부하고 연습한다면
가능하기도 하겠지."
"한달 동안 우유가 꽁짜인데! 어서 가르쳐주세요."
"허허, 돈을 너무 밝혀도 안좋은 거란다."
그렇게 불꽃 마법 수련에 들어갔다. 상당히 재미있는 마법이었는데 시전하면서 절로 흥이났
다.
"와아, 멋있다아."
"그렇죠, 사부?"
"할아버지는 왜 이제껏 한번도 이런 마법 보여준적 없었잖아요."
"네가 언제 보여달라고 부탁한적 있었니?"
"핏, 그래도 한번쯤 알아서 보여주면 안돼나요?"
"안돼."
할아버지의 마법 시범에 황홀하기까지 했다. 어떤 마법은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라이트 닝
마법처럼 갈라지면서 여러 가지 색으로 하늘을 수놓았고 어떤 마법은 불꽃을 사방으로 튀겼
다. 거의 전격계열 마법이 많았다.
"이번에는 불새란다."
화르륵 타는 커다란 불새가 한 마리 생성되었다. 크기는 5m 가까이 되는 걸로 절로 환상에
젖어들게 했다.
"그리고 물새."
다시 불새 옆에 물로 된 새가 한 마리 생성됐다. 생김새는 독수리 모양으로 두 마리가 서로
닮았다. 단지 색깔만 빨간색과 파란색이었다. 서로 대조되는 두가지 새는 하늘을 밝히며 어
울려 솓구쳤다. 어쩔때는 서로 으르렁 거리며 노려보기도 했고 어울리며 하늘을 빙빙 돌기
도 했다. 엄청난 장관이었다.
"화아... 멋있다."
갑자기 둘이 합쳐지더니 10m의 거대한 빨간용과 파란용의 두 마리로 갈라져 나와서 또다시
하늘을 수놓았다.
마지막은 두 마리 용이 서로 브레스(breathe)를 뿜어내며 멋있게 불꽃으로 폭파되는 것이었
다.
넉놓고 구경하던 나와 사부는 잠시 정신을 못차리다가 할아버지의 말에 미친 듯이 다시 보
여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두 번이나 더 보고는 마법 수련에 들어갔다.
열심히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인 것 같았다. 불꽃 마법 자체가
가진 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루이나드

제 9장  세페우스의 고양이 (3)

저녁이 다 되서야 겨우 불꽃 마법중 하늘 높이 올라가서 터지는 라이트닝 마법이랑 라이트
불꽃 마법을 터득할수 있었다. 그러나 불새나 불용등은 아직 힘들었다. 설명으로 듣기엔 간
단히 파이어 볼을 크게 만들어 모양만 변형해서 컨트롤하라는데 말로만 쉽지 직접해보라구!
할아버지와 사부는 들어가고 밤 늦게까지 겨우 불새와 물새를 만드는데만 성공하고 집에들
어갔다. 마나가 다 고갈되서 불새도 겨우 1m크기였다.
"오늘은 마나 지팡이에 마나 수련을 해볼까나."
드디어 21클래스를 이룩했고 조금씩 지팡이에 마나를 축척했다. 이제 내가 최대한 동원할수
있는 마나량은 28클래스에 21클래스를 더해 49클래스가 되었다. 이정도 마나량이면 토네이
도를 5번 연속으로 쓰던가 아니면 직경 100m크기의 강한 토네이도를 만들 수 있는 량이었
다. 토네이도의 숙련도를 높인다면 도시하나쯤은 간단히 초토화 시킬수 있다. 수도처럼 큰
도시도 가능할 것 같다.
"불끕니다."
내 침대 옆에 있는 마법등을 껐다. 집안에는 모두 네 개의 마법등이 있었는데 하나를 끄자
모두 꺼져버렸다. 참 신기하단말야.
천천히 길쭉한 지팡이를 잡고 눈을 감았다. 맨처음 지팡이에 마나를 축척할때는 지팡이안의
마나와 내 마나가 강한 반발력을 일으켜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지팡이 안의 마나를 내것
의 마나의 성질로 변이시켜 축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것도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지 그
런생각을 애초에 못했다면 아예 축척은 불가능이었다.
21클래스 하고도 4분의 1정도가 싸여있다. 완전히 갇혀진 그러니까 클래스라고 부르는 단위
까지 채워지지 않으면 4분의 1의 싸인 마나는 저절로 사라져버린다. 초자연적인 에너지, 마
나는 원래의 속성을 성질을 바꿔 내 안의 마나로 만드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속성
으로 돌아가려는 자연 융합을 일으키기 때문에 꾸준히 마나를 축척해 클래스 단위로 모이게
해서 하나의 막을 형성하게 해야한다. 이 막을 마나 월(mana wall : 마나 벽)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클래스라고 통합되어 있다.
초자연의 정기가 조금씩 모여들어 성질이 바뀌면서 천에 물이 빨려들어가듯 몸속, 아니 몸
을 통해 손으로 전해진 마나가 다시 지팡이로 들어갔다. 맨처음엔 단순히 지팡이에 마나를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통 안되서 할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해서 겨우 알아낸 방법이다.
마법을 알고 마나 수련을 아는 사람만이 마나를 축척하는 개념을 이해할수 있다. 너무 심화
적으로 표현하면 보통 사람들은 알아들을수 없고 쉽게 설명을 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아하아암..."
눈에 눈물이 고이기를 몇번 마나 수련을 끝내고 잠이 들었다.

"오늘은 꼭 새와 용을 만들어 내겠어요!"
"허허, 네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 컨트롤만 잘 한다면 무엇보다 쉽단다. 이 수련 덕분에
파이어 볼과 아쿠아 볼(aqua ball)의 숙련도가 더 올라가겠군."
"그렇긴 한데 컨트롤이 마음대로 안된다구요."
"열심히 연습을 해서 컨트롤과 숙련치를 높이면 자연적으로 되니까 하루종일 수련하렴. 난
이만 들어가서 낮잠이나 자야겠다. 하아아암."
늙으면 낮잠 자는게 낙이라고 매일 잠만 잔다. 그러다가 영원히 눈 못뜨면 책임못져! 죽는
다는 뜻이 아니라 눈꼽이 싸여서 굳어 눈이 안떠진다는 뜻이다.
아침이라 쌀쌀한 날씨이다. 이제 곧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긴 하겠지만 아직은 너무 춥다.
마나 수련을 끝내고 아침먹고나니 벌써 10시다. 마법 수련을 좀더 하고나서 테르젠형네 농
장에 가볼 생각이다.
"이런 또 소멸되버렸어!"
이제 어느정도 불새와 물새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할수 있게 되었는데 서로 사이좋게 날아
다니며 또는 으르렁 거리며 싸우다가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서로 상응되는 성질이라 바로 소
멸되어버리거나 파지직거리며 마나 파장이 흩어져버린다. 이러면 꽤나 유지하기가 힘들어지
는데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또 한번 해보다가 마나를 너무 많이 써버려서 테르젠 형의 농장에 휴식겸 가보기로 했다.
"아참! 출산 선물!"
집에 황급히 들어가서 50골드를 챙겼다. 여러 가지 의뢰를 완료해서 꽤나 돈을 모았다. 침대
밑에 고이 모셔둔 사랑스런 1670골드중 50골드를 쓰려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현기증이 일
었지만 꾹 참고 테르젠 형과 베르시이모의 아기를 위해 쓰기로 했다.
"음... 우선 옷을 사러 가볼까?"
평소에 별로 옷을 사러 가는 취미가 없다. 그건 사부도 마찬가지다. 여자라면 옷이 몇십벌정
도는 되야는게 당연하지만 사부는 바지나 셔츠, 자켓등을 합해서 20벌도 안되는 것 같다. 맨
날 훈련복이나 활동이 편한 헐렁한 바지나 셔츠를 입는다. 치마는 아예 없다.
"저기 아기 옷 있나요?"
"예? 어린 아이 말씀인가요?"
"아뇨. 갓 태어날 아기가 입을만한 옷이요."
"어머! 부인이 애를 가졌나요?"
"헉! 전 아직 16살이라구요! 테르젠 형 알죠? 그 부인 베르시 이모가 오늘 출산예정일이라
서 선물을 사가려구요."
"아아, 베르시 양 출산. 그럼 아직 여자, 남자인가 모르겠군요. 어떡하죠?"
"그냥 그럼 기저귀랑 모자하구 장갑, 목도리, 두터운 잠바등등 남자나 여자 다 입을만한 것
으로 주세요."
모든 의류나 그런 것은 다파는 옷가게였다. 당연히 이 도시는 그리 크지가 않기에 정육점에
서 생선을 파는 일도 있다.
"아, 기저귀는 얼마나 줄까요?"
"음... 적당히 6개월 정도 쓸만한 양이면 되겠죠?"
"알겠어요."
잡다하게 물어가면서 옷가지를 고르고 살수 있었다.
"얼마예요?"
"12골드인데 특별히 베르시 양의 선물이니가 10골드만 주면 돼."
피같은 돈을 눈물을 머금고 건네주었다.
이제 아기용 장난감을 사야겠는데 뭘 사지? 평소에 누가 아이를 가졌어야 알지... 그냥 가서
대충 물어보고 사면 되겠지.
그렇게 대충 사고 베르시 이모를 위해 과일을 조금 산다음 잔뜩 들고 농장으로 갔다.
"어, 세페우스 어서 오너라."
"아직 아기는 안나왔어?"
"아직인 것 같아.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그러면서 안줄까봐 재빨리 받아드는걸 보면 참 얄밉다.
"그냥 옷이랑 기저귀랑 과일하고 장난감 좀 샀어."
"그래? 기저귀는 많이 있는데..."
그러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마을 사람이나 아는 사람들이 주고 갔는지 그곳에는 적어도 10
년은 쓸만한 기저귀가 잔뜩 싸여있었다.
"뭐, 나중에 아이를 또 가지면 그때 쓰면 되겠지."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속마음은 쓰디쓴가보다.
"형을 위해서 지금 열심히 불꽃 마법을 수련중이니까 기대하시라고! 우유 공짜로 준다는 것
잊지말고."
"물론이지! 기대하겠어."
"그런데 형은 남자아이를 가지고 싶어, 아니면 여자아이를 가지고 싶어?"
"난 첫째 아이는 여자였으면 좋겠는걸."
"왜?"
"그냥 누나가 먼저 태어나고 다음에 남자동생이 있으면 좋잖아."
그럴 것 같아. 나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어.
"아직 진통은 없나보죠?"
베르시 이모는 모습이 보기 않좋다고 방에서 누워있는 중이고 테르센 형만 거실에 나와서
마중하였기에 이모의 모습이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아직은 진통은 없어. 하지만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우선은 아무도 못 만나게 하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고 지금은 의사선생님이 옆에 붙어계셔."
"그래요. 그럼 이거 선물만 주고 가는건가요?"
"아니, 더 놀다가려면 놀다가지."
어서 가라는 뜻이었다. 칫, 이모 때문에 테르센형도 걱정이 많을테니까 나가줘야지.
농장을 나와서 젖소들을 한번씩 살펴보았다. 별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목걸이를 집어
삼킨놈은.
"오랜만에 뛰어볼까나?"
사부의 집에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할아버지네 집에 이동하려다가 6년동안 계속 죽어라 해온
마라톤 코스를 새삼 뛰어보기로 했다. 이젠 뛰어도 별로 지치지 않는 경지까지 이룩했지만
땀은 언제나 한바가지로 흘린다.
"달려!"
언제나 사부가 해주었던 말을 내가 혼자 해봤다. 마라톤을 할 때 언제나 사부가 옆에 있었
다. 가끔씩 충고도 해주고 음식도 가져다 주었다. 사부는 엄청 빠르다.
왜 죽어라 달려야하는지 초반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사부가 그 이유를 얘기해 주어도 이해
를 못했는데 이제야 와서는 알것같다.
싸움을 할 때는 한호흡, 한호흡이 중요하다. 들이마시는 것과 내쉬는 것이 균형이 맞아야 비
로소 마음과 검이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다. 이 경지에 들어서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서로 검을 부딪힐때는 숨을 내쉬고 부딪혀야 충격이 적다. 그래서 고수들은 상대의 호흡을
언제나 지켜보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검으로 공격을 한다. 검으로 공격하는 순간 내쉬면 되
지 않느냐 하는데 그렇게 하면 호흡이 끊겨서 검이 마음과 따로 놀고 호흡을 바꾸는 순간에
도 상대의 검은 벌써 코앞에 와있는 것이다.
"헉헉..."
요즘에는 좀 쉬었더니 10km도 못와서 지친다. 거의 한 15타로트는 쉬었을 것이다. 본격적으
로 검술 훈련에 들어간 덕분이기도 하지만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한동안 조금 바쁜적도 있
었다.
호주머니에 있는 줄이 달린 시계를 보았다. 평범하게 은으로 도금된 동그란 시계다. 벌써
10km 뛰는데 20분이나 흘렀다. 사부는 20km를 30분에 주파한다. 직접 재어보진 못해서 사
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뛰는것도 평범하게 순수한 체력으로 뛰는 것을 말한다. 마나를 쓰면 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
는다. 마나를 사용하면 체력이나 순발력, 호흡이 조절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뛰는 것뿐이기
에 도움이 별로 되지않는다. 또한 헤이스트 마법을 쓰고 마나를 발동해 온몸에 끌어올리면
3분이다. 20km를 3분에 뛰어버리기에 땅에 끌면 신발이 닳아버릴정도인데 그건 걱정이 안
된다. 왜냐? 발이 공기를 차는 경지에 이르면 발을 땅에 대지않고 달릴수 있다. 아직 나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사부는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본적도 있고. 공기를 찬다고 해서 무조
건 하늘을 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는 높이 올라갈수도 있지만 중력의 영향력을 많이 받